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느 날 갑 자 기 주 인 님
8. 고양이 좀 부탁합니다 사실 저 겁이 많아요. 그런데 롯*월드 같은 데 가면 무조건 무서운 기구만 취급하고요, 공포 영화도 엄청 좋아해요. 겁에 질린 상황이 좀 짜릿하잖아요? 변태 같다고요? 참 나. 겁이 나요. 이러다 헤어질까 겁이 나요. 이런 겁은 좋지 않아요. 우키랑 서먹해졌어요. 전처럼 윈윈이를 쏘아보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저한테 대놓고 투정부리는 것도 아니에요. 뭘해도 밍숭맹숭해요. 미적지근한 관계가 얼마나 찝찝한지 아시죠? 우키가 체념한 것 같아요. 제가 여러 번 말해서 자기도 알아요, 윈윈이를 내쫓는 건 너무 매정한 일이라는 거. 그런데 또 질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고. 그 딜레마 속에 빠져서 못 헤어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놓아버릴까봐, 나를. 그게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결말이에요. "윈윈아." "네." "왜 안 자." "자요." "그래. 잘 자." "네, 누나도 잘 자세요." "우키야." "..." "우키야, 자?" "..." "우키 잘 자..." 알아요. 불 다 꺼진 방 안이라도 우키가 자는 지 자는 척하는 건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어요. 셋이 같이 자기 시작한 뒤로 나름 공평하게 애정을 나눈답시고 우키의 팔을 베고, 윈윈이의 손을 잡고 잤었는데 이제 우키는 저를 등지고 누워요. 우키 몸 위에 손을 올리면 잡아서 떼어내버려요. 예전 같았으면 허리 살살 쓰다듬으면 간지럽다고 배냇웃음 지으며 숨막히게 안아줬을 텐데 미동도 없고요. 때때로 밉고, 화가 나고, 때때로 미안하고, 속상해서 가슴이 멍이라도 든 것처럼 욱씬거려요. 내쳐진 기분이에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거 정말, 정말 두려워요. 몇 날 며칠 잠을 못 잤어요. 퀭한 몰골이 말이 아니에요. 잠 못드는 밤을 아깝게 흘려보내지 말자 싶어 그 시간에 우키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봤어요. "누나 얼굴 이상해요." "응? 뭐가 이상해, 윈윈아?"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있던 윈윈이가 게임 속에서 사망을 하고 난 뒤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동안 저의 안색을 살폈어요. 주말이라 밀린 집 청소를 하고 있다가 잠시 청소기 돌리던 걸 멈추고 물었어요. "누나 얼굴 바닥 같아요." 참고로 저희 집 바닥은 #EEE3C3 색이에요. (^^) 피로가 누적 됐더니 그게 얼굴 드러났나봐요. 윈윈이 되게 똑똑하죠. 비유도 할 줄 알고... 기운이 없어서 큰 반응은 못 해주겠고, 그냥 웃어만 줬어요. 비밀번호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분리수거를 하고 온 우키가 들어왔어요. 보통 같으면 저한테 칭찬 해달라고 안겨들고, 손부터 씻으라고 뭐라 하는 게 저랑 우키였는데, 눈 한 번 마주치고는 화장실로 쌩 들어갔습니다. 우키를 쳐다보고 있던 윈윈이가 문이 닫히자마자 말했습니다. "쟤 왜 화났어요?" "쟤 아니고 형." "..." "형아 해 봐, 우키 형." "..." "짜요짜요." "우.키.형." "냉장고에서 하나 꺼내 먹어." 신나서는 뽕실뽕실한 머리가 방방 띄워질 정도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짜요짜요를 입에 무는 윈윈이었습니다. 우키가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청소가 끝났습니다. "우키야, 간식 먹을래? 너 좋아하는," 아까처럼 대꾸는 없이 눈질 하고는 옷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문도 닫고요. "우키 형 화 많이 났나봐요." "...그러게." 다행히 잠그지는 않아서 슬며시 머리를 들이밀었습니다. 