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지: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자그마하게 낸 창
*본 소설의 인물은 허구이나, 사건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사건의 연도는 실제 사건의 연도와 다름을 밝힙니다.*
9
종이 가게에서 한창 잡담을 하던 승현이 자신의 본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지금 무슨,
"저, 그런데 어머니의 동창이시라는 이 분께서 혹 특별한 일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까?"
"예전에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신 것인데, 젊은 일본인 청년과 결혼을 앞두고 집안의 반대로 다른 분과 정략결혼을 하셨다 들었습니다."
"혹, 그 젊은 일본인 청년의 이름을 아십니까?"
"아쉽게도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끝낸 승현이 가게를 정리해야 한다며 밖으로 나가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같이 밖으로 빠져나온 승현이다.
가게 정리를 금세 끝내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던 도중, 뜻밖의 수확을 얻어냈다.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시는 편지가 하나 있는데...필요하다면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어떤 편지인지 좀 봐도 될까요."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시는 편지입니다. 그 분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편지지요."
"허면 제가 필사를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종이는 제가 드리겠습니다."
"역시 경성 최고의 종이가게의 종이는 남다르네요."
실없는 농담을 건네고, 편지를 받아들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연 승현의 손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아, 승현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편지는 급하게 쓴 듯 정갈하지만 휘갈긴 필체였고, 내용은 더욱 급박했다.
「사랑하는 선이야, 나는 이제 영영 너와 못 만날지도 모른단다. 그이가 죽었어. 나는 그이를 미워했지만 내 아이까지도 미워할 수는 없었단다.
이제 더 이상 살아갈 방도가 없어, 나는 이제 경성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아이를 데리고 살 거야. 한달 뒤쯤에는 찾아와도 좋을 것 같아. 지금은
안 될 것 같아. 요즘 순사들이 우리를 찾고 있어. 아마 그이가 죽은 것 때문에 그런가봐. 우리 입을 막을 생각인 게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우리 아이를 부탁해. 네 아이와 나이가 같으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야. 이만 줄일게. 답장은 이곳으로 해줘.」
그 뒤의 주소가 없었다. 그을린 자국이 있는 걸 보아 고의로 태운 듯 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 편지를.
"이 편지, 태우신 분이 혹시 어머님이십니까."
"예, 급히 편지를 받으시곤 바로 태우시더군요. 혹시 순사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하셨어요."
"어머님을 만나뵐 수..있을까요."
"제가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내일 다시 뵙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예,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게를 나서서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내일 다시 와서 헛수고를 하는 건 아니겠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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핳.ㅎㅎ핳 너무 짧죠...변명따위 말게요 지금 너무 졸려서ㅓ...계속 딴길로 샜어요..
다음 주 토요일은 짧은 이야기로 뵐게요! 안녕 독자님들 사랑해요!!!
(+저번 회에 답글 안 달아드린 것 죄송합니다ㅜㅠㅠ 달아야지 달아야지 했는데 시간이 안 났어요 죄송합니다!!!! 더 좋은 글로 올게요!!)
♥암호닉♥
공학용계산기/사과/콩빈/꺄꺄리리/자리비움/귀요미독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