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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유리병 전체글ll조회 980l



"...경수씨~“



종인이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경수씨이~ 나 안볼 거야?”



그래 안볼거야. 야 너만 삐지냐? 나도 삐질수 있다 이거지. 종인이에 이어 종인이 다리 뒤에 숨은 현준이의 머리가 빼끔이 나온다. 됐어. 흥이다 뭐. 난 김종인도 밉지만 너도 미워.



“현준아 경수찌 삐졌다. 애교한번만 부려줘라 응?”



종인이가 현준이에게 제안하지만 녀석을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녀석의 품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이씨. 김현준 너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솔직히 애교 한번 부리면 봐주려고 생각했는데 흥이다. 나 안풀거야 절대로.








정략결혼




07. “사랑해요 경수찌.”






어느 집부터 가야하나 고민하다 우선 우리 영감님 부터 찾았다. 모든 자초지종을 듣고 하신 한마디.



“충분히 생각해보니 내린 결정이었을 테니 탐탁지 않지만 반대하진 않으마. 다만 기억 하지? 경제적 지원은 대학교 학비 까지만 해준다고 했던거.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려면 그 집에선 벅찰 테니 다른 집을 마련해주마. 대신. 학비 지원은 해주지 않을 거다. 너희 선택이니 책임지고 생활비나 학비 부분은 충당하도록 해라.”



어느 안전이라고 반박을 할까. 내 알겠습니다. 고개를 주억 거렸다.-생활비를 알아서 하라고 하셨으면서.... 이사한 당일 날 아침 우리 집 앞에는 감당이 불가능한 쌀포대 5개가 도착해있었다. 이게 뭐냐고 전화하니까 손자 굶어 죽인 비정한 노인내로 뉴스에 나오는게 싫다나 뭐라나..- 하아.... 학비 지원이 끊기면...



“....장학금.. 받아야 하나.....”



지금까지 할아버지는 기숙사 비와 학비는 내주셨지만 생활비는 주시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가끔 뜬금 없이 이경진 마녀가 공돈 생겼다며 옷같은걸 사줬는데.. 그걸 할아버지가 주신..것 같기도 하고.- 때문에 학비 걱정은 하지 않으며 알바를 해서 충당했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생활비를 벌면서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날 고모님에게 받은 돈이 상당하다는 것.



“그 돈은 어떻게 했어?”

“어쩌긴. 내 이름으로 통장 만들어 놓긴 했는데, 쓰더라도 현준이 어린이집 비나 옷 사거나 그런데 쓸 거야.”



현준이에게 당장 들어갈 돈은 걱정안해도 되겠고... 스마트 폰 가계부 알람을 보며 열심히 끙끙 거리다. 종인이네 집에 왔다. 할아버님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얼굴이셨다. 모를 리가 없지. 정연이가 손녀고 우리 할아버지가 사돈이자 친구인데. 잔뜩 긴장한 나와 종인이를 번갈아 보시더니.



“고얀 놈들 이런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을 줬어야지 또 그 영감쟁이 자랑질을 듣게 만들어?! 애들이 얼마나 자길 큰 어른으로 생각하는지 자기한테 먼저 와서 보고를 했다고 어찌나 자랑질을 해대던지... 나 닮지 않아서 손자들이 다 귀엽네 어쩌내 쓸 때 없는 소리를 하면서”



도대체 우리 할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신걸까. 내 앞에선 현준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안하시더니...



“그 영감쟁이 애라면 죽고 못사는데..”



에...? 우리 할아버지가.....? 정말 그런 면이 있다고?



“우리 현준이 피곤해서 어쩌누. 그 영감이 껄떡.. 아지. 치근... 이것도 아니지. 이무든 맛난거 사줘도 현준이 첫 번째 할아버지는 나다 알겠니?”



현준이는 멀뚱멀뚱 할아버님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 거린다. 할아버님은 이미 정연이에게 현준이의 상태를 들은 건지 고개 끄덕 끄덕 하면 되요~ 라고 말하고 현준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할아버지님은 내 걱정과 달리 만족스런 얼굴로 옳지 그렇지 그렇지 말하며 현준이를 안아 주셨다. 정연이나 낳는걸 반대 하긴 했어도, 일단 태어난 후에는 무척 좋아하시고 이뻐하셨다더니... 정말이었구나.