고소한 냄새를 나보다는 몇 배는 더 예민한 코로 이미 맡았을 거예요. 우키를 방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계책이었습니다. "우키야, 누나랑 얘기 좀 해." 마음을 어찌나 굳게 먹었는지 내 말에 콧방귀를 끼고는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습니다. 그 옆에 털썩 앉아 흔들었지만 꿈틀거리며 손길을 뿌리쳤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그 거대한 덩어리를 끌어안으며 달래기를 시작했습니다. "우키 네 맘 모르는 거 아니야. 알고서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건 더더욱 아니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변한 것도 아니야. 우리 우키도 누나가 필요한데 항상 윈윈이 먼저 챙기고, 형이니까 양보하라 그러고, 우키 잘못 아닌데도 혼내서 미안해. 누나가 진짜 나빴다, 그지? 어휴, 나빠, 때찌해야 돼, 나빠, 나빠." 하고 입을 때리는 시늉을 하며 실제로는 무릎을 탁탁 쳤습니다. 소리만 듣고 이불을 홱 걷은 우키가 달려들어 때리지 말라고 두 손목을 꽉 붙잡았습니다. "아프면 안 돼." "그래. 안 되는데 우키가 누나 마음 아프게 하잖아." "아니거든." "맞거든? 대놓고 무시하고 그러셨잖아요 황욱희씨." 끄응. 우키가 입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게 앙다물었습니다. 씨, 이와중에 왕 크니까 왕 귀여워. "나도 잘못했고, 너도 잘못했고, 우리 둘이 쌤쌤이니까 뽀뽀로 화해하자." 하고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내밀었습니다. 요 며칠 뽀뽀를 안 했더니 입술이 건조해서요. 그래도 자존심이 꺾이지 않았는지 뽀뽀대장 황우키가 스킨쉽에 미쳐 사는 그 황우키가 머뭇거렸습니다. "우! 안 해줄 거냐구우." "애기가 안 갔어." 갑자기 애기 소릴 내뱉길래 어리둥절 해져서 고개를 돌리니까 활짝 열린 문 앞에 윈윈이가 서 있었습니다. 수습을 하려고 일어나 윈윈아,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하고 설명을 하려는데 제 말을 싹뚝 자릅니다. "나 바보 아니에요. 둘이 뽀뽀 마저 해요. 식탁에 음식은 윈윈이 먹어요." "어어! 그래, 그래." 꼬마 경찰에게 현장을 발각 당한 기분 입니다. 센스 있게 문까지 닫아주며 손을 살랑거리길래 고마워~ 하고 따라서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달칵, 거리며 문이 닫히고 우키가 허리를 끌어안았습니다. 가슴에 얼굴을 박고 비비적거리길래 어깨를 밀어 떼어내고는 얼김에 넘겨버린 뽀뽀를 재차 요구했습니다. "부끄러워." "내숭 떨지 마." "뽀뽀로 되겠어?" 부끄럽다며 헤실거리더니 금방 눈빛부터 돌변해서는 잡아먹을 듯이 굴었습니다. 이거거든. 거칠고 힘 좋은 애인 이런 맛이걷, 어휴 너무 밝혔죠. 제가 세상을 밝히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큼, 좌우지간. 한 번 붙은 입술은 떨어질 생각을 않았습니다. 우키가 갈 곳 잃은 제 손을 발견하고는 윗 입술, 아랫 입술을 번갈아 아프지 않게 뜯어 물면서 자기 목에 팔을 감도록 유도했습니다. 무게중심은 자꾸만 기울어지고, 충분히 버틸 두툼한 허리를 가졌으면서 우키는 쉽게 뒤로 누웠습니다. 우키 위에 있는 건 나인데 느낌 상 우키가 제 위에서 절 뭉개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좋았다는 말이에요. 생각보다 화해의 뽀뽀가 길었는지 우리 고영님이 정중히 문을 두들겼습니다. 최근에 나 옷 갈아입을 땐 문을 두들기고 들어와도 되는지부터 물어봐라, 를 가르쳤더니 학습 효과가 드러납니다. "너무 길어요. 잘라요." 캇-트 하랍니다. 아쉬워하는 멈무의 얼굴을 짜부라트리며 붕어처럼 튀어나온 입술에 마지막으로 쵹쵹 입 맞춰주고는 떨어졌습니다. "우키야, 우리 여행 가자." "여행?" "응. 너랑 나랑 둘이."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심을 세웠습니다. 