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사귀세요." 어느새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팔짱을 끼고 나를 째려보는 육성재씨는 뭐가 또 그렇게 불만인지 쿵쾅쿵쾅 걸어와 형과 나 사이에 선다. 웃고있는 형 얼굴을 보아하니 일부러 그런것인지 씩 웃는다. "일훈아 일찍 들어가라." 고개를 쭉 내밀어 인사하는 현식을 보고 일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현식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일훈이 못마땅한지 성재가 일훈의 손을 잡아내린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현식을 눈을 치켜뜨며 한껏 째려보는 성재때문에 왠지 일훈만 무안한 상황이 돼버렸다. "아 됐어요 됐어요 밥먹으러 갑시다!" 급한대로 성재의 손을 잡고 현식과 반대방향으로 끌고가는데 현식의 목소리가 일훈을 부른다. "일훈아 내일봐!" 보란듯이 손까지 흔들며 말하는 현식을 성재가 죽일듯이 노려본다. 일훈이 붙잡은 손은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지 혼자서만 낑낑대며 성재를 이끄는 일훈이 불쌍해보인다. 현식이 한참 웃는 얼굴로 저만치 사라지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힘쓰는 일훈을 바라보는 성재다. "육성재씨!" "......" "우리 사장님한테 왜그래요!!" 뭐 힘은 이렇게 쎄.. 혼자 중얼거리며 말하는데 성재의 시선이 손으로 향한다. 얼마간 말없이 바라보다 일훈의 얼굴로 시선을 올리는 성재의 시선에 고개를 떨군다. 창피해. 손을 놓고는 그냥 앞으로 걷는다. 옆에서는 뭐가 웃긴지 성재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아 웃지마요." "왜요?" "......." "나 그냥 웃는건데. 그쪽 웃겨서 웃는거 아닌데요." 악마같은 표정을 하고 웃는 저 모습을 지가 어떤지 봐야되는데. 완전 사악해. 말없이 째려보는 일훈을 보며 '그쪽말고, 이쪽.' 하며 다른 방향으로 끌어온 성재는 놓은 손을 다시 잡고는 어디론가 향한다.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 일훈은 곰곰히 고민하다 성재를 바라본다. "아 내가 사는거라매요." "근데 내가 먹고싶은거 먹어야지. 벌인데." "아 근데 진짜 내가 안봤다니까요?" "밥 두번으로 진짜 늘려요?" "아 진짜!" "근데 큰일났어요. 우리 저기 못가겠다." 눈꼬리를 내리며 횡단보도 건너 바를 가리키는 성재의 모습에 일훈이 왜 그러냐는듯이 눈을 두어번 깜박인다. "아까 걔네 저기있어." 아까 걔네? 더 울상이된 성재의 표정에 바쪽을 바라보니 언제 또 성재를 본건지 유리창에 붙어서 손을 팔랑팔랑 흔들어보이는 여자후배넷이 보인다. "왜요. 좋다는데. 가서 같이 놀아요." "내가 싫은데." 은근슬쩍 빠져나가 집에 갈 요량으로 말을 돌리며 한걸음 물러서니 눈매를 잔뜩 세우며 날 쳐다본다. 가요 가. 간다고!!!! "아 그럼 가던가!!!!!" "근데 쟤네때문에 싫어." "그럼 뭐 어떡하라구요." 초록불이 깜박인다. 성재의 눈도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깜박깜박. 곧이어 10 이라는 숫자가 깜박이며 9로 바뀐다. "선배!!!!!!" 설상가상으로 바에선 여자들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건너올 건가봐요. 웅얼웅얼 말한 일훈이 곁눈질로 성재를 살짝 바라본다. 3초. 2초. 1초. 빠르기도 빠르다. 10초만에 이 긴 횡단보도를 건너오더니 성재의 앞에 딱 선 한 여자는 성재가 어디 도망가기라도 할까 옷깃을 꼭 쥔채 숨이 찬듯 헉헉 거린다. "나 지금 어디 가야되는데." "어디요! 지금 바 오시려는거 아니었어요?" "아닌데." 여자가 짧은 단발머리를 한쪽으로 넘기며 얘기한다. 눈도 안마주치려는듯 고개도 살짝 돌리고 말하는 성재를 본 여자가 시선을 돌려 일훈을 바라본다. 옆에서 어색하게 웃어보이는데 여자는 일훈이 마음에 안드는지 위아래로 훑기 시작한다. 여자들 레이더망이 그렇게 무섭다던데 딱 걸린거 같애. 곧이어 성재의 손을 덥석 움켜쥔 여자는 주변시선은 신경쓰이지도 않는지 성재의 팔에 매달려 찡찡거리기 시작한다. "그럼 선배 그냥 저랑 같이 바 가서 술 마셔요. 오늘 제가 쏠게요." "나 오늘 약속있어. 나중에." 