“그 영감쟁이랑 합의 봤다. 나랑 그 영감쟁이 반반 부담해서 집은 해줄테니 종인이 너도 대학 가서 학비나 생활비는 알아서 충당 하도록 해라. 등록금까지는 부담해 줄테니까 그 부분은 걱정 말고.”



















생각보다 쉽게 할아버지들 문제는 해결 되었고. 정신없이 이사가 시작됐다. 아이 방 하나 안방 하나 거실과 부엌이 연결된 작은 집으로. 그리 넓지 않지만 원룸에 비하면 거실씩이나 있고 방도 분리 되어있으니까 이게 어디냐. 열심히 짐정리를 했다. 친구 녀석들에게 알릴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진행된 이사였다. 이사를 끝내고 셋 다 피곤에 쩔어 한방에 모여 기절할 듯 자고 일어난 다음날 등교한 학교에서 친구 놈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야 어떻게 된 거냐?”

“뭐가?”



짐을 옮기느라 멍멍한 어깨를 주무르며 대충 대꾸하는 나에게 친구 세놈이 달려든다.



“어제 학교 근처에서 술 먹다가 막차 끊겨서 신세 지려고 찾아갔더니 이사 갔다고 하잖아. 너 새끼는 전화도 안 받고. 뭐냐 설마 쫒겨 난거야? 너 결국 성적표 할아버지 손에 들어간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뭔데?”



날 탈곡기에 털리는 곡물 마냥 탈탈 털더니 기어이 이사한 집으로 두 번째 집들이를 하자고 쳐들어왔다. 이럴까봐 그랬다 임마들아. 배고픈 대학생이라고 또 얼마나 얻어먹으려는 건데? 가지고 온 선물도 끽해봐야 두루마리 화장지잖아! 그것도 각각 하나씩. 내가 20롤 자리를 사왔으면 말을 안해요. 자기 집에 있는거 하나씩들 가지고 온 주제에. 손님이라고 고개 뻣뻣한거 보소.



“역시. 우리 종인이 솜씨는 최고라니까. 형아랑 같이 살 생각...”



또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 입에 만든지 얼마 안된 뜨끈뜨끈한 요리를 집어 넣는다. 아뜨뜨아 뜨아아아아뜨드 야! 도경수 소리치는 놈을 향해 한 쪽 입 꼬리만 슥 올려 웃어준다. 닥치고 먹기만 해라. 다시 한 번 애 허리에 팔 감기만 해봐 내가 아주 확 그냥 꺾어버릴 라니까. 사방으로 신경을 바싹 세우고 종인이에게 터치 하고 껄꺽 거릴 때 마다 반응했더니 골이 다 지끈 거린다. 지들끼리 신난 놈들을 내비 두고 안방에 들어왔다. 뒤에서 휙 종인이가 안는다.



“뭐야?”

“아니 그냥 오늘 자기 기분 별로인 것 같아서. 왜? 뭐 마음에 안드는거 있어?”



김종인 이상하게 이쪽으로 둔해 빠진 새끼가 살짝 들어난 목가에 입을 맞추며 묻는다. 와. 나 완전 익숙해 졌나봐 이거. 아까까진 예상치 못한 불청객 때문에 불쾌하고 기분 나쁘고 그랬는데, 바로 느슨하게 풀어지는거 보면.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놓이나 보다.. 나.



“한번은 좋았는데 두 번은 좀 그렇다. 오랜만에 둘이 있는 날인데 빨리 집에 안가려나.”



녀석들이 쳐들어 온다는 소리를 듣고 누나에게 sos를 보냈다. 현준이는 누나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 가게 되어 오랜만에 단둘이 집에 있게 된 건데.. 저 놈들 지금 화력으로 보면 오늘이 가기 전에 집에 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게 저 새끼들 내 한 달 생활비 다 털어야 갈 것 같다. 저것들을 친구라고.. 중얼거리는 소리에 내 양 어깨를 잡고 휙 돌리 더니. 탁 벽으로 밀어 넣는다. 한손으론 문을 잠그고 한손으론 내 목을 감싸 쥐고 입을 맞춘다.


