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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현] 변백현 사육썰 06 | 인스티즈

 

 

 

@사육썰 다시 보기@

 

변백현 사육썰 01








그 날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맞는 건 싫어하는 편이지만 거실 쇼파에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아무리 무감각 해져있다지만, 항상 빗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외로움의 항상 괴롭곤했다. 내 나이 23살. 주변 사람들은 어린나이에 출세했네, 성공했네 라고들 말하지만 난 아직 어른 인 척 하는 여고생이나 다름 없다. 



“아…배고파.”



비가 내리면 항상 혼자서 파전을 부쳐먹곤했다. 하지만 그 날은 유독 집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고 집에 가만히 틀어박혀있고만 싶었다. 고픈 배를 움켜잡고선 부엌에서 간단히 시리얼을 먹으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조용하던 집에 울리는 벨소리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무덤덤하게 휴대폰 액정을 바라봤다.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지만 아무 의심 없이 받았다.



“여보세요”


-ㅇㅇ아! 나 선영이.


“…선영? 박선영? 오랜만이다. 무슨 일이야? ”


- 그치, 오랜만이지! 너 요즘 잘나간다는 소리 들었어. 잘 지내?


“어…나야 뭐, 넌?”


- 나도 그냥 그렇지, 근데 ㅇㅇ아, 너 혹시 혼자 살아?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선영이의 갑작스러운 연락과 함께, 왠지 기분이 나쁜 그녀의 질문에 살짝 표정이 굳어져갔다. 뒤이어 물어오는 혼자사냐는 말에 혹시나 선영이가 우리집으로 사정이 생겨서 온다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내가 아는 박선영은 그렇게 염치없는 아이가 아니었다. 분명히 ….




“어. 그건 왜?”


-혹시 뭐 키울 생각 없어? 


“…? 예를 들면?”


- 아는 선배가 그냥 밥만 주고 씻겨만 준다면 된다는데, 우리집엔 가족들이 다 살아서. 내가 듣기론 동물인 거 같아!


“동물…?”




선영이의 이야기를 듣자니, 아는 선배가 밥만 주고 씻겨만 주면 된다는 말에 선영이는 선뜻 선배한테 키우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선 가족들에게 물어봤는데 가족들의 대답은 선영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안 돼. 라는 대답이었고 선배에게 가족들 때문에 키우지 못 할 거 같다고 하자 되려 화를 내며 아는 지인에게라도 연락을 해서 데려가라고 했다고 한다. 선영이는 왠지모를 자격지심에 이곳 저곳 전화를 걸어 물어봤고, 돌아오는 대답은 다 '미안하다, 여건이 안된다.' 라는 대답 뿐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전화한게 바로 나. 




“잘 키우던 걸 왜 갑자기 분양을 시킨다는 거야?”


- 선배가 이번에 결혼을 하는데 데려갈 수가 없다나 뭐라나. 여튼 ㅇㅇㅇ, 너가 키울거지!? 약속했다? 


“ 알았어, 언제 쯤 데리고 올 건데? ”


- 택배로 보내 준다던데. 너무하지 않아, 그 선배? 


“동물이여도 생명이 있는 건데…. 주소 문자로 찍어줄테니까 그 선배한테 전달해줘.”


- 응! 고마워 ㅇㅇ아, 너 밖에 없다! 나중에 너희 집으로 놀러갈게! 




짧게 대답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에 내가 잘 한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썰렁한 집을 보면 동물 한 마리 정도는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위로아닌 위로를 했다. 동물이 쓸 만한 방이 있나 하고 방을 둘러 보았다. 혼자 살기엔 조금 큰 감이 없지 않아 있는 썰렁한 집은. 내가 쓰는 안방을 제외하곤 화장실이 딸린 방이 하나 더 있다. 그 방은 나중에 혹시라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룸메이트를 할 려고 비워뒀던 방인데. 이 방을 동물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안방에다가 데리고 살아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다. 




“아…눅눅해졌네.”



  

선영이와의 갑작스러운 통화로 시리얼이 우유에 의해 눅눅해졌다. 







&&&







[ㅇㅇ아, 잘 지내고있지? 선배가 방금 택배 보냈다고 하셨어! 곧 도착 할 거야-박선영]





선영이게에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지도 벌써 4일이 지났다. 선영이의 문자에 요즘엔 택배가 하루도 안 걸려서 오나? 라는 생각도 잠시. 이제 나와 함께 살 아이가 온 다는 생각에 항상 차분해있던 내 몸도 뭔가 들떠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역시 비는 추적추적 잘도 내렸고. 날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날씨는 좀 더 쌀쌀해져갔다.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될 아이를 위해 충분히 깨끗한 집을 조금 더 반짝거리게 치워놓고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아지였으면 좋겠다. 예쁜 강아지. 





-띵동 




택배를 기다리던 중, 쇼파에서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빨리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있었다지만. 택배치곤 너무 늦게왔다. 저녁 9시. 택배 기사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늦게까지 일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한번 더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문을 열었다. 





“…….”


“……?”


“…….”






내 앞엔 안쓰럽게 젖어있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가 아니다. 분명 성인이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아직 작은 소년같았다.






 

변백현 사육썰 02





당황하기도 잠시,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위태롭게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이 떨어지더니 내 쪽으로 엎어져버렸다. 덕분에 난 그 남자를 안고 있는 꼴이 되버렸고 

그 남자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나에게 안긴 채 잠이 든 것 같았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꿈인가 하고 나의 왼쪽 볼을 꼬집어 봤지만 아팠다. 그것도 생생하게.

