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편은 거의 찬디인듯?
그런 의미에서 잘생긴 찬여리 사진 뙇
오늘 대선... 떨려죽음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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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은 불편한 술자리에 묵묵히 술잔만 비울 뿐이었다. 쓴 술 몇 잔을 비워내면 이따금 과일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매캐한 담배연기와 짙은 향수 냄새가 뒤섞인 공간이었다. 찬열은 조금만 더 버티다가 나갈 생각으로 잔에 얼음을 채웠다.
"김종인 그 새끼 이해가 안돼."
찬열은 익숙한 이름에 동작을 멈췄다. 말을 꺼낸 남자는 테이블 위 재털이에 가래침을 뱉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게 그 수많은 여자를 다 걷어차냐고."
남자는 정말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다른 남자는 그의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너 같은줄 아냐? 그렇게 순식간에 숙여진 고개에 남자는 엄살을 피우며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비벼댔다. 찬열은 그 광경을 보고 한심하다 생각하며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그 때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가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반박을 쏟아냈다.
"아니라고! 그 새끼 남자 좋아하는걸지도 몰라!"
찬열의 손이 다시 멈추었다. 주변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찬열은 귀를 대화에 기울인 채 잔을 집어들었다.
"아, 존나 못 믿네. 내가 이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남자가 난감하다는듯 마른 세수를 하더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얕게 가라앉았다. 달그락거리던 잔 부딪히는 소리가 모습을 감추었다.
도경수? 모두들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래, 도경수. 키 작고 존재감 없는 애. 남자가 내뱉은 말에 그제서야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은 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걔가 왜? 걔 이름도 잘 모르잖아. 맞는 말이었다. 도경수는 학교에서 아주 조용했고 성적도 어중간한 편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눈에 띌 수 있는 위인이 못 되었다. 찬열은 남자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사뭇 기대되었다. 찬열은 아무 말없이 잔에 묻은 이슬을 톡톡 건드렸다.
"뒤 대주는 것 같던..."
쨍그랑- 남자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산산조각난 유리가 남자의 발 밑에 흩뿌려져 있었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찬열을 쳐다봤다. 오히려 찬열은 태연했다. 소파에 올려져 있던 코트를 집어든 찬열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룸을 나갔다. 룸은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씨발... 뭐야?"
한 남자가 내뱉은 말로 룸에 다시 숨길이 돌았다. 망나니 새끼. 다음부턴 저 새끼 부르지 말아야겠어. 모두가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달라진건 없었다.
경수는 익숙한 목소리에 엎드렸던 몸을 일으켰다. 바로 앞에 보인 것은 살짝 웃음을 띤 얼굴의 종인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다. 시계를 힐끗 보니 6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이었다. 경수가 다시 종인과 눈을 마주치자 종인이 자상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괜찮으면 나 좀 도와줄래?"
그건 겉만 부드럽게 치장한 강압적인 말이었다. 경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은 그리고 경수에게 웃어보였다. 주변을 의식한 웃음이었다. 경수는 그조차도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경수는 종인이 뒤돌아 나가는 것을 곧바로 뒤따랐다. 향한 곳은 책상과 의자가 한데 뒤섞인 빈 교실이었다. 종인은 문을 열고 경수를 들여보냈다. 경수는 문을 열자마자 날아드는 먼지에 기침을 수차례 해야했다.
"청소하고 책상 줄 좀 맞춰놔. 내일 여기서 임용고사 있대."
종인은 귀찮다는 듯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경수는 먼지가 눈에 들어가 눈을 찌푸렸다. 눈이 떠지지 않고 찔끔 눈물이 맺혔다. 경수는 그냥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병신. 종인은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혼자 남겨졌다. 경수는 눈을 비비며 창문을 활짝 열고 창틀에 기대어 섰다. 그제서야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수요일이니까 7교시는 자습이었다. 다행이다. 종인에게 못 이겨 수업을 빠지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넘어가겠구나. 7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경수는 기댔던 몸을 일으켜 청소도구함으로 향했다. 경수가 허리를 굽혀 빗자루를 하나 집어들 때였다.
"뭐 해?"
"아, 깜짝이야!"
놀란 가슴에 손을 얹고 보니 열린 문 틈 사이로 큰 키의 인영이 보였다. 찬열이었다. 찬열은 교실을 훑어보며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경수는 의외의 인물에 놀라 눈만 동그랗게 뜬 채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다. 찬열은 시선을 옮겨 경수를 보더니 경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경수는 멍하니 손을 보다가 조심스레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찬열은 경수를 끌어당겼고 그 덕에 경수는 단숨에 몸을 일으켰다. 경수가 엉덩이에 붙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왜 왔냐고 물어볼까.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경수가 찬열의 눈치를 살폈다. 옆에 있던 책상을 툭툭 차던 찬열이 어정쩡하게 서있는 경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김종인이 그랬어? 찬열은 입 안의 맴도는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찬열은 손만 쥐락펴락했다. 숙여진 작은 뒤통수를 쓰다듬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찬열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를 집어들었다.
중얼거리며 내뱉은 찬열이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한참을 아무 기척이 없었다. 찬열은 숙였던 허리를 펴 뒤돌아 봤다. 경수가 난감한 표정으로 찬열과 눈을 마주쳤다.
뭐라고 말할까. 찬열은 그냥 작게 웃을 뿐이었다.
뭐라고 말할까.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씨발, 여기 여자애들 얼굴 왜 이러냐. 시시콜콜한 얘기만 이따금 흘러나왔다. 학교 뒷문에 있던 매점을 가기 위해 길을 지나려던 몇몇 학생은 찬열의 무리를 보고 못본척 발길을 돌리기 바빴다. 병신새끼들. 무리는 낄낄거리며 비웃어댔다. 찬열은 지포라이터의 뚜껑만 딸깍거리며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고 찬열의 무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찬열도 그들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작은 체구의 남자가 종종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입학식이랍시고 정석대로 교복만 입은 모양이었다. 남자는 제 손을 호호 불며 찬열 무리의 앞을 지나갔다. 그는 찬열의 무리를 의식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찬열의 무리는 볼품없이 작은 남자가 저들에게 쫄지도 않고 가던 길을 가는 것이 어딘가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남자는 움찔하며 몸을 웅크리더니 잔뜩 쫄아 그제서야 찬열의 무리를 봤다. 남자는 동그랗고 큰 눈을 깜빡이며 저요? 라고 되묻더니 쭈뼛쭈뼛 다가오는 것이었다.
찬열은 그 모습이 불쌍해 보여 제 친구를 말리려 물었던 담배를 비벼껐다.
야, 이 새꺄. 너 일로 와봐. 찬열은 조금 큰 소리로 말하는 제 친구의 팔을 잡았다. 남자는 잡힌 제 팔을 힐끗 보더니 한 발자국 물러났다. 패기있게 말을 뱉어놓고는 잔뜩 움츠리고 있는 것이 우스웠다. 찬열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찬열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했다. 찬열은 굳이 따라붙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남자는 찬열의 눈을 힐끗 보고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경수.
끝까지 골 때리네. 경수는 뛰는 폼도 작고 어린 애 같았다. 그 땐 더 그랬다. 길 위에 얼어있는 눈이 다 녹지도 않았지만 확실히 봄은 오고 있다고, 찬열은 그 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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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 선택 대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아련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