현준이와 같이 있다 보니 요즘 키스를 해도 끽해봐야 입술에 하는 것 정도 였는데, 보채듯 다급하게 달려들고 나는 응하지 않는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불만스럽게 미간을 조이고 나를 바라보더니 살짝 아랫입술을 물며 보챈다. 녀석이 원하는 대로 따라준다. 매끄럽게 나에게 다가와 끊임없이 나를 쫒는다. 야.. 잠깐 숨.... 살짝 밀어 내고 말하려 하지만 요지 부동. 고요한 방안에 열심히 내 달리는 듯 한 소리들이 가득 찬다.



“야! 뭐해! 자냐? 술 마시자 술~ 어?”



툭툭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란 나와는 달리 종인이는 짜증이 섞인 얼굴로 떨어져 네 형 잠깐 만요. 말하고 쪽 가볍게 입을 맞춘 후 빨리 마시게 한 다음에 집으로 보내 버리자. 말한다.



“경수씨 표정이 왜 그래?”

“..어? 아니 좀 피곤해서.”



사실. 아쉬워서. 방금 좀 많이... 아쉬웠다 나. 위험했어 도경수 밖으로 나가려는 김종인 붙잡을 뻔했다고. 아쉽다고? 뭐가? 밖에 다른 놈들 있는거 모르냐? 정신 차려. 후우.. 후우. 쉼호흡을 하고 내가 술을 사러 갔다 온다며 집 밖으로 나왔다. 종인이는 같이 가자고 말했지만 괜찮다고 끝까지 만류 하고 나 혼자 나왔다. 어느새 이렇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아쉽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짝 섬뜩해졌다. 앞으로 난 어떻게 되려나.


술을 사오고 나서도 심란한 마음 상태가 얼굴이 비쳤나 보다. 종인이가 슬쩍 괜찮아? 라고 묻는다. 응. 괜찮아. 대답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나 혼자 열심히 술을 마셨다. 내 기분이 어떤지 챙기는건 종인이 뿐 다른 놈들은 제대로 흥이 올라 난리들이다. 적당히 술기운이 올랐을 때쯤 종인이는 녀석들을 집으로 보내기위해 슬쩍 운을 띄운다. 하지만 눈치 없는 것들은



“그럼 이쯤에서 진실 게임?”

“어~?! 진실게임~!”



하고 우리 집에 mt를 온 것 마냥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진실 게임은 개뿔. 바로 내 진심을 말해 주랴? 가라. 제발 가! 집으로 꺼지라고! 신혼부부집에 와서 너네게 지금 무슨 행패를 부리는줄 아냐? 삐딱하게 턱을 괴고 놈들의 만행을 지켜본다. 솔직히 우리 끼리 진실 게임이고 뭐고 할 사이가 못된다. 숨기는게 있을지 몰라도 이런 게임에서 나오는 뻔한 질문들에 관련된 사항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타깃이 되는건...



“자자 우리 종인이 첫사랑은 언제였어?”



종인이 뿐. 어차피 다 알고 있는거 또 들어봐야 재미하나 없으니까. 친구 놈들이 술을 권해도 내일 학교에 가야 된다고 나중에 졸업하면 한잔 사주라고 너스래를 떨던 놈이 친구들의 질문을 듣고 딱 봐도 추억에 잠긴 얼굴이 된다. 니들은 떠들어라 난 내 감정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해보겠다. 놀자 판에서 멀찍이 떨어졌던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종인이의 대답을 숨죽여 기다린다.



“음... 7살 땐가? 혼자 집밖에 나왔다가 길을 잃어 버린 적 있거든요. 그때 길 찾아준 사람이요”

“엥?”



그게 뭐야. 다들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



“길을 못 찾고 혼자 울고 있는데 누가 멋지게 짠 나타나서 집을 찾아줬었거든요. 얼마나 멋있게 보이던지. 그때는 몰랐는데 한눈에 반했던 것 같아요”



전혀.. 이해 못할 포인트지만. 그래 저놈이 그랬다면 그런거겠지. 근데. 그게 누군데? 그게 중요하다는 말씀. 지금도 아는 사이야? 지금도 연락해? 난 더 깊게 물어 보고 싶은데... 뭔가 더 깊은 로맨스를 바랬던 녀석들은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럼 첫 키스~ 아! 첫 키스는 언제 한거야? 응?



