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받을게요." ".......헐." "네? 아." 예상치 못한 대답에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지갑을 들고 서있다. 어디서 본거같은데. 언제지. "변태." "네?" 일훈과 남자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설마. 설마!!!!!!! "아침에 그 바지!!" 또 일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훈의 입을 그 큰손으로 막아버린다. '뒤에 애들있잖아!' 입모양으로 대답하는 남자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손을 뗀다. "선배 왜그러는데요?" "카드에 돈없는거 아니야?" "선배 제가 낸다니까요~" 많이도 끌고왔다. 후배인듯 보이는 여자 4명들이 쉴틈없이 조잘거린다. 딱 보아하니 상황파악이 된다. 여자후배들한테 어정쩡하게 대답하다가 발목잡혔구만. "아니거든." 제 마음을 읽은줄 알고 깜짝 놀란 일훈이 남자를 바라본다. 거머리같이 달라붙어 찡찡대는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는 여자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듯 팔을 빼내며 나에게 카드를 내민다. "모카라떼 네잔이랑 아메리카노 하나." "아 네." 결제를 해주고 싸인을 부탁하니 싸인란에 무언가를 써낸다. 뭐지. 핸드폰 번혼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핸드폰' 하는 바지남의 입모양에 일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모카라떼를 만드는 내 뒷통수가 따갑다. 아직도 째려보나. 역시번호는 좋은 의도로 준게 아니구만. 살짝 뒤를 돌아보니 카운터 바로앞 테이블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고 귀찮은듯 여자들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남자. 풀린 눈으로 고개를 대충 끄덕이는 모습이 멋있다. 또 다시 눈이 마주쳤지만 바로 시선을 피해버리는 남자의 태도에 속으로 남자를 잔뜩 씹으며 모카라떼를 마무리한 일훈이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카운터에 내려놓는다. "주문하신거 나왔습니다." 일부러 더 웃으며 쟁반을 내미는 일훈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않았는지 일훈이 웃으면 웃을수록 남자의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 "선배가 가져다주세요!" 이름이 성재인가. 한숨을 푹 내쉬고 일어서서 카운터로 와 쟁반을 집어가는 손이 예쁘다. 남자가 무슨 손이 저래 예뻐. 손이 움직인다. 넋놓고 손을 보고있던 일훈의 이마를 성재가 톡톡 두드린다. "연락해라." "아..." "안하면 죽어." S 아 미치겠네 이거 어떡하지.. 알바를 마치고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은 일훈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안하면 죽어] 낮에 보았던 성재의 타오르는 눈동자가 불현듯 떠오른다. 진짜 죽을지도 몰라. 결국 일훈은 라커룸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든다. 번호를 저장하니까 카톡에 곧바로 뜬 이름을 본 일훈의 시선이 이름에 향한다. 육성재. 저도 모르게 성재의 상태메시지로 시선이 간다. [연락안하면 죽어.] 왜 항상 불안했던 예감은 틀리지를 않나. 상태메시지를 보자마자 일훈이 카톡을 보내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 앞에 주택사는 사람인데요.] 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려. 바로 보진 않을테니까 가면서 확인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일훈이 일어서서 백팩을 맴과 동시에 핸드폰의 카톡알림음이 들린다. "........" [어디에요.] 엄청난 단답이다. 나는 그래도 처음이니까 예의상 길게라도 보냈는데! 어디냐는 답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떻게 답장할까 생각하는 일훈의 숨소리만이 라커룸에 남는다. 그 고요도 잠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뭔가라도 들킨듯이 핸드폰을 주머니안으로 빠르게 집어넣는다. "뭐야?" 사장님이다. 숨긴게 뭔지 궁금한듯 고개를 주머니쪽으로 쭉 빼고 쳐다보는꼴이 목이긴 기린같다고 생각도 잠시 일훈이 손사래를 친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장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하고 나온 일훈이 다시 핸드폰을 빼내든다.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데 진짜 왜 숨겼지. 일훈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런 일훈의 손에 갑작스런 진동이 느껴지고 놀란 일훈이 핸드폰을 확인하자 오래보진 않았지만 눈에 익은 번호가 둥둥떠다닌다. "어떡해!!!!" 전화가 오는 핸드폰을 들고 제자리서 발을 동동구르는데 누군가가 일훈의 핸드폰을 휙하니 가져간다. "사장님!!!!!" "여보세요." "사장님!!!!!!그전화 받으면 안돼는데!!!!" '벌써 받았는데?' 마이크부분을 막고 소곤소곤 얘기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제대로 멘탈붕괴당한 일훈이 넋이 나간채로 핸드폰을 바라본다. "너 바꾸래. 나 누구냐고 막 화내는데?" "아...." 육성재씨 성격이면 그러고도 남지. 핸드폰을 받아든 일훈이 눈을 질끈 감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왜 내 카톡 씹어요." "네? 아니 그거 씹은게 아니라요. 답장하고 있는데" "구라치지마요 놀고있었죠." 제대로 오해를 한듯 날카로운 성재의 목소리에 일훈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어딘데요 지금." "어딘지는 왜요." "막 나 옷갈아입는데 훔쳐봤잖아요." "근데요!!!! 안봤다니까!!!" "자꾸 거짓말치면 죄목이 추가되는데." "그럼 뭐 고소라도 할건가??" "아니요. 그럼 밥 두번사야되는데. 죄가 두개니까." "......저 지금 아까 그 카페 앞인데요." 포기다 포기. 그냥 밥 한번 사먹이고 말지. 금방 그리로 갈테니 기다리란 말에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자 옆에서 사장님이 눈치를 살핀다. "미안." "...저 다음에 휴가좀 길게 부탁드려요." "너 이제 어디가는데?" 지금 전화한 사람 밥사주러간다고 기운없이 대답하니까 그렇냐며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사장님. 미안하긴 하세요. 한숨을 푹 내쉬고 어색한 기운에 몸을 살짝 돌려 거리를 내다보는데 사장님이 내 팔목을 붙든다. "일훈아." "네?" 잡힌 팔목이 어색해서 은근슬쩍 빼내려하는데도 더욱 꽉 잡고 놓지않는 사장님. "아 사장님 저기 이거 팔은 좀.." "사장님말고 그냥 형 하면 안돼?" 갑작스런 호칭문제언급에 일훈의 눈이 커진다. 아직까지 그런 호칭을 부를 사이로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지. 장난인건지 진심인건지 웃음을 살짝띤 표정으로 얘기하는 사장님의 표정에 일훈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다. "형해봐. 현식이형." "...형." 진짜로 나한테 형소리가 듣고싶어서 그런건가. 형이라 말하자 금새 밝게 웃는 현식의 얼굴에 당황한 일훈의 얼굴이 붉어진다. "둘이 사귀세요?" --------- 댓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감사 하트열매를 먹으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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