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읔..! 오늘로써 벌써 2번째 심쿵이다. 내심장....나대지마...☆
분명 30초 전까지만해도 내 무릎을 꿇게 만든 놈을 시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 할메의 손길을 이어받아 호스로 처참히 때려주리라고 진심으로 다짐했던 나는,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었기에 잘생긴 사내의 얼굴을 보자마자 언제 분노했냐는 듯이 금새 부처와 같은 온화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지 뭐- 흐흥-남성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신이 예상했던 얼굴이 아니었는지 얼굴 가득 띄우던 미소를 순식간에 지우곤 급격히 창백해져가기 시작했다.
아따- 원래 잘생긴 서울 머스마들은 쉽게 창백해지고 그런가벼? 아까 그 잘생긴 아도 그러더니 야도 이러네-
당황해야할 사람은 난데 도리어 자기가 더 놀랐는지 사내는 나와는 다른 의미로 한참을 심장을 부여잡으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내심 저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며 일으켜 주길 바랬던 나는 도무지 그럴 기색조차 안보이지 않는 사내 덕분에 뻘쭘하게 혼자서 무릎을 탁탁 털며 일어섰다.
"..........어..."
옴마- 떠는 것도 귀여워브러야♡
우리 둘 사이의 시간이 멈춘 듯 서로 한참을 그상태 그대로 있다가, 내가 갑자기 아무말도 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일어서자 사내는 이제 눈꺼풀까지 파르르 떨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걱정마요. 그대! 해치지 않아! 때굴때굴-때굴때굴- 사내의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사람이 정말 놀라면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게된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그 맑은 눈동자를 보고있자니 잘못한건 저 남자인데 왠지 내가 더 잘못한 것만 같아 괜시리 미안해졌다. 그래. 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양이 무슨 잘못이겠어? 이게 다 내 뒷태 탓이지. 한참을 정말로 내가 먼저 머리를 조아려 사과할까말까 고민하고있는데, 내 앞에서 벌벌 떨고 있던 어린 양이 이제서야 정신이 버뜩 드는지 한껏 다급한 손길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기... 제 친구가 그 쪽이 입은 후드를 자주 입고 다니는데 키도 비슷하고 해서..... 헿-"
"아니에요!!!!! 재밌었어요!!!! 허헣-"
아.....?
순간 전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어린양의 잘생김에 홀려 엄지척!을 시전하며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내뱉어 버렸다. 뒤늦게 아차- 하며 제가 뱉은 말을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 아- 망했다.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무릎까지 꿇힌 것도 모자라 아스팔트 바닥에 절을 하게 만들었는데 재밌었어요가 뭐야 재밌었어요가...! 어째 서울에 올라와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침에 기차에서 본 훤칠한 사내에게도 그다지 좋은 모습을 비춰주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얘도 분명 날 또라이로 보고 있겠지..
"..아. 아니, 그게 아니ㄹ....."
"아핳핳!! 그쵸!! 재밌죠!! 제가 이 맛에 이 장난을 해요! 저랑 뭐가 좀 맞네요!"
??아니 이게 뭐람??
한껏 체념한 채로 사내를 보낼 준비를 하려 했건만 나보다 더한 또라이를 만나게 된 것 같다. 얼씨구- 이젠 아주 내 두 손까지 잡아가며 방방 뛴다.
뭐지. 얜 뭘까. 당황스러운 마음을 없애려 아이스크림을 사러가던중이었으나 아주 풀게이지로 다시 채워주신 사내 덕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식은 땀까지 나네.자 침착하자 침착.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수 있다 했다. 어느새 남자의 잘생김 따위는 뒷전으로 미루고 한순간에 위험 인물로 간주해버렸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한번 잡히면 X되겠다는 생각에 저 잘생긴 남자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멤돌었다. 왜 위험 인물 같냐고? 원래 또라이는 또라이를 알아보는 법. 내 타고난 동물적인 감각이, 내 털끝 하나하나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기때문이다.
저놈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아..네...하하- 저 근데 이만 가봐야할것 같아ㅅ..-"
한시라도 빨리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해 급히 말을 꺼냈는데,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아니 어디서 이런 애국심 가득한 벨소리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벨소리가 울렸고, 이내 내 예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끊길새라 냉큼 전화를 받는 사내다.
"여보세요- .....어, 박지민?"
박지민..? 지금 저 남자랑 통화하는게 나랑 헷깔렸다는 그 장본인?
때가 되면 알아서 끊겠지 하고 별 생각안하고 있다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 튀어나오자 나도 모르게 사내의 핸드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디, 내 뒷태를 닮아서 분명 귀여울 그 여자애 목소리 좀 한번 들어ㅂ...-
"야 이새끼야!!!!!!!!!!!!!!!!!!!!!!!!!!!!!!!!! 니가 감히 날 버리고 먼저 가? 내가 너때문에 물풍선 안에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내가 바늘없다고 몇번이나 말해. 어?
