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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마지막 날까지 조국을 그리워했으며
누구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했던 대한제국의 황태자, 여기에 잠들다」




황제의 연못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 황제의 연못 | 인스티즈


Hisaishi Joe - 인생의 회전목마






  “전하…….”
  “그대는 또 어찌 이리 울상인 것이냐. 곧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내 잊지 않은 것을.”
  “태자.”
  “아, 어머니.”
  “몸 건강히 다녀오거라.”
  “걱정 마세요.”
  “……그곳에서도 조국을 잊지 말고.”
  “……그럼요. 몸은 떠나지만 제 나라는 이곳 대한뿐인걸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전하……!”


  “……뭐야 진짜.”

  또 이 꿈이었다. 개화기쯤으로 보이는 배경에, 난데없이 황실 사람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타나 저들끼리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그런 꿈. 오늘도 봐버리고 말았다. 주로는 ‘전하’라는 칭호로, 때로는 ‘태자’라는 칭호로도 불리는 그 사람의 아름답고도 슬픈 두 눈 말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그 눈빛만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이상한 것이, 마냥 신기한 꿈이라 치부하기엔 찝찝한 기분을 지워내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겪어보지도 않았고,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지도 못한 그 시대의 꿈을 꾸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성인이 된 걸 기념하며 태어나 처음으로 다녀온 일본 여행이 문제였던 걸까. 스스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 여행 이후 이런 꿈을 꾸기 시작했으니 의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확한 원인은 몰라도 그동안 꾸었던 꿈들을 모아보면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 꿈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드는 게, 보통 꿈이 아닌 건 확실했다.

  하긴,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날도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긴 했다. 일본으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인지 2박 3일간의 관광은 사실 적잖게 실망스러운 여정 그 자체였다. 애초에 나는 여행 자체에 기분을 내는 편이지 관광지를 들러 이것저것 둘러보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라,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는 투어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다. 별 감흥 없이 일행에 휩쓸리던 사이 일정이 거의 마무리 되어갔고, 관광의 마지막 코스로 유명하다는 성을 둘러보는 친구들과 동떨어져 성의 외곽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때였다.

  ― 바스락

  인적이 드문 길에서 느껴진 난데없는 인기척에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입안에 도토리를 가득 문 다람쥐 한 마리가 풀숲을 향해 총총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만화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동화 같은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나는 다람쥐를 따라 그대로 우거진 수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 황제의 연못 | 인스티즈


  “우와!”

  무언가에 홀린 듯 숲속으로 걸음을 옮기자, 머지않아 잎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느티나무들과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과일나무들이 잔뜩 들어선 풍경이 나를 반겼다. 이런 곳이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워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일행을 두고 홀로 산책을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지 오래인 나는 분명치 않지만 희미하게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포 소리와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이끌려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자,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다람쥐가 입안에 담아두었던 도토리를 바닥에 뱉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발소리를 죽여 가까이 다가가 보았지만, 그런 나를 놀리듯 뱉었던 도토리들을 도로 입안에 집어넣은 다람쥐는 쏜살같이 나무 위로 올라가 모습을 숨겨 버렸다. 그를 눈으로 좇기 위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시선을 위로 향하는데,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 황제의 연못 | 인스티즈


  “……우와.”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파랗게 빛나는 연못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풍경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지만, 갖가지 꽃과 버들로 둘러싸인 연못의 모습은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부셨다. 어느덧 다람쥐의 존재마저 잊은 채 잔잔히 빛나는 연못 쪽으로 다가가는데,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이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허름하고 초라한 비석 하나가 연못 옆에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의 사연이 담긴 비석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온 정신을 압도하는 그 숲의 신비한 힘에 이미 이성을 잃은 나는 겁 없이 비석 앞으로 다가가 그에 새겨진 글씨를 찬찬히 읽어나갔다.


