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씀을 하시지 그러세요?」
백현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보다 어린놈이 팀장이란 직급으로 계속 시비를 걸어오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여기가 회사만 아니였음 벌써 네 얼굴에 주먹 꽂았을 거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이 입속에서 사그라진다
순둥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백현은 성격상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죽었다 깨나도 꼭 하고 말아야 하는 그런 악바리 기질이 강했다 항상 스스로가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아닌 것은 절대 참지 못했다 그런 성격 덕에 동료 직원들은 종종 백현이 주먹을 안날린게 용하다며 한심의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늘 그렇듯 동료들 사이에서도 좋은 성격의 평판이 되지 못하는 백현은 그 성격 덕에 벌써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의 횟수로 인사부에 불려갔다 설립 된지 몇 년 안 된 이 회사의 모토는 깨끗함과 가족 같은 화목함이었다
물론 그 틀을 매일같이 깨는 건 백현이었고 그런 모토를 단 회사인 만큼 유달리 언행불손에 많은 신경을 썼다 회사의 인사부에 불려갈 때 마다 경고 제도라 하여 그 곳에 불려 가면 우선 한 시간 동안 업무 처리를 할 수 없으며, 커피를 타거나 청소를 하고 직원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그런 잡일을 해야 했다
경고가 쌓이면 진급을 할 수 없었는데 그게 바로 백현의 케이스였다 경고를 한 번 지울 때 마다 한 달 내내 야간 업무를 도맡아 해야 하는 데 그깟 경고 하나 지우자고 한 달 내내 내 시간을 반납할 순 없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제 자존심이 허락을 못했다 그래, 인사부 끌려가는 것 까진 내 잘못이라 치자 그런데!
요즘 들어 백현에게 인사부 다음으로 가장 거슬리는 게 하나 있다면 분명히 회사는 함께 나란히 입사를 한 것 같은데 저보다 일찍 팀장으로 진급을 한 건방진 꼬맹이 새끼였다 녀석이 팀장이 된 후로 유달리 되는 일이 없다
「팀장님, 지금 저랑 싸우자는 겁니까?」
타자를 치던 손을 멈추고선 백현은 제 앞에 선 종인을 노려보았다 팔짱을 끼고 저를 내려다보는 눈이 아니꼽다 이 새끼는 한 달 전부터 같은 보고서를 써 제출해도 저만 무조건 트집을 잡고, 야근 후 퇴근을 하면 왜 본인보다 먼저 가냐 성질이고, 차트가 틀렸네 뭐가 틀렸네 하며 제게만 유독 성질 이였다 이젠 하다하다 숨 쉬는 것 가지고 뭐라 할 놈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 일부러 점심도 안 먹고 보고서나 쓰고 앉았는데… 굳이 제 자리까지 행차하셔서 시비를 거는 종인 때문에 백현은 미칠 지경이었다
「팀장님, 지금 저랑 싸우자는 겁니까?」
「싸우잔 건 아닌데, 식사도 안 하시고 일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나와요 지금이라도 식사 합시다」
뭐라 대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제 팔을 잡아당겨 일으키는 힘이 꽤 세다 어어, 거리며 엉거주춤 일어섰는데 식사를 하자고 하며 가까이선 종인의 얼굴에 백현은 비위가 상했다 내가 너랑 점심을 같이할 바에는 회장님이랑 삼시세끼를 같이 하겠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꿀꺽 삼키며 백현은 종인의 팔을 풀어냈다
「제가 알아서 먹겠습니다 신경 쓰시지 마시고 식사하고 오세요」
「저는 혼자 밥 못 먹는데요? 그러니 같이 좀 드셔줘야겠네요」
혼자선 밥을 못 먹는다는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는 종인 때문에 백현은 슬슬 더 짜증이 솟구쳤다 본인이 먼저 일을 방해해놓고 일을 망치면 꼭 저를 탓할 거면서 백현은 너무나 성질머리가 났다 휴, 백현은 짜증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쩌죠, 저는 밥 생각이 안 드는데 혼자 드셔야겠어요」
「드시기 싫으시면 그냥 마주 앉기라도 하세요」
네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냥 종인은 백현의 팔뚝을 잡아 끌어당겼다 여태 멍 하던 백현은 문 앞 까지 끌려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선 종인을 제지했다 욕이라도 하고 싶지만 더 이상 인사부에 끌려갔다간 진짜 해고라도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만요, 같이 갈 테니까 그럼 먼저 로비에 내려가 계세요 금방 따라 내려갈게요」
「못 내려갑니다 백현 씨, 마무리 하세요 기다릴 테니까」
종인은 제 팔을 꼬아 팔짱을 끼고선 문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백현을 기다렸다 무척이나 비장한 얼굴로, 백현은 종인의 눈치를 힐끗 보며 쓸데없이 펜이나 정리하고 옷가지나 매만지는데 종인은 여전히 그 자세로 요지부동이었다 아, 살다 살다 뭐 이런 뭣 같은 일이 있나 생각하며 백현은 한숨을 폭, 내쉬고는 할 수 없이 재킷을 잡아들고는 종인의 앞에 섰다
「이제 식사하러 가요」
「뭐 드실래요? 스테이크? 스파게티?」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 전 잘 안 가려요」
종인은 백현 모르게 슬며시 웃었다 괜스레 핀잔이라도 들을까 냉큼 표정을 고치며 메뉴를 물었다 안 그런 듯 하며 은근히 백현과의 식사가 신난다는 티를 내비추는 종인 때문에 백현은 또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또 놀리는 거야 뭐야…. 마음속으로 혼자 투덜이는데 난데없이 종인이 몸을 틀어 백현을 마주한다 뭐, 뭐요 왜 또….
「그럼 사람도 안 가립니까?」
아니, 이건 또 무슨 헛 소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