황제제 황우키 화해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라구요. "윈윈이는?" 기특하게도 우키가 윈윈이부터 말을 꺼냈습니다.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해주며 나름 생각한 방안을 얘기했습니다. "누구한테 잠깐만 좀 맡기려고." "에이..." 연속되는 의외의 반응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형제애가 깊어졌니. 미운 정이 들었나봐요. 걱정 말라며 이해심 깊은 적임자가 있다고 차근히 일러주었습니다. 아직 그 사람은 모르고 있는데 말이죠, 아마 도와줄 거예요. 그래야만 해요! 제제: 오빠, 제가 고양이 한 마리를 임보중인데요. 이름은 윈윈이고요. 선배에게선 바로 답이 날아왔습니다. 전화로요. 텍스트로 전하기에는 침착할 수 없었나 봅니다. "제제야, 이게 무슨 소리야?" "선배... 윈윈이 착하고 순해요." "솔직히 말해줘 마음의 준비 좀 하게. 평범한 고양이 아닐 거잖아." "윈윈이 예쁘고 귀여워요. 말도 잘 들어요. 그리고 짜요짜요 좋아해요. 마음 말고 물질적으로 준비하면 될 것 같아요." "제제야..." "고마워요, 선배!" 사실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은 몰랐어요. 몇 날 며칠 석고대죄 좀 해야 나와 눈 맞춰주겠거니 했는데 우키는 예상을 깨고 금방 저의 귀여운 댕댕이로 돌아왔어요. 제가 먼저 진심을 가지고 다가와주길 기다리고 있었을 지 몰라요. 그 생각을 하니 주책맞게 눈물이 나네요. 다시 껌딱지로 돌아온 우키를 옆구리에 끼고 방 밖으로 나왔습니다. 리모컨 마스터 윈윈씨는 무상한 표정으로 누워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고 있고요, 우키는 배고프다며 식탁 앞에 앉아서 칭얼거렸습니다. "윈윈이 밥 왜 이렇게 조금 먹었어? 이리 와." 음식들 다 자기 거라더니 맛만 슬쩍 본 건지 뭔지 별로 줄지도 않은 양을 보고 윈윈이를 불렀습니다. "배불러요." "이리 와. 티비 끄고 와, 윈윈이. 형아 앞에 앉아." 식은 밥과 반찬을 다시 데우면서 야단치는 어조로 윈윈이를 부르자 입을 삐죽 내밀며 왔습니다. "다섯 숟가락만 더 먹어. 맨날 짜요짜요만 먹으니까 몸에 힘이 없지. 얼른, 앉아서 밥 다섯 번 퍼먹는거야~ 알겠지?" 먹기 싫어서 죽상인 윈윈이 옆에서 한 번, 두 번 하고 숫자를 세주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키가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엄마랑 아기 같다." "우키가 아빠 할 거야?" 다정하게 흘리던 눈빛이 돌연 변하더니 정색을 짓습니다. "쟤는 고양이라서 우키 아들 할 수 없어." "그래..." "나 다 먹었어요. 이제 세상에 나쁜 고양이 없다 봐야 돼요." 잠시 한눈 판 사이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본인은 다 먹었다고 주장하는 윈윈이가 자리에서 튀어나가 텔레비전 앞으로 갔습니다. "우키야, 있잖아." "왜 작게 말 해?" 윈윈이를 선배에게 맡기고 너랑 나랑 짧게 여행을 다녀올 거라는 말을 하려고 소곤거렸는데, 우키가 눈치 없이 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순간 윈윈이의 눈치를 보면서 우키의 입을 틀어막고 노려보았습니다. "윈윈이를 잠깐 영호 오빠한테 맡길거야." "으응?" "비밀이야. 알겠지? 윈윈이한테는 누나가 잘 말할게." 입이 막힌 우키가 머리만 까딱거렸습니다. 동그란 눈알을 윈윈이가 있는 쪽으로 굴리더니 저를 보며 눈웃음 지었습니다. "누누." "응?" "눔..." 우키가 자기 입을 막고 있는 손을 가리켰습니다. 잊고 있다가 미안하다며 확 뗐습니다. "제제랑 나만?" "응." "어디로?"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산!" "바다 갈거야." 왜냐하면 제가 산을 싫어하거든요. 돈은 저한테 있잖아요? 제 말에 우키 입이 불퉁하게 튀어나옵니다. "나 없는 산이 좋아, 나 있는 바다가 좋아?" "바다!" "그렇지? 그래~" 우키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니까 기분 좋다고 이리저리 비비적 거렸습니다. 