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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문체 - 김여주 / / 나머지]




각자가 살아낸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내가, 그대가 살아 온 그 각자의 삶에 접속한다.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02 #



[김석진, 배우. 드라마 촬영장]




유난히 일찍 떠진 눈에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새벽 내내 하던 글과 사진 작업을 마치고 잠에 들 시간이지만 이제 막 깨어 있으니 분위기가 퍽 낯설다.


수면 시간을 알리려 울리는 알람을 끄고 다시 멍하니 창밖을 보니 이내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여주씨? 들어가도 되요?"


"아, 들어오셔도 되요."



문이 열리자 매니저님이 부스스한 얼굴로 들어오신다.


그러더니 앉아있는 나를 보곤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오, 벌써 일어나셨네요? 알람 울리는 것 같아서 왔는데."


"좀 일찍 깼어요. 혹시 언제까지 준비하면 될까요?"


"오늘은 한 낮에 찍는 씬이라 9시에 나가면 충분 할 것 같아요. 피곤하실 텐데 좀 더 주무세요."


"네. 매니저님도 쉬세요."



시간은 아직 5시가 되지 않았다.


창밖은 어둡기만 하고 주황색 가로등불만이 해가 뜨기 전 새벽을 유일하게 밝히고 있다.


방구석 구석, 녹화가 되고 있음을 알리는 빨간 불빛에 고개를 숙여 한숨을 쉬곤 다시 자리에 누워 알람을 새롭게 맞춘다.




*




다들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살다보니 예전에는 전쟁터 같던 아침이 조용하다며 석진씨는 웃어보이자 매니저님도 맞장구를 치며 옛일을 회상하는 듯 했다.



"참, 새벽에 잠은 좀 주무셨어요?"


"완전히 깬 건지 잠이 안와서 사진 작업 좀 했어요."


"여주씨 잠 못 주무셨어요?"


"조금요."


"하루 종일 피곤하실 텐데……."



모두들 피곤해 할 나를 미리 걱정하기 시작했다.


평소 작업 때문이라도 자주 잠이 부족했지만 힘들거나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이렇게 걱정해 주니 뭔가 굉장히 낯설다.



"평소에는 촬영 스케줄 있으면 언제쯤 나오세요?"


"오늘이 좀 늦게 나온 편이라, 대부분 촬영 스케줄이 촉박해서 새벽에 나와서 밤샘으로 찍죠?"


"영상에는 짧은데 고생은 몇 배는 더 드나봐요."


"모든 다 그렇죠. 음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하물며 책마저도 우리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비하면 과정은 항상 그 배의 노력이 있다는 걸아니까 멋진 거죠."


"멋진 말이네요."



내가 알던 그는 진중함 보다는 가벼운 분위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나이가 들었고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짊어진 무게가 더욱 커진 듯하다.



"안녕하세요~"


"이야, 석진씨 이게 며칠만이야? 이쪽분이 이번에 같이 프로그램 한다는 분?"


"처음 뵙겠습니다, 김여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나도 잘 부탁해요. 중간 중간 심심하지 않게 엑스트라 출연 좀 부탁드릴게요."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할게요."



석진씨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매니저님은 감독님께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그가 설명하기를 드라마 나쁜녀석들과 분위기가 비슷한 드라마의 강력계 형사 역이라고 하더니 오늘 촬영은 경찰서가 배경인가 보다.


세트장을 둘러보다 준비를 위해 분장실로 들어가자 촬영에 필요한 그의 옷들과 소품들이 가득하다.

신기한듯 이리저리 둘러보는 나를 매니저님이 걱정스런 말투로 부른다.



"밤에 야외촬영이 있어서 오래 대기해야 할 텐데 잠깐이라도 자요."


"괜찮아요."


"그럼 촬영하는 거 구경할래요?"


"네...!"



그를 따라 촬영장을 돌며 배우며 스텝들과 인사를 나눴다.


자신의 촬영을 기다리면서는 틈틈이 그의 연기 상대가 되어 대본 연습을 돕기도 했다.



"여주씨가 보기에는 이 씬에서는 감정을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요? 진지하자니 너무 무게감이 느껴지고 힘을 빼면 너무 통통 튀는 것 같고."


"앞이나 뒤에 이어지는 대사, 상황으로는 차라리 진지한 게 낫지 않을까요?

근데 전, 어떤 분위기로 연기를 하던, 역할을 소화하는 사람의 선택을 믿어요. 그게 누구든 다 자신일 테니까."



