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사육썰 01 |
그 날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맞는 건 싫어하는 편이지만 거실 쇼파에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아무리 무감각 해져있다지만, 항상 빗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외로움의 항상 괴롭곤했다. 내 나이 23살. 주변 사람들은 어린나이에 출세했네, 성공했네 라고들 말하지만 난 아직 어른 인 척 하는 여고생이나 다름 없다. “아…배고파.” 비가 내리면 항상 혼자서 파전을 부쳐먹곤했다. 하지만 그 날은 유독 집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고 집에 가만히 틀어박혀있고만 싶었다. 고픈 배를 움켜잡고선 부엌에서 간단히 시리얼을 먹으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조용하던 집에 울리는 벨소리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무덤덤하게 휴대폰 액정을 바라봤다.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지만 아무 의심 없이 받았다. “여보세요” -ㅇㅇ아! 나 선영이. “…선영? 박선영? 오랜만이다. 무슨 일이야? ” - 그치, 오랜만이지! 너 요즘 잘나간다는 소리 들었어. 잘 지내? “어…나야 뭐, 넌?” - 나도 그냥 그렇지, 근데 ㅇㅇ아, 너 혹시 혼자 살아?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선영이의 갑작스러운 연락과 함께, 왠지 기분이 나쁜 그녀의 질문에 살짝 표정이 굳어져갔다. 뒤이어 물어오는 혼자사냐는 말에 혹시나 선영이가 우리집으로 사정이 생겨서 온다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내가 아는 박선영은 그렇게 염치없는 아이가 아니었다. 분명히 …. “어. 그건 왜?” -혹시 뭐 키울 생각 없어? “…? 예를 들면?” - 아는 선배가 그냥 밥만 주고 씻겨만 준다면 된다는데, 우리집엔 가족들이 다 살아서. 내가 듣기론 동물인 거 같아! “동물…?” 선영이의 이야기를 듣자니, 아는 선배가 밥만 주고 씻겨만 주면 된다는 말에 선영이는 선뜻 선배한테 키우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선 가족들에게 물어봤는데 가족들의 대답은 선영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안 돼. 라는 대답이었고 선배에게 가족들 때문에 키우지 못 할 거 같다고 하자 되려 화를 내며 아는 지인에게라도 연락을 해서 데려가라고 했다고 한다. 선영이는 왠지모를 자격지심에 이곳 저곳 전화를 걸어 물어봤고, 돌아오는 대답은 다 '미안하다, 여건이 안된다.' 라는 대답 뿐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전화한게 바로 나. “잘 키우던 걸 왜 갑자기 분양을 시킨다는 거야?” - 선배가 이번에 결혼을 하는데 데려갈 수가 없다나 뭐라나. 여튼 ㅇㅇㅇ, 너가 키울거지!? 약속했다? “ 알았어, 언제 쯤 데리고 올 건데? ” - 택배로 보내 준다던데. 너무하지 않아, 그 선배? “동물이여도 생명이 있는 건데…. 주소 문자로 찍어줄테니까 그 선배한테 전달해줘.” - 응! 고마워 ㅇㅇ아, 너 밖에 없다! 나중에 너희 집으로 놀러갈게! 짧게 대답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에 내가 잘 한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썰렁한 집을 보면 동물 한 마리 정도는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위로아닌 위로를 했다. 동물이 쓸 만한 방이 있나 하고 방을 둘러 보았다. 혼자 살기엔 조금 큰 감이 없지 않아 있는 썰렁한 집은. 내가 쓰는 안방을 제외하곤 화장실이 딸린 방이 하나 더 있다. 그 방은 나중에 혹시라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룸메이트를 할 려고 비워뒀던 방인데. 이 방을 동물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안방에다가 데리고 살아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다. “아…눅눅해졌네.”