그나저나 식사하는데만 몇십 분이 걸리는지 참. 애들 밥 먹이기가 제일 힘듭니다. 우키를 사랑으로 달래놓고(=옷방으로 보냄) 오늘은 윈윈이와 단둘이 자기로 했습니다. 짐작 가는 게 있는지 암말 않고 제가 잘 준비를 한답시고 움직이는 걸 이리저리 눈으로 쫓았습니다. "윈윈아 누나 팔 베고 자자." 한쪽 팔을 쭉 뻗고 옆을 탁탁 치니까 순순히 들어와 누웠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까 허리에 팔을 두르고는 가슴팍에 파고들어옵니다. 껴안고 자는 건 줄곧 우키의 애착 자세였는데, 형이 제 품에 안겨 자는 게 내심 부러웠나 봅니다. "윈윈아. 누나가 할 얘기가 있어." 노란 빛의 무드등만 약한 밝기로 켜놓고 있었습니다.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윈윈이가 저를 올려다 봤습니다. 그림자 진 눈꼬리가 아래로 길게 처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안 해요. 하지 마세요." "말 하지 말라구?" "네." 윈윈이가 대답하며 내리고 있던 손을 들어 제 입을 막았습니다. 입술을 쭉 내미니까 간지러운지 웃으며 금방 떼버립니다. 말을 해야 하는데, 윈윈이 마음이 최대한 상하지 않게, 말을 해야. 막상 순한 눈빛을 보니 속에서 울컥하는 게 있었습니다. 미안하고, 죄 짓는 기분. 하지만 오늘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꺼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윈윈아, 누나랑 우키 형이랑 둘이 여행을 가려고 해. 여행이 뭔지 알아? 잠깐 이 집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놀러갔다 오는거야." "네." "너도 가면 좋겠지만 누나랑 형이 윈윈이를 데리고 가지 않는 이유는, 음, 뭐라고 하면 좋을까, 누나랑 우키 형이랑은 엄마 아빠 같은 사인데, 요즘 사이가 안 좋아져서... 윈윈이도 느꼈지? 우키 형이 누나 막 무시하고 그랬던 거." "누나. 나도 알아요. 나 귀도 좋아서 잘 들었어요." "아..그래? 뭐, 뭘 들었어?" "윈윈 두고 가는 거, 들었어요." 왜 내가 다친 것 같죠. 마음이 아파서 저만 지그시 바라보는 윈윈이의 작은 머리통을 끌어안았습니다. 윈윈이의 손이 제 등을 토닥였습니다. 제가 윈윈이에게 해줬던 것처럼요. 그 손길에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우는 건 너무 주책이고, 눈에 힘을 줘 참았습니다. "누나, 우키 형 좋아요?" "우키가 날 좀 많이 좋아하긴 해." "누나는요." "나는... 나는, 나는 좀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어떡하지. 어떡하죠 저. 진짜 못났잖아요. 이렇게 예쁜 애한테 상처만 있는대로 다 주고 있잖아요. "누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이 생긴 사람 둘이 헤어질 때 이렇게 말해요. 고맙습니다." 큰일났다. 나 존나 나쁜 사람 됐다. 이 천사한테 무슨 몹쓸 짓을 한 거죠. 기어코 미안하단 말을 꺼냈습니다. 뭔지 아시죠. 내가 잘못을 저질렀고, 사실을 인정한다. 미안해, 미안해. 누나 잠든 사이에 화나면 발톱으로 막 할퀴어도 돼. 얼굴은 빼주면 고맙구, 미안해 애기야. "누나 울지 마세요." 저도 모르게 질질 짜고 있었나봅니다. 윈윈이가 손바닥으로 세수 시키듯이 벅벅 닦아주었습니다. "윈윈아, 영영 빠이 빠이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알고 있으면 안 돼. 세 밤만 자면 누나랑 우키 형은 다시 돌아올거야. 알겠지? 알겠다고 대답해줘." "네."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서 윈윈이가 눈을 맞추며 대답했습니다. 호기롭게 월차를 내고 금요일부터 일요일 까지 짧고 긴박하게 제주도를 가기로 했습니다. 월요일엔 지각을 할 예정인데 (절대 일요일 밤에 돌아올 생각 않음) 잘리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하고 있는 업무가 그다지 적성에 맞지도 않고, 여차하면 퇴사한다는 생각으로 다니던 터라 좀 막장이었습니다. 