“첫 키스는...”



첫사랑은.. 그렇다 치고.. 저건 혹시 나랑..인가? 나도 저 녀석이 처음..



“중3때”

“중3? 오오오오오 누구랑?”

“그건 비밀 인데요. 너무 제 얘기만 하는거 아니에요. 형은요?”



녀석은 자연스럽게 웃어넘겼다. 녀석들은 내일 공강이었지만 종인이는 꼼짝없이 학교에 가야 했기에 놈들은 집으로 귀가해야 했다. 난장판이 된 집을 치우면서도 종인이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첫 키스요? 중3때요. 첫 키스요? 중3때요? 첫 키스요? 그까짓꺼 중3때요. 첫 키스? 그 정도는 중3쯤이면 해야 되는거 아닌가? 첫 키스? 그거? 아~ 중3때 끝났죠. 그때 못하는 사람이 있기나 해요? 시시하게 첫 번째 말고 두 번째는 안 궁금해요? 녀석이 했던 말이 내 머릿속에서 과장되고 각색된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저 놈도 나같이 처음이란 법 있어? 저 놈은 한 번도 나한테 처음이라는 말 한적 없잖아. 거기다 나보다 자연스럽고 잘(?)하기도 했어. 그래. 어쩐지..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럴수도 있지 뭐. 신경 쓰지 말자. 잠깐! 그럴수도 있긴 한데 그래도 난 억울한거 아냐? 저놈은 이미 다른 사람이랑 해봤는데 난 저 녀석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잖아. 그건 너무 하지 않아? 하아.. 경수야 도경수.. 너무 하면 또 뭐? 이제와서 다른 사람이랑 해보게? 그것도 웃기 잖아. 웃기지... 신경쓰지 말자 다 지난 일이니까 신경 써봐야 내 머리만 아프다. 열심히 정리를 했다. 아니 정리 했다고 생각했나보다.



“경수씨. 나한테 화났어?”

“뭐가?”

“뭐긴 뭐야. 그렇게 넓지도 않은 침댄데 그렇게 끝에서 자면 굴러 떨어진다. 빨리 이쪽으로 와.”



이렇게.. 뒤끝이 남은거.. 보면. 남이사. 굴러 떨어지던지 말던지. 부러져도 내 허리가 부러지고 깨져도 내 코나 머리통이 깨지니 신경 끄셔. 고집부리는 날 들어올려 제 옆자리에 눕힌다. 픽 돌아 눈을 감은 날 돌려 누이고 나보고는 서운한거 다 말하라면서 경수씨는 얘기 안해 줄 거야? 아이 마냥 토라진 날 토닥인다. 현준이 보다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근데 여기서 내 서운한 이유를 말하는 것도 웃기지 않아? 고민하는 나에게 녀석은 안돼겠다. 말할때까지 괴롭힌다? 오늘은 현준이 도 없는거 알지? 선전포고를 한다. 녀석이 괴롭힌다고 해봐야. 뻔하지 뭐. 주둥이부터 들이 대는 녀석을 째려보며 팔짱을 낀다.



“좋겠다. 자연스러워서. 어쩐지 들이대는게 자연스럽다 생각했는데. 많은 경험 때문이었구만. 어떻게 하냐? 난 처음이라 제대로 응해주기가 힘든데. 답답 했겠다 그동안. 초짜인 나 상대하느라.”



아오.. 도경수 말을 해도 꼭 요딴 식으로 기분 나쁘게 하지. 솔직하게 말하면 될걸 너가 무슨 스크류바냐? 비비꼬게? 내 말을 듣고 처음엔 이해가 안돼는 표정이었던 놈은 1초마다 표정이 바뀌었다. 뭔가 깨달은 듯 하다가 의아한 듯 하다가 모든걸 다 이해한 표정으로 픽 웃는다. 그래 우습겠지. 내가 생각해도 내가 웃긴데. 아. 쪽팔려. 넓은 아량으로 다 이해하고 넘어갈 순 없었냐 도경수? 너보다 어린놈한테 꼭 이렇게 우습게 행동 했어야 했어? 녀석은 경수씨. 미안. 말하더니 갑자기 내 볼을 깨문다.