선영이와의 갑작스러운 통화로 시리얼이 우유에 의해 눅눅해졌다. &&& [ㅇㅇ아, 잘 지내고있지? 선배가 방금 택배 보냈다고 하셨어! 곧 도착 할 거야-박선영] 선영이게에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지도 벌써 4일이 지났다. 선영이의 문자에 요즘엔 택배가 하루도 안 걸려서 오나? 라는 생각도 잠시. 이제 나와 함께 살 아이가 온 다는 생각에 항상 차분해있던 내 몸도 뭔가 들떠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역시 비는 추적추적 잘도 내렸고. 날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날씨는 좀 더 쌀쌀해져갔다.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될 아이를 위해 충분히 깨끗한 집을 조금 더 반짝거리게 치워놓고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아지였으면 좋겠다. 예쁜 강아지. -띵동 택배를 기다리던 중, 쇼파에서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빨리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있었다지만. 택배치곤 너무 늦게왔다. 저녁 9시. 택배 기사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늦게까지 일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한번 더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문을 열었다. “…….” “……?” “…….” 내 앞엔 안쓰럽게 젖어있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가 아니다. 분명 성인이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아직 작은 소년같았다. |
변백현 사육썰 02 |
당황하기도 잠시,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위태롭게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이 떨어지더니 내 쪽으로 엎어져버렸다. 덕분에 난 그 남자를 안고 있는 꼴이 되버렸고 그 남자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나에게 안긴 채 잠이 든 것 같았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꿈인가 하고 나의 왼쪽 볼을 꼬집어 봤지만 아팠다. 그것도 생생하게. 이건 꿈이아니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남자는 꿈이 아니다. “ ……끄응. ” 그를 안은 채로 거실로 가서 쇼파에 눕혔다. 하얀 얼굴에 여기저기 상처들이 있었고. 어디서 구르다 온 건지 옷 또한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자는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혼자 또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버렸다. 설마 강아지가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하고, 내가 너무 외로워서 이러는 건가 싶나 하고. “아픈가…?” 자꾸만 끙끙 거리는 소리에 그를 보니 그의 미간은 구겨 질대로 구겨져있었다. 혹시나 어디 아픈가 해서 그의 이마를 만져보니, 역시나 그는 불덩이였다. 젖은 옷을 벗겼다. 남동생이 있어선지 남자들의 몸을 보는 것에 대해 위화감은 없었다. 옷을 벗겨놓으니 하얀색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군가 시퍼런색 물감을 그에 몸의 흩뿌려놓은 것처럼, 그의 몸은 멍으로 채워져있었다. 동생이 작년에 입고 놓고 갔던 옷을 가져와 입히려는데 그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옷을 입히려는 순간, 그는 날 자신의 품에 구겨넣었다. “잠…잠깐만, 왜이래요!” “…가지마, 가지마. 경아야.” “……?” “나…버리지 마. 제발….” 감은 눈에서 새어나오는 안쓰러운 그의 눈물에 난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 내가 키우기로 약속 되었던 건 밥 만 주고, 씻기기만 하는 동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영이는 동물이라고 확실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선영이도 밥 주고 씻기는 물체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녀도 그저 동물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그녀에 생각에 따라 나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아이를 동물이라고 착각하고선 받은 거였다. 누구도 이 아이를 동물이라고 말한 적 없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뿐. “몸은 괜찮아요?” “…….” 그가 깨어나는데 3일이 걸렸다. 일어나자마자,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바로.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간호했고. 그의 얼굴에 있는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 갔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뿌듯해했다는 건 나만 알고 있는 비밀. 그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난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렸고. 