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왔다가 겨울이 끝나고 나서야 오게 되었어요.
잘 지내고 계셨나요?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는 독자님들이 참 좋아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저와 같이 와준 독자님, 우연히 글을 읽고 정주행하셨다던 독자님, 꾸준히 제 글을 읽고 저를 기다려주시는 독자님.
모두 감사드려요.
남겨주시는 댓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마음에 담아 소중히 보고 있어요.
정성스럽게 남겨주시는 댓글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읽고 또 읽는답니다.
저랑 슬이는 며칠 전에 1000일을 보냈어요.
그럼 이야기를 또 풀어볼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슬이 생일날이 평일이어서 슬이 학교 가있는 동안
수업 자체 공강(^^..) 만들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아침 일찍 슬이 집으로 갔어
생일상 차려주고 싶었거든! 학교 땡땡이치고 왔다고 나중에 혼났지만 ㅠ_ㅠ
우선 (내가 좋아하는) 낙지볶음 ㅎㅎㅎㅎㅎㅎㅎ이랑! 슬이도 먹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만든 거야!!!
내가 먹고 싶어서 만든 거 맞아 그래 맞아!!!!
그리고 슬이가 짱 좋아하는 치즈 계란말이, 제일 중요한 미역국!
이러고 보니까 진짜 별 거 안 만들었구나..... 그치만 나 4시간 동안 만들었어.. 정말이야 믿어조,,,,
콩나물도 삶꾸....... 이거 비리지 않게 삶는 거 되게 어려운 거다...... 알지?!
어쨌든 요리 끝내고 구석구석 쓸고 닦고 슬이 오기만을 기다리기,, 안절부절,,,
불 끄고 창문으로 망보고 있다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길래 얼른 케익에 초 붙이고 기다리는데 심장 입 밖으로 나오는 줄 알았어 진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집에 들어오는 슬이 앞에서 꼬깔 쓰고 개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 불러주는데
증믈 늠 브끄릅그,,,,, 소원 빈다고 초 앞에서 두손 모으고 눈 꼭 감고 있는데 너무 예뻐서 새삼 또 반했어
근데 슬이가 집에 불난 줄 알았대 ^^,,, 들어오는 길에 무심코 창문을 보는데 불은 꺼져있는데 집이 주황색이라서 ㅋㅋㅋㅋㅋㅋ 놀라서 얼른 들어왔대 ㅎㅎ
뭘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치 ㅎㅎ
편지 보고 슬이 울었대요~ 맨날 나한테 울보라고 놀리면서 자기가 울보래요~
그날 밤에 통화하는데 슬이가 고맙다고 말하면서 또 우는 거야 그래서 내가 놀라서 "왜 울어 왜 울어 슬이야" 하니까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생일이 온통 행복한 기억밖에 없어.." 하면서 엉엉 우는 거야 나는 또 주책맞게 거기서 왜 눈물이 나냐고요
눈물 찔끔 흘리다가 금세 슬이 다시 놀렸지만 히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저녁 먹고 불 끄고 누워서 슬이랑 티비를 보고 있는데 마침 내 전공에 관련된 게 나오는 거야
근데 갑자기 슬이가 내 쪽으로 휙 돌아누워서 얼굴을 들이밀고 "저거는 왜 저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하는데
아니 이 여자가 훅 들어오니까;;; 내가 어떻게 감당하니 ㅠㅠ
내가 부끄러워서 대답 못 하고 손으로 얼굴 가리니까 얼굴 못 가리게 손목을 잡고는 아까보다도 더 가깝게 얼굴을 들이밀고
"응? 왜? 저거는 왜 안 되는 건데?" 하고 묻는데 아무래도 내 반응보고 더 그러는 거 같지? ㅠㅠ
"아 몰라아....." 하고 눈을 질끈 감았더니 갑자기 조용해지길래 다시 슬금 눈을 떴어
근데 슬이가 소리 없이 웃으면서 나를 빤히 보고 있는 거야 부끄러워서 다시 눈 감으니까 귀엽다면서 뽀뽀해줬다 헤..
저는 이렇게 슬이가 박력 넘치는 때를 더욱 사랑해요.. 심장 나가 떨어질 것 같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슬이랑 같이 저녁 차려 먹으려고 장 본 거 정리하는데 꼭 사와야 할 거를 내가 잊고 못 사온 거야
그게 너무 속상해서 입 삐죽하고 있었는데 슬이가 앞치마를 매면서 되게 무심하면서도 다정하게 "그래서 속상했어 아가?" 하는데
아....... 아.... 예쁜 얼굴로 그러기 있냐 진짜...
생각하니까 갑자기 덕심 뻐렁친다 독자님들 제 여자친구 진짜 예뻐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예뻐 정말이야 믿어줘요... 진짜 예뻐.. 사랑해 슬아 ㅜㅜㅠㅠㅠㅠㅠ
아니 이 예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아니 내가 진짜 뻐렁치는 마음이 주체가 안 돼서 글 쓰다 말고 배우님들 인스타 들어가서 사진을 가지고 왔어요
와중에 슬이가 일어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안 일어나길래 출근해야 한다고 어르고 달래서 씻으라고 보내고 다시 글을 쓰고 있어요
어쨌든! 기억하시는 독자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어떤 연예인 닮았냐는 질문에 제가 천우희 + 차예련 배우라고 답한 적이 있어요
머리 스타일마저 닮았다고! 유독 닮은 것 같은 사진 두 장 가지고 왔어요 슬이 얼굴에서 두 얼굴이 모두 보여요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죠!?