“미쳤어?”

“응. 미치겠어 경수씨 귀여워서.”

“적당히 하랬지? 나 오징어 구이 만들기 싫으면 적당히 해라”



소름이 오스스 돋은 팔을 손으로 문지른다. 귀엽기는 개뿔 한심하겠지. 웃기고 그지? 다 안다 내가. 나도 내가 한심하고 웃기니까. 뚱한 내 양동을 쭉 잡아당긴다.



“경수씨 질투해?”

“그렇다면?”

“와~! 웬일로 이렇게 솔직해?”

“몰라 됐어. 더 우스운꼴 되기 싫어. 잘래.”



한다 해 그래 질투. 나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그거하고 있다고. 너가 모르는데 나 은근 욕심 있는 놈이다? 가질 수 없는걸 넘보진 않지만 일단 내 손에 들어오면 절대 안뺏긴다고. 그런 심리인거야 지금. 너랑 나는 결혼을 했고. 그럼 너는 내꺼 잖아? 근데 내껄 누가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까.. 화나는 거지.



“와 대단하다 김종인 도경수가 무려 질투까지 하게 하다니. 나 재대로 꼬셨나봐. 장하다 장해.”



이와중에 놈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다. 그래 장하다 장해. 나도 내가 이렇게 될거라곤 상상못했다. 아 방금 그거 녹음 해놨어야 됐는데. 일기라도 쓸까? 우선 핸드폰에 써놓고 내일 종이로 옮겨야 겠다. 중얼거리며 기록한다. 저 놈도 저거 정상 아니라니까. 핸드폰으로 쓰면서도 흘낏 흘낏 아까한말 다시 해주면 안돼? 녹음하게? 응? 보챈다.



“솔직히 말해 변태지 너?”

“에헤이 변태는 심했다. 웬만하면 섬세하다고 해주지? 이런게 다 추억이 된다니까. 나한테 감사하게 될걸.”

“섬세는 무슨. 세상 모든 스토커가 그럼 다 섬세한 놈들이게?”

“에이~ 난 성공한 스토커라니까?”



말이 나와서 그런데 나 그 일기장 마음에 안들거든? 언젠가 살짝 읽었다가 어찌나 놀랐던지. 나랑 정식으로 만나기 전 내가 아직 학생일 때 몇 월 며칠 나랑 어디서 마주쳤고 난 뭘했는지가 적혀있었다. 날 미행만 안했다 뿐이지... 녀석이 교실에서 공부하고 내가 운동장에서 체육을 할 때와 같은 우연한 마주침이 있을 때, 내 행동 표정 모든게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결혼을 하고도 쓰고 있었던 거야 그거? 너 내 관찰일기 쓰냐? 김종인 도경수 관찰기 이딴거. 야 파브르가 쓴건 인류에 도움이라도 됐지 나 관찰한 일기 따위 만들어져 봤자 종이 낭비일 뿐이다. 어지간히 하는게 어떠니?



“그리고 경수씨. 정말 기억안나?”

“뭐가?”

“나 첫 키스 경수 씨랑 했는데.”

“...뭐?!”



저 놈이 중3 때면 내가 고1 때라는 건데.... 아닌데? 난 그런 기억 없는데?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20년 동안 내 입술은 철저하게 순결을 지켰다고. 난 무방비 상태로 놔뒀는데 아무도 공격을 안했다 이거야. 방어한 기억도. 함락된 기억도 전혀 없는데 나랑 그랬다니... 헛소리 마라. 면박을 준다. 잘 생각해봐. 거짓말 아니야 정말이야.

저 놈이랑 한게 맞다면 언제 했는지 말을 좀 해줄 것 이지. 그건 알아서 생각하라며 입을 싹 닦았다. 밤세 고민하며 뒤척이다 일어나 다음날 아침에 물어봤지만 듣는둥 마는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밖으로 나간다. 이렇게 된거 기필코 알아내고야 만다. 저 쫀존한 성격이면 분명히 일기에 적어놨을텐데. 요즘 그 일기는 나한테 한번 들킨 이후로 꽁꽁 숨겨뒤고 있다. 언젠가 기필코 밝혀내고야 만다.






