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아니지만 해도 저물었겠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도시 야경을 보고 있자니 감수성이란게 찾아오는듯 했다.
빨간불에 걸린 신호등을 바라보다 창문에 머리만 기대고 있자니 심심할 찰나에 조수석 의자에 놓인 박스 위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길.
"여보세요"
"형님 어디신가?"
"퇴근하고 있어. 왜?"
"아니 그냥. 안부 전할겸."
"쓸데없는소리 할거면 끊어 임마."
"짐은 다 쌌어요?"
초록불. 수화기 너머의 질문에 대답 대신 엑셀을 밟았다.
"며칠 남았지 이제?"
"하루."
"으엑 벌써! 내일이 마지막이네...한번 들릴께요. 얼굴도 볼 겸."
"그러던지."
"그애랑은 어떻게 뭐 했어요? 가면 2년은 못볼텐데."
"1년이야."
"어휴 진짜 형 이럴때보면 답답하다니까.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해야지!"
빨간불.
"그게 어디 쉽나."
" 나한테 와서 예쁘니 뭐니 주구장창 얘기만 해놓고 애 앞에선 말도 안하고.
좋아한다는 티 한번 내지도 않고. 형 혹시 연애쑥맥이야? 당장 내일이 마지막인데!"
"마지막 아니야. 다시 올꺼라니까."
"그때까지 퍽이나 기다려주겠다 그쵸? 밤마다 물 한사발 떠놓고 달 보면서 우리 사장님 걱정도 하고.
민윤기상!!!!!!!!!!!!!!!오겡끼데스까!!!!!!!!!!와타시와 겡끼데쓰!!!!!!!!!!!!!!!!!"
"그정도로 오버 안하거든."
"이정도로 오버 하게 만들었어야죠."
한숨. 허공에 흩뿌려지며 한층 적적한 공기를 형성하는듯 싶었고 울적한 기분에 통화 종료버튼을 눌러 꽥꽥대는 목소리를 차단시켰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시끄러운 벨소리와 함께 다시 전화가 오긴 했지만 굳이 받지 않았다.
자기도 모태솔로인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연애를 가르치려 드는지.
벨소리가 끊기고 홀로이 남은 차 안에서 일부러 자동차 핸들을 툭툭 괴롭혔다.
빨간 얼굴로 이글이글 차를 노려보는 신호등 뒤로 떠오른 달이 유난히도 밝은듯 했다.
결국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혼잣말로 중얼거리길.
"달 한번 밝네."
-
"자."
종이봉투에 넉넉하게 담긴 붕어빵을 내밀었지만 고양이를 품에 안은 두 손 때문에 다시 저에게로 돌아왔어요.
마치 갓 태어난 신생아마냥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안은 채 벤치에 앉아있는 꼴이 영락없이 덩칫값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네요.
그 옆에 앉긴 했지만 일단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요.
설명하자면,
퇴근후 집에 잠깐 들러 옷만 갈아입고 요앞 편의점에 맥주나 한캔 사러가고 있었어요.
정국이에게 기습적으로 받은 고백아닌 고백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얇은 옷차림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을때였어요.
어디선가 고양이 한마리가 불쑥 나타나더니 제 앞에 딱 멈추는거 있죠.
깜짝 놀라 야밤에 득음할 뻔했지만 겨우 삼키고 다가가니 도망가지도 않네요.
"안녕?"
"야옹-"
길고양인듯 하지만 털이 깨끗한걸 보니 버림받은 아이 같아요.
속으로 옛 주인한테 욕 한번 해주고 손을 가져다대려는 찰나였어요.
손에 들린 지갑을 낚아채다 물어서는 쫑쫑 사라지는거 있죠.
말이 쉬워 쫑쫑이지 밤중에 한바탕 추격전을 벌였어요.
슬리퍼에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뭣도 모르고 무작정 질주만 하다 옆동네로 들어섰다는걸 자각했을땐 이미 늦은지 오래.
이왕 여기까지 온거 쟤 잡고는 가야겠다 싶어 없던 힘까지 짜내 달렸지요.
저어기 대충 남자로 보이는 실루엣이 보이길래 고양이 좀 잡아달라고 말하려는데
이놈이 그 남자 앞에 가서는 우뚝 멈추는거 있죠.
덕분에 같이 급정거를 하고는 허우적대다 앞으로 쏠려 넘어지려는 것을 남자가 잡아주는걸로 겨우 넘겼어요.
