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취글인데 여기 있어도 되는 거 맞죠? 썰이니까 맞겠지?
아... 모르겠다. 여기로 이동시켜줬으니 여기서 써야겠다.
저 사실 처음 여기에 제 글이 도배됐을 때... 진짜 민망했습니다.
뭔가 알음알음 알던 곳에서 쓰던 걸 공개적인 곳으로 덜컥 끌고 온 느낌이었어요.
사실 아직도 여기서 이거 쓰는 거 민망해 죽겠습니다.
하여튼...! 브금 추천해준 독자님 고마워요. 덕분에 이번 썰이 시작되었습니다.
Jeff bernat - pillow talk
윤기의 지인 중 하나가 제주도쪽에서 펜션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여러 개를 운영하는데 그 중 하나가 딱 남아 제안이 돌고 돌아 윤기에게 닿았으면.
비성수기라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윤기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늦게 통화임을 알고 목소리를 내어 대답했으면 좋겠다.
마침 연말 프로젝트도 끝났겠다,
펜션은 또 외진 곳에 있고, 비성수기라 사람도 없을 것이 뻔하다고 하고,
가격도 싸고.
비행기는 못 타니까 배를 타고 가면 되겠다.
한 번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생각한 윤기가 바로 인터넷을 뒤적여 제주도로 갈 수 있는 배를 찾아 예약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전의 산골짜기로 갔을 때 챙겼던 캐리어를 꺼내왔으면.
분주한 소리에 낮잠에서 깬 남준이가 꼬리를 느리게 살랑거리며 윤기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에 턱을 기댄 채 멍하니 열린 캐리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주인아, 뭐해?
준아. 여행갈까?
여행?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를 쫑긋거리는 남준이를 보며 윤기는 손을 들어 얼마전에 색이 바뀐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으면.
겨울바다 보러가자.
그렇게 전화 한 통으로 둘의 겨울 여행이 또 다른 모양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날이 다가오고 짐을 맡겨둔 채 윤기가 펜션담당자인 친척과 통화를 하는 사이 남준이는 제 눈 앞에서 뻗어있는 풍경에 잠시 말을 잃었으면.
바다가 이어지고 이어져 그 끝이 하늘과 맞닿은 것을 보며 짠 기운이 가득한 바람도 달큰하게 받아들였으면.
그리고 고개를 돌려 어느새 통화를 끝내고 자신의 옆에 묵묵히 서 있는 윤기를 보며 씩 웃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입술이 달싹이는 순간 윤기가 먼저 선수쳐버렸으면.
고맙다고 말하지 마.
왜?
네가 그렇게 말하면 가끔 진짜 내가 펫을 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 같잖아.
...
나는 펫을 데리고 다니는 거 아니야. 애인이랑 여행을 가는거지.
그럼, 좋다고 말하면 돼?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춥다며 몸을 돌려 먼저 선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뒷모습을 보던 남준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닷바람을 뒤로 한 채 윤기에게 다가가 팔을 뻗어 뒤에서 윤기를 끌어안고 있다가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잠깐의 체온을 나누다 남준이가 윤기를 끌어 선실 반대쪽으로 향했으면.
윤기도 흔치 않게 하는 배 여행에 남준이를 따라 배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했으면.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에 손이 거센 바닷바람에 발갛게 얼고 볼이 따끔거려
동시에 선실 안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동시에 숨을 푹 내쉬고
동시에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펜션까지 태워준 지인과 잠시 인사를 나눈 윤기가 마저 주의사항이나 근처 시내로 나가는 길, 가는 방법 등을 숙지한 뒤에
제법 어색한 티가 나지 않게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하는 남준이와 같이 제 지인에게 인사를 했으면.
그리고 펜션 문을 열어 짐을 내려놓자마자 예전처럼 묵묵히 짐을 정리했으면.
짐정리를 도와 빨리 끝낸 남준이를 칭찬하느라 윤기가 머리를 쓰다듬고 머리를 떼면
남준이가 그 손목을 잡았으면 좋겠다.
그대로 제 뺨에 윤기의 손을 가져다대고 살짝 제 볼을 부볐으면 좋겠다.
더
칭찬해줘.
짧은 투정이라면 투정이 담긴 말에 윤기가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천천히 손 끝으로, 엄지로 남준이의 얼굴 선을 그려내듯이 조심히 매만지다가
제가 먼저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남준이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올려 입을 맞추는 게 보고 싶다.
남준이는 당연하게 품에 다가온 윤기를 마저 끌어안아버렸으면.
그렇게 둘의 겨울바다 여행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