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의 간곡한 부탁을 뒤로한 재환이 힘없이 방을 나왔다. 버려달라는 학연의 청원을 들어줄 수 없었다. 버릴 거 였다면 차라리 더 옛날에나 가능했지, 지금 학연 그아이는 자신의 가슴 속에 너무나도 크게, 또 시리게 박혀있다. 기분이 묘했다. 다른 남자, 아니 노비놈과 하룻밤을 지냈는데, 형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제 것으로 만들었는데, 전혀 개운치 않다. 오히려 더 찝찝하다. " 잠깐 나 좀 보자. " " 형님이 어인일로 저를 보자십니까, 청이라도 있으신 모양입니다? " " 니 놈이 진정 죽고싶으냐 " " 어휴, 착하신 우리 형님이 어찌 이리 노하신것입니까. " " 닥쳐 " 재환의 손이 그대로 홍빈의 뺨과 맞닿았다. 살짝 틀어진 홍빈의 뺨, 그리고 올라가있는 홍빈의 한쪽입꼬리. 승리다. 드디어, 재환을 이겼다. 홍빈이 아주 어렸을때, 재환은 자주 심한 고뿔에 걸리곤 했었다. 의원과 부모님이 아닌 그 누구도 재환의 방에 들 수 없었고,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철저한 세균취급이였다. 시간은 그렇게 한 배에서 나온 재환과 홍빈을 갈라놓았다. 어느순간부터 재환은 발전없이 제자리에 주저앉아있는 꼴이 되어버렸고, 그에 반해 홍빈은 언제나 재환보다 앞서려 남들보다 2배는 더 열심히 노력하였으니까. 단지 무능력한 형을 이겨 사랑을 독차지 하겠다는 자신의 어릴적 다짐이 어느새 임무마냥 더 자신을 촉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홍빈은 더 독해지고, 더 차가워진 자신을 발견했다. 예전의 행복했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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