「마지막 날까지 조국을 그리워한 대한제국의 황태자, 여기에 잠들다


  “마지막 날까지…… 조국을 그리워한…… 대한제국의 황태…… 뭐?”

  그 문구에 따르면 이곳에 대한제국의 황태자가 묻혀있다는 것인데, 그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여기는 일본이고, 우리의 역사 속 인물이, 그것도 한 나라의 황태자가 이런 곳에 묻혀있을 리 없잖아? 하지만 일본에 세워진 비석의 묘비명이 한글로 되어있는 걸 보면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순간 여러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 모든 질문에 답을 내리기도 전에 나는 다시금 싱그러운 수풀이 주는 황홀한 내음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기분 좋은 향기에 홀려 티 없이 맑은 연못에 허리를 숙여 얼굴을 비춰보는데, ‘퐁당!’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도토리와 함께 연못의 표면이 수많은 동심원들로 가득해졌다. 잔잔하던 연못에 파장이 일던 그 순간, 잠시 헛것을 본 것만 같은 착각.

  분명 나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건만, 일렁이는 물결에 비친 찰나의 모습은 어딘가 많이 달라 보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연못의 표면에 정신없는 물결이 일던 탓이었겠지만, 아니, 그래야 했겠지만, 분명 내가 여행을 떠날 때 입고 있던 하얀 옷 대신 빨간 비단옷이 스쳐 간 듯했고, 머리에도 생전 처음 보는 족두리에……. 물론 내가 잠시 혼란을 겪은 탓이겠지만 주인 모를 묘지의 묘비명을 읽은 뒤라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주위를 살피다 그 숲으로 들어왔던 기억을 더듬어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나가려는데, 나의 마음이 변한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 그곳을 처음 발견하고선 느꼈던 설렘과 황홀함 대신 정확한 까닭 모를 쓸쓸함과 음산함만이 남아있는 듯했다. 마침 울린 전화벨에 정신을 차리고서 일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 뒤로 자주 꾸게 되는 대한제국 황실의 꿈과 깨고 나서의 울렁이는 기분을 생각하니 그때의 여행이 보통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의 황태자. 정체 모를 그 숲에서 본 묘비명에서의 황태자는 내 꿈에서의 태자라는 사람과 동일한 인물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는 어떠한 한을 간직하고 있길래 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들어선 뒤에도 이렇게나 슬픈 영혼으로서 세상을 떠돌고 있는 것일까. 사실 그 모든 사연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일에 걸쳐 꾼 그의 꿈을 통해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의 나라를 대했으며 자신의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불어 그가 자신의 여인에게 얼마나 지극한 사랑을 베풀었는지까지도.

  그동안의 꿈을 종합해보자면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폐하, 무슨 고민 있으십니까? 근심이 가득해 보이십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나의 사람과 나의 나라가 안전하길 바랄 뿐이지.”
  “…….”
  “날이 많이 늦었다. 이제 그만…….”
  “……저도 이제 다 컸습니다. 자랑스러운 대한제국의 황태자로서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던 늦은 밤이었다. 삼경이 지날 때까지도 잠들지 못하는 대한제국 황제의 잠자리를 찾은 황태자는 제 아버지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그러니 괜한 일을 벌이지 말고 안전하게만 있거라. 너에게까지 무거운 짐을 지우고 싶지 않구나.”
  “짐이라니요. 그저 도움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결국 일본으로 가겠다는 말을 하러 온 것이냐? 고작 그따위 말을 하러? 분명 너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 말했을 터인데.”
  “저도 이 좁은 궁 안에 갇혀 지내는 생활은 그만하고 실질적인 일들을 해내고 싶어요. 아무리 상황이 불리하다 해도 한 나라의 황태자에게까지 해를 입히진 못할 겁니다. 그러니 제가 일본으로 가서…….”
  “안 된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안 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잃는 실수는 범하고 싶지 않구나.”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일본이라는 국가의 이름. 황제는 이러한 상황이 낯설지 않은 것 같았다. 이미 여러 차례 불허한 사안인데도 포기하지 않고 허락을 받아내려는 태자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 듯한 황제의 얼굴이 꿈속을 스쳤다.

