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나 애인 생겼어.”
뭐 씨발?
“이따가 방과 후에 약속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 미안해 경수야!”
오, 씨발 주여. 변백현이 애인이 생기다니요. 이건 말도 안 됩니다.
[EXO/오백] 질투
항상 백현은 아이들의 중심에 있었다. 따라다니는 여자 아이들은 물론 남자 아이들도 많았다. 정작 백현 본인은 그걸 모르는 듯 했지만.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던 경수가 항상 물어보면 백현이 정말 미치고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고들 하던데 경수는 그걸 전혀 이해 못 할 뿐이었다. 어릴 때 부터 쭉 보고 자라온 터라 그런 백현이 익숙했고 백현의 곁에는 늘 경수가 있었다. 아, 물론 그렇고 그런 관계 말고 순수하게 친구 사이로서 말이다. 백현은 항상 옆에서 경수를 이것저것 잘 챙겨주었고 등 하교도 같이, 매점도 항상 같이, 밥도 항상 같이, 다른 반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쉬는 시간만 되면 경수의 반으로 경수야! 하며 도도도 뛰어와 해맑게 웃고 경수는 그런 변백현의 머리를 이따금씩 쓰다듬곤 했다. 이런 행동들은 경수도 백현도, 그저 자연스러웠고 익숙한 일이었다.
“너희는 대체 무슨 사이야?”
그런 백현과 경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아 오고는 했다. 이 질문에는 경수도 백현도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당연히 친구 사이지.’ 하며 그 질문을 일축 시키곤 했다. 정말 친구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좀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 사이? 뭐, 그렇게 쳐 두자. 하지만 오늘따라 경수의 핸드폰이 잠잠 했다. 쉬는 시간에도항상 출석체크를 하던 백현이 연락 한 번 없이 오지도 않고 점심 시간까지 안 나타났으니 말이다. 항상 찾아오는 건 백현의 몫이었으나 오늘은 특별히 백현의 반으로 승차하기로 한 경수가 쉬는 시간 종이 치자 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백현의 반으로 향했다.
“야, 변백현.”
경수가 반에 들어가자마자 저 구석에서 대체 뭘 보는지 핸드폰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백현이 보였다. 경수가 그런 백현의 어깨를 툭 치자 눈에 띌 정도로 화들짝 놀라며 멋쩍은 듯 핸드폰을 가렸다. 그렇게 하루 종일 핸드폰 들고 있었으면서 나한테 연락 한 번 없었겠다. 자세히 보니 백현의 얼굴이 살짝 불그스름한 것도 같았다. 경수는 자연스럽게 백현의 앞 자리에 앉아 턱을 괴었다. 변백현 이런 적은 처음인데. 연락이 온 건지 밝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백현을 보곤 경수도 슬쩍 얼굴을 들이밀어 백현의 핸드폰을 흘긋 훔쳐보려고 하니 또 얼른 가려버린다. 아, 변백현 존나 치사하게 진짜.
“애인이라도 생겼냐?”
“…어, 어?!”
경수는 분명 농담으로 꺼낸 말이었는데 정곡을 찔린건지 백현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미친, 우리 백현이 애인 생겼어? 그래서 연락 한 통 없었던거야? 생각해보니 백현의 주위에는 눈에 띄는 세 놈이 항상 옆에 붙어 있었다. 까만 놈, 어린 놈, 키 큰 놈. 어느 놈이냐? 그, 그게… 찬열이…? 좋긴 좋은지 얼굴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슬쩍 숙이는 백현이 뭔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 키 큰 놈? 왜 하필 그 놈이야? 난 걔 별론데. 걔 존나 애인 잘 갈아 치운다는데 그딴 애랑 왜 사귀냐. 경수는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겨우 넘기곤 미묘한 기분에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기분 확 나빠지네.
“아, 그래. 오래 가라. 간다.”
“벌써 가려고? 아직 쉬는 시간 남았는데….”
“됐어. 박찬열인지 뭔지 하는 새끼랑 연락 하느라 바쁘잖아, 너.”
“이, 이따가 같이 가. 기다리고 있어야 돼?”
차마 부정하지는 않는 말에 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경수의 말투에 적잖이 당황한 백현의 표정은 볼만할 정도로 귀여웠다,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정도로. 근데 결론은 저 새끼 때문에 쉬는 시간에 찾아 오지도 않고, 밥도 저 새끼랑 먹었단 소리지? 경수는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존나 마음에 안 든다, 박찬열인가 뭔가 하는 새끼. 백현이 그렇게 좋아한 적은 처음이었다, 분명. 나랑 있을때도 저런 표정은 지은 적 없는데. 씨발! 경수는 지금 자신이 왜 화나는지도 모른 채 애꿎은 학교 벽을 차버렸다. 나도 없는 애인 변백현이 먼저 사귀어서? 아오, 열통 터지네. 박찬열 이 개새끼. 하여튼 박찬열인가 뭔가 하는 새끼는 마음에 안 들었다. 걔 소문 진짜 안 좋다고, 백현아. 사귈거면 좀 괜찮은 애를 사귀던가. 어?