난 현준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할아버지 집에서 잘 놀았다면서도 내가 오자 바로 달려와 폭 안고 떨어지지 않아 누나가 많이 섭섭해 했다. 난 기분 좋았지만. 그렇지~! 우리 현

준이 나 많이 보고 싶었구나? 이런거 보면 나도 참 욕심 많아. 현준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둘이 같이 과자를 만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얼굴에 표정이 없어 걱정 하게 만들더니.. 과자를 만들면서는 소리 없이 웃었고. 웃음이 짙어지면 짙어 질수록 뭔가 동글 동글 한게 가슴에 가득 차 통통 튀었다.



“경수씨 잘 잤어?”

“경수씨!”



일어나자 마자 한쪽 볼에는 종인이 녀석의 인사가 다른 쪽 볼에는 현준이의 인사가 찾아온다. 그래 그래 잘 잤다. 아함 하품을 하고 현준이를 꼭 안으며 현준아아아아 경수 아빠 졸려어어어.. 우리 딱 십분만 더 잘까요? 현준이를 꼬신다. 종인이는 가차 없이 됐어. 둘 다 빨리 와서 밥 먹어 꼼짝 없이 질질 끌고 가고. 꼼짝없이 자리에 착석 한다.


현준이는 처음엔 두 아빠 모두 잘 따랐다. 하지만 전부터 알아온게 종인이 녀석이여서 그런지 시간이 갈수록 나보다는 종인이 녀석을 좀 더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걸음에 나에게 달려와 안기는 모습을 보고 서운해 했던 누나의 마음이 백번 이해되도록 현준이는 나와 종인이가 함께 있으면 종인이에게 쪼르르 달려가 안겼고. 목욕을 해주는 것도 내가 해주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심지어.. 울려고 까지 해서 굉장히 상처 받았다.- 심지어 내 앞에선 옷도 갈아 입으려 하지 않았다. 방긋 방긋 잘 웃다가도 어느 순간 안 웃고. 잘 안기다가도 안 안기고.



“..왜 그러는 걸까?”

“그러게... 낯을 가려도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좀만 기다려봐.”

“그래야 겠지?”



그치만 서운하다 그거지. 종인이를 현준이에게 뺏기고. 현준이는 종인이에게 뺏긴 이 묘한 느낌. 또 나왔다 욕심. 두 사람의 마음속에 내 위치가 좀 더 커졌으면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빤히 현준이를 본다. 내 눈을 보던 녀석이 휙 고개를 돌리더니 쏙 종인이 뒤로 숨는다. 뭐야.... 나 피한거 맞지? 왜? 김종인이 하두 오냐오냐 하길래 내가 좀 엄하게 대했더니 저러는 건가? 쪼그리고 앉아 천천히 다가간다.



“현준아”



이름을 불러본다. 고개를 쏙 내밀더니 다시 속 종인이 다리 뒤에 숨는다. 뭐야...? 왜 그래? 현준아~ 이름을 부르며 양팔을 쫙 벌린다.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더듬더듬 다가와 안아주는둥 마는둥 하더니 다시 쏙 종인이 품에 들어간다. 종인아.... 나 지금... 미움 받는 거야? 그런 거야? 나와 눈을 마주본 종인이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허허 난감한 듯 웃는다. 왜? 나 왜? 나 현준이 한테 무슨 잘못 한건데?


우울하다. 우울해. 방탕한 일 학기를 보냈는데 갑자기 열심히 공부를 시작하고 학교 끝나면 알바 하러 갔다가 알바 끝나면 다시 집으로 현준이와 종인이 녀석 저녁 챙겨 주고 나면. 두 놈은 좋다고 내 앞에서 둘이 투닥 투닥 좋아 죽으려고 하고. 집에서 난 소외 되고. 학교 놈들은 갑자기 변한 내가 낯설다며 놀아주지도 않고. 으아아아아아 나 요즘 왕따 당하는 거야? 현준아아아아 경수 아빠 싫어? 미워? 참다 못해 물어봤다. 현준이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근데 왜 요즘은 뽀뽀도 안해주는데?”



