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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2D 로맨스 SF/판타지 공지사항 단편/수필 실제연애 BL GL 개그/유머 실화
플록스 전체글 (정상)ll조회 364l 1
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 가사 번역 대부분 제가 직접 해서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해석이 어색하다고 느껴지신다면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ㅠㅠ

* 매 편마다 함께 올라오는 브금을 꼭 함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살 및 관련 소재 주의***

***하이큐 점프 최신화 스포 다수 등장 예정 주의***





  Johnny Cash - Nobody





 /





 when life seems full of clouds and rain

 인생이 비와 구름으로 가득 찬 것만 같을 때


 and I'm full of nothin' but pain

 그리고 내가 고통으로만 가득 차있을 때


 who soothes my thumpin' bumpin' brain?

 누가 내 쿵쾅거리는 뇌를 진정시켜주지?


 Nobody

 아무도 없어





 /



 쿠로오는 그녀의 첫인상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했다. 



 사실 그녀의 존재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냐고 한다면 그보다 훨씬 이전이었겠지만, 그녀가 그의 인생이라는 수납장 한 켠의 유의미한 지위를 얻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그녀는 절대 눈에 띄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랬기에 자신의 인상에는 남았던걸 지도 모르겠다고 쿠로오는 종종 생각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잊기는 힘든 느낌의 사람이었다. 또한 쿠로오 테츠로가 꺼려하지 않는 과의 인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그녀는 항상 혼자 있었다.







 /



 쿠로오가 다 나간 튀김도시락 대신으로 집어왔던 돼지고기덮밥 도시락을 다 비워갈 때쯤 현관의 벨을 울린 사람은 그의 소꿉친구인 코즈메 켄마였다.


 타이밍이 나쁘게도 켄마의 한 손에는 쿠로오를 위해 근처 체인점에서 포장해온 규동이 들려있었다. 어제도 내리 굶었던 참이라 평소의 그라면 어떻게 이것까지 해치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이따가 저녁에 먹겠다며 감사의 표시만을 해두었다.


 쿠로오 역시 자신의 집을 찾아준 친구를 위해 차와 간단한 다과를 내어놓았다. 켄마 역시 응, 고마워, 라고 짧게 반응하고는 쿠로오가 내준 찻잔을 받아들었다. 



 잠시 동안 주방에는 벽에 걸린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와 녹차가 누군가의 목 뒤로 넘어가 사라지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이 알고 지낸 10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할만큼 고요한 정적을 가른 것은 켄마의 말이었다.


 "어땠어. 이틀 동안."


 켄마의 물음에 쿠로오는 차분하게 손에 든 찻잔에 담긴 차를 한 모금 더 넘기고는 대답하고자 했다. 대답하려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켄마는 탁자의 가장 먼 모서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그의 오랜 친구를 위해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기다림을 배신하지 않고 쿠로오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바빴지. ...할 게 너무 많더라고."


 그의 대답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두 사람 모두 찻잔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호록, 하는 짧은 액체가 떨리는 파동이 잦아든 후에 쿠로오는 다시 말을 이었다.


 "동생은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고, 어머님은, 그 분이 상주셨는데, 정신을 못 차리시고, 새로 남편되실 분은...솔직히 아직 가족이 아니니까 뭐 하시는 게 없고."


 사실, 그 사람은 아무래도 좋다라는 느낌을 받았어, 라는 말을 차마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는 뒷말을 꾹 참았다. 다시 주방에는 정적이 흘렀다.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시간의 흐름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이끄는 것만 같아서 쿠로오는 미묘하게 야속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쿠로가 다 한 거야?"


 "장례지도사 분이 다 하셨지."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는 켄마는 쿠로오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행인들을 예의주시하는 길고양이와 같은 예리한 관찰자의 눈이었다.쿠로오는 그 시선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의 머릿속에는 제대로 된 변명 대신 켄마 머리카락의 검은 부분이 며칠 전보다 조금 더 길어진 것같다는 잡념따위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친구가 오랜 텀 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자 켄마는 그로서는 보기 드물게 작지만 노골적인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저 옆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던 그 친구에게 그 한숨은 작지만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복부를 얕지만 정확하게 파고드는 듯 했다. 그는 충분히 변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켄마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는 식탁 의자를 집어넣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 행동에 쿠로오 역시 반사적으로 일어섰다. 겉옷을 챙겨들던 켄마는 자신이 들고 왔던 규동이 아직은 따뜻하게 담긴 비닐을 약간 부스럭거리며 쿠로오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이거...먹으라고. 또 안 먹고 그냥 굶고 있을까봐. 오늘 집에 아무도 안 계시니까." 


