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 " 술도 마시지 않았건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주홍빛 하늘을 보아하니 그리 늦게 일어난것 같지는 않지만,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감아버린 두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가늘게 눈을 떠 방을 돌아보았을때에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 연이 안에 있느냐 " 낮게 끄는 목소리는 분명 재환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재환이 보기 싫었다. 아니 볼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만 같다. " 들어간다. " 끼익- 하며 오래 사용하지 않았던 목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학연은 몸을 틀어 눈을 완전히 감았다. 마치 첫눈을 밟듯이, 학연에게로 사뿐히 걸어오는 재환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 잘잤어? " 학연의 앞머리를 옆으로 살짝 쓸어주며 살짝 웃는다. 제일 좋아하는 표정. 재환이 웃는 모습은, 세상에서 제일갈만큼 어여쁘고 따사롭기만 하다. 아무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 니놈 잠버릇이 고약한게로구나. 옷을 이리 다 풀어헤치고 자면 … " " 죄송합니다. " 흐트러진 옷매를 정리해주며 애써 담담히 말하는 재환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무엇이, 무엇이 죄송한게냐. 니가 나를 연모한다는 것이? 아님, 학연이 네가 어젯밤 당한 일이. " 연아 " " ……. " " 있잖아 연아 " " 저를, 버리십시오. " 저를, 버리십시오. 버려주세요. 버려, 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