윈윈이와 선배는 목요일 저녁에 만났습니다. 저랑 우키까지 포함해서 다같이 밥을 먹기로 했어요. 나와 우키를 첫눈에 반하게 만들었던 고양이 모습으로 보게 해서 홀리게 만들자! 며 빨간 리본까지 목에 묶어서 간단한 짐꾸러미와 함께 만났습니다. 선배가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이거든요. 예상대로 얌전히 안겨있는 하얀 터키쉬앙고라를 보고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안아들었습니다. "네가 윈윈이야~? 너무 예쁘게 생겼다~" "예쁘죠? 윈윈이 잘 부탁해요..." "걱정 마. 내가 잘," 낯선지 버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하더니만 선배에게 잡혀있는 상태에서 윈윈이가 그만 변해버렸습니다. 맨몸으로 안겨있는 하얗고 건장한 소년에게 순식간에 깔려버린 선배가 잠깐 의식을 잃었습니다. 빠른 손놀림으로 짐가방에서 옷을 꺼내 윈윈이에게 입혀주고, 우키는 누가 오나 안 오나 주변을 경계하며 망을 봤습니다. 지하 주차장이 있는 건물이라서 다행이에요. 그나마 사람보다 차가 많잖아요. "이 사람 어떡해요?" 윈윈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습니다. "괜찮아. 잠깐 놀란 거야. 오빠! 오빠! 정신 차려봐요!" 정신이 들어요? 원을 그리고 쪼그려 앉아 선배를 내려다봤습니다. 몸을 흔드니까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 "아무 일도 아니었어요. 아무튼 간에 너무 고맙구, 우리 윈윈이 잘 좀 봐주세요!" 일어나려는 선배를 부축하며 손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혹시..이 친구가 아까 그 고양이야?" 예뻐 죽겠다며 핑크 젤리에 코를 박을 땐 언제고, 거리를 둡니다. 우키가 선배를 윈윈이 옆으로 옮겨놓고는 둘이 손을 잡게 했습니다. "형, 애기 잘 봐줘요. 쿠키가 부탁할게요." 우리 우키 언제 또 자라서 이렇게 의젓해졌지.
9. 너 나의 집사가 되어라
저와 우키가 없는 첫날 윈윈이는 고양이인 모습 그대로 온종일 있으면서 침대 밑에 들어가 왜웅왜웅 울기만 했대요. 그렇게 좋아하는 짜요짜요를 흔들어도 나오지를 않았답니다. 갑작스럽게 맡게 되었어도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데려왔는데 버티고 있으니 선배 입장에서도 참 당황스럽고 속상했대요. 윈윈이는 침대 아래에서 첫 번째 밤을 보내고, 선배는 그런 윈윈이를 달래보려다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잤는데 다음 날 일어나보니 자기 몸 위에 이불이 덮혀 있었대요. 거실에서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윈윈이가 사람 모습을 하고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티비 시청을 하고 있고요. 낯가림이 좀 풀렸는지 선배를 보더니 "저 밥 주세요." 라고 먼저 말도 했대요. 평소에도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곧잘 해먹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공들여서 많은 음식을 우다다 만든 건 처음이었다고 해요. 입에 맞는지 그릇을 깨끗하게 싹싹 비웠다는데 이눔 시키가 내가 밥 해줄 땐 그렇게 먹기 싫어 죽으려 하더니! 그렇게 둘째 날은 아침부터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우고, 놀이 공원에 데려갔답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한다고 여유가 없어서 윈윈이를 데려가봤자 마트 아니면 놀이터였는데, 선배는 프리랜서다 보니까 저보다는 좀 낫더라고요. 눈치 게임 실패해서 사람들 바글바글 할 때 가서 윈윈이가 무서워할까 봐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 외로 정말 잘 놀았다고 합니다. "너무 재밌어요." 하며 신나 했대요. 그 말에 탄력 받아 미친듯이 사진을 찍었다나봐요. 밤에는 한강에 갔대요. 