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죠?????? 심심해서 또 한편 써봤씁니다...히이....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세요 다들 좋은 밤!
과외썜 백현썰 |
고3, 예비 수험생. 난 그동안 아주 예쁜 과외 선생님께 계속 과외를 받고 있었다. 예쁘기도 예쁘고 공부도 엄청 엄청 잘했어서 명문대 수석 입학생이었고, 또 나랑 개그코드는 얼마나 잘 맞는지. 수업시간이 총 3시간이라면 2시간 동안 수다만 내내 떨다가 과외 선생님을 집에 보냈던 것 같다. 명문대생이라 수업료도 엄청 비쌌더랬다. 과외 선생님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 날 상상도 못 했던 등급을 맞은 후 정신이 번쩍 든 난, 엄마에게 직접 말했다.
“엄마...나 과외 쌤 바꿔주세요. 남자분으로. ”
엄마는 그런 날 보며 아이고, 우리 딸 양심은 있네?라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몇 초 들리는가 싶더니 엄마는 굉장히 가식적인 목소리로 자기 아들한테 우리 딸 좀 맡기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 백현이 이번에 과수석이라며? 라는 말과 함께 나에게 방으로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절망스러운 모의고사 성적표가 날 보며 그러게, 그 과외 선생님이랑 수다 떨 때부터 알아봤다 바보.라며 날 놀리는 것 같았다. 확 찢어버려?
“원래 과외 선생님한테는 엄마가 잘 말해뒀으니까 내일 오시는 분한테는 제대로 배워, 알겠지?” “응...알겠어요.” “ 우리 딸 성적표 엄청 엉망진창인가 보네? 직접 과외 선생님 바꿔달라는 거 보면, 엄마 안 보여줄 거지?” “보고 싶으면 봐도 돼요. 근데 엄마 나 때릴 지도 몰라아...” “어휴, 됐다. 내일 오시는 분이 어차피 다 알려주시겠지. 그 쌤은 엄마 딸 공부 잘하는 줄 알고 있는데.” “누구신데?” “있어, 엄마 친구 아들.”
말로만 듣던 엄친아..인가, 엄마는 오늘 하루는 쉬라면서 문을 닫고 나갔다. 이 절망스러운 성적표를 보고 어떻게 쉴 수 있겠는가. 그래도 엄마가 쉬라니까 하루 정도는 쉬어야겠다. 히히.
“어휴, 공부도 잘한다더니 엄청 미남이네.” “하하, 감사합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해요. 공부 엄청 못해, 좀 있다 과일 들여보내줄게.“
엄마의 엄청 가식적인 인사말이 끝남과 동시에 방문이 열렸다. 잘생기면 또 얼마나 잘생겼다고,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방문으로 옮겼다. ……… 미친, 존나 잘생겼어.
“안녕, 네가 ㅇㅇㅇ이구나.”
하얀 피부에 엄청 작은 얼굴, 여자인 나보다 더 작은 것 같았다. 눈꼬리는 강아지처럼 내려가있어가지곤 니트를 입고 왔는데 뭐야.. 완전 내가 상상했던 훈대딩이랑 이미지가 딱 맞았다. 또 나한테 인사하는 목소리가 엄청나게 좋았다. 엄마.. 나 과외 평생 할래.
“아, 네 안녕하세요...” “어제 급하게 연락 받은 거라서 수업 준비가 좀 덜 됐어, 그래서 간단한 테스트하고 마칠 건데 괜찮지?” “아아..네.” “내가 과외는 또 처음해보는 거라서 나 지금 되게 떨린다. 일단 이거 풀고, 아직 네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괜찮지?” “네...괜찮아요.” “아아, 너 모의고사 성적표 보여줄 수 있어?”
조근조근 자기 할 말을 늘어놓는데 엄청 귀여웠다. 그래, 테스트까지는 괜찮았는데 모의고사 성적표.. 진짜 개판인데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 성적표를 꺼내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오늘 처음 본 선생님한테 그것도 엄청 잘생긴, 내 스타일인 선생님한테 처음으로 보여주는 게 이런 똥망 개막인 성적표라니. 성적표를 선생님께 건네주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고마워, 나 이거 보는 동안 문제 풀어. 알겠지?”
짧게 대답하곤 선생님이 가져온 문제에다가 고개를 거의 파묻듯이 하고선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풀다가 살짝 옆을 봤는데 내 모의고사 성적표를 유심히 보고 계셨다. 뭘 그걸 유심히 보고 그러세요.. 개차반인 성적표를...
문제를 다 풀고선 가만히 앉아있는데 다 풀었구나?라는 소리와 함께 테스트용 용지를 가져가셨다. 눈으로 대충 훑더니 용지를 내려놓았다. 뭐라고 할까 저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라나..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이번 모의고사가 어려웠나보구나?” “네?” “이 테스트는 다 맞혔는데. ” “헐..정말요?” “다 맞혀서 선생님이 설명해줄게 없잖아. 공부 좀 하는구나?” “아..그건 아니구요..” “모의고사에서 궁금했던 문제 없었어? 그것만 알려주고 갈게.”
사실 모르는 문제가 좀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선생님이 먼저 물어줘서 조금 고마웠다.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구나 하며 혼자 오버해서 선생님 성격을 파악했다. 이것저것 문제를 물어보는데 선생님은 막힘없이 설명해주었다. 과외 처음 하는 사람 맞아? 질문하고 답을 얻느라 벌써 2시간이나 지났다. 선생님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오늘은 여기까지, 우리 모레 보자.라며 일어났다. 난 쭈벗쭈벗 선생님과 함께 방에서 따라 나가려는데.
“나올 필요 없어, 오늘 수고했고 모르는 거 있으면 저기 네 공책에 선생님 번호 붙여놨으니까 연락하고.” “아..네!” “모의고사 너무 못봐서 자책 엄청 하고 있다던데, 너무 그러지말고, 선생님이랑 열심히 해보자 앞으로.” “..네” “그럼 선생님 갈게, 모레 보자. ”
선생님이 방에서 나가고 엄마랑 대충 얘기를 하는 듯싶더니 이내 도어록 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괜히 긴장했던 몸이 풀리자 노곤해졌다. 방문이 열리더니 엄마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으면서 들어오셨다.
“선생님이 너잘한다고 좋아하시더라, 열심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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