  “외교권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 정세가 중요한 시점이에요. 이럴수록 제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신을 보낸다 생각하세요. 제가 가서 새로운 학문도 익히고, 그곳 상황도 파악해가며 외교를 정상화하는 데 이바지하겠습니다. 폐하께 걱정을 끼쳐드릴 일은 만들지 않을게요. 저들도 저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거고요.”
  “……그곳으로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한 것이냐.”

  계속되던 황제의 거절에 숨어있던 속내가 드러나던 순간이었다. 대한제국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끝까지 숨기고 싶은 사실이었지만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점에 대한제국의 황태자가 일본으로 건너간다는 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임이 틀림없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태자가 일본행을 이렇게나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은 태자 또한 그만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압니다. 하지만 그건 최악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상황이라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저는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제 조국 대한으로요.”
  “어찌 그리 확고한 뜻을 가지게 된 것이냐…….”
  “부끄럽지 않은 황태자가 되고 싶어요. 겁쟁이처럼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는 것에 안도를 느끼는 그런 태자가 아니라, 어디서든 폐하의 나라를, 또 제 나라를 지키는 떳떳한 태자가 되고 싶습니다.”
  “…….”

  황제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결연한 자세로 말을 이어가는 태자의 말에 결국 백기를 든 모양이었다. 자신의 나라만큼이나 지켜내고 싶은 귀한 자식이었지만, 자랑스러운 대한제국의 황태자로서 자신의 앞에 선 아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부디 허락해주세요. 제가 이 세상에 두 발 디디고 서 있는 한, 그 누구도 나라를 지키려는 제 의지를 꺾진 못할 겁니다.”
  “……태자비는. 태자비와는 말을 해 본 것이냐. 네가 떠나면 홀로 남게 될 그 아이 생각은 해보지 않은 것이야?”
  “이미 이야기를 끝내고 오는 길입니다. 제가 먼저 일본으로 떠난 뒤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태자비도 저를 따라 일본으로 거처를 옮기게 될 거예요.”
  “어찌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이냐. 그러다 그 아이까지 위험해지는 수가 있어!”
  “그 아이도 저만큼이나 대한을 사랑하니까요. 대한제국 없이는 저도, 그 아이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일본에 가서 우리 대한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한 나라의 태자와 태자비가 해야 할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해요.”

  자칫하면 일본에 볼모로 잡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태자는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새 아내인 태자비까지 설득하고 만 걸 보면 그가 대한을 얼마나 사랑한 태자였는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그 누구도 그를 불신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따랐으며, 그가 안전하기만을 바랐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나라를, 그리고 자신의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은 한 나라의 황태자였다.

  “……걱정이 앞서는구나. 너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야. 그들이 너희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히지 못한다 해도 언제 어떻게 너희를 볼모로 이용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걱정 마십시오.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제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나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걸요.”

  그렇게 아침이 오는 줄도 모르고 이어지던 황제와 황태자의 대화가 있던 날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태자의 일본행이 확정되었다. 황실 사람들은 전부 태자의 안위를 걱정했지만, 태자 본인만큼은 조금도 겁이 나지 않는 듯 용감한 태도를 일관했다. 아마 자신을 걱정할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였겠지. 태자가 일본으로 떠나던 마지막 순간, 내내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던 황태자비가 끝내 말을 흐리며 그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전하…….”
  “그대는 또 어찌 이리 울상인 것이냐. 곧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내 잊지 않은 것을.”

  그리고 곧이어 등장한 황후까지.