매일 종인이가 경수씨 잘 잤어? 그럼 쪼르르르 달려와 경수찌~ -씨 발음이 어려운 듯 열 번 중 여섯 번은 경수찌 라고 부른다. 가끔 경주 찌 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뽀뽀 해줬잖아 너. 나랑 밀당 하냐? 그래? 현준이는 눈동자만 데구르르르 굴린다. 이래서.. 주부 우울증이라는게 생기나? 본격적인 입시에 들어간 김종인은 나랑 안돌아주고 현준이는 뭐가 문젠지 나를 피하고.



“김종인 바보”

“...어?”

“김종인 멍청이”

“뭐야 왜 그러는데?”



수시가 얼마 남지 않아 열심히 공부하는 놈 보고 할 소린 아니지만 그래도 얄미워어어 나 외로워 외롭다고오오오. 나 외롭단 말이야... 내 지랄 맞은 성격상 입 밖으로 못 꺼내 놓는다. 내 외로움 같은건.



“너랑 현준이나 나 왕따 시키고 있잖아. 나쁜 놈들. 나도 너네 왕따 시킬 거야 이제부터”



니네가 나 따돌리면 나도 할 거야 한다고 왕따 시킬 거야. 아침이면 김종인의 목소리를 알람 삼아 일어났는데 그 소리가 들리기 전에 발딱 일어나 아침을 챙긴다. 종인씨~ 잘 잤어? 말하며 입을 맞추려는 녀석의 얼굴을 밀어낸다. 내가 그랬잖아 너네 왕따 시킬거라고.



“..어쩌냐 현준아. 현준이가 뽀뽀 안해줘서 경수찌 삐졌는데”

“...경수찌?”



종인이의 말을 듣고 내 옷자락을 쭉쭉 잡아 당긴다. 아.. 몰라 몰라 삐졌어. 대답 안해! 묵묵히 밥을 먹고 나간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자 마자 종인이가 팔을 쫙 벌리고 경수찌 왔어? 나를 맞는다. 아 됐거든. 손으로 녀석을 일어내고 안으로 들어와 나 피곤해 먼저 잔다. 어깨를 주물거린다. 종인이는 쪼르르 달려와서 어깨를 주무르며 많이 피곤해? 그래 그럼 자야지. 번쩍 들어 올려 침대 위에 눕혀준다.



“나 씻어야 되거든”

“에이.. 적당히 하고 봐주지? 현준이 지금까지 안자고 경수씨 기다렸어.”

“뭐?”



지금이 몇신데. 종인이의 볼을 꾹 잡아 들린다. 야이 새끼야. 그러고도 네가 아빠냐? 아빠야?! 내가 천추의 한이에요 어렸을 때 꼬박꼬박 일찍 안 잔거. 내가 그때 재대로 잠만 잤어봐 너보다 컸지! 애가 안가겠다고 버팅겨도 억지로 재웠어야 될거 아냐?



“아야아야 현준아 경수찌가 아빠 혼내고 있어!”



때마침 문이 열리며 현준이가 쪼르르르 뛰어 들어온다.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걸려있다. 당황해서 손을 떼고 아니. 장난친거야 장난 괜찮아. 현준이를 달랜다. 현준이는 눈이 벌게 지도록 눈을 비벼 눈물을 닦는다. 경수씨 말하며 스케치북을 준다. 뭐지? 내가 받아 들자 마자 또 종인이 품에 쏙 들어간다. 스케치북에 펼쳐본다.



“이거.. 현준이랑 종인 아빠랑 나야?”



현준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집이랑 종인이랑 나 현준이 그리고... 할아버지와 누나.. 이건 정연이 인가.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가족들이 나온다. 심리치료랑 병행하는 어린이집에 요즘 다니고 있는데. 그곳에서 그린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로 생각되는 그림과 함께 옆이 그려진 빨간 하트. 그 장이 나오자 마자 현준이의 얼굴이 빨게 지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요놈 봐라 이거.



“...나 좋다고?”