이건 꿈이아니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남자는 꿈이 아니다. 



“ ……끄응. ”


그를 안은 채로 거실로 가서 쇼파에 눕혔다. 하얀 얼굴에 여기저기 상처들이 있었고. 어디서 구르다 온 건지 옷 또한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자는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혼자 또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버렸다. 설마 강아지가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하고, 내가 너무 외로워서 이러는 건가 싶나 하고. 



“아픈가…?”



자꾸만 끙끙 거리는 소리에 그를 보니 그의 미간은 구겨 질대로 구겨져있었다. 혹시나 어디 아픈가 해서 그의 이마를 만져보니, 역시나 그는 불덩이였다. 젖은 옷을 벗겼다. 남동생이 있어선지 남자들의 몸을 보는 것에 대해 위화감은 없었다. 옷을 벗겨놓으니 하얀색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군가 시퍼런색 물감을 그에 몸의 흩뿌려놓은 것처럼, 그의 몸은 멍으로 채워져있었다. 



동생이 작년에 입고 놓고 갔던 옷을 가져와 입히려는데 그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옷을 입히려는 순간, 그는 날 자신의 품에 구겨넣었다. 



“잠…잠깐만, 왜이래요!”

“…가지마, 가지마. 경아야.”

“……?”

“나…버리지 마. 제발….”



감은 눈에서 새어나오는 안쓰러운 그의 눈물에 난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




내가 키우기로 약속 되었던 건 밥 만 주고, 씻기기만 하는 동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영이는 동물이라고 확실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선영이도 밥 주고 씻기는 물체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녀도 그저 동물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그녀에 생각에 따라 나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아이를 동물이라고 착각하고선 받은 거였다. 누구도 이 아이를 동물이라고 말한 적 없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뿐. 



“몸은 괜찮아요?”


“…….”



그가 깨어나는데 3일이 걸렸다. 일어나자마자,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바로.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간호했고. 그의 얼굴에 있는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 갔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뿌듯해했다는 건 나만 알고 있는 비밀. 그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난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렸고. 항상 혼자 먹던 2인용 테이블에. 내 숟가락만 놓고선 밥을 먹던 테이블에, 숟가락을 하나 더 놓고선 밥그릇을 하나 더 놓고선 그가 앉기를 기다렸다. 



“배…고플텐데. 와서 먹어요. 차린 건 없지만”



의아하다는 눈으로 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여자가 왜 날…. 이라는 눈빛. 혼자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가 싶더니, 뱃속에서 나온 자연적인 소리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테이블 쪽으로 걸어온다. 항상 누워있는 것만 보다가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또 다르다. 생각보다 어깨가 넓구나. 



“이상하지 않아요?”



처음듣는 그의 목소리. 조금 갈라지기 했지만, 생각보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의자에 앉은 후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더니 말 한다. 이상하지 않냐고. 



“안 이상하다면 거짓말이겠죠?”


“…….”


“밥 부터 먹을래요? 천천히 말해요. 천천히.”





난 원래 이렇게 다정한 여자가 아닌데, 웃으면서 그를 보며 대답하는 내 모습을 자각한 뒤, 흠칫 놀랬다. 

내가 어째서 그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있는 걸까. 이 모습은 절대 ㅇㅇㅇ. 나의 모습이 아닌데. 



“씻을래요? 옷 안에다가 뒀으니까 씻어요.”



그가 잠 들어있는 3일동안 그의 간단한 옷들과 속옷들을 사왔다. 3일이나 좋지 않은 상태로 있었던 그를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답답하고 찝찝할 거라는 걸 알았다. 

그가 자신에 사이즈에 맞는 속옷과 옷을 보더니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난 그를 욕실로 떠밀며 말했다. ‘씻어요, 얼른.’



욕실에서 나온 그의 머리카락은 물기가 가득했다. 욕실 문 앞에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그에게 계속 눈을 맞췄다. 


“머리 말려줄까요?”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의 대답에 난 헤어드라이기를 안방에서 가져와 그를 쇼파 앞에 앉혔다. 경계심이 가득한 눈은 어느새 없어져 버렸고 나른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모습에 살짝 웃음끼를 담은 채 그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머리에 파마끼가 있어서 인지 머리는 부들부들 거렸고, 강아지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그쪽은 집에들인 남자들한테 다 이래요?”



울컥. 그의 질문에 돌아오는 기분은 울컥이었다. 집에들인 남자들한테 다 이렇다니, 처음 집에 들인 남자는 당신이 처음인데. 



“……그렇다면요?”


“아…그래서 이렇게 능숙하신거였구나. 난, 또. ”


“난, 또?”


“그냥. 괜히 특별한 사람 된 거 같아서 우쭐해있었어.”



생각보다 귀여운 그의 대답에, 살짝 웃었다. 그도 내 웃음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보았다. 순간 내 눈이 그의 눈과 맞춰졌고 그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 말려준 다음에 어떻게 했어요?”

“…뭘요?”

“저는 몇번째에요, 당신한테?”

“…….”

“머리 말려줬으니까 대가로 키스해주면 되는 건가.”



그의 다가오는 얼굴에 순간 달아오른 얼굴을 인식한 후, 그의 어깨를 세게 밀어버렸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날 올려다 보았다. 



“대가 바란 적 없는데, 그런 거 바란 적 없어요. 저. ”

“…….”

