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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솔길 전체글ll조회 1016l 1








[같이 걸을까 02]







  집안 한 구석에 자리 잡은 형체는 좁다랗게도 흐트러졌다. 달달 떨리는 입술을 주체하지 못한 채 불안한 목소리였다 해도 낯선 이에게 제 아버지라 울부짖었던 당당함은 어디 갔는지 한껏 웅크러진 모양이었다. 방문턱에 서 가만 보고만 있던 택운이 땀에 전 옷을 튕기며 상혁의 쪽으로 다가왔다. 인기척을 느낀 형체는 볼품없이 구겨졌다. 팔로 감싸 안은 제 무릎을 더더욱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구겨진 몸체는 안쓰러웠지만 눈빛은 입을 열었을 때의 생기를 지니고 있었다.






  “집이 어디야?”






  상혁은 간신히 고개를 들고는 양 옆으로 저어 내렸다.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흙먼지 잔뜩 묻은 작업복뿐이었다. 숨 막혀 죽을 것만 같은 괴로움을 환기시키면서도 그리운. 찰나의 아찔함에 눈을 돌렸으나 새로 자리 잡은 그 자리에도, 상혁은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 없이 잘려나간 부분엔 보기 흉한 흉터들이 감싸 안고 있었다. 상혁의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인 택운이 온전한 손가락으로 잘려나간 부위를 매만졌다.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어린 시선이 그를 뒤따랐다.







  괴로운 고통은 쉽게 잊힐 것 같으면서도 희미한 조각으로 남아 방심하는 우리에게 날아와 꽂힐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른 후라 어느 정도 무뎌졌겠지, 그저 옛 기억이겠거니 해서 아프지 않으리라고? 글쎄, 그것이 방심 아닐까.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새끼손가락 하나 없다고 사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꼭 제 손가락이 없는 것 마냥 불안한 시선으로 택운을 올려다보는 상혁의 시선이, 몇 년 전 그날로 안내했다.







  며칠 전부터 기계가 작동하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잔고장이 심하였다. 오래된 것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그 누구도 기계를 고치려 들거나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18세기 산업혁명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듯 아무 대화 없이 주어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일꾼들의 모습에선 그 어떠한 사람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택운 또한 그런 일꾼에 지나지 않았다. 입 다물고, 간간히 숨만 들이쉬며 주어진 일만 반복하여 진행. 그날도 다를 것 없이 이렇게 마무리 될 줄 알았다. 그 누구도.






  “내일부터 일 그만둘 거야.”






  이것이 한없이 같은 자리만 반복하여 도는 쳇바퀴에 걸린 돌멩이와 같았을지도 모른다. 일이 마무리가 되는 일곱 시가 될 적이면 입을 터뜨리듯 날리는 목소리로 재잘재잘 말을 해대는 학연이 이날따라 말을 내리깔았다. 그 어색하게 내리깔은 목소리에, 택운이 고개를 들어 학연을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라고 물어볼 참이었다. 그 때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던 쇳덩이가 돌연 작동을 멈추었다. 택운의 손은 그 고철 쇳덩이 밑에 깔린 채였다.






  “누가 기계 전원 좀 꺼줘요!!”






  어딘지 모를 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상황을 분주하게 연출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학연은 택운의 손목을 잡고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땀이 밴 손가락은 기계에 더욱 밀착하여 빼내려 하자 살갗만이 밀리는 듯하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들이 두 사람의 심장 뛰는 횟수와 겹쳐졌다. 엄지부터 차례로 둘을 안심시키듯 기계덩이 밑에서 빠져나왔다. 택운과 학연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네 손가락이 빠져나오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택운의 머릿속에 서늘한 기운이 끼쳤다.






  “저, 전원 끄지 마요!!”






  택운의 목소리가 공장 내를 울렸다. 급히 움직이던 발소리들이 그에 놀라 멈추었고 전원을 꺼달라고 소리치던 남자의 손가락이 노란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 택운의 눈에 담겼다. 반지 끼인 새끼손가락은 아직도 쇳덩이 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다급해진 두 손의 움직임은 서로를 꼬아댔다. 노란 버튼이 더 이상 눌리지 않는 곳까지 내려앉고 무거운 쇳덩어리는 그대로 깔린 손가락을 짓눌렀다. 무게를 버티지 못한 반지는 깨어지고 깨진 반지 파편들은 그대로 손가락에 박혔다. 일꾼들로 가득 찼지만 어딘가 공허한 공장 내엔 택운의 괴로운 신음이 가득 찼다.








  택운은 으스러진 빵을 들어 보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느지막이 병원에 가보니 손가락이 이런 모양이더라. 상혁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얼굴이 꼭 제 표정과 같은 목소리로 택운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왜 전원 끈 거예요?”


  “전원이 꺼지면 기계가 내려앉는 줄은 몰랐겠지. 항상 전원 끄고 켜는 사람은 나였으니까.”






  제 앞에 있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주변을 보지 못하니까. 모르고 한 일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지. 어느새 택운은 상혁의 앞자리에 자리했고 상혁은 그런 택운의 말을 계속해서 곱씹어댔다. 손부채질을 하던 택운이 상혁을 보고는 먼저 씻어, 하고 화장실 쪽을 가리켰다. 상혁은 그 손가락 끝을 따라 보다가 일어서서는 터덜터덜 걸었다. 화장실의 노란 불이 켜지고 상혁이 갑작스레 생각난 듯 빵 봉지로 부채질 하고 있는 택운을 향해 목소리를 내었다.






  “아버지, 저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다 큰 아들내미라고 공짜로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만. 택운은 입을 다시며 흙먼지가 채 털리지 못한 슬리퍼를 주워 신었다. 상혁은 문을 열고 나가는 택운에게 짤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화장실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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