“야, 백현이 애인 생겼다며?”
“그래, 이 씨발. 아니까 닥쳐라.”
“너 지금 변백현 애인 생겨서 빡친거냐?”
이건 또 뭔 개소리냐, 이 미친놈…? 아, 설마. 변백현이 애인이 생겼다. 그게 옆에 계속 붙어다니던, 그것도 내가 별로 안 좋아하던 눈 큰 새끼다. 그 새끼 때문에 오늘 나한테 연락 한 번 없었다. 나한테 했던 짓 전부를 박찬열한테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와, 이거 졸라 빡치네? 백현아, 씨발. 경수는 순간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내가 변백현을 좋아하나? 아닌데, 분명 그냥 친구 사인데. 경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그대로 자리에 엎드려 버렸다. 내가 좋아해? 변백현을?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이 괜찮았지만 백현이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할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던 건 사실이다. 결론이 중요했다. 나보다 먼저 애인이 생겨서, 아니면 변백현을 좋아해서?
수업을 대체 어떻게 들은건지 모르겠다. 머리가 복잡했다. 경수는 종례도 건성건성 듣고는 대충 인사를 하고 나가려다 아까 기다리라는 백현의 말에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아 기다리다가 항상 종례가 늦게 끝나는 백현에게 톡을 보냈다. 끝났냐? 보내기 무섭게 1이 없어지는 걸 보곤 경수는 씩 웃었다. 예쁘네, 변백현.
경수야 미안해 나 오늘 같이 못 갈 것 같아ㅜㅜ
찬열이가 같이 가자고 해서...
미안해 내일 같이가자!
…뭐, 씨발? 예? 겨우 진정시킨 속이 다시 뒤집혔다. 아, 박찬열 이 씨발 새끼를 아주 확 그냥. 경수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차츰 내려갔다. 이제 등 하교도 키 큰 새끼랑 하겠다, 이거냐? 경수는 신경질적으로 의자를 발로 차고는 문을 쾅 닫고 교실을 나왔다. 오, 씨발 주여. 변백현이 애인이 생기다니요. 다시금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백현의 얼굴이 아른 거렸다. 내가 변백현을 좋아한다고? 씨발, 아니야. 이 세상에 예쁜 누나들은 널리고 깔렸는데 내가 변백현을 왜? 애써 부정하던 경수가 핸드폰을 들어 준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김준면. 여소 좀.」
이렇게 해서 겨우 생각해 낸 방안이 이거였다. 평소 연애에는 관심도 없던 경수지만 괜한 오기가 생겨 다짜고짜 준면에게 전화를 걸어 붙들고서는 여자 소개를 시켜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얘기를 듣다 지친 준면이 전화를 끊으면 다시 전화를 하고, 아예 배터리를 빼 버리면 집으로 전화를 하고, 집 전화까지 안 받으면 집 앞까지 찾아 온다며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하며 준면에게 매달렸다. 좀 시켜 달라고! 씨발, 나 외롭다고! 변백현도 애인이 있다는데 왜 난 없는데?
「아, 그래 이 끈질긴 새끼야! 무슨 스타일 좋아하는데?」
내 스타일? 나는 얼굴 하얗고 하는 짓 귀엽고 키도 좀 작고… 아 좀 자세하게 말 해봐! 순간 경수의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는 것은 귀여운 변백현, 웃는 변백현, 화 내는 변백현, 야한 변백ㅎ… 씨발, 저 진짜 미쳤나 봅니다. 저 백현이가 좋아요, 어떡하죠. 경수는 큰 고민에 빠졌다. 백현은 지금 애인이 있다. 결론은 백현의 그 행복한 표정을 매일 봐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 귀여운 짓을 키 큰 새끼하고 공유를 해야 한다. 공유도 아니지, 이미 뺐겼다. 미친, 변백현아…. 한참을 말이 없는 경수에 답답한 준면이 소리를 지르자 경수가 그제서야 입을 천천히 뗐다.
「야, 준면아.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여소는 됐다. 끊는다.」
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긴 준면이 어이없는 듯이 끊긴 전화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뜬금포 뭐죠, 이 개새끼는? 여태까지 경수의 말을 다 들어줬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타임 킬링, 도경수 씨발아! 결국 이럴거면서 나한테 전화 한거지, 지금? 이럴 걸 알면서 받아 준 김준면도 병신, 도경수도 병신이었다. 지금 이 순간 분통이 제대로 터지는 건 경수가 아닌 준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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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킬링 픽 죄송하ㅂ니다..........
내가 쓰고도 뭘 쓴건지 모르겠어...........
준면아 미안해.........................................
까만놈 종인아 미안해 어린놈 세훈아 미안해 눈큰놈 찬열아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