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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뭐야, 자기 집에 남을 재워놓고 집을 비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아저씨의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아저씨의 방에서 나오자 아저씨네 부모님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무슨 상상을 하고 계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네 어머니께서 조심스레 운을 떼었다.
-...닝아.
-네?
-너, 너, 우리 잇세이랑...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아저씨랑 저랑 나이 차이가 얼마인데!
두 살밖에 안 나는데. 뭐라고 중얼거리신 거 같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젖어있는 교복을 들고 배꼽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일찍 퇴근하셨다고 한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온 마츠카와는 손에 포도맛 막대사탕을 들고 자신의 엄마를 바라봤다. 얘 어디 갔어? 집에.
짝사랑 중인 제 아들의 모습이 너무 재밌었던 마츠카와 여사님은 남편의 어깨를 퍽퍽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들에게 노안인 얼굴을 물려준 마츠카와네 가장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월요일이 돌아왔다.
어느새 아저씨를 알게 된 지 두 달이 지나고 돌아온 월요일이었다.
구겨 신은 운동화를 제대로 고쳐 신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오바 죠사이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헤드셋을 낀 채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에 나 말고 세이죠를 다니는 사람이 있었나? 어쩐지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익숙해 보였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수 잇세이 아저씨는 지금쯤 자기 근육이나 긁적이면서 자고 있겠지.
-닝아!
-왜?
-오늘 끝나고 배구부 구경하러 갈래? 카라, 카라스노? 거기랑 연습 시합한다던데.
친구가 나에게 제안을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보나 마나 우리 학교 인기인인 오이카와 선배를 보러 가자는 소리를 돌려서 하고 있는 거겠지. 내 취향은 온미남이 아니었다. 음, 하나 꼽자면.. 그래. 마치 잇세이 아저씨 같은 약간 위험한 얼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이 차가 10살도 넘게 날 텐데. 삼촌뻘과 사귀었다가 우리 엄마한테 무슨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나는 손을 휘적휘적 내저으며 친구를 보내고 책상에 엎드렸다.
-진짜, 가자니까. 너무해!
-어차피 나 오늘 방과 후에 부 활동 있거든.
열심히 빵을 굽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1학년이지만 제빵사인 아빠 덕에 실력이 출중했던 나는 제과제빵부의 부장 언니와 부부장 오빠에게 잔뜩 예쁨을 받았다. 물론 예쁨의 의미는 개처럼 굴려지는 것을 뜻한다.
아무튼 오늘의 작품인 슈크림 빵을 가득 안고 하교하는 길, 저 멀리서 익숙한 뒷모습과 익숙한 옷이 보인다.
-....잇세이 아저씨?
-....닝?
아, 나 저 사람 안다. 오이카와 토오루.
근데 왜 잇세이 아저씨랑 오이카와 선배가 같이 있는 거지? 그 둘 말고도 세이죠 배구부의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이 더 보였다.
대체 무슨 조합일까. 고등학교 배구부원 3명과 잇세이 아저씨라니.
마츠카와는 주말에 빨았던 배구부 유니폼이 다 마르지 않아 오늘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에게 총총 다가갔다.
-아저씨, 왜 저희 학교 선배들이랑 같이 있어요?
-....
-아, 혹시.. 음.
그리고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며
-조카 데리러 오신 거예요?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