  “태자.”
  “아, 어머니.”
  “몸 건강히 다녀오거라.”
  “걱정 마세요.”
  “……그곳에서도 조국을 잊지 말고.”
  “……그럼요. 몸은 떠나지만 제 나라는 이곳 대한뿐인걸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울먹이는 황태자비를 달래며 마지막까지 태연한 모습을 잃지 않던 태자의 음성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한 나라의 황태자라는 칭호 아래 언제나 의젓한 모습만을 고집해온 태자였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한없이 어린 아들일 뿐이었다.

  “전하……!”

  무거운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옮기며 궁궐을 빠져나가는 태자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너나 할 것 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태자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허공을 떠도는 그들의 외침은 죽은 영혼을 기리는 까마귀 떼의 울음 같았다.

  그렇게 태자가 일본으로 떠난 뒤, 대한제국의 정세는 하루하루 눈에 띄게 불안해졌다. 일본에서는 툭하면 황제와 황후를 위협해가며 저들의 힘을 과시하기 바빴고, 서양 열강과 청, 그리고 일본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대한제국으로서는 손해가 되는 조약일지라도 나라의 이름만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눈치껏 체결하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일단 나름의 계획과 함께 신하 몇을 데리고 일본으로 거처를 옮긴 태자였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 나라의 태자이니만큼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동경의 중심에 위치한 성에서 겉으로는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며 목숨을 이어갔지만, 결국엔 그뿐이었다. 삼엄한 경비 아래 태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성 외곽의 정원을 가꾸는 것 정도에 한정되어있었고, 태초에 그들의 정보를 캔다거나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건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떠올려보면 내가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이끌리듯 마주했던 그 숲이 바로 그 정원인 듯했다. 태자비의 일본행이 좌절되었다는 전보를 들은 뒤 하루하루 그녀를 그리워하며 태자비가 좋아하던 꽃들을 구해다 연못 주변에 심어두는 취미를 가지게 된 그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하룻밤 꿈속에 등장한 흐릿한 기억이라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걸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구라 치부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방학을 앞두기도 했고, 이대로는 나 또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도쿄로 떠나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기어코 그 숲이 가진 비밀을, 꿈속의 태자가 가꾼 것으로 짐작되는 그 정원과 연못의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방문했을 때처럼 성의 외곽에는 여전히 인적이 드물었다. 다람쥐가 나를 이끌던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숲의 입구를 찾아내고 나니 황태자의 연못까지 이르는 길은 그때보다 몇 배는 수월했다. 여전히 맑은 연못과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 그리고 그 옆에 세워진 여전히 쓸쓸하고 음산한 비석.


「마지막 날까지 조국을 그리워한 대한제국의 황태자, 여기에 잠들다」


  “결국엔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거구나…….”

  처음 왔을 땐 알지 못했던 그간의 사건들을 꿈에서 마주하고 난 뒤 그 묘비명을 찬찬히 곱씹으니 그 짧은 묘비명이 그렇게 슬프게 들려올 수가 없었다. 평생을 호화롭게 살아갈 수도 있었던 황태자의 지위를 내려놓고선 타국에서 한참을 방황하다 생을 마감한 태자의 생이 눈물겨워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비석을 만지려던 순간,

  “……정말이네.”

  어디선가 들려온 낯설지만 부드러운 목소리.

  “……누구세요?”
  “어디를 보고 말하는 거야. 난 이쪽에 있는데.”
  “…….”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눈 앞에 펼쳐진 꿈속 그의 모습.

  “와줄 줄 알았어.”
  “…….”
  “내내 기다렸거든.”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한 순간, 그동안의 꿈들이 주마등 스치듯 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행복하던 황실에서의 한때부터 성년이 되던 해에 있던 그의 결혼식과 조국을 떠나던 그의 마지막 모습까지. 환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바라보는 지긋한 눈빛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내가 고개를 돌려 그와 나의 옆에 위치한 연못을 바라보니, 거울처럼 투명한 그 연못에 비친 나는 다홍빛 비단으로 지어진 홍원삼을 입은 모습이었다. 꿈속에서 본 황태자의 결혼식 날 태자비가 입고 있던 것과 완벽히 일치하는.

