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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깊이 고개를 숙일까?

내 하루는 식당 관리 앱에서 예약 현황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보통 가벼운 하루가 되곤 한다. 손님이 적으면 더 여유롭게 대화도 나누고 손님들에게 더 정성껏 신경 쓸 수 있다. 오후 4시 30분에 12명 예약이 들어왔는데, 한국 이름이었지만 이상혁은 아니었다. 예약을 받아들였다.

근무 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우리는 “어떻게 페이커를 만났는지”에 대해 웃고 떠들며 신나게 대화했다. 게임이나 LOL을 모르는 동료들도 팬보이들이 웃고 떠들고 서로를 북돋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오후 4시, 한 한국 남자가 들어와 우리가 미리 준비해둔 긴 테이블 끝에 조용히 앉았다. 그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봤고, 일행을 위해 미리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도 많았고, 코카콜라 제로도 잔뜩 있었다.

조금 후, 한 여자와 촬영기자가 도착했다. 작은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었는데, 둘 다 평범한 옷차림에 팀 로고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혹시 LCK 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크를 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 혹시…?
역시나 케이크에는 “케리아”라는 이름이 귀엽게 적혀 있었다. 동료들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제 몇 시간 동안 집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생일을 망칠 수는 없으니까. 특히 그 생일의 주인공이 우리 모두의 케리아라면 말이다.

팀 전체가 들어섰다. 코치 kkOma가 맨 앞에 서서 날 알아보고 밝게 웃어주었다. 그는 말이 적은 사람이지만 친절한 미소로 많은 걸 표현했다. 페이커가 뒤따라 들어왔고, 그다음으로 오너와 제우스가 들어왔다. 페이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오너는 곧장 걸어갔으며, 제우스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구마유시는 흰 헤드밴드를 쓰고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들어와 내게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케리아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몇 명이 더 도착하며 파티가 시작되었다.

오늘 페이커는 우리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했고, 한국식 억양이 섞인 영어를 사용했다. 형다운 모습으로 동생들을 자주 챙겼고 휴대폰은 거의 보지 않았다. 오너와 제우스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여전히 휴대폰에 빠져 있었다. 구마유시와 케리아는 페이커 옆에 나란히 앉아 (구마유시가 가운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구마유시는 음식 접시를 정리해 우리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우리가 물병을 나를 때 도와주고, 식기를 가지런히 쌓아 치우기 쉽게 해주는 등 정말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음식이 미리 주문되었음에도 제우스는 당당하게 크리미 옥수수 치킨 두 접시를 더 주문할수 있는지 물어봤다. 어떻게 봐도 팀 내 분위기는 정말 좋고 긍정적이었다.

에피타이저를 마친 후, kkOma 코치와 그 여자가(문매님 말하는듯) 우리에게 케이크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이 촛불을 준비하는 걸 깜빡해서 우리는 흔쾌히 빌려주었다. 내가 케이크를 직접 가져다줄 수 있는지 묻자, 그 여자는 kkOma 코치가 직접 하고 싶어 한다고 부드럽게 설명했다. 우리는 생일 축하 음악을 틀자고 제안했고, 그들은 기쁘게 동의했다. 내 동료와 나는 커튼 뒤에 숨어 몰래 촛불을 켜는 사이, kkOma 코치는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그다음 일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인 코스가 이어졌고, 모두가 배부르게 음식을 먹었다. 12명이 16인분을 주문했지만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kkOma 코치와 케리아가 접시를 떨어뜨리며 크게 웃었고, 우리는 곧바로 새 접시를 가져다주었다. 케리아는 고맙다며 머리가 테이블에 닿을 만큼 깊이 허리를 숙였다. 페이커가 두 번 재채기를 할 때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혹시 감기라도 걸린 걸까 걱정했지만, 그는 오늘 내내 웃으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처음에 도착했던 남자가 디저트 메뉴를 요청했지만, 모두 배가 불러 보였다. 그들은 서둘러 일어났고, 나는 한 명 한 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행운과 승리를 기원했다.

케리아는 촬영 때문에 남았고, 메인 팀원들이 떠난 뒤에야 나갔다. 문 앞에서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연약해 보였지만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고, 그는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이번에도 해낼 거예요. 왠지 좋은 예감이 들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조금 더 깊이 허리를 숙였다. 베트남 T1 팬들의 생일 축하 인사도 전하자, 그는 분명한 목소리로 “Thank you”라고 말하며 거의 몸을 숙이다시피 인사를 했다. 나는 그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요청했고, 그는 기쁘게 응했다. 사진을 찍은 후 우리는 주먹을 맞댔고, 나는 깊이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자, 그도 똑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누가 더 깊이 인사할 수 있나 겨루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그 순간, 2022년 결승전에서 그가 눈물 흘리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이 아이는 정말 진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감정에 솔직하고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잘 가고 있어, 젊은이. 큰형처럼 겸손하게, 그리고 네 나이답게 어리숙하게 말이야.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The world is yours to take.”
(시도했었지, 실패했었지. 상관없어.
다시 시도해, 또 실패해. 더 나은 실패를 해.
세상은-월즈는- 네 것이야.)

P.S. 저와 제 팀원들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평온한 삶을 누리길, 그리고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갖길 바랍니다. 꿈을 쫓아가거나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건강을 기원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웃음을 잃지 마세요. 고개를 다시 들 날을 위해 웃으세요!

추천  4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
제우스는 당당하게 크리미 옥수수 치킨 두 접시를 더 주문할수 있는지 물어봤다
우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
저 글쓴 분도 너무 예쁜말들만 해주시네
20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3
ㄱㅇㅇ 우둥이 잘 먹어서 좋다👍
17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5
아 나도 이거보고 빵터짐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2
감동적으로 읽다가 돼지 우제 에피소드에 기절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ㅇㄱ
20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3
우제 때문에 개웃다가 민석이 얘기에 눈물나.....
20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4
글 자체가 너무 따뜻하다
19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5
글을 너무 잘 쓰신다🥲
19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6
🥹🥹🥹🥹🥹
19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7
아 진짜 우리팀 같고 웃다가 우네ㅜ
19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8
우리애들 모습이 너무 눈에 그려진다ㅋㅋㅋㅋ 너무 글을 예쁘게 써주셔서 좋다... 저 집이 가고나면 다음 경기 승리했다는 집인가 8강 잘하자 애들아🍀🍀🍀🍀🍀
19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9
글 너무 좋네 ㅠㅠㅠ
18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0
아니 글 너무 좋은데???ㅠㅠ
18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1
퇴근길에 마음 따뜻해진드아 ㅜㅜ
18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2
너무너무 좋은 후기다ㅠㅠㅠ 맘이 따땃해지는구만ㅠㅠㅠㅠ
17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3
후기에 애정과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가득 묻어난다🥹 우리 민석이 이번 생일도 해외에서 정말 기억에 남는 생일 보내구 월즈 화이팅!🍀🍀🍀🍀🍀
17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4
말씀을 너무 예쁘게 하신다
15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6
아 진짜 거를타선없이 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시간 전
제오페구케월즈리핏기원쑥17
뭐냐 진짜ㅜㅜ 민석아 이 아이는 정말 진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라니ㅠㅠㅜ
1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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