 그러고 그는 두툼한 패딩을 잘 껴입고는 현관을 향해 걸어나갔다. 그 뒤를 배웅하려 쿠로오 역시 현관으로 나섰다. 



 신고 온 운동화의 끈이 풀어진 것을 다시 허리를 굽혀 제대로 매고는 일어서는 켄마를 쿠로오는 애매하게 떨어진 거리에 서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의 그 첨예한 눈동자가 다시 자신을 향하자 쿠로오는 천천히 그에게 말했다.


 "고마워, 켄마." 


 "좀 정리되면...다시 연락해. 어차피 한가하니까."


 "알았어."


 그리고 패딩의 모자를 정리하고 나서 현관을 나서려던 켄마는 문고리를 잡은 채 무언가 생각난 듯 멈춰서서 쿠로오를 향해 뒤를 돌았다.


 "...야쿠군, 우리들 졸업 전에 한 턱 낸다고 그랬는데. 쿠로도 올 거야?"


 쿠로오는 야쿠 모리스케와 근황을 심심찮게 주고받는 사이었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없었다. 그가 그녀의 장례 관련 일로 바빴던 근 사흘 사이에 야쿠와 카이 사이에 오갔던 논의일 것이리라. 아마 자신이 어떤 일로 바쁜지 알았기에 연락을 넣지 않은 것이겠지. 


 그는 켄마에게 자기는 잘 모르는 일이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하는 긍정의 대답을 해주고는 잘 가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켄마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안과 밖의 기온 차 탓에 문이 찬 공기를 빠르게 빨아들이다가 이윽고 굳게 닫히는 소리가 났을 때, 쿠로오는 갑작스럽게 조금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아마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일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주방에 남겨진 찻잔을 치우는 것도 잊은 채 그의 방으로 뭔가에 이끌리듯이 들어갔다.





 /





 when summertime comes all warm and clear 

 여름날이 따뜻하고 분명하게 찾아올 때


 and my friends see me drawin' near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볼 때


 who says, "come on in, and have a beer?"

 누가 "어서 들어와, 맥주 한 잔 할래?"라고 말해주지?


 Nobody

 아무도 없어





 /



 쿠로오는 그 길로 몇 시간을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도 화장실을 갈 때나 켄마가 사다뒀던 규동을 먹으러 나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이미 차게 식어버린 켄마와 자신이 마셨던 찻잔을 정리하고 나서야 다시 방으로 돌아온 쿠로오는 책상 위에 놓인 아까 한 곡 듣고 말았던 그녀의 mp3를 집어들었다. 그는 다시금 이어폰을 집어들어서 그 mp3에 꽂고 아까 듣던 음악에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것은 이 mp3에 들어온 지 가장 오래된 노래였다. 



 그는 그대로 자신의 침대에 다시 쓰러지듯 누우며 그 mp3의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배구하던 사람의 손에 들린 그 모서리가 둥글둥글한 옛날 음악재생기는 참 소꿉놀이 장난감 같았다. 어디서 많이 보던 생김새에 기억을 더듬어 검색해보니 지금은 단종 되었다고 뜨는 라인의 제품이었다. 


 방의 모든 전등의 전원을 내리고 침대에 누운 채로 mp3의 내용물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노래는 예상 외로 몇 곡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의 아티스트 이름들만 봐도 그녀의 범상치 않았던 취향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아 쿠로오는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갑자기 과거에 그녀와 나눴던 대화 몇 마디를 생각해냈다. 참 옛날옛적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래봤자 1년 전인데. 그 길지 않은 시간의 간격이 와닿자, 이 조그마한 기기를 후드 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불과 일주일 전에만 해도 그랬을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살아있는 그녀가 떠올랐다. 살아있는 그녀가 아무도 없다고 읊조리는 이 노래를 듣고 있었을 것을 떠올리니 갑자기 눈물을 입밖으로 토해내고 싶어졌다.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쿠로오는 그러고 싶었다. 뭔갈 토해버리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 슬픔이던, 위로의 말이던, 미안하다는 말이던, 자신의 속에 자리잡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텁텁한 무언가를 꺼내버리고 싶었다. 그는 보름달이 가장 높이 뜨고 내려갈 때까지도 그런 기분에 잠겨 있었다.




 


 /





 And until I get somethin' from somebody, sometime

 그리고 내가 누군가로부터, 언젠가 무언가를 받기 전까지는


 I don't intend to do nothin' for nobody, no time

 난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해줄 생각이 없어, 시간이 없어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마지막 문단 진짜 무슨 느낌인지 알거같아서 더 눈물나요ㅠㅠㅠ 노래도 밝은분위기 같지만 가사는 또 안그런게 닝의 심정을 잘 나타내주는거 같아서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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