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 토오루 / 가람휘학, 백호관 3학년
유약하고 다정한 아버지를 동경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가문도, 꿈도 포기할 수 있는. 기특한 어린 소년은, 오러가 아닌 평범한 가정 주부로 남은 아버지의 오랜 꿈을 제가 대신해서 이루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를 위해, 제 목숨마저 포기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꿈을 향해 한발짝 다가서기 위해 먼저 결투 챔피언이 되리라 마음 먹었다.
그 누구보다 자신감과 열정이 넘치던 어린 시절. 소중한 것을 지키고, 대중을 압도하는 마법 실력을 가지고 싶었다. 자신이 가진 기백을 세상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기에. 주작의 아이로 선택받기를 바랐으나, 백호의 아이가 된 것은 어쩌면 제 운명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리라는 신의 첫번째 개시가 아니었을까.
꿈을 향해 펼치려던 날개는 가장 강력한 존재 앞에 힘을 잃었다. 모든 것은 명백한 저의 실책이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그를 뛰어넘기 위해 결투 규칙을 어긴 것은. 제 지팡이 끝에서 뻗어나간 불꽃이 그를 명중시켰다면, 아마도 그는 영원한 재기불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과한 욕심에 대한 벌을 제가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라고.
힘을 잃은 날개. 고로 추락만이 계속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빛을 잃은 제 삶에 새하얀 날개를 가진 소녀가 걸어 들어왔다. 날개가 꺾인 제 몸을 감싸안고, 함께 꿈을 향해 날아보자고 말한다.
제 노력은 저만의 것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라고.
[키워드]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우시지마 와카토시 / 가람휘학, 현무관 3학년
그를 대변하는 것은 그의 고귀한 혈통과, 제 가문이 이룩한 모든 것.
대대로 국방부 장관직에 올랐던 제 가문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최강의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어느덧 남자가 된 소년은 더이상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소년 시절의 낡은 꿈이 제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그러나, 가끔씩은 저도 제 사명감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하늘 위를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뒤 잴 것 없이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저 어린 두 녀석처럼.
[키워드] "…다시 날고 싶다, 너와."
스나 린타로 / 가람휘학, 현무관 2학년
아주 오래 전, 온기를 잃은 그의 두 손은 서릿발처럼 차갑기만 하다. 가끔은 시린 눈 사이에 손을 꽂고, 제 손 안에서 녹아내리는 차가움을 느끼고 싶다. 늘 제 머릿속을 뒤흔드는 사람들의 목소리. 기쁨. 슬픔. 즐거움. 분노. 원망. 애증. 사랑. 인간들의 감정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소년과 남자의 경계, 스나 린타로는 지난 수십년 간 그곳에 서있었다. 제 삶의 이유도, 목적 마저도 잃어버린 채로. '모든 것은 아버지의 뜻대로.'
그러나 그는 태어나 처음, 제 혼란한 머릿속이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레질리먼시를 잃게 되면 제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기에. 아버지는 쓸모 없어진 저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소녀를 보는 순간. 존재만으로도 제 머릿속을 잠잠하게 만드는 소녀의 눈물을 보는 순간. 처음으로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인간의 감정이 꿈틀거렸다.
동정? 연민? 그때의 감정을 설명하려면, 과연 어떤 단어가 적절할까.
[키워드] "추억 따위 필요 없어."
스가와라 코우시 / 가람휘학, 주작관 3학년
가문의 명. 저를 이루는 것들의 무게는 제 존재 만큼이나 무겁다. 아니, 그 모든 것을 제외한다면 저는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감은 물론 자존감 마저 떨어지는 제가, 용기를 상징하는 사방신의 요람인 주작관으로 떨어진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다.
순수 혈통인 동생이 있으니, 반쪽에 불과한 제게 왕세자의 자리는 필요 없다. 그렇게 믿었다.
[키워드] "국왕? 아니," "…황제가 되겠다."
시라부 켄지로 / 가람휘학, 현무관 2학년
까칠, 예민, 도도. 어린 소년의 머릿속은 늘 불만으로 가득차 있었다.
'넌 왜 그렇게 웃어?'
'웅? 왜?'
'사람 비웃는 거 같아서 기분 나빠.'
제 키만한 어린 소녀는 뭐가 좋다고 늘 헤실헤실.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저런 바보같은 여자애와 친구 놀이를 하고 있을 필요도 없을텐데.
'켄지로-'
'이름으로 부르지 마.'
'켄지로오-'
'…랭록.'
[랭록] 혀가 입천장에 붙게 해서 말을 못하게 하는 주문.
그러나 폭발 사고로 사랑하는 형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어린 소년에게, 어린 소녀가 건넨 한마디는 그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됐다. 난 너와 같은 아픔을 겪어본 적이 없기에, 네 슬픔을 가늠할 수 없다고. 그러니 그저 네 슬픔이 옅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주겠다고.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더랬다. 섣부른 위로보다 늘 웃는 얼굴로 제 곁을 지키는 소녀의 존재가 어느덧 제 삶의 일부가 되어버릴 줄도 모르고.
"혼자라고 생각하지마, 시라부. 네 옆엔 늘 내가 있을게."
…아니, 그거 말고.
"이름으로 불러줘."
[키워드] "사랑해."
키타 신스케 / 가람휘학, 3학년 현무관
말 수가 적고, 조용조용하다. 그의 모든 행동에는 또래 아이들과 격이 다른 품격이 느껴진다. 입학과 동시에 수십년 전 사라진 신문부를 부활시켰다. 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의 소년. 어느덧 남자가 된 소년을 이루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키타 가문의 삼대독자로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님의 얼굴. 그들은 아들인 제가 태어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존재를 쫓아 사라져 버렸다.
그들에게 물려받은 유일한 것이라곤 제 품 속을 지키는 오래된 지팡이 하나. 기린의 꼬리털이 들어간 너도밤나무 지팡이. 하지만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 지팡이가, 그들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을 리 없다.
[키워드] "내 전부가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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