거기서 치킨도 먹고 피자도 먹고, 운치 좀 즐기다가 드라이브도 했대요. 마지막 날에는 질 수 없다며 이른 아침부터 부산에 갔답니다. 가까운 곳으로 가지 뭣하러 부산까지 가;; 라고 나무라니까 윈윈이가 엄청 좋아했다고 여기서 살고 싶다고 땡깡도 작게 부렸다네요. 해산물도 엄청 잘 먹고요. 사진도 또 오질라게 찍고요. 저녁에는 영화도 봤다네요. 무려 4D로!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생각했는지 또 들어가서 보려고 해서 애를 좀 먹었다고 합니다. 찜질방에 가서 땀도 빼고 얼음방도 가보고, 대중 목욕탕도 이용해보고. 3일 동안 너무나도 알찬 시간 보내게 해준 선배에게 고마워서 큰 맘 먹고 한우를 사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선배가 괜찮다며 거절을 하더라고요. 한 두 번 괜찮다 하고는 말겠지 했는데 다섯 번이나 거절 당했습니다... 한우로는 부족한가. 그럼 어쩌고 싶냐니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윈윈이, 내가 데리고 살아도 될까?" 사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선배가 아예 윈윈이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해봤는데 막상 들으니 기분이 요상했습니다. 왜,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굴지, 내가. 제 표정을 살피던 선배가 자기가 정말 잘 돌볼 수 있다고, 윈윈이한테 같이 살면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좋다고 하더라며 어필을 했습니다. "진심이에요, 오빠?" "응. 윈윈이가 진짜 그랬다니까?" "아니, 그거 말고. 진심으로, 진지하게 윈윈이 데리고 살 마음 있냐구요." "응." 옆에 있던 우키가 제 어깨를 감쌌습니다. "형 믿어." "윈윈이는 어딨어?" "낮잠 자고 있어." "밖에서 이러고 있지 말고 들어가자." 오빠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보니 과연. 텔레비전을 켜 둔 상태로 윈윈이가 러그 위에 벌러덩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편해 보였어요. 이 집과 어울렸어요. 원래부터 여기 살던 애처럼요. "나 그래도 여전히 윈윈이 누나예요. 잘 살고 있나 확인하러 올 거예요." "그래. 언제든지 놀러 와." 윈윈이에게 좋은 집사가 생겨 다행이에요.
+보너스+ 우키야 이거 15세 관람가야 떠나요, 제주도. 가족 여행이나 수학 여행 말고는 개인적으로 가본 적이 없어 경비가 그렇게 나가는 줄 몰랐습니다. 제 생각보다 말이죠. 개념이 없었나봐요. 계산을 했더니 나오는 총액에 순간 바다를 건너지 말까 잠시 고민 했지만, 월차까지 냈는데 제주도 정도는 가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공항에는 처음가는 우키라 예상대로 마구 날뛰어서 손목을 콱 붙잡고 다녔습니다. 목줄이라도 채우고 싶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인사하면서 어디가요? 저희는 제주도 가요! 하는데 얼마나 부끄럽던지. 마냥 신나서 들뜬 애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비행기 안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 소란 피우면 안된다, 가는 동안 잠시 자도 된다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더니 얌전하게 잘 있었습니다. 장난기가 돌아서 타기 전에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했더니 우리 순진한 멈무가... 정말... 훌러덩 벗고 승무원 분들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해서 .... 저는 그분들이 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슬픈 생각, 슬픈 생각... 