……나는 태자비의 환생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귀신에 홀린 것도 같고, 아름다운 수풀에 정신을 잃은 것도 같지만 여전히 뇌리를 떠나지 않는 그날의 기억. 내가 그 연못을 통해 나의 전생을 마주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나에게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며, 나는 그저 내가 살던 방식 그대로 살아가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신경이 쓰이는 걸 막을 길은 없었다. 나는 누구인 걸까. 나의 전생이,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의 전생이 나를 그곳으로 인도한 것일까.

  또 며칠이 흐른 어느 날, 뉴스에서 대한제국 황태자의 묘를 국내로 이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후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진 성과라며 성대하게 꾸며진 그의 새로운 묘를 보도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한없이 들떠 보였다. 새로이 그의 묘를 꾸미는 과정에서 그의 묘비명에도 수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태자의 유언대로 묘비명을 한글로 새기되, 마찬가지로 후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한 줄을 추가하기로 했다는 것이 수정의 내용이었다. 묘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지기는 하지만, 그가 생전에 즐겨 거닐던 정원의 모습도 그대로 재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추가적으로 들려왔다. 그가 조국에 남겨진 태자비를 떠올리며 공들어 가꾼 정원인 만큼 묘비 옆에 위치하던 연못도 원모습 그대로 복원했다고 했다.

  어딘가 허전한 마음에 관련 뉴스를 이것저것 찾아보기는 했지만 차마 그곳에 방문할 용기까지는 내지 못하고 있던 날들이 계속됐다. 머리로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이어졌지만, 막상 그곳을 다녀오고 나면 또 어떤 복잡한 마음들이 나를 괴롭힐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홀로 간직한 채 내적 갈등을 빚던 것도 어느덧 한 달째. 작은 용기를 내 태자의 새로운 묘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그가 대한제국의 운명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로 한 것에 비하면 나의 다짐은 용기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부끄럽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세상 어느 유적지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깔끔하게 정돈된 그의 묘와 그 주변의 아름다운 정원은 소풍을 나온 아이들의 완벽한 놀이터로서 취급되었다. 한 왕조의 마지막을 간직하고 있는 하나의 유적이 결국 일반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현실이 씁쓸하긴 했지만, 나 또한 그를 꿈에서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해맑게 뛰어노는 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시민에 불과했을 거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크게 한 번 숨을 고른 뒤 그의 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일본에서 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문구 하나가 추가되어 조금 길어진 그의 새 묘비명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날까지 조국을 그리워했으며
누구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했던 대한제국의 황태자, 여기에 잠들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가 잠든 자리. 생을 마감한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불운한 태자의 넋이 깃든 자리에 내가 서 있다.


  ‘전하, 들리십니까. 대한을 떠난 지 백 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조국의 땅으로 돌아온 기분이 어떠신지요. 저는 새로운 생을 얻어 다시금 대한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전하가 그토록 사랑하시던 대한은 조국을 지켜내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강인한 정신을 되찾았습니다. 전하 없는 전하의 나라에서 근심 없이 살아가던 제 자신이 송구스러울 따름이에요. 너무 늦게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이제는 부디 조국의 품 안에서 평안하세요.’


  더할 나위 없이 푸르른 여름이었다. 묘지 옆의 연못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 황제의 연못
Fin.





