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To Normal
: Written by Pitta (2013)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종대는 실험실에서 도망친지 족히 서너 시간은 되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 연구소에 끌려들어온 뒤로 휴대폰은 물론 시계까지 소지품이란 소지품은 죄다 압수당한 까닭이었다. 다시 한참을 정처없이 헤매던 종대가 어디선가 울려퍼진 개 짖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분명 도망친 자신을 찾기 위해 연구소에서 푼 수색견의 울음소리겠지. 하지만 사방을 아무리 눈 씻고 찾아도 제대로 숨을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툭하고 뭔가가 발길에 채였다. 소리가 너무 컸나 싶어 주변을 돌아본 종대가 그제서야 고개를 숙여 발 밑을 확인했다. 짐승의 뼈였다. 아니, 짐승의 뼈일수도 있고 사람의 뼈일지도 몰랐다. 실험실에서만 도망치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런 눅눅하고 우거진 밀림을 탈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우스웠다.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 아까 무작정 뛰다가 나무줄기에 긁혔는지 팔이며 다리며 성한 곳을 찾을 수도 없었다. 팔이 간지럽다 싶어 쳐다보면 좁쌀만한 벌레가 붙어 기어가고 있었고 다리에 뭐가 흐른다 싶어 내려다보면 깨진 무릎에서 흘러나온 피가 보였다.
투둑- 툭- 툭. 몇 방울 떨어지는가 싶던 빗방울은 어느새 폭우를 의심할 정도로 퍼붓는 소나기가 되어버렸다. 길면 두 시간, 짧으면 20분.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체온과 바닥나버린 체력 탓에 손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길도 모르는 이 밀림을 빠져나가는 것이 게임이라면 저는 이미 비석을 받은 거나 다름없었다. 그때였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노랫소리가 들렸다.
I'm singing in the rain Just singing in the rain
What a glorious feeling I'm happy again
가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노랫소리였다. 이제 정말 죽을 때가 된 걸까. 정말 죽을 때가 되어서 천사가 나를 데리러 온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종대는 급기야 연구소 사람이 저를 유인하기 위해 틀어둔 노래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는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었고 그 탓에 이제는 스스로가 제정신인지도 단언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금 들리는 노래의 출처가 천사든 저들 잡으러 온 연구소 직원이든간에 어쨌거나 과다출혈이나 저체온증 둘 중 하나로 곧 죽을 자신의 시체를 이 밀림에 방치해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종대는 비틀거리며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기는 듯 걷는 듯 힘겨운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마침내 가사가 분명히 들린다 싶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종대는 비로소 제가 밀림의 끝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노래의 출처는 밀림의 끝. 그러니까 밀림을 둘러싸고 나 있는 도로 위에 안개등을 켜둔 상태로 서 있는 차였다. 빨간 우산을 쓴 키 큰 남자가 차 앞에 서서 범퍼를 열고 내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종대는 죽을 힘을 다해 남자에게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고 있었다. 서너 걸음쯤 더 다가갔을까. 털썩. 맥이 풀린 종대가 쓰러지는 소리에 그제서야 그를 발견한 빨간 우산이 다가왔다. 약간은 경계어린 발걸음이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의 끝에서 종대는 흐릿하게나마 빨간 우산의 주인을 볼 수 있었다. 녹색일까, 회색일까. 참 묘한 머리색이라고 생각하던 종대는 눈에 힘을 주려 노력했지만 얼마 못 가 결국 눈을 감았다.
Next To Normal
: 도피 그리고 그 끝은 만남
: Pitta
1. 안녕하세요 글잡방에 글 올리는 건 처음이에요..
2.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이, 이거 브금 깔아도 되는 거에요?
3. 클첸은 사랑입니다♡ 다음 편은 언제쯤.. 올까요..
4. 원제목으로 지었던 시계태엽오렌지는 다른 작가님이 준비하시는 신작이랑 겹친다고 해서 일단 수정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