아까와는 다른 딱딱한 성재의 말투에 일훈이 놀라 쳐다보자 성재도 일훈쪽을 바라본다. '나 괜찮으니까 가서 놀아도 돼요' 어지간히 같이 놀고싶어하는 여자의 모습에 입모양으로 눈치를 주니 뭐가 또 마음에 안드는지 입술을 앙다문 성재는 뭔가 결심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빼낸다. "아 선배~ 같이 가요 저랑~" "그럼 친구 데려가도 돼?" 손가락으로 일훈을 가리키며 말하는 성재의 모습에 여자가 별로 마음에 안드는듯이 일훈을 바라본다. 저거.. 나보고 알아서 꺼지라는거 맞지? 잘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한발짝 더 물러선다. "나 쟤안가면 안가." S 결국 바 안까지 쫒아와서 앉아있다. 뭔가 째려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면 재빨리 눈을 데르륵 굴리는 여자들을 보며 일훈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끌고 와놓고 옆에 앉아서 핸드폰만 두드리는 성재가 야속하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던가! 괜히 나때문에 분위기 안사는거 같잖아!! 속으로는 벌써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지잉하고 일훈의 핸드폰이 울린다. "아 죄송해요." 정적을 깬 나의 카톡알림에 모두가 시선이 집중된다. 육성재씨도 옆에서 한심한듯 바라본다. 뭘 하는지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선 계속 핸드폰을 두드리는데 게임인지 뭔지. 혼자 되게 열심히 하네. 성재를 다시 한번 째려봐주곤 카톡을 확인한 일훈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성재를 째려본다. [정일훈] [정] [일] [훈] [정] [일] [훈] [정] [일] [훈] 내가 카톡을 본걸 알았는지 곧바로 다음 카톡이 도착한다. [내가 그래서 여기 싫다고 했는데]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여기까지 나 데리고 온건 당신이잖아!!! 결국 일훈이 탁자밑 성재의 발을 꾹 밟는다. 놀란 성재가 다리를 들어올리다 탁자에 부딪히고 큰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됀다. 저여자들도 웃겨. 지들이 데리고 왔으면 뭐 얘기라도 하던가. [알았어! 좀만 기달려요] 언제 또 보냈는지 무릎을 매만지면서도 일훈을 향해 씩 웃어보이는 성재는 곧 얼굴에 웃음을 띠며 여자들의 술잔에 술을 한잔씩 따르기 시작한다. "선배두요!" 중간중간 꽤 용기를 내서 내민 술병을 거절하는 성재의 태도에 민망해진 여자들이 자신의 잔에 따라진 술을 들이킨다. 옆의 여자들도 점점 빠르게 술을 털어넘기고 성재는 그런 빈 잔에 다시 한번 투명하게 잔을 채워준다. 한잔 두잔 세잔 네잔. 마시면 마실수록 눈이 풀려가는 여자들을 걱정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던 일훈이 결국 비워진 술잔을 채우던 성재의 손을 막아선다. "이제 그만해요.다들 많이 취했는데" "저희 안취햇는데요~ 멀쩡한데!!" "맞아맞아" 안취하긴 뭘 안취해 잔뜩 취했구만. 꼬이는 혀를 어쩌질 못하는 여자들은 결국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채로 쓰러져버렸고 그 모습을 보고 피식피식 웃던 성재가 고개를 돌려 일훈을 바라본다. 곧 일훈의 잔에도 쪼르륵 술이 채워진다. 잔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뚫어지게 보다 성재를 바라보니 마시라는듯이 눈짓으로 잔을 가리킨다. "난 술싫은데." "그럼 나도." "뭐가요." "너 안마시면 나도 안마셔." "......." "근데 내가 지금 술이 마시고 싶은데..."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더니 그대로 들이킨다. 안마신다면서 구라쟁이. 입에 술을 머금은 성재가 고개를 돌려 일훈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가온다. "육성ㅈ.." -------- 뀽 내일 저녁에 또 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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