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을 바꿨다. 오뉴월 구름 방향 바뀌는 것처럼 시도때도 없이 바뀌는 담임의 마음은 또 뭐가 문제였는지 크게 움직이고 말았다. 거들떠도 안 보던 애들의 자리 - 고등학교 들어와서 앉고 싶은대로 앉은 뒤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 를 뒤엎겠다고 뜬금없이 선포하는 것이었다. 장위안은 저 ㅇㅖㅁ병할 담임, 변덕이 죽 끓는 것 같네 뭐하네 하며 가열차게 담임을 욕했다. 나는 장위안의 투정을 개ㅅH끼 앙탈 받는 것처럼 가볍게 도닥여 주고는 담임이 어떤 자리로 나를 옮겨다 놓을지 꽤 진중하게 고민했다.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 타쿠야. - 넴. - 저기 앉아라. 한참을 기다린 끝에야 담임은 내 이름을 아작아작 씹어 공기 중에 뱉어냈다. 나는 창가 분단의 오른쪽에 전세를 내게 되었다. 한껏 드리운 잿빛 커튼이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잘 들었다. 커튼을 걷으면 강한 자외선이 내 짝 될 사람에게 쏟아져 내릴 것이 분명했다. 나는 원치 않게 해바라기 신세가 될 내 짝에게 마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 다니엘. - 네. - 옆에 앉아라. 이윽고 내 옆에도 사람이 한 명 앉았다. 사실 거의 처음 보다시피 하는 애였다. 말도 안 하고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제가 안중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일 책이나 끼고 사는 샌님인데도 공부는 그닥 잘하지 못하는 애. 내가 내 짝 된 애를 기억하는 것은 집 방향이 가까운 탓에 하교하는 길에 혼자 터덜터덜 발을 끄는 뒷모습을 자주 보아서 그렇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타투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목덜미에 나비, 손에도 이것저것 많다. 저 애의 팔을 처음 봤을 때 아무런 힐난이나 비난의 의도 없이 순수하게 감탄했던 적이 있다. 흡사 터미네이터처럼 온갖 문신이 팔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안녕. 나는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인 양 노련하게 연기하면서 다니엘에게 인사했다. 다니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자를 뒤로 뺐다. 칠판에 고개를 처박듯 하고 그저 앞을 뚫어져라 보는 다니엘의 피부를 관찰했다. 꽤 하얗네.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새삼 전에는 관찰할 의향도 없던 다니엘의 얼굴을 꼼꼼히 뜯어 보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할 일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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