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벽 뒤에 대한 의문은 항상 이어지고, 매일같이 귀찮게 질문을 하는 익인에게 지친 공터인들은 결국 저 벽 안이 '미로' 이며,
밤에는 저 벽이 닫히는데, 저 안에는 '그리버' 라고 칭해지는 끔찍한 괴물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 벽을 그리버들이 넘어 올 일은 없으니 벽을 넘어갈 생각만 안한다면 안전을 보장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들.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마음이지만 아직도 마음 한켠으로는 이 '미로' 라는 곳을 탈출하겠다는 굳은 결심히 싹을 내린다.
하지만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거였을까, 그날 밤 미로의 문은 닫히지 않았고.
그리버란 괴물들이 공터로 넘어오기 시작한다.
공터인들이 한명씩 그리버에게 잡혀가 목숨을 잃어가고, 공터는 무너지고 불타고 망가지고있다.
친한 사람들이 몇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파악하고 모아온 미로에 대한 단서들로 이 곳을 탈출해야하는데, 아직도 밖에는 그리버들이 드글거린다.
아침이 될 때까지 살아있을거란 보장도 없고, 어떻게든 버텨 아침에 미로로 도망친다고해도 그 안에 그리버들이 얼마나 더 숨어있을지도 미지수.
탈출구로 추정되는 곳이 있긴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모두의 목숨은 물론이거니와 익인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희박한 가능성이 있는 탈출구로 목숨을 걸고 달려가야하는 상황.
2.
(혹시 안 좋아하시는 익인이 있을까 인형 사진은 첨부하지 않음)
남편은 (혹은 아내) 이제 유명한 병원에 들어가게 된 의사.
전보다 얼굴 볼 시간이 적어지고 툭하면 저녁을 같이 못하기도 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너무나도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가정을 꾸렸기 때문.
서로의 좋은 면만 닮은 예쁜 딸 아이도 태어난서 이제는 앉아있기도 하고 마냥 이쁜 시기.
하지만 익인은 아이를 가지기 전에 겪었던 끔찍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과 관련 된 인형이 하나 있는데, 분명 버렸던 것 같았으나 이사를 하는 도중에 정신없는 틈 사이 인형이 다시 짐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남편가 (혹은 아내) 그토록 원했던 익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힘들게 구해 온 인형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그냥 정 붙이는 것도 나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그 기억 때문에 두려워하는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싶어 인형을 집 안에 두기로 하지만
역시 이상한 기분은 떨쳐 낼 수가 없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 집 안과 자신 주위엔 항상 기분 나쁜 일들이 뒤따른다.
점점 수위를 넘어가는 불행들에 겁에 질린 익인.
서서히 자신이 이상해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무서운 상황들이 시시때때로 벌어져 한 시도 숨을 돌릴 수가 없다.
왜, 무엇때문에, 어째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건지 전혀 모르겠으나, 그런 일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형이 있다.
인형을 평소 존경하는 신부님께 맡겨보지만 그 후 신부님이 크게 다치는 사고까지 일어나 인형에 대한 공포심은 점점 커져가고.
이사한 집에서마저도 이런 일들이 끊이질 않고, 익인은 이 상황이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끝날 일이라는걸 깨달았다.
인형에 씌인 악마가 사랑스러운 딸의 영혼을 노린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 익인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야한다.
그 어떤 방법도, 대책도 모르는 상황. 공포는 익인의 숨통을 점점 조여오지만 사랑스러운 딸을 위해서라면 익인은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상황.
3.
일년에 단 하루, 12시간동안 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퍼지데이'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매년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별 탈 없이 살아남은 익인은 갑자기 드는 불안감에 걱정된다.
왜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상위 1%이 즐기는 퍼지데이의 타겟이 될 것만 같은 그런 생각에 몸이 떨려온다.
거리엔 가면을 쓴 사람들이 벌써부터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퍼지데이를 즐기고 있는 중.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디론가 도망을 가고있거나, 들키지 않게 숨어있다.
하지만 잠시 밖에 나갔던 익인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길거리에 고립되게 된다.
가면을 쓴 사람들은 익인을 점점 둘러싸고 거리를 좁혀오고 있고, 익인은 다리에 모든 것을 걸고 뛰고있다.
빨리 집에 들어가야 그래도 조금이나마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는 극박한 상황.
가면은 쓴 사람들은 익인을 놀리는 듯 여유롭기만 하다.
하지만 여유롭기만 한건 아니고, 긴장감있게 익인을 조여오는 제대로 된 밀당을 보여주고 계시는 중.
칼은 제발 내려놨으면 좋겠는데.
왜 자신을 쫓는건지, 왜 내가 타깃이 되야하는건지, 왜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게 된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
겨우 집으로 뛰어 들어와 옷장 안에 숨었는데,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가면을 쓴 사람들이 익인을 쫓아 집 안으로 들어 온 듯 하다.
아직 한참 남은 퍼지데이, 익인을 조여오는 가면을 쓴 사람들.
그리고 이 상황을 즐기는 상위 1%들.
맞서 싸워 가면을 쓴 사람들의 목숨을 먼저 빼앗거나,
익인의 목숨을 빼앗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