아 근데 저 지금 엄청 뜬근없죠.. 슬이가 예쁜 탓,,이에요,, 키도 크고 여리여리한 것마저 닮았어,,
각설하고! 가끔 저렇게 툭 아가라고 말을 하는데 저거 넘 좋아..
연애하기 전에는 연인 사이에 아가, 공주 등등 간질거리는 애칭 나는 절대 안 해 못 해! 했는데
그런 게 어딨어 슬이야 네가 부르는 건 모든 조와...
나도 슬이한테 아가라고 자주 부르는데 맨날 "아구 그랬어 아가~" 하고 아가 취급하면 팔을 허리에 올리고 심술 난 표정으로 "어덜트거든?!!" 이러는데 진짜 ㅋㅋㅋㅋㅋ
그게 너무 귀여워가지고 ㅜㅠㅠㅠㅠㅠㅜㅠㅠ 그래 슬이 어덜트야 어덜트 ㅠㅠㅠㅠ
예전에는 슬이가 주방에서 요리할 때 내가 같이 있고 싶어서 방에 있으라고 그래도 굳이 굳이 나와서 뒤에서 꼭 안고 있고 구경하고 그랬거든
처음엔 요리하는 거 부끄러우니까 방에 있으라고 계속 끌어다 놓더니 이제는 내가 슬이 요리할 때 방에서 뭐 하느라고 안 나오면은
냉장고에서 뭐 꺼내는 척하면서 열린 문틈 사이로 빼꼼 쳐다본다 ㅋㅋㅋㅋㅋ 나오나 안 나오나 보려고 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엽지 않아? 놀리려고 계속 안 나가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자꾸 말 걸어 ㅋㅋㅋㅋ
"쓰니야~ 뭐 해~?" "쓰니야 이거는 얼만큼 넣을까?" "쓰니야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쓰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못이기는 척 나가서 "아구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하고 안으면 "보고 싶은 건 맞는데 나오라고 한 건 아니거든?!" 이러면서
되게 새침한 척한다 ㅋㅋ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 둘 다 사소한 기념일은 안 챙기는 성격이라 발렌타인,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뭐 이런 거는 안 챙긴단 말이야
근데 내가 빼빼로를 진짜 좋아해 하루에 빼빼로를 탑 쌓아놓고 먹고 그러는데 분명 빼빼로데이 때 사올 것 같아서 안 챙기기로 새끼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거든
근데 당일날 눈치 보면서 가방에서 뭘 주섬주섬 꺼내. 봤더니 종류별로 하나씩만 사 온거야
그러고선 "하나씩이니까 괜찮지?.. 나 많이 안 사왔는데....." 하면서 내 눈치를 봐 ㅋㅋㅋ 그래서 그래 귀엽다 하고 넘어갔는데
며칠 뒤에 우리집으로 택배가 왔더라고? 난 시킨 것도 없는데.. 엄마가 박스를 보더니 너 이름으로 빼빼로 왔는데? 하시는 거야
오갓 슬아.......
당장 나가서 봤더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로 한 박스를 보내놨더라
바로 전화해서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왜? 그거 쓰니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잖아~! 이제 빼빼로데이 아니니까 줘도 되는 거 아니야? 왜?" 하는 뻔뻔하게 구는 여자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슬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고 나는 일찍 자든 늦게 자든 아침잠이 굉장히 많은 편이야
아니 사실 아침뿐만 아니라 그냥 잠이 많은 것 같기도 해...
그래서 슬이랑 같이 자면 항상 슬이가 먼저 일어나서 나를 깨우는데 깨우려고 그러는 것 같진 않은데
그냥 내가 눈을 뜨면 슬이가 여기저기 뽀뽀하고 있어 그럼 내가 일어나.. 이게 깨우는 건가....?
그렇게 일어나면 내가 눈도 못 뜨고 비몽사몽 하는데 그럼 슬이가 나를 다시 토닥여서 재우고는 아침 차려준다~!!
아침 먹자고 다시 나를 깨우면 내가 눈 감은 채로 슬이 손잡고 쫄래쫄래 나와서 식탁에서 졸아 (와중에 냄새는 맡으면서 배고파함)
슬이가 한 입 먹여주면 그제야 조금씩 눈이 떠지면서 잠이 깨는데 그때 진짜 행복해
아침 햇살도 너무 따듯하고 하늘도 푸르고 해도 떠 있고 예쁜 사람이 내 앞에 있고 게다가 나랑 엄청 사랑하구 ㅠㅠ
그냥 막 동화 같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슬이랑 3년 가까이 만나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슬이를 만난 이 세상에 감사드리며 살아야겠다'였어요.
우연한 인연으로 저와 슬이가 닿아서 결코 쉽지 않은 관계에 그 과정에서 슬이도 정말 많이 힘들어했는데 그래도 끊어지지 않은 인연에 감사하고
놓지 않은 슬이에게도 참 고맙고 그렇더라구요. 저라면 낼 수 없었을 것 같은 용기를 내준 것도 너무 고맙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생각으로 참 이기적으로 굴었던 것 같아요
사실 가끔은 이렇게 오래갈 마음이었으면 1년 기다려서 졸업하고 고백할걸.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땐 그런 개념이 부족했고 눈앞에 있는 감정이 제일 중요한 줄 알았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시간 동안 언니랑 채워가면서 얻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후회는 안 해요 다만 슬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죠..
그래서 제가 더 잘하려구요!
이 글을 언제까지 연재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쓰는 동안에는 예쁘고 행복한 얘기 많이 들려드릴게요
늘 같이, 오래 행복할 거니까요
그러니까 저와 함께 해주시는 독자분들도 항상 건강하시고 곁에 좋은 사람들만 함께하길 바랄게요 아셨죠?
우린 다음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