그가 읽어준 대사의 장면들을 곱씹어 보다 그의 질문에 신중하게 답하자 그가 나를 빤히 보다 웃었다.



"글 쓰시는 분이라 그런지 되게 일리 있는 조언인 것 같아요."


"에이, 그럴 리가요. 그냥 저는 석진씨가 연기하는 분위기가 진지한 게 더 나은 것 같아서……."


"사실 나도 진지한 게 더 멋진 건 알아요."



그의 농담 아닌 농담에 듣고 있던 매니저님과 스타일리스트분이 고개를 가로저었고 나마저도 힘이 빠져 웃어버렸다.



“석진씨 촬영 시작할게요.”


스텝의 말에 그가 보고 있던 대본을 나에게 쥐어주곤 세트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슬레이트를 치기 전이라 FD가 막 세트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이, 그가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한다.



“보고 너무 놀라지 마요.”



슬레이트를 치고 이내 진지한 분위기에 촬영이 시작된다.


분주하던 방금 전과 달리 일순간 적막이 흘렀다.


다른 연기자들도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사이 그의 얼굴을 보니 웃음을 지우고 진지하게 연기를 시작한다.


범인을 취조하는 장면이라 그런지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감정마저 격해졌다.


그가 건네줬던 대본을 앞으로 넘기자 그의 동료 형사를 죽인 범인의 취조 장면임을 알 수 있었다.



“당신 배후에 김의원 있는 거, 이렇게나 증거가 명확한데도 아니라고 하시게?”


“단독범행.”


“곽두식!”



범인의 주장이 일관되고 취조에 난항을 겪자 그의 연기도 고조된다.


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은 동료가 외쳤다.



“김의원과 동광파 간의 거래장부 찾았답니다!”



동료의 외침을 뒤로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나고 저마다 감독님 주위로 모여 방금 전 장면들을 모니터링했다.


그가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고 옆으로 다가가자 자신의 연기가 어땠냐며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어본다.



“아이고, 김배우. 묻기를 뭘 물어. 여주씨 대답해 주지 마요. 허구한 날 사람들 붙잡고 묻는 거 또 궁금해?”



그의 말을 들은 건지 감독님이 웃으며 돌아보신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던 건지 그 자리에 있던 출연자 모두 웃기 바쁘다.




*




밤이 되자 다들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야외촬영인 탓에 대기실도 마땅치 않아 차에서 대기 중이라 매니저님도 스타일리스트님도 불편한 자세로 졸고 있다.


그는 여전히 대본을 보며 나와 이야기를 했고 간간히 나에게 장난으로 연기를 시키기도 했다.


그래도 지루함이 풀리지 않는지 다른 사람들의 촬영 씬을 보자며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일은 없네요. 그래도 배우에게 연기는 재능이니까 그래도 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기 시간도 길고,

준비할 것도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또, 나 하나만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는 저도 그랬어요.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가끔은 그게 어린 생각이었다고 느껴요.”


“그에 비하면 저는 자유롭고 편한 삶일지도 모르겠네요.”


“여주씨가 하는 일도 그 나름대로의 어려움, 힘겨움이 있겠죠.”


“멋진 위로, 어...!”


“어...? 여주씨!”



이야기를 하며 촬영장으로 향하던 우리의 눈앞에 사고가 생겼다.


보조 출연자로 나왔던 어르신이 갑작스레 쓰러진 것.


나도 모르게 말을 하다 뛰어갔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아 어르신 주변으로 모인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의식을 확인했다.



“감독님 119 신고요! 연결되면 신고하고 저한테 바꿔주세요! 혹시 자동제세동기 있는지 찾아봐 주실래요?”


“아, 예...!”


“이게 무슨, 여주씨 할 수 있어요?”


“배웠어요. 일단, 이분 소지품 중에 갈색 약 병 있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맥박을 확인하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내 옆으로 다가와 묻는 그에게 지체할 세 없이 소지품을 찾았다.



“여기 니트로글리세린? 약병 있어요!”


“여주씨! 스피커 폰!”



그가 가방을 뒤지다 주머니에서 발견한 약병을 들곤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레 읽었고 예상에 맞게 심장마비가 온 듯하다.


이내 감독님도 가까이 전화기를 가져다주시곤 스피커폰으로 돌려 구급대원과 통화를 하게 했다.



“맥박도 거의 안느껴져요. 쓰러질 때 가슴을 움켜질 걸로 봐서는 심근경색 같은데 소지품에서 니트로글리세린도 발견했고요.

