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은 유독 많이 아팠다. 상쾌하게 일어났어야 할 금요일 아침부터 찌릿하니 몰려오는 아랫배의 통증에 잠시 끙끙대다
퍼특 하고 일어나 부랴부랴 침대시트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군데군데 묻어있는 발간 혈은에 좌절할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른시간부터 엄마에게 한바탕 깨지고 말았다. 오늘따라 걸어서 십분거리인 등굣길이 그렇게도 멀게 느껴진다.
원체 생리통이 심한 체질이긴 했다. 생리 주기가 그다지 규칙적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불규칙한것도 아니라
언제 할지 안할지 가늠하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생리를 하는 동안 2~3일 바짝 몰아서 아프다 보니
생리를 한다는것 자체가 나에겐 고역같은 일이었다. 근데 정말 오늘 할줄은 몰랐단 말이야.
"저기 엎드려있는 애 누구니? 좀 깨워라."
"ㅇㅇㅇ이요. 얘 아파요 오늘."
"많이 아픈거야?"
"걸어서 등교한게 장하죠 뭐."
그렇게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었던것 같다. 늘 구비되어 있던 진통제도 하필이면 며칠전에 똑 떨어지는 바람에
약한병 못먹고 꼼짝없이 끙끙 앓아야만 했다. 결국 오늘 무슨 수업을 했는지, 몇교시가 무슨 수업이었는지
아무것도 배운것 기억나는것 없이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밥 안먹을거야?"
"...못억겠어... 너희끼리 억고와아..."
"알았어, 쉬고있어."
점심도 못억은채 여전히 책상에만 엎드려 있었다. 도저히 음식을 씹어 넘길 힘이 없었다. 반은 죽은듯 책상에 얼굴을 묻은채
아랫배를 감싸쥐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를 툭툭 쳐온다. 아이씨, 누구야...
"많이 아프냐?"
"뭐야... 구주네잖아..."
구준회. 동급생이자 소꿉친구인 녀석. 틈만나면 투닥거리고 다퉜던 원수같은 놈.
"뭐야, 아픈사람 갈구려고 온거야...?"
"내가 그렇게 개념없는 새끼로 보였냐?"
"너랑 내가 하루이틀 봐왔냐?"
"뭐... 그렇긴 하지..."
언제부터였나, 너라는 존재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것이. 어릴땐 그냥 코찔찔이에 귀찮은 애새끼일뿐인 너였는데
가끔은, 아주 가끔은 네가 생각날때도 있다. 그러는 날, 널 보게 된다면 왠지 나빴던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늘상 한결같았던 너는 내가 우울하거나 아픈날이면 어김없이 내옆에 나타나곤 했다.
언제였나, 좋아했던 남자아이를 제일 친했던 친구를 위해 포기한 날, 너는 내 얼굴만한 큰 막대사탕을 들고 우리집 앞으로 왔었다.
잔뜩 울어 벌게진 눈을 하고 내려온 나를 보고 넌 추하다고 웃음을 터뜨렸었다.
"이거나 먹어라 호박아."
정말로 우습게도, 나는 너의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랑을 포기한것도, 그것때문에 울음을 터뜨린것도, 하나도 억울하지 않았다.
나에게 와줘서, 너의 방식대로 나를 응원하러 워로하러 와줘서. 나는 정말로 괜찮아 졌었다.
"나 아파..."
"그래 보여."
"진짜 왜왔어..."
"이거 주러."
하며 내 책상에 얹어진건 검은색 비닐봉지였다. 구준회가 봉지를 뒤적거려 작은 병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었다. 마셔. 마시고 이거 먹어.
아직도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플라스틱 용기가 내 앞에 내밀어졌다. 죽이야?
"나가서 사왔어."
"방금?"
"가는김에 약도 사오고. 따뜻할때 먹어."
"약은 무슨약인데?"
"몰라. 생리통이 심하다고 말하니까 약국에서 이거 주던데."
너는 참 쓸데없이 다정하다. 쪽팔렸지. 어, 조금. 괜히, 정말로 넌 참 다정하다.
여전히 너처럼 따뜻한 죽이 손안에 쥐어진다. 호박죽.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죽. 나에대해, 넌 많은걸 기억하고 있어.
"빨랑 먹어, 아프다매."
"너는 약먹고 밥먹냐? 밥을 먹어야 약을 먹지."
"아... 그런가? 그럼 얼른 밥억어."
네가 내 손에 친히 숟가락을 쥐어준다. 왠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배아픔이 싹 가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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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장편을 한번 써보고 싶네염 다르다르다다ㅡ드라드르ㅏ다르다ㅏㄹ달달한것도 찌~인한것도 모두 담아서...흫
분량이 짧군요... 뎨뚕... 설레셨나요 익인님? ㅇㅅaㅇ ㅇㅅㅇ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