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 / 여주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다는 건
식어가는 마음을 예쁘게 포장한 말이에요.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진 사이가 된거죠.
다들 조금씩 서로에게 나쁘고
다들 조금씩 상처주고
다들 조금씩 위로받기도 하고
그런게 연애인것 같아요
혼자만 속 끓이고
혼자만 기다리고
혼자만 쳐다보는게 아니라
미칠듯이 싸워서 죽도록 미운데도 보고싶은 거 그런거요."
남의 연애는 잘만 상담해 주면서 정작 내 연애는 잼병이다. 라디오에 나와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 정작 나는 못하면서 남의 연애만 도와주고 있다. 오늘은 너무 자주 싸우는 커플의 사연을 상담해 줬는데 그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둘만의 문제로 저렇게 싸울수도 있구나 하고.
후회된다. 정말 미칠듯이 싸워볼걸 불안하다고 힘들다고. 그냥 혼자서 기다리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너무 행복했는데 결말이 너무 뻔히 보이는 연애였다. 직업과 환경 사람들은 배제하고 우리둘만 생각하려고 해도 너무 힘들었다. 괜히 싸우기 싫었고 말싸움이 시작되려고 하면 내가 먼져 져줬다. 내가 져주지 않으면 우리는 헤어지게 될거고 우리는 우리문제가 아니라도 헤어질 이유가 많았으니까. 어떻게든 헤어지지 않으려고 붙잡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나혼자 애쓰고 있다는걸 느꼈고 그래서 먼저 놓았다.
열애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그 여자아이돌 소속사측에서 알고 지내는 사이이지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어정쩡하게 기사를 내서 또 다시 난리가 났다. 사귄다는 말인지 안사귄다는 말인지 왈가왈부 하는 말들이 계속 해서 흘러 나왔고 우리 사측에서는 언론에 해명+홍보를 할 의도로 기사를 뿌렸다. 최근에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그래서 나온 앨범이 이번 앨범이라고. 개인으로 잡지사 인터뷰를 잡아서 열애설 상대와는 친분이 전혀 없고 관심도 없다고 인터뷰도 했다.
여전히 모르겠다. 너에게 연락을 해서 괜찮은지 물어 봐야할지..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항상 그랬듯이 미안하다 사과를 해야하는건지 아니면 니가 나에게 그래왔던 것처럼 괜찮냐고 걱정을 해야하는건지. 일주일정도 질질 끌면서 인터넷을 달구었던 열애설은 해프닝으로 정리가 되었는데 너랑 나의 관계는 엉켜있는 상태 그대로이다.
그래도 나 하나 때문에 팀에 피해를 주는건 죽어도 싫어서 더 일에 집중했다. 콘서트 준비도 해야하는데 최근에 컴백을 해서 음악방송에 라디오에 예능까지 한다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그래도 항상 완벽하게 끝내야 하는 고질병 때문에 쉴 수도 없고 잘 수도 없다. 내가 만족할 때까지 다 끝날때 까지 계속해야한다. 새벽까지 연습실에서 멤버들이랑 동선을 맞추고 바로 작업실에서 콘서트에서 쓸 밴드버젼으로 편곡을 하고 거의 밤을새다 싶이 작업을 하다가 라디오를 하러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서 작가실을 지나쳐서 라디오 부스로 들어가는데 웃으면서 PD님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니가보인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씻고 옷도 좀 갈아입고 나올걸 추리하게 작업실에서 밤새다 왔는데, 어제만 해도 내일 니 라디오 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밤새고 작업하다보니 잊어 버렸다. 멍하게 사람들 사이에 서있는데 눈이 마주친다. 한참동안 그냥 보고 있었다. 다 괜찮다고 생각 했는데 힘든 티 하나 내지않고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한 순간에 다 무너졌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니가 걱정해주는 눈빛으로 봐주는게,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눈들 때문에 말 한마디 걸 수도 없지만 그렇게라도 마주보고있는게 그냥 너무 편안해서
니가 나에게 어떤 존재 였는지 알것 같다. 나는 쉴곳이 없다. 방송활동하면서도 끊임 없이 곡작업을 해야하고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더 많은 것들을 해내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항상 긴장해야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해야한다.그런데 니 앞에서는 그냥 다 내려놓고 편안해 질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니가 눈에서 안보이면서 부터 불안할 때 너무 스트레스 받을때 나오는 버릇들이 다시 나왔다. 손톱을 물어뜯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위에 경련이 와서 구급실에 실려도 갔었다. 그냥 피곤해서 그려려니 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다 자기 합리화였다. 나는 니가 없어도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 줄 알았다.