“사람 쓰레기로 만들지 마요. ”






@@@@@ 







 ㅇㅇㅇ은 화가 난 듯 쿵쿵 발소리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백현은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어 넘기더니 쇼파에 기대버렸다. 순간 백현은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휩싸였고, 그녀에게 괜한 말을 한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남자는 무슨….”



백현은 애초에 그녀가 남자가 없다는 걸 알고있었다. 그녀의 집, 어디에서도 남자의 향을 맡을 수 없었고. 또 흔적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입고 있는 티가 새 거라는 것도 붙여져있는 텍을 보고 알아차렸다. 또 액자에 있는 그녀의 가족사진을 보고 전에 입고 있던 헌 옷이, 그녀의 남동생이 입었던 것이라는 거 까지 알아차렸다. 그만큼 백현은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지금 안방에서 그녀가 울고 있을 거라는 것 까지.



“ 변백현, 정신차려. 저 여자는 도경아 아는 후배야. ”



그는 그녀를 자신을 버린 여자의 후배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변백현 사육썰 03








학생이라는 오래 된 명찰을 뗀 후, 한번도 운 적이 없었다. 나 자신이 강해져야하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회에 일찍 나온 여자가 별 것도 아닌 일로 운다면, 분명 얕보고

무시 할 거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박혀있던 나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저 남자의 무심한 한마디에 기분이 확 상하고,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주저 앉아서 울

게 되다니. 대체 저 남자는 뭘까, 대체. 





&&&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은지 벌써 4시간이나 지났다.  그녀의 집 베란다로 보였던 해는 어느새 져버린 지 오래고, 슬슬 백현도 그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녀의 방을 빤히 쳐다보다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되게 신경쓰이게 하네. 



“저기요, 들어가도 돼요?”



돌아오는 대답은 숨막히는 정적이었고, 백현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보이는 그녀의 무방비한 모습에 백현은 순간 움찔. 



“감기 걸릴텐데”



백현은 침대를 배게로 삼아 불편하게 자고 있는 그녀를 안아 침대에 편하게 눕혀 준 뒤, 이불을 덮었다. 

그녀의 눈가는 아직도 촉촉했고, 그녀의 선명한 눈물자국에 괜히 백현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이 여자, 대체 뭐야. 






《- - - - - - - - - - - - - - - 》






내가 어제 침대에 올라와서 잠이 들었던가, 자기 전에 항상 블라인드를 내리고 자는데. 어제는 내가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을 채로 잤나, 하는 짧은 생각도 잠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햇빛에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깨버렸다. 벌써 아침. 언제부터 잔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뻑뻑하고 움직일 때 마다 몸 구석구석이 아프다. 

방을 둘러보니, 어제와 다름이 없다. 순간 머릿 속에 어제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혹시나 꿈일 지도 모른다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했다.


아냐, 꿈 일지도 몰라. 정말. 


“…정,말..꿈인가? ”



뻑뻑한 몸을 끌고 거실로 나와보니, 아무 흔적도 없다. 어제 그의 머리를 말려주던 드라이기만 덩그러니 쇼파 위에 놓여져 있을 뿐, 어딜가도 그의 흔적이 없다. 

설마 사라진건가? 라는 생각도 잠시. 문쪽에서 약간의 마찰음이 들리더니, 그가 들어왔다. 아, 꿈이 아니구나. 



“잘 잤어요? 몸 아플 거 같은데. ”



그가 신발을 벗고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더니, 파스를 내민다. 어제보다 더 좋은 목소리. 갈라지지 않은  맑은 소리다. 그도 완전히 몸을 회복한 듯, 어디 한 구석도

아파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해보였다. 몸에 그려져있는 멍들도 다 나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가 어제 나에게 했던 기분 나쁜 말들이 떠올라 그의 몸상태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는 어서 파스를 받으라는 듯 파스를 흔들어 보였다. 



“ 내가 붙여줘야 해요? ”

“아니요.”

“어젠 제가 너무 심했어요. 미안해요.”

“……알긴 알아요?”

“나 염치 없는 거 아는데.”



그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그의 눈빛에 순간 움찔하자, 그는 피식하며 웃는다.



“나갈 곳 생길 때 까지만, 나 여기 있어도 돼요?”

“…….”

“그 뭐, 있잖아. 펫인가 뭔가. 내가 그거 해줄게요.”

“……?”

“고의는 아니고, 실수로 봤거든.”



그는 거실에서 낯이 익은 다이어리를 가져오더니, 나에게 내밀며 말한다. 미안해요. 펼쳐져 있더라고. 어제 새벽에 다 봐버렸어. 혼날 준비 되있으니까 혼낼래요?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걸 느꼈다. 저 다이어리, 내가 선영이한테 연락 받은 후 부터, 빠짐없이 우리 집으로 올 동물을 생각하며 쓴 다이어리인데…. 

저걸 이 남자가 보다니. 아, 쪽팔려. 




“오해해서 미안해요.”

“…무슨 오해?”

“그런게 있어, 여튼 그동안 잘 부탁드려요 주인님.”




난 오늘 귀여운 강아지 대신, 예쁘게 생긴 남자를 내 식구로 얻었다. 



 

변백현 사육썰 04









갑작스러운 그의 ‘주인님’이라는 호칭에 얼굴이 붉어져버렸다. 주인님이라니….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주인님이라며 

고개를 살짝 숙였던 그가 고개를 들면서 날 쳐다본다. 웃는다. 날 보면서 그가 웃었다. 어제 그에게 모진 말을 들었던 기억이, 누군가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다 지워져버렸다. 이건 그가 내 머릿 속으로 들어와서 지우개로 지운 것이 틀림없다. 







