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팔원 이글은 백석시인의 팔원을 모티브로 쓴 것입니다. [4] 아이가 돌아섰던 몸을 돌려 다시 우현을 바라보니, 우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현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지도 모르는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쓰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돌아서지 마라, 돌아서면... 내가 너무 아프지않느냐." 아이는 자신의 머리를 눈물을 흘리며 쓰다듬고 있는 우현을 보니 자신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우현이 자신을 달래 줬던 것처럼 살짝 일어나 무릎 꿇고 우현의 가만히 앉아 등을 토닥거렸다. 우현은 엄마 젖을 찾는 아이처럼 아이의 작은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으며 울음을 삼켰다. 아이는 그런 우현한테서 몸을 떼며 말한다. "울어도 돼요, 아저씨가 그랬잖아요..슬플때는 기대라고..아저씨도 나한테 기대줬으면 좋겠어요." 우현은 아이의 말에 울컥해, 그동안 쌓여있던 마음의 응어리들을 눈물로 쏟아내었다. 아이의 품이 너무나 따스해서 저도 모르게 아이의 어깨가 다 젖도록 눈물을 쏟아내었다. 아이는 우현의 울음이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 우현을 안고있었다. 아이는 우현이 자신에게서 몸을 떨어뜨리자,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조심스레 우현에게 말을 건다. "아저씨.." 우현은 아이의 부름에 평소와 다름없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왜..내가 왜 울었는지 알고 싶으냐" 아이는 정곡을 찔렸다는 듯, 움찔하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물어봐도 돼요?" 우현은 쓰디쓴 웃음만 지었다. 아이는 우현이 그런 웃음을 짓자 눈을 내리깔며 말하기 싫으시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우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마치 오래된 상자안에 있던 편지를 꺼내 듯 말을 시작하였다. 우현은 중간중간 슬픈 표정을 지으며 후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고,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아이의 표정도 우울해졌다. 우현이 말을 마친 뒤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는 건드리면 톡, 하고 눈물이 나올거 같은 표정이어서 우현은 아이를 안아 등을 토닥였다. 아이는 울먹거리며 말을 한다. "아저씨..나빠요." 아이는 심호흡을 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히잉..안우려고 했는데...아저씨 때문이에요." 우현은 아이를 계속 안고 토닥거리기만 한다. 우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울어주는 아이가 너무 고맙고 고마워서 한참을 안고있었다. 우현은 아이를 한참 안고있다가 아이가 조용하여 살짝 보니 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곧 있으면 저녁 때라 밥을 먹여야 하는데 너무 곤히 잘자고 있어 차마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현은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살짝 눕히고, 자신의 옷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자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는 자신의 코끝을 건드리는 느낌에 살짝 눈을 뜬다. 우현의 까만 머리칼이 아이의 얼굴을 건드린 것이다.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우현의 얼굴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한쪽 눈만 살짝 뜬다. 주위를 살짝 둘러보니 아직은 어슴푸레 한 새벽이고 자신은 우현의 무릎위에 누워 있었다.아이가 푸드득 거리며 몸을 일으키다 우현의 머리에 코를 박는다.아이는 울상을 짓다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곤히 자고 있는 우현을 이리저리 만져본다. 우현의 검은 머리칼을 쓸기도 하고 높은 코를 만져보기도 하고 또 우현의 볼을 문지르다가 입술로 손을 가져가는 순간 우현이 번쩍 눈을 떴다. 아이는 갑자기 눈을 뜬 우현에 놀라 손을 입술에서 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을 크게뜨며 우현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 우현은 자신의 입술에 머물러 있는 아이의 손에 괜히 귀가 빨개졌다. 우현은 아이의 손을 잡아 내려놓았다. 아이는 우현이 제 손을 잡자 얼굴이 새빨개졌다.우현은 아이의 빨간 얼굴을 보고 괜히 놀려보고 싶어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입술이 그렇게 좋았느냐?" 아이는 얼굴이 더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우현이 그것이 더 재밌어 아이를 계속 놀리니, 아이가 심통이 났는지 고개를 팍 들어 우현을 노려본다. 그러더니 우현의 양 볼을 잡고 입술을 부딪힌다. 우현이 놀라 눈을 깜빡대니, 아이가 입을 때고 소매로 입술을 부벼댄다. 아이는 자신이 이겼다는 듯이 으스대며 입을연다. "흥..아저씨 입술 하나도 않좋거든요!" 우현은 아이의 갑작스런 말과 행동에 벙쪄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아이는 우현이 계속 웃어대자 기분이 나빴는지 입술을 삐죽내민다. 우현은 그런 아이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린 후 말했다. "규야, 오늘 너의 입술이 참으로 예쁘구나. 어떠냐? 다시한번 해보겠느냐?" 하고는 자신의 입술을 쭉 내민다. 아이는 식겁하며 얼굴을 뒤로 쭉 뺀다. 우현은 아이가 얼굴을 쭉 빼자 아이의 얼굴에 입술을 더 들이댄다. 아이가 곧 이것이 우현의 장난이란 걸 알고는 분해 얼굴이 빨개진다. "아저씨 너무해요." 아이는 휙 하고 돌아앉으려고 하다가 어제 우현이 한 말이 생각나 어정쩡하게 허리만 뒤로 돌린다. 그걸 본 우현이 잠깐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내 아이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 기분이 더 좋아졌다. 우현은 그런 아이를 들어 무릎에 앉혔다. 아이는 우현의 무릎에 앉게 되자 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우현이 그런 아이의 목에 얼굴을 묻으며 말하였다. "규야, 곧 있으면 자정에 도착한다. 너 정말 나랑 같이 있지 않을테냐?" 아이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휙 돌려 우현과 마주봤다. 그러고는 입을 열어 말을한다. "나..아저씨랑 같이 안 살아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선 또 눈썹을 축내린다. 우현은 그런 아이를 보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어제 분명 물어보았지 않으냐, 내가 한 말 기억하냐고. 모르겠다고 한 사람은 바로 너야." 