「너 좋아. 나랑 사귀자. 나 진짜 대책없지? 머리보다 마음이 앞선거 인정해 그래도 사귀자」
w.헤븐
"3학년이나 되가지고 2학년한테 맞고 다니면 기분이 어때?"
"........."
".....창피하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쓰레기를 비우러 가다가 질 안좋은 애들에게 걸려 화풀이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누가 와서 날 도와줬다.
날 도와준 사람이라 착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였나 보다.
"이름이 뭐야?"
"..정대현"
"앞으로 주번이여도 쓰레기 버리지마"
"......."
"내가 버려줄께"
아...착한 사람인가..
그렇게 내 교복 마이 주머니에서 내 핸드폰을 지멋대로 꺼내더니 자기 번호를 찍어 전화를 건다.
"알겠지?"
"...고마워"
"......."
살짝 미소를 띈 채 걸어간다.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대현아"
"응?"
"지금 체육하고 있는 애들 2학년이거든?저기 키큰 애 보여?"
"어디?"
"키큰애"
어...그 아이다.
쓰레기통 대신 비워준다던..
"쟤 왜?"
"옆 여고에 그렇게 인기가 많다네"
"...인기 많을 만해.."
"너도 아는구나?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부럽다 부러워"
어..난 그뜻으로 말한게 아닌데..그냥 하는 행동이..인기가 많을 거 같다고..
그렇게 힐끔힐끔 창밖으로 체육하는 모습을 나도 모르게 바라봤던 것 같다.
"주번 대현이 쓰레기통 비우고 하교해"
"네"
분리수거를 안한 친구들 때문에 다시 분리수거를 하는 번거로움을 가지고 쓰레기통을 들고 쓰레기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까 아침에 한번 비웠는데도 휴지통 세개가 꽉 차 있다.
손이 작은 나에게 세개는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낑낑거리며 쓰레기장으로 갔다.
"안녕?"
"...어..?"
고개를 드니 망가진 의자에 용케 앉아있는 아까 그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럴줄 알았어"
"...?"
"혼자 올 줄 알았다고"
"아.."
"내 번호 비싼데"
"........"
"근데 그거 알려준건데"
"........"
긴다리로 몇걸음 성큼성큼 오더니 얼마 안걸어서 바로 내 앞까지 온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내손에 들린 쓰레기통을 휙 가져가더니 분리수거까지 완벽히 한다.
"..이제 나 다음주 부터 주번아니야"
"그래..?청소당번 아니면 못보는것도 아닌데 뭐..그치?"
그렇게 긴 다리를 이용해 저 멀리 걸어간다.
"이번주 주번은 대현이 다음번호 사람이 하는거로 하자 누구지? 조민재 민재네 이번주 한주 민재가 수고하고 아침 조회 끝~"
주번이 아니라는 소리에 좋았는데 왜 그 아이 생각이 자꾸 나는 걸까
창문을 통해 쓰레기장 주변을 살펴보니 역시 없다.
하긴..내가 이제 주번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올리가 없지
"정대현!!!여기 정대현 반 아니야?"
1교시 쉬는시간 시작 5분전 그 아이가 들어왔다.
3학년 교실에 2학년이 들어와서 반 아이들이 소란스러워 졌지만 그게 저 아이라는 사실에 더 소란스러워 진거같다.
"어?여깃었네"
"....아..응"
"이따 끝나고 기다릴게"
"응..?왜..?"
"그냥"
"아.."
"3학년은 보충있어서 내가 한시간 더 기다려야되"
"......"
"고맙지?"
"......"
"이따봐"
그렇게 또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긴 다리를 이용해 교실을 빠져나간다.
그 아이가 나간 뒤 내 주변에는 친구들로 둘러 쌓이게 됬다.
"대현아 너 최준홍 어떻게 알아?"
아 그아이 이름이 최준홍인가 보다.
"그냥..몇번 도와줬었어.."
"우와 야 너 짱이다 순둥인줄 알았는데 저런애랑 어떻게 친해졋어?"
"맞아맞아 옆학교에 인기많아서 걔한테 여소 받으면 이쁜애들 뿐이라던데"
"쟤한테 말해서 반팅 하자고해 반팅!!"
"하하.."
갑자기 밀려오는 친구들의 관심에 부담스러웠고,그냥 그정도로 친하지는 않다며 둘러대니 그 관심도 곧 수그러 들었다.
쓰레기통을 비우다가 알게된 사이인데 왜그렇게 나한테 잘해주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 아이 생각에 하루를 다 버린 것 같다.그렇게 하루종일 머리에 들어간거 없이 멍하니 수업을 들었던것 같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버린것 같다.
반 아이들이 다 빠져 나간 후 나도 그제서야 책가방을 챙기고 문을 나섯다.
"왜이렇게 늦게 나와?"
"..응?"
"..한시간 동안 나 뭐했게?"
"..그..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긴 다리로 몇걸음 안걸었는데 내 앞에 와서 서 있다.
"생각했어"
"응..?"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우리 사이가 아주 가까워졌는데 더 가까이 다가오는 그 아이의 뒷걸음질을 쳣지만
내 뒤에는 교실 문에 막혀 있을 뿐이다.
"너 좋아"
이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 했다.
"나랑 사귀자"
"..........."
"나 진짜 대책없지? 머리보다 마음이 앞선거 인정해 그래도 사귀자"
이상하다.막무가내인 이 아이의 말에 왜 설레이는지.
그리고 잡아오는 손을 왜 뿌리칠 수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