< -------- > 





‘내 이름은 변백현이고, 넌 오늘부터 내 주인이니까. 네가 부르고 싶을 대로 불러도 좋아.’

‘내 이름은 ㅇㅇㅇ. 난 오늘부터 네 주,주인이야. ’

‘말 더듬지 마. 내 주인은 똑 부러져야 해.

‘주인은 나의 것을 때려도 되는 거지?’

‘당…연하지? 그건 왜?’

‘나…지금 너 때리고 싶어. 이게, 주인한테! ’




<- - -- --- - --> 





나의 애완 사람 백현의 성격은 이러했다. 웃는게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쁘게 웃는 사람이었고, 처음 만났을 때 보다는 밝고 장난끼도 다분한 남자아이였고. 

정말로 나와 자신의 관계를 주인과 애완사람 사이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지 적당히 애교도 부려주고, 날 위해 가끔씩 요리도 해주고 날 기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쁘게 해 주는 건, 변백현의 목소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나를 위해 불러주는 노래.



“주인, 너 무슨 노래 좋아해?”

‘“그건 왜?”

‘“너 내 목소리 좋아하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



백현이 웃으면서 내 다이어리를 가르켰다, 이 자식! 



‘“야, 너 죽을래!?”

‘“크크, 미안. 그래서 무슨 노래 좋아하는데?”

‘“이별복습”

‘“…….”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는데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그가 이상해서 옆을 보니, 백현의 표정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미간을 구겨져있었고, 난 그 미간을 보며  못 생겼어, 내 멍멍이는 미간이 예뻐야 해. 라며 그의 미간을 꾹꾹 눌러주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내 손목을 잡으며 다른 노래. 나 그 노래 안 좋아해. 라고 말한다. 진작 말하지.



‘“그럼 나 그거, 너의 뭐였더라”

‘“세상으로?”

‘“어! 그거, 나 그거 좋아.”



내 대답을 듣자마자, 그는 TV를 끄고 내 옆에 앉더니 자신의 손으로 내 눈을 덮는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손 안내려 놔? 

쪽팔려서 그래, 걍 듣기만 해. 



그의 귀여운 대답에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하고 웃자, 큼큼- 거리더니 노래를 시작한다.

백현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는 몇번 들었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노래를 하는 것을 듣는 건 또 처음이다.

예상대로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좋다. 원곡보다 좋은 거 같다. 



노래 배운 적 있어?

아니, 취미.



그의 짧은 대답이 끝나자마자 손이 내려가면서 시야가 환해진다. 어디든 천국일테니로 끝난 노래는 정말 내 집이 천국인 것 같은 효과를 주는 거 같다.

난 감동받은 얼굴로 백현을 쳐다보니, 백현은 뭘 보냐는 듯 나를 흘기고 있고. 그런 백현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 그의 머리를 껴안았다. 

아, 예쁘다. 내 백현.




* * * * * * * * * *




그녀가 도경아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 차라리 잘됐다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버려지긴 했어도 만약 도경아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난 

그 여자 울타리 안에서 계속 감시 당하는 듯 살아야 했을테니까. 도경아에게 버려지기 일주일 전, 그녀의 통화 소리를 들었다.



‘뭐?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면 어떡해!’

‘너 말고, 다른 사람이라도 알아봐. 급한거니까. 밥만 주고 씻기기만 하면 돼.’

‘일주일 안으로 해결해줘. 나 급해 선영아. ’



통화를 하고 있는 경아 곁으로 가서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그녀는 움찔 하더니, 하던 통화를 마저하고선 몸을 돌려 날 본다.




‘백현아, 축하해줘.’

‘…뭘?’

‘나 그 사람 아이 가졌어. ’

‘…축하해.’

‘결혼식 날은 안 와도 돼. 나 곧 미국 가, 사실 알았잖아. 너도.’

‘그래서 버리는 거야?’

‘버리는 거 아니야, 제자리로 돌려 놓는 거지.’

‘발로 차도 돼?’

‘…?’

‘네 배.’




백현은 경아를 때리지 않았다. 그저 겁만 줬을 뿐,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인데. 그 사랑을 때릴 수는 없으니까. 솟구치는 화를 애써 삼키고는 그녀의 방을 나왔다. 

그로부터 4일 후, 도경아에게 통지아닌 통지를 받고선, 그녀의 집에서 쫓겨났다. 아니, 쫓겨난게 아니지. 그냥 보내졌다. 주소를 써서 후드 집업에 넣어주더니 

여기로 가, 그 여자가 받아줄 때까지 애원해. 그 여자가 착한 여자였으면 좋겠다. 안 그럼, 너, 불쌍하잖아. 라며. 끝까지 날 비참하게 만들었다. 도경아 넌.




‘“변멍멍! 밥 먹어! 빨리 나와!”




밖에서 날 부르는 ㅇㅇㅇ 소리에, 악몽같은 기억 속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변멍멍이라니, 귀엽잖아. 악몽같이 ㅇㅇㅇ을 만나게 되었지만. 

만족한다. 이 여자를 만나게 된 것을, 하지만 난 그녀의 애완 친구고, 그녀는 나의 주인이다. 이상한 관계로 묶인 너랑 나지만. 난 만족한다. 충분히.






< - - - - - - - - - >





‘“머리 말려줄까?”

‘“응”





회사가 끝나고 난 후, 곧장 집으로 갔다. 그리고선 백현이에게 주려고 점심에 사뒀던 과자들을 입에 물려주고선, 하루종일 찌들어 있던 몸을 씻고 나왔다.