라디오를 어떻게 마친건지 모르겠다. 그냥 대부분의 질문을 지원이 형이나 진환이 형한테 넘겨가면서 방송사고를 안낸게 다행일 정도로 위태위태 하게 라디오를 마쳤다.
"한빈이형 진짜 오늘 대박이지 않았어? "
"방송사고 안난게 다행이지"
"날뻔 했지 날뻔 했어."
"왜 이제야 좀 차인사람같고 좋구만"
"질타는 나중에 댓글로 많이 받을게. 일단 나 좀 그냥 내비둬라."
"그래 좀 내비둬라. 응?"
준회 진환이형 동혁이 윤형이 형 순으로 한마디 씩 던지다가 내가 하는 말에 분위기가 촥 가라앉았다. 바비형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내말을 거든다 그냥 내비두라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어폰을 꼽고 니 목소리를 들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다는 건
식어가는 마음을 예쁘게 포장한 말이에요.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진 사이가 된거죠.
다들 조금씩 서로에게 나쁘고
다들 조금씩 상처주고
다들 조금씩 위로받기도 하고
그런게 연애인것 같아요
혼자만 속 끓이고
혼자만 기다리고
혼자만 쳐다보는게 아니라
미칠듯이 싸워서 죽도록 미운데도 보고싶은 거 그런거요."
우리도 그렇게 싸워볼 걸. 서운한게 있어도 그냥 다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참아주는게 아니라. 말다툼도 해보고 싸우고 연락도 안하고 그렇게 해볼 걸. 너무 미안하기만 하고 불안하기만 해서 혹시나 상처줄까봐 우린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으니까. 그 때 서로한테 기대서 다퉈도 보고 울어도 볼걸 그랬다. 우리는 서로가 기대기를 바라면서 정작 기댈 줄을 몰랐다.
계속되는 스케줄에 콘서트 핑계로 바쁘다고 다시 회피했다. 아직도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헤어지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헤어진건데 저렇게까지 난리칠 일인가 생각했다. 그냥 웃기고 유치하고 이해안되고 왜 저러냐 정신병 같았는데 보고싶은 사람들 볼수 없고 감정을 나누던 사람과 인사조차 나눌수 없는 건 없던 정신병도 생기게 할 만큼 힘들일이다. 겪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이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 머리속이 지금보다 더 복잡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다음 날 생각하기도 싫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콘서트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고 숙소에 와서 오후까지 자다가 일어났는데 멤버들이 부엌 식탁에 모여 앉아서 심각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심각하게 분위기를 잡고 있어"
"아니죠 형. 감춘다고해서 감춰질것도 아닌데 그냥 다 알게 하고 "
"그러다가 제대로 빡 돌아버린다니까"
"그래 그건 진환이 형 말이 맞아. 지금 안그래도 상태 안좋은데"
"아니 어쨌든 한빈이형 일이니까 형이 알긴 해야죠"
왠일로 다 모여앉아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물마시러 가면서 한마디를 던졌는데 아무도 내말에 대답할 생각은 없고 자기들끼리 하던 이야기를 하기에 바쁘다.
"아 뭔일이냐고"
"좀 가만히 있어봐 형 때문에 가족회의 하잖아."
"뭐 내가 뭐"
"한빈아 지금 큰일이 터졌어.우리도 이금 이사태를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이걸 말해주는게 나을지 아니면 그냥 회사쪽에서 해결하게 해야 하는지 지금 아침부터 모여서 회의를 했거든"
"인터넷 들어가봐"
진환이형 윤형이형 이 한마디씩 하는데 준회가 한마디 던진다. 인터넷 들어가보라고.
"야 구준회 넌"
"준회야"
"넌 지금 우리가 차근차근 말하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들어가보라는 소리를 한 준회를 막 질타하는 멤버들을 두고 방으로 들어왔다. 또 그 지긋지긋한 열애설이겠거니 하고 하품하면서 다시 방에 들어왔다. 핸드폰에 충전기를 꼽고 켰는데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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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초코송이 입니다. :)
오늘은 제가 너무 늦게 왔죠 ㅠㅠ
그래서 오늘은 보통때보다 분량을 늘이려고 애썼는데 쉽지가 않네요
오타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적 해주세요 !!
항상 댓글 달아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