항상 혼자 먹던 2인용 테이블에. 내 숟가락만 놓고선 밥을 먹던 테이블에, 숟가락을 하나 더 놓고선 밥그릇을 하나 더 놓고선 그가 앉기를 기다렸다. “배…고플텐데. 와서 먹어요. 차린 건 없지만” 의아하다는 눈으로 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여자가 왜 날…. 이라는 눈빛. 혼자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가 싶더니, 뱃속에서 나온 자연적인 소리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테이블 쪽으로 걸어온다. 항상 누워있는 것만 보다가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또 다르다. 생각보다 어깨가 넓구나. “이상하지 않아요?” 처음듣는 그의 목소리. 조금 갈라지기 했지만, 생각보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의자에 앉은 후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더니 말 한다. 이상하지 않냐고. “안 이상하다면 거짓말이겠죠?” “…….” “밥 부터 먹을래요? 천천히 말해요. 천천히.” 난 원래 이렇게 다정한 여자가 아닌데, 웃으면서 그를 보며 대답하는 내 모습을 자각한 뒤, 흠칫 놀랬다. 내가 어째서 그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있는 걸까. 이 모습은 절대 ㅇㅇㅇ. 나의 모습이 아닌데. “씻을래요? 옷 안에다가 뒀으니까 씻어요.” 그가 잠 들어있는 3일동안 그의 간단한 옷들과 속옷들을 사왔다. 3일이나 좋지 않은 상태로 있었던 그를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답답하고 찝찝할 거라는 걸 알았다. 그가 자신에 사이즈에 맞는 속옷과 옷을 보더니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난 그를 욕실로 떠밀며 말했다. ‘씻어요, 얼른.’ 욕실에서 나온 그의 머리카락은 물기가 가득했다. 욕실 문 앞에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그에게 계속 눈을 맞췄다. “머리 말려줄까요?”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의 대답에 난 헤어드라이기를 안방에서 가져와 그를 쇼파 앞에 앉혔다. 경계심이 가득한 눈은 어느새 없어져 버렸고 나른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모습에 살짝 웃음끼를 담은 채 그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머리에 파마끼가 있어서 인지 머리는 부들부들 거렸고, 강아지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그쪽은 집에들인 남자들한테 다 이래요?” 울컥. 그의 질문에 돌아오는 기분은 울컥이었다. 집에들인 남자들한테 다 이렇다니, 처음 집에 들인 남자는 당신이 처음인데. “……그렇다면요?” “아…그래서 이렇게 능숙하신거였구나. 난, 또. ” “난, 또?” “그냥. 괜히 특별한 사람 된 거 같아서 우쭐해있었어.” 생각보다 귀여운 그의 대답에, 살짝 웃었다. 그도 내 웃음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보았다. 순간 내 눈이 그의 눈과 맞춰졌고 그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 말려준 다음에 어떻게 했어요?” “…뭘요?” “저는 몇번째에요, 당신한테?” “…….” “머리 말려줬으니까 대가로 키스해주면 되는 건가.” 그의 다가오는 얼굴에 순간 달아오른 얼굴을 인식한 후, 그의 어깨를 세게 밀어버렸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날 올려다 보았다. “대가 바란 적 없는데, 그런 거 바란 적 없어요. 저. ” “…….” “사람 쓰레기로 만들지 마요. ” @@@@@ ㅇㅇㅇ은 화가 난 듯 쿵쿵 발소리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백현은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어 넘기더니 쇼파에 기대버렸다. 순간 백현은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휩싸였고, 그녀에게 괜한 말을 한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남자는 무슨….” 백현은 애초에 그녀가 남자가 없다는 걸 알고있었다. 그녀의 집, 어디에서도 남자의 향을 맡을 수 없었고. 또 흔적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입고 있는 티가 새 거라는 것도 붙여져있는 텍을 보고 알아차렸다. 또 액자에 있는 그녀의 가족사진을 보고 전에 입고 있던 헌 옷이, 그녀의 남동생이 입었던 것이라는 거 까지 알아차렸다. 그만큼 백현은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지금 안방에서 그녀가 울고 있을 거라는 것 까지. “ 변백현, 정신차려. 저 여자는 도경아 아는 후배야. ” 그는 그녀를 자신을 버린 여자의 후배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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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이 쓴 글이라서..죄송해요 또르르..
사육썰은 무슨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결말은 정해져있으나 반응에 따라 글이 삭제 될지 연재 될지 결정이..ㄸㄹㄹ 구걸맞아요 하하.
그럼 좋은 주말 보내세요! 암호닉 좋아해요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