축축하게 젖어있는 내 머리카락들을 보더니, 변백현은 입에 물고있던 과자를 마저 먹고선 드라이기를 흔들며 묻는다. 귀여워라.




‘“오늘 있었던 일.”

‘“음…오늘은, 상사가 날 갈궜어.”

‘“누구, 박찬열?”

‘“응! 완전 오늘 진짜 짜증났어, 띄어쓰기 하나 잘못했다고 보고서를 다시 써오라는 거야, 나 완전 억울해서.”

‘“또라이네”

‘“그치, 나 오늘 완전 우울했다니까.”

‘“내 쪽 봐.”




뒷머리를 다 말린 듯, 자신의 쪽을 보라며 어깨를 툭툭 쳤다. 앞 쪽은 안 말려도 돼, 라고 하자. 감기걸려 멍청아. 라며 억지로 자신의 쪽으로 몸을 돌리게 했다.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에 눈을 감고 백현이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그새 다 마른 듯 드라이기를 끈다. 




‘“오늘 많이 피곤했어?”

‘“응, 완전.”

‘“눈에 다크서클 내려왔다.”




너 지금 나 놀려? 죽을래? 라고 말하려는 순간 ,내 오른쪽 눈 밑으로 그의 입술이 촉-하고 닿았다 떨어졌다. 

백현은 다크서클, 여기도 있네. 하며 왼쪽 눈 밑에 똑같이 촉-,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니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잘 자, 주인님.”



이라는 말을 남기고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변백현 사육썰 05








5분. 딱 5분만 버티면 퇴근 할 수있다. 백현이는 오늘 하루종일 뭐하고 놀았을까, 내가 없어서 심심하지는 않았을까? 빨리 집에가서 낮에 직장 동료에게 선물로 받은

예쁜 케이크를 그의 입에 물려주고 싶다. 생긴 것 만큼 달달한 것도 좋아하는 백현이니까. 5분이 5년 같이 느리게 가는 이 시점에 내 머릿 속은 온통 백현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1분, 곧 부서에 퇴근을 알리는 팀장 님의 소리가 들리겠지.





“자-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오늘 회식이나 할까?”

“오! 팀장님이 한 턱 쏘시게요? 저희야 좋죠.”

“허허-까짓 거 쏘지, 뭘로 먹고 싶은데?”





일동 고기! 고기! 하며 외쳐대는데, 난 그저 초조하다. 아, 회식따윈 하고 싶지 않은데. 난 집에 같이 밥 먹을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ㅇㅇ씨도 갈 거죠?”

“…예? 아, 저는….”

“설마 안간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종대씨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나에게 가요, 우리. 가서 맛있는 거 먹자니까? 라며 날 꼬신다. 

아니야! 난 집에 가야 해. ㅇㅇㅇ, 집에있는 변백현을 생각하자.





“아, 안돼요. 저 집에 가야되는데”

“왜? 집에 누구있어? ”

“네?”





집에 누구있냐고- 라며 물어오는 종대 씨에게 난 어버버거렸다. 그냥 누가 있다고 하면 될 것이지, 난 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을까.

그는 빨리 집에 들어가면 외롭기만 해!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라며 내 팔을 붙들고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나섰다. 아, 백현아보고싶어. 






<- - -- - - - - -> 






“부어라! 마셔라!”





오늘 팀장님의 기분은 하늘을 찌르다 못해 우주로 훨훨 날아간 상태였다. 1차로도 모자라서 2차로 호프 집까지 끌려왔다. 

중간에 빠지려고 꾀란 꾀는 다 써봤는데 종대 씨가 어찌나 발목을 잡던 지, 이러다가 오늘 집에 못 들어가는 거 아니야?





- 새로운 문자 메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 안들어오냐-변멍멍]




백현의 성의 없어 보이는 문자에도 순간 두근. 아까 전화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문자에 조금 두근거린다. 항상 하던 문자였는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설레는지

취기가 돌아서 그런가? 간단히 그에게 답장을 해 주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내 앞에 있던 맥주를 몽땅 원샷 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종대 씨가 옆에서 

와, ㅇㅇ 씨 대단해요! 난 웃으며, 그쵸? 한잔 더!





<--------))))))) 






세상이 움직이는 건지, 내가 움직이는 건지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그리고 내 집 앞에 화난 듯 서 있는 변백현 의 얼굴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모습에 어! 백현이 빙글빙글 해! 라며 그에게 삿대질 하자 그쪽에서 들려오는 나즈막한 목소리, 너 진짜 죽어볼래?





“싫어, 싫어. ㅇㅇ이 안 죽어~”

“아오, 이걸 진짜.”

“배큥. 멍멍이. 변배큥 멍멍이.”

“미쳤냐”

“이거 먹어, 이거 네 꺼야~”





손에 들려있던 케이크 상자를 백현이 손에 쥐여주고선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 오늘은 바닥에서 자도 기분이 좋을 거 같아.




-쿵




백현은 손에 들린 케이크 상자를 보더니 한숨을 쉰다. 오늘 무슨 일 있었나, 왜 저렇게 취해 가지고 온 거야. 라는 생각도 잠시.

뒤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에 백현은 놀라서 살짝 열려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설마…하며 그녀를 보았는데 결국 마루 바닥에서

곯아 떨어져 버렸다. 미치게 하네, 진짜.




“야, 정신 차려.”

“우웅…배켜나.

“빌어먹을 주인아, 정신 차리라고.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배켜나….