  Epilogue /

  광무 9년 1905 乙巳(을사) 2월, 대한제국 덕수궁
  - 을사늑약 체결 9개월 전

  “이번에 가시면 언제 돌아오십니까?”
  “나야 정확히는 모르지. 올해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내년쯤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아……. 외로우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십시오. 곧 전하를 따라 일본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꼭 그래야 한다. 내가 너를 기다릴 테니.”
  “그럼요. 너무 늦지는 않을게요.”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너를 다시 만날 날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와! 여러분 안녕하세요!
++ 글 속 민현은 결국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비극적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결국 그가 황제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제목을 '황제의 연못'이라 붙이게 되었습니다:)

즈믄이의 생존신고

늦지 않게 새 글로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반년씩이나 모습을 드러낸 못난 작가 즈믄입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꼭 이뤄내고 싶은 목표들이 있어서 현생에 조금 집중하느라 여러분들께 다시 제 글을 보여드리는 일이 이렇게나 늦어졌네요. 늘 쓰고 싶었고 보여드리고 싶었던 글이에요. 결과적으로는 역사나 잔뜩 왜곡해버린 개똥망글이 되었지만 이제라도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너무 기쁩니다!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여전히 저를 기억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요ㅠㅡㅠ 잘 지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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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쾅)즈믄님...제이드입니다...저가 지금 가족들이랑 노래방에와서...이따 얘기해요 더 ㅠㅠ
5년 전
즈믄
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알신이 안 갈까봐 걱정했는데 알람을 받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천천히 오세요💓
5년 전
독자2
즈믄님 루뜨린입니다...저는 지금독서실이라 이따.남길게요 기다려주세요!!!!!
5년 전
즈믄
헐 루뜨린님!!!!!!!!!!!! 독자님들 바쁘셔서 이따가 온다고 하는 거 왜 이렇게 귀여우시냐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곧 만나요!!!
5년 전
독자8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직 독서실이지만 죠큼 쉴래용큼큼 오늘 글 제목부터 넘 예뻐서 설렜는데 작가님 특유의 필체가 느껴지는 글이라 더 좋았어요 브금도 중간에 짤도요! 그리고 태자님이 민현이라 더 좋았어요ㅋㅋㅋㅋㅋㅋ요즘 날씨가 서늘서늘 살랑살랑 초록기운이 많이 느껴지는데 글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어서 넘 좋았답니다 ˃̵͈̑ᴗ˂̵͈̑ 오늘도 예쁜 글 감사해요!ㅎㅎ 완전 힘든 하루 끝 소중한 작가님 언제든지 오셔요 제가 예쁜마음으로 한글자한글자 꾹꾹 눌러담아 읽을게용💖
5년 전
즈믄
왜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독서실에 계신 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쉬면서 하세요 쉬면서!!! 저만의 문체가 있다는 말은 언제나 듣기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들린달까요...? 그만큼 루뜨린님이 제 글을 많이, 또 좋게 읽어주신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하구요💞 요즘 딱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직전의 초여름 날씨라 너무 쾌청하고 좋은 것 같아요! 계속 글을 미뤄오면서도 이런 계절이 지나기 전에는 꼭 완성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라도 올리게 되어 다행이네요. 언제든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래 봐요 우리💙🖤
5년 전
독자3
꺄아악 ㅠㅠㅠ 저는 구독명...? 아 암호닉은 없지만 ㅠㅠ 독방에서도 사랑고백을 했던...새럼 입니다ㅠㅠㅠㅠㅠ 오랜만에 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 으어 ㅠㅠ 밖이라 빨리 읽고싶어요💙🖤
