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엊그저께 번호 따였었는데 사람이 너무 괜찮았어
그 남자도 자기 원래 번호 따는 스타일 아닌데
진짜 난생 처음으로 내 행동이랑 외모 보고
놓치면 안될 거 같아서 용기를 냈대
카사노바 같은 스타일도 아니었고
얼굴 새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손을 덜덜 떠는거야
딱 봤는데 얼굴도 내 스타일이고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노는 모습 보는데
너무 성격이 유쾌하고 선해 보여서
마음에 들어가지고 번호 줬다?
취미가 겹쳐서 그 얘기도 하고 전화도 잠깐 하고 이틀 내내 연락하다가 연휴에 만나서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면서
못 만날 거 같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어
못 만나는 이유는 내가 스케줄 근무라서 ...
나 그래도 나름 대기업에서 일하고 돈도 꽤 버는 편인데
스케줄 근무라는 게 자기 미래 지향과는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대
결혼까지 생각해서 아니라고 생각했나봐
그래도 식사는 해볼까 말까 하다가
놓지도 못할 정도로 정이 들어서 잘 되어버리면
분명 부딪히는 부분이 생길 텐데 그게 싫다고
그만하자고 그래서 연락이 끊겼어
진짜 죽고 싶다 나 이렇게 빠른 시일 내로
사람한테 빠진 건 처음인데
제발 극복 방법 좀 ... 구질구질 매달려 봐야 소용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