지금 심장 압박은 하고 있고 AED(제세동기) 찾는 대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신고 장소가 외진 곳이라 출동 후 도착까지 10분 정도 예상됩니다. 심장 압박 계속 유지해 주시고 빠른 제세동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 제세동기!”


“여기 놓고 오픈만 해 주세요! 석진씨 미안한데 여기 심장 압박 좀 부탁해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상황을 해결하려 들었다.


촬영장까지 출동이 지연된다니 마음도 급해져 제세동기를 보자 눈앞에 있는 그에게 심장 압박을 부탁하며 어르신의 상의를 벗겼다.


패드 부착 후 절차에 따라 제세동을 실시했다.


시간이 지체 될수록,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




문득 내가 눈을 감고 있다는 걸 알았다.


눈을 뜨자 응급실인 듯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섞였다.



“여주씨 정신이 들어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석진씨의 매니저님과 접속라이프 작가님이 놀란 듯 나를 본다.


아까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한 이후로 기억이 없다.



“제가 왜 여기 있어요?”


“기억 안나요? 아까 구급대원분 오시고 인계하자마자 쓰러지셨어요!”


“그래도 여주씨가 응급처치 한 덕분에 늦지 않았데요.”


“아까 보니까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던데. 배운 거예요?”


“아, 네…….”



한숨이 깊이 나왔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다시 사람을 살렸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그러다 문득, 촬영장이 걱정되었다.



“아, 그보다 촬영은 어떻게 됐어요?”


“이와 중에 그게 걱정돼요?”


“저 때문에 망쳤을까봐…….”


“망치긴요. 여주씨 덕분에 사고 안 나서 다행이죠.”


“그러니까요. 아무튼 우리 프로든, 드라마든 도저히 할 분위기도 상황도 아니라 공쳤어요.”


“일단 지금은 수액 다 맞는 대로 수납하고 숙소 가는 걸로 해요. 다들 걱정해서 아까부터 단톡방이 난리에요. 이제야 한시름 놓이겠네.”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아까는 정말 무슨 생각이었는지 어떻게 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생각이라는 걸 하기 전에 내가 그렇게 나섰던 건 무의식이었던 것 같다.


작가님이 수납을 하고 나는 매니저님의 손에 이끌려 숙소로 왔다.


숙소의 문이 열리자 다들 기다린 건지 현관으로 나와 나를 맞이했다.



“여주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괜찮아요?”


“힘드신데 다들 좀 진정하지? 여주씨 일단 좀 앉을래요?”


“아, 제가 갈게요.”



다들 나를 환자 보듯 부축을 하려 다가오기에 혼자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다들 나를 중심으로 둘러앉거나 서서 저마다 나를 본다.



“기억은 잘 안 나는 데. 원래 체력적으로 힘든 일인데 아마 피곤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해서 더 그랬을 거예요. 저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근데, 아까 갈색 약병 있을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원래 꿈이 의사였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저, 죄송한데 들어가서 쉬어도 될까요?”



쏟아질 질문이 무서워서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쉬고 싶다는 말에 다들 우물쭈물하며 자리를 비켜선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들이 무엇을 묻든,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다.


어디까지나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내 과거이고, 내 일이니까.



“아, 석진씨 오늘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을 텐데.”











어제보다는 조금 더 긴 이야기로 찾아온 웨이콩 입니다 :-0

오늘은 접속, 라이프의 본격적인 촬영으로 석진이의 드라마 촬영장에 함께한 여주인데 사고가 생겼네요!

가볍게 풀어내려고 했지만 실패!

뭔가 가벼운 글을 쓰는게 아니라 가끔은 내가 드라마 작가가 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막장으로 흘러가네요 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요....

부끄러운 저는 도망갑니다! 내일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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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14
안녕하세요 연지곤지 입니다!
진짜 드라마 갈이 쓰시는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

5년 전
웨이콩
연지곤지님 어서오세요💜 부족한 글에도 매번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좋은글 재밋는 글 쓰도록 노력하는 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5년 전
독자1
글 읽을 때 뭔가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것 같아요ㅠㅠㅠ잘 읽고 갑니댜
5년 전
독자2
오와 저런 상황이 실제였다면 감히 그런행동을 하지 못했을거에요 저런 행동이 당연한거지만 모든게 의심투성이인 현실에선 여주의 행동이 매우 대단하게 느껴져요!
5년 전
독자3
와.. 저는 지금 간호과 다니고 있는데도 막상 저렇게 상황이 저에게 닥치면 못 할거 같은데 여주는 멋있네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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