5년 전
즈믄
독방에서라면 남편찾기를 함께 달려주셨던 분일까요오?! 필기밤님이신가...? 아무튼 와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지요ㅠㅠㅠ 너무 오랜만에 쓴 글이라 제 성에는 안 차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년 전
독자4
앜ㅋㅋ 남편찾기 같이 달렸어요!! 필기밤은 아니구요... 필기밤의 정성에 비하면 제가 한참 부족쓰...jnj 희희 좀이따가 다시 오겠습니다!!!
5년 전
즈믄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기밤님은 밑에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하지만 반가운 건 변함없다구요!!! 천천히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당:D
5년 전
독자5
안녕하세요 즈믄님 ㅜㅜㅜ 제가 바로 남편찾기 필기밤입니다 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 혐생 살다가 집와서 씻고 나온 사이에 알람 받았어요 우아아아ㅏ아아아앙 ㅠㅜㅜㅜㅜㅜㅜㅠㅠㅜㅜ 심장이 어찌나 뛰던지..... 경건한 마음으로 읽고 오겠습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드리구, 저 잊지않아주셔서 감사해요🖤
5년 전
즈믄
진짜 필기밤님이 나타나셨다...!! 지난번에 신알신 신청하신다고 하셔서 '필기밤님 다시 만나려면 얼른 글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써온 글이랍니다! 필기밤님께는 처음으로 울리는 새 글 알람이었을 텐데 너무 정신없이 쓴 글이라 실망하실까 두려워요,,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5년 전
독자6
으아앙 즈믄님 저 진짜 글 읽고 찐눈물 흘렸어요... ㅠ 결국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지 못한 체 일본에서 눈을 감았고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ㅠㅠ 민현이 생각하면서 읽으니까 몰입이 더 잘 되서 그런거 같아요😭 저 글 읽으면서 잘 안 우는 데.. 진짜 여운도 많이 남고 가슴이 찡하게 울리는 글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 즈믄님!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즈믄님 글 많이 많이 사랑할꺼에요💙 즈믄님 덕분에 오늘 하루 잘 보낼 수 있을거 같아요! 즈믄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5년 전
즈믄
헉 필기밤님 오늘은 종이에 필기하시는 대신 이렇게나 긴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정말로 눈물을 흘리신 건가요...? 제 글이 뭐라고 필기밤님을 울린 건지ㅠㅠㅠㅠㅠㅠ 그저 역사 왜곡만 너무 많이 해버린 똥망글을,, 시대극은 처음 써봐서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도 됐는데 재밌게 읽으셨다니 너무 다행이에요ㅠㅠㅠ 저도 오랜만에 필기밤님을 만나 너무너무 반갑고 기뻤습니다! 하루 남은 주말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시길 바라요💕
5년 전
독자7
작가님 저도 왔어요💙🖤 다봄입니다ㅎㅎㅎ 그동안 바쁘셨구나ㅠㅠㅠ 고생 많으셨어요❣작가님 글은 오랜만에 읽어도 재밌네요😆 황태자 민현..최고에요.. 종강하고 시간도 많으니 이제 작가님 글 정주행이나 할까봐요!💙 천천히 기다리고 있을테니 가끔씩 소식 들려주세요🖤
5년 전
즈믄
종강 좋죠 종강종강!!! 아니 왜 다봄님의 소중한 종강을 제 글 따위로 날려버리려 하시는 건가요... 훨씬 생산적인 일을 하시며 시간을 보내길 추천드립니다..... 아무튼 곧 온다 해놓고 너무 늦게 왔는데ㅠㅠㅠ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다봄님 많이 그리웠다구요~~💙🖤
5년 전
독자9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자까님 다미입니다💙🖤 현생때문에 많이 바쁘셨군요 끄흐흡..jnj
황태자 미년...ㅠㅠㅠㅠㅠㅠㅠ 최고죠 산랑해 미년 황태자님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요즘 우리원 떡밤 챙기고 현생 챙기느라 너무 바빴어요ㅠㅠㅠㅠ 바쁜 와중에도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즈믄
다미님~!~!!~!~!! 제 현생 좀 치워주세요,, 다 제가 벌여놓은 일이긴 하지만 너무 바쁘고 힘들고... 껄껄 인생이 다 그렇죠 뭐~~ 저는 요즘 떡밥을 거의 못 줍고 있다가 어제 인티에 들어온 김에 열심히 주워봤는데 제가 모르는 뭔가가 많더라구요... 새삼 슬펐고..... 아무튼 이렇게라도 다미님을 다시 만나서 너무 기쁘네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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