백현이 그녀를 안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 가려는데 백현이 ㅇㅇ을 안아 올린 순간, 백현의 목을 잡고 선 자꾸 백현의 이름을 부른다.

그의 백현은 순간 귀가 달아오름을 느껴, 아, 얘 진짜 오늘 왜 이래. 영문 모를 두근거림에 백현은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그녀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살이 빠졌나, 저번보다 가벼워졌네. 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나가려는 순간, 그녀에게 손목이 잡혀버렸다.




“뭐야….

“가지마아, 멍멍이는 주인이랑 자는 거야.”

“이게 진짜 미쳤나”




그녀가 잡은 손목을 겨우 빼 내고선 나가려고 하는데 안 돼! 라며 결국 그녀에게 허리를 잡혀버렸다. 덕분에 백현은 침대로 엎어졌고

덕분에 백현은  ㅇㅇ에게 안긴 꼴이 돼 버렸다. ㅇㅇ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를 안고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렸고 그녀에게 안긴 꼴이 돼 버린 

백현은 에라 모르겠다, 난 몰라. 라는 심정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내일 나 보고 소리지르면 죽는다. ㅇㅇㅇ.”




좋은 꿈 꿔. 라는 말과 함께 ㅇㅇ의 목 언저리에 짧게 입 맞추는 백현 이었다.






(( *** * * * ** * ))




기분 좋은 꿈을 꿨다. 백현이가 내 옆에서 같이 잠을 자는 꿈. 아, 물론 불건전한 그런 꿈이 아니라. 그냥 나를 안고 함께 같이 잠이 드는 꿈이다. 

현실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는 노릇인지라 깨고 싶지 않았는데. 밝아오는 주말의 아침에 자연스레 잠에서 깼다.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왔더라. 하고 

눈을 뜨려는데 누군가 내 허리를 감고 있는 기분에 급하게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익숙한 머리통에 화들짝 놀란 건 물론이고.



“야, 야! 너 왜 여기 있어! ”

“…시끄러워, 조용히 해.

“너, 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러고 자 자. ”



그의 단호한 웅얼거림에 어느새 난 동조 되었고, 아 혹시 꿈 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난 다시 꿈을 꿨다. 




“일어나”

“으응….

“그만 자, 네가 잠만보냐?”

“몇 시야, 지금?”

“2시. 밥 먹자.”




아직 채 다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면서 부엌으로 나왔다. 어제 내가 술을 마셔서 머리가 아플 것임을 예상이라도 한 듯, 맛있는 북어국을 끓여 놓았다.

예쁘다 변백현!





“야, 변멍멍. 나 꿈 꿨다?”

“무슨 꿈”

“막 너랑 나랑 같이 자는 꿈”

…?

“아니 아니, 그 야하게 자는 거 말고! 그냥 같이 침대에서 자는 거!”





날 보더니 으휴, 널 누가 데려가냐. 라며 한숨을 쉬며 마저 먹던 밥을 푹푹 퍼 드신다. 난 뭐가? 뭔데? 라고 말하자.





“그거 꿈 아니야, 병신아.”





<< + ++ +  + + + + + + >> 




괜히 의식하게 된다. 그게 꿈이 아니라니, 너랑 나랑 한 침대에서! 그 것도 둘이! 잤다니…. 그저 기분 좋은 꿈이라고 혼자 실실 대던게 생각 나버려서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내 상태는 이런데 변백현 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나 혼자만 이러는 건가 싶어서 괜히 속에서 알 수 없는 털 뭉치들이 생겨나는 거 같다.




“오늘 어디 안 가?”

“어? 어, 안 가 왜?”

“머리 하러 같이 가자고, 할 거 없으면.”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하는 백현의 말에 그래, 가자! 누나가 같이 가줄게 하며 그를 따라 나섰다. 그는 콧방귀를 끼더니 자신의 외투를 들고

일어섰다. 처음으로 남자와 함께 미용실을 가는 거라 뭔가 두근두근 했다.





“어, 백현이 오랜만에 왔네? 잘 지냈어?”

“누나는 잘 지내? 나 머리 좀 펴줘.”

“매직 하게? 기다려~”

 




백현이 자주가는 미용실이라며 데려왔는데, 미용사 언니랑 엄청나게 친해보인다. 그리고 저 미용사 언니, 엄청나게 이쁘다. 

미용사 언니가 이리와서 앉아. 라고 말하자 백현이 오래 걸릴 거 같은데 잠깐 나갔다 올래? 라며 물었다. 난 그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아니, 기다릴래. 그가 웃으면서 그럼 좀 기다려. 하고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누구지?”





한참 변백현 머리 펴는 걸 보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미용실에 사람도 워낙 많고 조금 시끄러운 편이라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혹시 선영이 인가? 는 무슨, 선영이는 전에 번호를 저장 해 뒀다. 그러면 나한테 전화 할 사람이 누가있지? 





“여보세요?”

-ㅇㅇㅇ씨? 

“네, 맞는데요.”




.

.

.

.

.

.

.

.



-저, 도경아라고 하는데요. 




 

 

 

[EXO/백현] 변백현 사육썰 06 | 인스티즈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애타게 불러대던 그 이름은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와 지내면서 그의 자는 모습을 몇 번이고 눈에 담았는데 악몽을 꾸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만 벌써 손에 꼽을 정도로 봐왔다.

그 여자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또 어떤 목소리일까 또 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을까라며 혼자 소설을 한편 써 낼 정도로 그 여자에 대해서 상상해왔다.