막 이륙하는 비행기를 느끼면서 까르르 웃길래 재밌냐고 하니까 그렇대서 말랑말랑한 턱 밑 살을 주물럭 거리며 예뻐해줬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졸리다고 안대까지 챙길 땐 언제고 창가 쪽에 앉아 있으니 털실같은 흰구름들이 보기 좋았는지 눈을 초롱하게 뜨곤 내내 구경하더라고요. 저는 열심히 놀기 위해 잤습니다. 도착해서는 바로 밥을 먹고~ 아쿠아플라넷 가서 다양한 해양 친구들도 보고~ 해변 산책도 하고~ 일출 공원도 가보고~ 밤 늦게 예약 해놓은 게스트 하우스로 렌트한 차를 몰고 갔습니다. 밤 운전은 처음이라 몹시 떨었는데, 제가 면허 따려고 공부할 때 옆에서 우키도 같이 건너 건너 보긴 봤거든요. 그래도 직접 몰아보지는 않았는데도 저보다 눈이 밝은지 제가 차선이라도 넘으면 재빨리 핸들을 돌려주곤 했습니다. 걸리면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우키 시켜 가까운 곳에 갔다온 적도 있어요. 그때 우키가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서 택시 승용차를 살짝 박은 적 있는데 택시 기사가 씩씩 거리며 오는 사이 급하게 우키 개로 변하고 저랑 자리 바꿔 앉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 어찌저찌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우키가 주차 해보고 싶다고 해서 자리 바꿔줬다가 돌담에 쾅 부딪쳐서 수습한다고 체크 인 시간이 더 늦어졌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인사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얼른 짐 내려놓고 오라며 저희를 보챘습니다. 영문 모르고 일단 알겠습니다 대답하고는 2층으로 올라가 정말 짐만 놓고 내려왔습니다. 옆에서 우키가 자고 싶다고 징징 거리는데 주인 아저씨가 막무가내로 얼른 타라고 하셔서 스타렉스를 타고 어디론가로 끌려갔어요(?) 온갖 나쁜 생각이 다 들어 조심스레 주인 아저씨께 지금 어디 가시는 거냐고 여쭈니 지금 별이 제철이라며 깨랑깨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어깨에 기대 졸고 있던 우키가 화들짤 놀라 깰 정도로요. 그 말을 듣고보니 조수석에 카메라 가방이 보이더라고요. 별이라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별이 맞나. 하며 고분히 따랐습니다. 한참을 달린 후 내려서 걸어 올라갔습니다. 점점 하늘이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총총 떠 있었어요. 쏟아지면 어쩌나 싶어 절로 손을 모으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별 처음 보지, 우키야!" 의외로 우키는 무덤덤했고, 오히려 신난 건 저였어요. 이렇게 뛰면 잡힐 것 같다고 제자리에서 뛰다가 잘못 딛어서 넘어질 뻔 한 걸 우키가 잽싸게 잡아줬어요. 품에 받아줘서 얼결에 자세가 잡혔어요. 새삼 어둠 속에서도 우키 이목구비가 얼마나 예쁜지, 우리가 얼마 동안이나 함께 하고 있는지가 마구 느껴지더라고요. 새삼 쑥스러워서 딴 데를 쳐다보며 고맙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별 많은 하늘 보는 건 또 오랜만이라 들떴나봐."
"나는 맨날 보는데." 그 말에 고개를 들었어요. 우키가 다정한 시선으로 절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별, 별이 제철이라더니 진짜 아저씨 말이 맞네." "그렇네." 맞장구 쳐주며 웃는데. 왜 그 별 천지가 내 눈에 다 들어있다는 것처럼 구는지. "둘이 커플 맞죠?" "네! 맞아요!" 우키가 손까지 번쩍 들어가며 맞다고 외쳤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예쁘게 찍어줄 테니 포즈를 다양하게 취해보라고 하셨어요. 어떻게 할 지 몰라서 돌하르방처럼 정직하게 서 있었더니 아저씨께 꾸중을 들었습니다. "누나, 뽀뽀할까?" "엉? 여기서?" 그래, 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우키가 냅다 입을 맞춰왔습니다. 