대답 대신 종인이의 품에 파고든다. 이 녀석아 내가 좋으면 종인아빠한테 안기지 말고 나한테 와야지.



“에이. 경수씨 원래 너무 좋으면 수줍어서 못 그러는 거야.”

“김현준. 정말 그런거 맞아?”



이젠 귀까지 빨게 져서 종인이 볼에 입을 맞추고 쪼르르르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방문을 아예 잠궈버린다.



“경수씨가 이해해줘. 저 녀석은 경수씨처럼 수줍음이 많은 것 뿐이야.”



나처럼 이라는 말이 좀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적어도 저 놈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 되면서 서운함이 좀 풀린다. 그나저나 나.. 완전 현준이 마음도 몰라주고 어린애처럼 굴었던 거네. 쩝. 입맛을 다시며 뒷통수를 긁적인다. 종인인 둘다 귀여워 죽겠어. 경수씨는 경수씨가 소외됐다고 말하는데 난 내가 소외된 느낌이야 둘이 완전 밀당 하면서 연애하고 있잖아.



“자 이제부터 나랑 놀아줘야지?”

“놀길 뭘 놀아 나 피곤...”



틱 방문이 잠기는 불길한 소리가 들린다 요즘 좀 잠잠한가 했더니만. 또 밤세 밀고 당기고 방어하고 공격하고 피곤하게 생겼다. 생각하면서도 입은 웃고 있다.







수줍은 현준이와의 밀당은 계속 됐다. 전에는 서운하게 보이던데 현준이의 수줍음이 보이면서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리와”



팔을 벌리고 있으면 종인이 뒤로 쏙 숨어 버린다. 그럼 나는



“몰라 현준이 안오면 삐질거야”



말하고 현준이는 쪼르르르 달려와 내 옷자락을 쥐고 당기며 경수찌 말하며 꼭 안긴다. 세명이서 투닥투닥 거리고 밀당 하는 하루하루가 익숙해 지고 있었다. 그날은 내가 알바가 없고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현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선생님”



선생님이 전하신 소식은... 현준이 아빠라는 놈이 현준이를 데려갔다는 말이었다.  




----------------------------------------------


세남자 알콩달콩한 모습을 그리고 싶은데 잘돼는지 모르겠습니다ㅠㅠㅠ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암호닉     


     

   

울지요님. 체리밤 님. 초코우유님. 만세님, 잇치님, 아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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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빠 데스요
10년 전
독자2
미치 ㄴ 뭐야 저 아빠라는 인간은!!!! 어 잠깐만 내가 아ㅃ...아니 어쨌든 저 현준이 친부는 정작 미친것인가요?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데려가지말았어ㅑ죠!!! 말도 안돼!!!! 이거ㄴ납치야 납치!!!!!!!!! 그나저나 현준이의 밀당 끌리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그 이쁜애를 납치해 가니!!!!!!! 어떻게!!!!!! 니가 삼대 독자인건 상관이 없어!!!!!!!!! 우리 현준이의 행복을 존중해 달라는거야!!!!!!!!!!!!
10년 전
독자3
헗,...아빠라니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셋이서 알콩달콩 좋았는데!!! 완전 엄마미소하면서 보고있었는데 ㅠㅠㅠㅠ아빠라니요 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현준아...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초코우유에요!둘이 밀당하는게 너무 기여워욯ㅎ휴ㅠㅠㅠㅠㅠ왜례 기엽짛ㅎㅎㅎㅎ글구 갑자기 아빠라니요....아빠가 누구지..설마 지금생각하고 잇는 그 아빠는 아니얏으믄 조겟네요..ㅠ
10년 전
독자5
헐아빠라뇨!!!!!
현준아ㅠㅠㅠㅠ현준아ㅠㅠㅠㅠ설마..... 아니죠??? 그못된 그놈아니죠??? ㅠㅠㅠㅠㅠ
종인아빠인거죠???? 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현준이 귀여워요 ㅎㅎ
그나저나 아빠라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 현준이 어디로 간거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7
잇치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현준이 어케요 ㅠㅠㅠㅠ 흐엉 현준이 아빠라는 사람.,.,... 정말 나쁜사람인거 같던데 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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