 

 

 

“무슨 일이시죠.”

 

 

 

변백현은 잘 모르는 사무적인 말투와 차가운 목소리, 항상 이런 식으로 살아왔는데 그를 만나고 선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 여자에겐 더더욱 딱딱해졌다.

 

 

 

- 백현이가 번호를 바꿨더라구요. 혹시 번호를 알 수 있을까 해서요.

“…번호는 왜요?”

- 그건 그쪽이랑 상관 없지 않나요?

 

 

 

대답과 동시에 들리는 도경아의 비웃음이 섞인 웃음에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여졌다.

 

 

 

“저야말로 그쪽이랑 상관 없지 않나요? ”

-…네?

“내가 알기론 그쪽이 백현이 버린 걸로 아는데, 이제 그만 좀 하시죠.”

-…….

“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시라구요. 당신이 상처준 아이, 내가 약 발라주고 있다고.”

- 백현이는 나한테 돌아올 걸?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소릴하죠?”

-…걔 아직도 나 사랑해.

“무슨 근거ㄹ….”

 

 

 

도경아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괜히 성질이 나서 언성을 높이려는 순간 뒤에서 딸랑 하는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거기서 뭐 해?'라는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와 지금 내 앞에 있는 그의 목소리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졌다.

급하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백현에게 시선을 맞췄다.

 

 

 

“ 남자야? ”

“무, 무슨 남자.”

“근데 왜 놀라.”

“됐어. 머리 다 했어?”

“진짜 남자야?”

 

 

 

자꾸 남자냐며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날 째려보는 백현을 미용실 안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정신 차리고 그의 머리를 보니 몽실몽실했던 그의 머리는 어느새 예쁘게 펴져있었다. 아 예쁘다.

그가 잠깐 자기 머리에 정신 판 사이에 계산을 했다.

 

 

 

“가자.”

“계산 좀 하고.”

“내가 했어.”

“뭐?”

 

 

 

백현인 짜증스러운 눈으로 날 보면서 미안하게 왜 자꾸 이래.라며 말했다

그럼 난 그가 귀여운 듯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고 주인이 이런 거 해주지 누가 해줘? 라며 그의 손을 잡으며 미용실을 나왔다.

뒤에서 자꾸 투덜대는 그의 입을 확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머리가 예쁘게 됐으니까 참는다.

 

 

 

“아까 그 전화 누구야?”

“그건 왜?”

“막 숨겼잖아 아까.”

“그냥 아는 사람.”

“남자야?”

“여자야, 바보야.”

 

 

 

그의 귀여운 질문에 난 그에게 시선을 맞추며 왜 남자면 어쩌게? 라고 장난을 쳤다.

내 장난스러운 질문에 그는 남자면 나 집 나가야 되잖아. 라는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대답에 굳어진 얼굴로 그를 보면

 

 

 

“정곡을 찔렀구나?”

“아니야.”

“남자 생기면 말해, 나갈게.”

“너 진짜 왜그래?”

“…뭐가?”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나를 보고, 나는 그의 말에 괜히 화가 났다.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내치고 선 먼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버렸다.

또 심술이다 나.

도경아의 전화로 인해 날카로워진 신경을 백현이로 인해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무신경한 말의 다시 날카로워졌다.

 

 

 


-여보세요?

“저 ㅇㅇㅇ인데요.”

-번호 알려주시게요?

“나 백현이 끝까지 잡고 있을 거야, 당신한테 보낼 생각 없어.”

- …….

“백현이가 당신 아직도 좋아한다고해도 내가 매달릴 거야, 그래서 당신한테 못가게 할 거라고.”

 

 

 

 

내가 한껏 날카로워진 이유는 자꾸 그의 과거가 눈에 선명하게 보여서 그가 도경아로 인해 힘들었던 모습이 자꾸 보여서 내 스스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랬나 보다.

 

 

 

 

[EXO/백현] 변백현 사육썰 06 | 인스티즈

 

 

 

모르는 척은 쉽다. 또 그녀는 얼굴에 표정이 금방 드러나서 떠보는 것도 쉽다. 어쩜 저렇게 솔직할까.

내 손을 내치고 씩씩거리며 택시를 잡아 먼저 가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럽다.

 

 

 

 

-백현아

“네 형.”

- 잘지내고 있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어요.”

-…아직도 못잊고 있니?

“누굴요.”

-…경아.

 

 

 

 

오랜만에 듣는 그 이름에 피식 웃음이 났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이 숨소리만 가득했다.

못 잊죠. 내가 걔를 어떻게 잊어.라고 살의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면 저쪽에서는 내 목소리를 인지 못한 듯 웃기는 대답이 돌아왔다

 

 

 

 

-걔 파혼 당했대.

“…….”

-네가 필요한가 봐. 번호 알려달라고 하더라.

“…그래서요?”

-같이 좀 있어줘. 보기 힘들더라.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대도 당황한 듯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오고 난 그저 웃기에 바빴다.

이제 와서 파혼? 힘들어서 날 찾아? 자기가 무슨 자격으로 날 다시 찾지?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도경아.

 그동안 도경아가 나에게 했던 행적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걔랑 같이 있으라고 전화했어요?”

- 도경아가 너랑 지금 살고 있는 사람 번호 알고있더라.

 

 

 

 

 

쿵 하는 소리와 누군가 내 머리를 세게 후려지는 거 같았다.
선배의 말에 누가 알려줬는데요.라며 딱딱하게 대답하면 선영이라는 애가 알려줬다더라 라는 절망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 아까 숨긴 그 전화가 도경 아닐까라는 생각에 천천히 걷던 걸음도 빨라졌다.