뽀뽀라면서 혀는 왜 그렇게 움직이는 건데? 속으로는 투덜거렸지만 제 혀도 좋아서 날뛰었답니다. 그 뒤로 두어 장 더 찍은 뒤에 만들어진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갔어요. 잊고 있었는데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예약제로 운영되는 별빛 투어를 제가 신청을 해놨더라고요. 낮동안 바쁘게 움직인다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어요. 원래는 다른 숙박객들과 함께 정해진 시간에 이동하는데 저희가 늦게 와서 따로 태워 주신 거였어요. 얼마나 죄송했는지. 감사하단 말만 돌아오는 길에 내내 했어요. 커플룸이라 침대는 퀸 사이즈 하나였어요. 씻고 나와서 기분 내려고 새로 산 잠옷으로 갈아입었죠. 이때까지는 몰랐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우키는 항상 생각을 뛰어넘는 댕댕이에요. 어디서 난 건지 테이블 보 같은 천을 가지고 놀고 있길래 뭐냐고 물으며 우키 옆에 앉았습니다. 체력이 남았으면 뜨거운 밤을 보냈을 텐데 남김 없이 노는 데 다 썼더니 졸음이 무겁게 몰려왔습니다. 우키를 옆에서 껴안으며 어서 자자고 뒤로 눕히려는데 허리에 꼿꼿하게 힘을 주더라고요. 더이상 뺄 힘도 없는데 제가 불쌍하지도 않나봐요. 나긋한 말투로 우키야~ 자자~ 코 낸내하자~ 달래는데도 듣는 척도 안 합니다. 기분이 가라앉아서 우키를 밀치며 난 잘 거라며 먼저 누웠습니다. "자게?" "응. 우키는 안 피곤해? 아까는 졸리다더니." "지금은 졸리면 안 돼." "지금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서 또 놀러 다니지 우키야." 정말, 정말 졸렸거든요 저. 베개도 푹신해서 눈도 잘 안 떠지고, 끔뻑이긴 하는데 다시 눈 뜨기가 힘들고. 그 정도로 곤한 상태였는데 우키가 제 옆으로 기어오더니 갖고 놀던 천으로 제 두 손목으로 묶어 침대 헤드에 묶었습니다. 그 침대 아시나요, 하필이면 침대가 말이죠 여러분. 원목인데 헤드 프레임의 나무 살이 감옥 창살처럼 띄엄띄엄 세워져 있는 그런 침대요. 아주, 아주 야하고 못된 침대죠. 후훗. 잠이 싹 달아나더라고요.(^^*) "우키야, 짝짓기도 타이밍이 있어. 오늘 말고 내일 하는 건, 야, 욱희야." 한 번 튕겨줘야 맛이긴 한데 사실 결박당할 때까지도 고민이 됐어요. 우키가 체력이 좋아서 한 번 하면 무조건 날을 새게 되어있거든요. 분명 다음 날 움직일 때마다 몸 구석구석 아릿해서 골골댈 거란 말이죠. 내일 레일 바이크 타러 갈 건데! 그런데 참을성 없는 멈무의 손이 거침없이 예민한 아래로 쑥 들어왔습니다. 부드럽게 힘주어 쓰다듬는데 살살 반응이 와서 신음이 살짝씩 나왔습니다. 우키를 말리려고 손을 내리려다가 묶여있단 걸 깨달았습니다. 입술을 달싹이며 애원하기 시작했어요. (( 양심이 뒤진 줄 알았는데 있었습니다. 불마크를 달 자신 엑스,, 작가의 한계예요 ĬᴥĬ)) 하지만 이성을 잃은 황욱희에게 저의 하찮은 설득 따윈 통하지 않았어요. 기껏 머리 싸매고 짠 일정은 첫날 빼곤 지켜지지 않았어요. 3박 4일 동안 한 일이라곤, 맛 물고 집 가고, 해수 빨고 욕장 거닐고, 고기 왕창 사 핥고 서 막고, 가볍게 술 한 잔 걸 물빨핥 치면서 야경 즐 물빨핥 기고의 연속이었어요. 진지하게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갈 수 있을까, 텅장 사혼의 구슬 조각처럼 찢길 거 각오하고 비싼 자리로 바꾸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 오래..기다리셨습니다..혐생 살다 온 문달입니다. 정말 이번엔 진짜루 단편으로 쓰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어요 핫핫핫! 쪼오꼼 정신 없이 쓴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후다닥 다시 와서 이상한 부분은 살금살금 고칠게용^-^ 욱댕댕과 윈고영 안녕 +하..저 수위 조절 한다고 애 좀 썼는데...이 정도면 15세 아닙니까...ㅎ-ㅎ 문제시 거침없는 지우개질 들어갑니다... ++ 카톡 대화 구성 맛들려서 벗어나질 못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