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우리 새로운 프로젝트의 이름은 엔시티입니다. 여기서 N은 neo의 약자로 시티상사의 새로운 변화를.."
사장님이 내뱉는 이름을 듣자마자 이름은 인상을 구겼다.
무슨 아이돌 이름도 아니고.. 그러고 나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이유는
엔시티 프로젝트 명단
인사 1팀
영업 2팀
마케팅 1팀
기획 1팀
글로벌마케팅 3팀
성이름
명단에는 정말 뜬금없게도 자신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
세 개의 부서에서 인턴쉽을 경험하고 최종 지원부서를 적는 란에 이름은 짧게 고민하고 이렇게 적었다.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된 목록에는 제 자신이 적혀있었다. 심지어 부서들 사이에 저 혼자만 덩그러니 이름이었다.
20.
다들 팀 단위로 적힌 것과 달리 한 명만 이름이 적힌 명단을 보며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사장은 수근거림을 잠재우고 말을 이어나갔다.
"명단 끝에 적힌 성이름씨는 현재 인턴쉽을 막 끝낸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3주간의 인턴쉽 기간 동안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으며, 엔시티 프로젝트에 포함된 팀원 및 팀장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에 엔시티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곰곰히 제가 했다는 엄청난 활약에 대해 기억을 떠올렸다. 활약이라면...김도영 팀장님이 커피를 뿜게 만든걸 말하는건가. 그런걸로 대형프로젝트에 합류시키다니 참 이상한 회사였다. 때려칠까
21.
"엔시티 프로젝트는 철저한 성과제로 성과에 따른 보상을 철저하게 할 것을.."
이름은 잠깐 퇴사 생각을 했던 자신을 매우 내려쳤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혼자서 신입사원인 제가 합류한다는 것은 여전히 꺼려졌다.
22.
"오케이 그러면 음~ 오늘 회의 주제는!"
엔시티 프로젝트의 대표는 문태일 부장이었다. 보통 이런건 팀장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냐는 생각을 잠깐했지만 여긴 딱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주제가 모야? 주제 넘지마!!"
김정우 대리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러자 문태일 부장님은 네 주제를 알아라!하며 다투셨다.
"자! 얘들아 어차피 이 회사 우리 아빠거니까! 싸우지들 말ㄱ"
김도영 팀장님이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으시길래 말리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이 회사가 자기 아빠거랜다. 허 참내 잘보여야지. 그와중에 이태용 과장님이 김도영 팀장님에게 달려들어 말이 끊겼다.
23.
나머지 팀은 알고 있었지만 기획팀과 글로벌 마케팅 팀은 이번에 이름과 초면이었다. 그렇기에 문태일 부장은 이름을 그들에게 소개시켜주었다.
무슨 미스코리아라도 된 것 마냥 기획팀과 글로벌 마케팅 팀원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모습에 이름은 고개를 기울였다.
보통 인사를 이렇게 시키나.
24.
"자 이쪽은 글로벌 마케팅팀 대리 동스청 대리야. 아, 글로벌 마케팅 팀은 다들 외국인이라 한국어가 약간 서툴 수도 있어."
"안녕하세요."
"네, 안뇽하세요. 저, 어제 배운 한국어 해볼게요."
나와 인사를 나눈 동스청 대리님은 대뜸 아는 한국어를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뭐 자기소개 같은거겠거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인턴 돕고싶지만, 내 코가 석자."
이름은 이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런 이름이의 옆에 서있던 문태일 부장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쳐댔다. 왜지.
25.
"요, 암 루카스!! 오우 만나서 반가워요. 나도 인턴 해봐쏘~"
루카스라는 분과는 악수를 하는데 어찌나 흔들어 대던지 팔이 나가 떨어질 뻔 했다.
그래도 잘생겼으니 봐줘야지.
26.
폭풍같은 글로벌 마케팅 팀과의 인사후에는 기획팀이 일렬로 나란히 서있었다.
감당하기 힘든 인원 수를 보며 목에 사원증이 있다는 사실에 이름은 안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름을 외우는데에만 하루 종일 걸렸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했다.
27.
"안녕하세요. 황인준 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기획팀의 황인준 주임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이동혁 사원이 깝죽거렸다.
"얜넁햬섀얘, 헁얜쟨얩녜댸~"
"아쒸!, 이동혁!!"
황인준 사원이 갑자기 이동혁 사원에게 날아 들었다. 참 사이가 좋은 것 같았다.
29.
"안녕하세요, 기획팀 주임 이제노입니다."
"아,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구요?"
"제노예요"
"누가 그 쪽 노예신대요?"
회의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슬쩍 앞 사람의 사원증을 본 이름이는 가장 빠르게 이곳을 탈출할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기획팀 주인, 제노예요...
꼭 직급이 주임이어야만 했을까
30.
"안뇽하세요! 저도 기획팀 신입사원이에요! 박지성이라고 해요 "
"아, 안ㄴ"
"오구오구 우리 막내 그랬쬬욤? 아유 귀여워~ 우쭈쭈쭈"
이 회사에는 부자지간도 함께 회사를 다니는구나. 근데 왜 아버지 성은 나씨고 아들 성은 박씨지.
31.
겨우 인사를 끝낸 이름은 회의가 시작하고 한참뒤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누나! 우리 팀 온다더니 진짜 왔네요!"
자리에 앉자마자 나한테 자기 팀에 들어오라던 이동혁 사원이 옆자리에서 신난듯이 말을 건내왔다.
근데 니네팀에 들어간 게 아니라 그냥 프로젝ㅌ
밥은 먹었어요?
아니
형들!!!!! 이름누나 밥 안먹었대요!!
이동혁이 소리치자 난장판이었던 회의실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뭐지 이 분위기는.
32.
뭐? 이름이가 밥을 안먹었다고?? 그건 말이 안되지!
누군가의 외침을 필두로 또 다시 회의장이 난장판이 됐다.
프로젝트란 뭘까?
33.
"저는 김치찌개를 먹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는 어느새 점심메뉴 토론으로 변질되어있었다. 강력 김치찌개파 이동혁이 벌떡 일어서며 제 의견을 제시했다.
"아뉘지 아뉘지~ 김치찌개는 어제두 머겄쥐~"
"이럴 때 삼겹살 한 번 가줘야지~"
그에 김정우 대리가 반박하자 이를 문태일 부장님이 이어받아 삼겹살을 먹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름은 그냥 집에 가고싶었다
34.
점심부터 삼겹살은 좀 아닌 것 같다는 누군가의 단호한 발언 덕에 이름은 지금 평범한 식당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같이 앉은 사람들이 평범하지않다는게 문제였다.
테이블을 세 개 씩 이어붙인 채 앉아있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게 느껴졌다. 진짜 집에 가고싶다..
35.
"이모 저는 김치찌개요!"
"아, 마크형. 여기는 김치찌개 시키려면 프리스타일 랩으로 주문해야해요."
"아웅..거짓말 하지마..진짜..?"
"아 그럼요-! 누나 제 말 맞죠?"
"어, 네."
이름은 얼결에 대답을 해버렸다. 근데 나 오늘 첫 정식 출근이라 당연히 여기도 처음오는데 이걸 믿을리가 있나
36.
"오우, 오케이. 큼큼 오케이, 어! 김치찌개! 세상 일에 귀찮을 때!"
이걸 믿네..
모두 함께 마크의 김치찌개 랩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 대체 뭐하는 회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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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진짜 근본 없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