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플러 출신 겸 새 걸그룹 메이딘 재데뷔 앞둔 日
| 마시로 인터뷰
| "포기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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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을 직접 찾아서 JYP 오디션을 봤어요. 부모님 허락이요? '드림하이' 드라마를 추천해 준 분이 바로 엄마예요!"
지난 2022년 그룹 케플러로 데뷔, 곧 새 걸그룹 메이딘으로 데뷔를 앞둔 사가모토 마시로(24)의 이야기다. 일본 도쿄 출생인 마시로는 12세에 엄마의 권유로 봤던 한국 드라마 '드림하이'를 보고 K팝에 푹 빠지게 됐다. 드라마 속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 건강한 경쟁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무언가가 움직였다.
JYP 공채 12기 2위 출신이기도 한 마시로는 JYP 최초로 한국 본사로 직접 찾아와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사례다. 그때가 마시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는 엄마와 함께 방문했지만, 연습생이 된 이후에는 어린 나이에 한국에 홀로 남아 연습에 매진했다.
한국에 처음 올 때만 해도 겨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의 간단한 인사만 할 수 있었다는 마시로는 2년간의 연습생 기간 한국어를 완벽하게 습득, 20세에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6급을 따기도 했다. 당시 연습생 중 일본인이 없어 소통을 위해서 거의 '살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다는 마시로다.
현재 그룹 있지 멤버들과 함께 연습했던 마시로는 JYP에서 데뷔 고배를 마시고 몇 번의 데뷔 좌절을 맛보고 일본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TV 속 활발히 활동하는 있지 멤버들을 비롯해 함께 연습했던 이들의 활약을 보며 다시 한번 '희망'을 품고 한국에 왔다고. 이후 지난 2021년 엠넷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에 출연, 케플러로서 데뷔를 이뤄냈다. 마시로는 '걸스플래닛999'에서 절박함을 안고 매 미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고 탁월한 리더십과 다채로운 매력으로 탄탄한 팬덤을 만들었다.
1년 6개월의 케플러 활동 후 본 소속사인 143 엔터테인먼트로 돌아온 마시로는 오는 9월 3일 그룹 메이딘으로 재데뷔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마시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메이딘의 마시로입니다. 도쿄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가수가 됐어요.
-2011년에 '드림하이'를 보고 K팝에 관심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마시로 마음을 흔든 건지
▶'드림하이' 내용 자체가 학생들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꿈을 키우는 거였잖아요. 평가도 받고. 힘들겠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아마 제가 초등학교 5학년쯤 됐을 때일 거예요.
-13세부터 일본에서 연예계 활동을 했더라고요. 길거리 캐스팅도 많이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일본이 아니라 한국 아이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드림하이'를 보고 나서 K팝에 엄청 빠졌어요. 음악 쪽으로 봤을 때 조금 더 글로벌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K팝이라고 느꼈고 끌렸어요.
-JYP를 직접 찾아가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최초의 케이스라고 하던데요. 열정이 대단해요. 부모님도 지원해 준 건가요.
▶애초에 '드림하이'를 본 계기가 엄마였어요.(웃음) '드림하이'를 먼저 보시고 '이거 재밌으니까 봐봐'라고 하셨어요. 드라마를 보고 엄마랑 둘 다 K팝에 빠졌어요. K팝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고 했을 때 걱정보다는 '한번 해보라'는 느낌이었어요.
-JYP에서 데뷔하지 못하게 된 후에 일본에 돌아가서 아르바이트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때의 심정은 어땠나요.
▶JYP에서 데뷔하지 못하게 된 후에 다른 회사도 가봤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습생 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이게 맞나?' 싶었죠. 그때 고민이 정말 많았고, 저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어요. 결국 일본에 돌아가서 아르바이트했어요. 그때가 한국 나이로 20세였어요. 일본에는 너무 힘들어서 간 거였어요. 그때는 너무 지쳐서 '이제 아이돌 준비 안 해야겠다' 생각까지 했어요. 일본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직업이 없는 거예요. 아무리 찾아도 없었어요. 그때 친구들은 무대 위에서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었고, 제 안에서 계속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일본에 1년도 채 안 있다가 다시 아이돌로 도전하게 됐죠.
-3년 정도 준비하면서 데뷔의 문턱까지 갔다 좌절됐을 때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안 되네요.
▶모든 걸 포기하고 한국에 간 거였는데, 내가 아이돌 준비까지 포기하면 도대체 일본에서는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들은 대학교 준비를 다 하고 있었고, 저는 아이돌이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고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아르바이트하면서 한국어능력시험도 보고, 6급을 땄어요. 한국어를 배웠으니까 한국어를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아이돌에 대해 포기를 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에 가게 됐죠.
-그 이후에 '걸스플래닛999'에 도전했는데, 이때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저는 정말 '걸스플래닛999' 아니면 그냥 다 때려치우고 일본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143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되어 있었긴 했지만, 저 스스로 '걸스플래닛999'에서 안되면 돌아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절실하게 임했어요.
-힘든 시기에 흔들리지 않도록 마시로를 잡아준 것이 있다면요.
▶부모님이에요. 엄마랑 통화를 자주 했어요.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저를 굉장히 강하게 키우는 편이었거든요. 평소에는 응원도 잘해주고 착하게 말해주는데, 저의 마음을 다잡아주실 때는 '그래서? 돌아올 거야? 포기할 거야?' 이런 식으로 물으셨어요.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그런 식으로 해주셨어요. 제가 승부욕이 있는데, 그걸 자극해 준 것 같아요.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면 저는 '아니? 내가 왜? 나 안 갈 거다' 이런 식으로 답하고 다시 열심히 연습했죠.(웃음)
-10대 시절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거나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신기했던 것이 있다면 '나이'에요. 일본 사람들은 나이가 비슷하면 친구처럼 지내고 반말도 하거든요. 한국에서는 '언니'를 꼭 붙여야 하고 '요'로 끝내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오히려 반말하는 게 어려워요. 동생들한테도 존댓말을 해요.
-이제 한국에 오래 머물렀는데, 인상적인 면도 있나요.
▶배달이 너무 신기해요.(웃음) 새벽까지도 하고, 주소도 없는 공원에도 배달이 되는 걸 보고 정말 신기했어요. 일본에도 배달은 있지만 늦은 시간까지 하지는 않거든요. 특히 한국에서 커피까지 배달이 되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어린 시절 꿈꾸던 '드림하이'가 실현되고 있나요.
▶'드림하이'에서 봤던 것들과 감정은 연습생 때 느꼈어요. 제가 연습한 거로 평가도 받고 내 실력에 실망하고 한 것들이요. 드라마 속 사람들이 바로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데뷔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요. 지금 다시 데뷔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외국인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점이 있나요.
▶저의 경우에는 포기를 한번하고 다른 직업도 찾아봤지만, 하고 싶은 게 이거밖에 없어서 다시 돌아왔잖아요. 저처럼 다른 직업을 찾아봐도 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게 딱 뭔지를 깨달았을 때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어요. 후회가 남을 것 같으면 끝까지 도전하라고요. 그때까지 나이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물 건너온 아이돌】 마시로 편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