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라는 말은 잔인하다
그것은 네 책임이라는 뜻이다
가능성은 있었는데
네가 모자라서 안 된 것이라고
<오지은 익숙한 새벽 세시 중>
울고 싶으면
더 울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슬픔을 대신 덜어줄 순 없다
<김이설 오늘처럼 고요히 중>
물론 인생이 죽을 만큼 힘이 들어서
자살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존재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죽고 싶다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내 존재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만 같아서
죽고 싶었거든
어떤 것에도 의미가 없고
뭘 하고 싶은 의욕도 없는 내가
시체처럼 느껴져서 죽고 싶었어
<한정희 웃으면서 죽는 법 중>
죽고 싶음의 절정에서
죽지 못한다 혹은
죽지 않는다
드라마가 되지 않고
비극이 되지 않고
클라이막스가 되지 않는다
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견뎌내야 할 비극이다
<최승자 비극>
청춘은 다 고아지
헛된 비유의 문장들을 이마에 새기지
어디에도 소용없는 문장들을 쌓여만 가지
위안 없는 사물들의 이름으로 시간을 견디지
<이제니 발없는 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