우현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그때의 서운했던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와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는 생각에 빠진다. 그 때 자신이 모르겠다고는 했지만 워낙 우현과 나누었던 이야기도 많았고 또 그것들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에게는 모두 소중했기 때문에 우현이 한 말 중 어느 것을 묻는지를 몰랐지, 우현과 나누었던 이야기는 다 기억한다. 아이는 머리가 복잡하여 인상을 찌푸리고는 머리 주변에 주먹을 갖다대고 꾹꾹 누른다. 그런 후 아이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우현을 똑바로 쳐다본 후 입을 연다. "나 어제 아저씨가 물어봤을 때 무엇을 묻는지 몰랐지, 아저씨랑 나눴던 이야기는 다 기억해요." "그리고, 그 때 내가 운 건 괜히 운 줄 알아요? 나..난 아저씨랑 같이 있을 수 있다는게 좋아서, 그래서 그런 건데. 아저씨 미워요." 우현은 아이의 똑 부러지고 진정성 있는 말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이의 마음이 그런 거였다면, 자신의 말이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우현은 일단 아이에게 사과부터 하고자 입을 열었다. 그 때 아이가 눈꼬리를 올려 우현을 노려본 후 말한다. "왜요, 사과부터 하려고요? 우리 엄마가 그러셨는데요, 남자가 사과부터 하려고 하면 진짜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거래요." 우현은 정곡을 찔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이는 그걸 놓치지 않고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또!! 그런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랬어요." 아이가 말을 끝마치고서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고개를 팩-돌려버린다. 허..그저 순진하고 토끼같은 아이인 줄 알았더니, 그 모양새가 제법 당돌하다. 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손을 가져가 또 손톱을 문다. 아이가 옴팡지게 우현의 손을 찰싹-때린다. 우현은 손이 얼얼하여 아이를 쳐다보니, 아이가 또 손톱을 뜯는 거냐면서 자신에게 훈계한다. "저보다 두살이나 어린 호시노도 제가 하지말란 것은 안했어요! 어른이 되면 말을 들어야지..어휴." 하며 한숨 까지 쉰다. 그러고선 제 가슴을 팡팡 두드리는데 또 그것이 아내가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 또 이상스레 기분이 좋아진 우현은 그저 사람좋게 허허- 하고 웃고 만다. 아이는 그런 우현을 보면서 입을 오물댄다. "아저씨 안돼겠어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지. 집에가서도 이래봐요, 나한테 혼나!!" 하며 자신도 우스웠는지 우현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인다. 우현은 그런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품에 앉고 부벼댔다. 아이도 이젠 그런 것이 익숙해졌는지 우현의 등을 토닥거린다. 우현은 그것 역시도 좋아 푸슬푸슬 웃음을 흘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곧 기사가 내리라고 손짓을 해왔다. 우현은 아이의 손을 잡고 사뿐히 걸음을 옮겼다. 자정은 팔원보다 훨씬 추워 몸이 약한 아이가 열병에나 걸리진 않을까하여 목도리를 더 단단히 매준다. 아이는 그런 우현의 다정한 모습에 빙긋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손을 잡고 걸어가니, 어떤 아낙네가 우현과 아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이에게 다정스레 눈을 맞추며 말했다. "네가..그아이니?" 아이는 눈만 굴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여자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손을 잡아쥐며 말했다. "난..네 숙모란다. 너희 아버지 성함이 김자 한자 석자 맞으시지?" 아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 옆에 있던 우현의 눈치를 본다. 우현은 아이의 손을 더 세게 잡아쥐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다시 눈만 굴리다가 자신의 앞에 있는 낯선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아이의 볼을 쓸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분은 누구시니?" 아이는 어떻게 대답할 지 몰라 우현만 쳐다본다. 우현은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고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팔원에서 부터 성규를 보살펴 온 사람입니다. 사실 주재소장께서 댁으로 보낸다고는 하였지만 성규가 자신이 있던 곳을 떠나기 싫다하여 저와 당분간 함께 지내려고 같이 왔습니다. 물론 거처도 마련해두었고요." 여자는 수상하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우현의 사람좋은 미소덕에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다. 우현은 여자가 자신을 언제든지 의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못을 밖아놓기로 하였다. 우현은 다시 그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의심되신다면, 연락을 해보시죠. 아니면 가끔씩 성규를 찾아오셔도 됩니다." 그러니 여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에요,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는데.. 그냥 하루에 한번씩만 애 얼굴보러 와도 될까요?" 우현은 예의 그 환한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그럼요, 하나뿐인 조카얼굴 보고 싶으셨을 거 아닙니까. 언제든지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하단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 우현과 여자를 바라보던 아이는 그저 눈만 데굴데굴 굴릴 뿐이었다. 우현이 그런 아이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하였다. "일단, 너희 삼촌부터 찾아뵙고, 허락을 구하자. 만일 안된다고 그러시면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아이는 우현을 믿기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빨리가자고 우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는 우현과 아이의 사이가 참 각별한 거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같은 장소에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하던 세 사람은 여자의 남편이자 성규의 삼촌의 집에 다다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