그런 내말 다 무시하고 하찮은 전정국부터 구해? 내가 하도 열이 뻗쳐서 지금 니네집으로 가고 있으니까 가서 봐 임마- 끊어!!!!!!!"
세상에. 이건 보통 또라이가 아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사내의 '물풍선'을 비롯한 저 말만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박지민이라는 사람과 전뭐시기라는 남자와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하다가 단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니.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구했다는 이유로 이 시간에 그 사람집으로 가고 있었단 말인가....? 내 손을 잡고 있던 손 중 오른손을 풀어 전화를 받던 사내는, 그렇게 한차례 격한 소리를 한껏 내뱉은 후 마지막 말까지 끝마치자마자 제 분에 못이겨 내 손을 잡고 있던 왼쪽 손 마저 확 내팽겨치곤 내 뒤쪽으로 마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 마냥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바라던 대로 사내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뭔가 모를 이 찝찝한 마음은 버릴 수 없었다.
아니 시방 지금 저 문디 머스마가 나한테서 먼저 떠나 가고 있다는 거여?
"저기요!!!!!!!!!!!!!!!!!!!!!!!!!!!!!!!!!!!!!!!!!!!!!!!!!!!!!!!!!!!!!!!!!!!!!!!!!!!!!!!!!!!!!!!!!!!!!!!!!!"
시골에서 할무니의 매타작에 강하게 커서 그런가 승부욕 하나는 끝내주는 나다. 매타작과 승부욕이 무슨상관이 있냐 묻는다면, 꼬꼬마 시절의 나는 주위에 항상 남자인 친구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남성적으로 자란 감이 있지않아 없었다. 그렇기에 그 친구들도 당연히 나를 사내취급하였고 그만큼 서로 정말 치고 박고 싸우는 일도 다반사였다. 내가 싸우고 들어올 때마다 할머니는 나를 혼내기보다는 조용히 승패를 물었고, 내가 졌다고 하기만 하면 '이노무 가시나가! 뭐단디 쳐 싸우고 와서 지기까지 하고 와!! 시방 후딱 다시가서 이기고 와!!!! 난 내 손주 지는 꼴 절대 못봐!!'하며 나를 다시 돌려보내더란다.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나는 이젠 이렇게 쓸데 없는 곳에서까지 대단한 승부욕이 발동하는 모양이다.
내가 말했지 않은가. 또라이는 또라이를 알아본다고.
"시방 내가 먼저 갈꺼라고!!!!!!!!!!!!!!!!!!!!!!!!!!!!!!!!!!!!!!!!!!!!!!!!!!!!!!!!!!!"
사내가 내 뒤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순간 울컥하여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나도 똑같이 따라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너한테서 떨어지려 했다고! 근데 니가 뭐신데 먼저 튀어나가!!!! 아무리 잘생겼다 하더라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반칙하지마 이 망할 잡것아! 정말 온힘을 다하여 사내뒤를 죽어라 뛰어갔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녀의 체력차이는 어쩔 수 없었는지 점점 격차가 벌어지더니 사내는 저쪽 골목길로 쌩하니 꺾어 들어가 버렸다. 빠르긴 겁나게 빠르네.
"저,저...! 이 썅썅바야!!!!!!!!!!!!!잡히기만 해봐!!!!!!!반으로 똑! 갈라블랑께!!!!!"
흐미- 저거 징하게 잘달리네. 한참을 씩씩 대고 있는데 순간 머릿속을 번뜩이며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쌍쌍바?
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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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4일동안 어딜 갔다 오는 바람에 글을 살짝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ㅎㅎㅎ
태형이를 저렇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더 이상한 애가 되어버렸어...ㅋㅋㅋㅋ4일동안 인티를 못해서 그런가봐요..ㅎㅎㅎ(+ 덕질)
보시다시피 여주는 지민이를 당연히 여자로 생각합니다. 왜냐? 이름도 그렇고 여자인 제 뒷태를 보고 지민이로 오해했으니 체구가 작을 것이기에 그렇죠!
아! 그리고 제 글을 읽어봤는데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1화,2화도 이번 편의 브금과 똑같은걸로 일단 올려놨습니다.
다음편부터는 아마 다른 브금들이 올라갈꺼에요..ㅎㅎ 항상 뭔가 하나 부족한것같았는데 브금인것 같더라구요☞☜
마지막으로! 항상 분량이 너무 적어서 죄송하구요...ㅠㅠ 늘 그렇듯 이 조잡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표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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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자몽님/하얀 조약돌님/정수정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