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권태기가 아니였어. 그 동안 함께 쌓아왔던 성같은 시간들을 다 부숴버리고 싶었다면 너는 믿을래? 미안해 나만 그랬다면
Rebirth
W. 수온
그 날은 정말 우울해 미쳐버릴것만 같은 그런 비오는 날이였고, 한빈이 너는 그 분위기에 취해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였는지 아침부터 안부문자 하나 없었어. 나는 거를 수 없는 끼니에 무얼 먹을까 한참동안은 상가거리에서 서성거리던 중이였어, 유흥가와 가까운 상가거리이기도 한거 너도 알지? 꽤 시끄러운 음악도 감상하고 더러운 길거리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여유롭게 이슬비를 맞고 있었어, 아 술취해서 정신없는 사람들도 되게 많이봤어 유난히 그런 길목이 하나 있더라 거기가 상가쪽 가는 지름길이라 어쩔수없이 그 길로 계속 걷는데 어떤 남자 한명을 봤어. 머리는 한껏 올리고 몸에 딱맞는 와이셔츠에 정장바지를 입고 술에 취해 길바닥에 널브러져있었어, 잘보니까 내가 아주아주 잘 아는 사람이더라. 그냥 그렇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눈은 다 풀리고 와이셔츠에는 립스틱 자국이 넘실거리는 그 남자를 보고있었어. 언제쯤 일어나서 평소같이 나를 꼭 안아줄까..... 언제쯤 이 불안한 마음이 깨끗이 없어질까, 사실 너도 알꺼야 그 일이 있기전부터 몇달간 예전과는 다르게 무심했던 그 남자를 어쩌면 나보다 훨씬은 더 잘알겠지? 훨씬은 무슨 훨씬훨씬훨씬. 예전부터 모범생분위기를 풍기던 그남자는 그래, 너는 어느새 세상에 찌들어버린 그런 세상의 일부가 되어있더라. 이해하고 싶었어 포용하고 싶었고 네가 그 날안에는 다정하게 나한테 카톡하나라도 좋으니 관심이라도 가져주었으면 했어. 너때문에 그 날 밥 한끼도 못 챙겨먹고 쫄쫄 굶었어. 나랑 지냈던 5년의 시간은 다 어디갔는지, 왜 너는 나한테만 네가 변하는 모습을 숨겼던 건지.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나만 겪는 일은 아닐텐데 이렇게 슬픈 나도 싫었어 슬슬 자괴감도 들더라. 미안해 몇달에 걸쳐서 나를 떨구려 했던 너를 끝까지 나마 붙잡으려고 했어. 그렇게 조금씩 너를 밀어내고 지워내기 시작했어 놀랍게도 한 일주일있으니까 금새 다시 기분이 나아지더라. 나도 널 그닥 사랑하지 않았나봐 다행이다 안그래? 다시 티비를 보면서 웃고 맛있는걸 먹으면서 행복해하고 나름대로 멀쩡한 나로 돌아가고 있었어. 그럴때 하필이면 너한테서 연락이 온거야, 네가 몇달간의 비행을 뉘우친건지 그냥 잠깐 생각나서 나를 찾아온건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때 나한테 사과하나 없었던거야? 너한테 이런 말을 하게 될줄은 진짜 몰랐는데 네 목소리듣고 정말 소름끼쳤어,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어? 그래서 떨떠름해했던거야 내가 이제 알겠어? 근데 그 이후로 다시 연락이 뚝 끊겼어 조금 걱정되긴했어 어디 아픈가 아니면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나... 그러다가 한달쯤뒤에 내가 먼저 문자했잖아 헤어지자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그 때는 왜 그렇게 슬퍼했었던거야? 동혁이한테 다 전해 들었어 네가 너무 슬퍼한다고 죽기 직전이라고. 그냥 5년간 세월이 아까웠던거야 내가 아까웠던거야, 어쨋던간에 그날 이후로 나는 크게 한번 아팠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어. 동혁이가 네 얘기도 별로 안하기 시작하더라 보통 연인들의 이별처럼 순조롭게 관계가 정리되고 있었어. 그래도 어느 순간 네생각이 나는게 너무 싫어서 동혁이랑 꼭 붙어다녔어 지금도 같이 살고있어 동혁이랑은. 지금은 네 생각이 나도 별로 감흥이없어 그냥 그런거야. 나는 너와의 시간을 정말 좋았던 경험으로 영원히 간직해볼께 고마워 한빈아. 한빈아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20xx. xx . xx 김진환이 김한빈에게,
작가의 말
이렇게 rebirth 가 끝이났습니다. 편지를 끝까지 자세히 읽어주세요.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그러셔야 뭔가가 있습니다.
한빈이의 답장은 짦게 잠시 뒤에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