"흐어, 흐어어...감사합니..드아아..."
"..누나?"
소름돋게만치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거친 숨을 내뱉다가도 시선을 올리니 조금은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봐요.
한 손에는 어느새 고양이한테 돌려받은 제 지갑을 가지고 있었구요.
이놈의 운명이란게.
가끔 가다보면 정말 뭣같이도 맞아떨어져서는
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옆 동네에서
다른날도 아니고 정국이한테 고백까지 받고
복잡한 감정 추스린답시고 빛의 속도로 집으로 칼퇴까지 했는데
왜 굳이....왜!!!!!!!!!
길가다 술취한 아저씨나 이제 막 학원마친 학생이나
심지어는 공부하다 머리 식히러 나온 고시생도 있건만
그 많디 많은 옆동네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누나."
"어?"
더 웃긴건 뭔지 알아요?
"나 붕어빵 사줘요."
-
"니가 키우는 고양이야?"
"아뇨, 며칠 전부터 자꾸 여기로 찾아오길래 불쌍해서 한번 씻겨주고 먹이도 몇번 주고.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선물을 데리고 왔네요."
"..."
엄마야.
저 총각 아무렇지않게 말하는거 보소..!
막상 만나면 어색할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네요.
뜨거워지는 얼굴에 붕어빵 한 개를 집어 실실 쪼개는 정국이의 입 안으로 명중을 때렸어요.
"헤헤 안 뜨겁지롱."
"시끄러..! 지금 저 고양이 때문에 내가 옆동네까지 10분은 족히 뛴것같거든.
내 지갑안 안채갔어도.."
"그래서 싫어요?"
"응?"
"저는 누나 만나서 지금 기분 진짜 좋은데. 누난 아닌가봐요."
"아니, 아니야!!"
실실 웃으며 말할땐 언제고 그새 시무룩을 넘어서 울것같은 표정을 지으려하자 손사래를 초속 50번은 치며 아니라고 했어요.
"니가 싫다는거 아니야! 나도 정국이 좋아ㅎ...아니지! 좋아하는건 아닌데 아 이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미안해요. 아까 했던 고백은 충동적이었어요."
"..."
"누나를 좋아하긴 하는데 고백이란걸 못해서 여태 쩔쩔맨거죠."
"야 너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
"옆에서 장난치면 그래도 다 받아주던 누나가 이제는 매일 사장님 옆에 붙어있으니까 질투도 나고."
"..."
"근데 또 둘 모습이 너무 잘어울려서 마음아프고."
"정국아."
"머리아플꺼 아니까 대답 안해줘도 돼요. 근데 이거 하나만 알아둬요. 포기는 안할꺼야."
"..뭐를?"
"누나를 향한 나의 불타는 마음을!"
글쎄요, 장난스럽게 말하긴 하지만
저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려서 순간 정국이가 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걸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느새 진지함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정국이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가요?"
"내일 출근해야지."
"..누나 잠깐만!"
마지막으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가던길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고양이를 내려놓고 서서는 뭔가 우물쭈물대요.
그러다 이내 결심한듯 다가와서는
꽉 안았다 이내 떨어지고는 부끄럽다는듯이 순식간에 뛰어가네요.
잘가요 누나!!! 하는 정국이의 인사는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아요.
포옹도 충격이 컸거니와 아직까지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정국이의 씁쓸한 표정이 기분을 한층 답답하게 만들어요.
뭔데. 누가 들으면 사장님이 나 좋아하는것처럼...
....
아까까지 용기내어 고백해준 정국이에게 정말로 미안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눈 앞에 보이는건
사장님의 목소리와, 새하얀 그 얼굴과
빨간 물들인 위험한 색깔의 입술밖에 보이지 않네요.
정국이에게 고백을 받았을때보다 더 당황스러운 이 감정.
싫은건 아닌데 뭐랄까..가슴이 막 간지럽고 쿵쿵대는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사실 이 번외 민군주님얘기만 할려그랬는데 어쩌다보니 다음화까지 붙여버렸네요..ㅋ
분량 어마어마한것..! 읽다가 브금이 끝나버릴수도있겠어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이 전개되고있다는 사실 눈치채셨나요?
파스타집이 아니라 점점 어디로 나가고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더 많이 내보내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비장) 싫어도 어쩔수 없어요ㅠ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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