 

 

 

 

“전화 했대요? 내 번호 알려주면 되잖아 형이.

- 네 번호는 알고 있어. 그 여자 번호는 왜 가져간 지 모르겠다.

“씨발.”

 

 

 

 

신경질적으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미친 듯이 집으로 달려갔다.분명 아까 그 전화는 도경아가 맞았다. 그래서 내 말 하나하나에 용이 예민하게 반응했던 거겠지. 그녀의 행동이 하나하나 들어맞았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집으로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었다. ㅇㅇ 방에도 화장실에도 내 방에도 ㅇㅇㅇ 없었다. 전화를 걸어보면 언제 꺼둔 건지 전화도 받지 않았고. 몸에 힘이 빠져서 소파에 앉아있는데 조용하던 거실에 기분 나쁜 진동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기분 나쁜 진동소리 만큼 기분 나쁜 그녀의 전화였다.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전화번호가 내 신경을 돋구었다.

 

 

 

 

-백현아….

“무슨 생각인데 대체. ”

-나 아직 너 좋아해….

“이딴 소리하려고 전화했어? 걔한테도 나한테도?”

-……백현아, 나 힘들어.

“그래서.”

- 돌아와주라…백현아.

“…….”

-너 아직 나 사랑하잖아….

 

 

 

 

소름 돋는 도경아의 가식과 함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을 집어던지듯 내려놓고선 문으로 달려가 아까와 다르게 정신이 없어 보이는 그녀를 아무 말 없이 안아버렸다.

 

 

 


자까의 말.......................

3개월만에 사육썰 컴백 두두두두두둥

기다리신 분 있으신가요? 없어도 그냥 봐라 두번봐라 뿌뿌

내용이 어째 산으로 가는 듯한..^^ 다음이 마지막편이에용

최대한 빨리돌아올게요~

 

 

 

오랜만에 뵙는 내 싸랑 암호닉 님들 ♡

 

뾰루지 님

꿀떡 님

산딸기 님

치케 님

초코칩 쿠키 님

맑음 님

저금통 님

수수사탕 님

벚꽃 님 

어글리 덕 님

달덩이 님

뭉이 님

배고파 님

깡아지 님

듣 현 님

차차틴트 님

이노미 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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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 진짜 이건 대박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현이 남자다운거봐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어휴ㅠㅠㅠㅠㅠㅠㅠㅠ좋네요ㅠㅠㅠㅠㅠㅠ둘이 행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도경아 걔는 무슨 생각으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헐 뭐죠 이건 완전 잘보고갑니다 ㅠㅠ 암호닉 신청되나요 솜이 요!
10년 전
독자5
아진짜도경아시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배쿄니는내꼬러공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Aㅏ...☆★
10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와아아ㅠㅠㅠㅠㅠㅠㅠ도경아ㅠㅠㅠㅠ못됫엉ㅜㅜㅜㅠㅠ
10년 전
독자8
대박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ㅠㅠㅠㅠㅠㅠㅠ머시싸ㅜㅜㅠㅠ
10년 전
독자9
ㅎ어ㅓㅓㅓㅓㅓ도경아나쁜사라무ㅜㅜ
10년 전
독자10
헐ㅠㅠㅠㅠㅠㅠㅠ사육썰 완전 오랜만이에여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혹시 지금도 암호닉신청되나요ㅠㅠㅠㅠㅠ?되면 린현으로ㅠㅠㅠㅠㅠㅠㅠ아
10년 전
독자11
우오ㅓㅜㅜ진짜 저런백현이 좋아요퓨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2
으왕 ㅠㅠㅠㅠ좋다ㅠㅠㅠ오랭만에 읽으니까 너무 좋네요 .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3
경아나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예전에 봤었는데 드디어 다음편이 올라왔네요ㅠㅠㅠㅠ지금암호닉신청가능한가요?? 된다면 포카링으로 신청합니다~
10년 전
독자14
헐헐사육썰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ㅜ언제오나하고기다리고있었는데!! 드디어보게되네요ㅠㅠㅠㅜ오랜만에보는백뭉이는 여전히 귀엽고남자답고좋네욬ㅋㅋㅋㅋㅋ다음편도빨리보고싶어요!!
10년 전
독자15
ㅎ류ㅠㅠㅠㅠㅠ 기다렷어요ㅠㅠㅠㅠㅠㅠ 으앙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 담편이 마지막이라뇨ㅠㅠㅠㅠㅠㅠㅠㅠ하ㅠㅠㅠㅠㅜㅠㅠ
10년 전
독자16
오랜만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벌써 담편이 마지막이라니ㅠㅠㅜ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가서 다행이야
10년 전
독자18
아완전재밌어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기다리고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9
작가님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담편도 빨리 보고 싶은데 마지막 이라니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0
경아야 너 그러는거아니다....백현이뷰려먹지마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1
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눈물날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2
으앙 ㅜㅜㅜㅜ아진짜죻다 ㅠㅠㅠㅠㅠㅠ아으아앙 백현아 ㅠㅠㅠ우리집도좀와ㅠㅠㅠㅠㅠㅠㅠㅠ큐ㅠ
10년 전
독자23
헐 대박이야유ㅠㅜㅜㅜ진쩌 좋자나여ㅠㅠㅠㅠㅜㅜㅜ으엉우ㅡ우루루ㅜㅜㅜㅜㅜ심장폭행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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