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 다변화 이끈 멀티레이블, 실적 부진에 시험대 올라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하이브는 국내 연예기획사 최초로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도입해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양한 스타일의 연예인을 발굴·육성해 인기 스타로 키워내며 방탄소년단(BTS)으로 편중돼 있던 매출구조를 분산시킬 수 있었다. 이는 2년 연속 연결기준 반기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회사 관련 논란으로 수년간 구축한 멀티레이블이 불안정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하이브에 대한 시선이 엇갈린다. 압도적인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는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의 일탈과 논란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대중을 겨냥한 연예사업의 특성 상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기업가치 하락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수익성 급감도 심상치 않다. 하이브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4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16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339억원에서 올해 653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1404억원에서 211억원으로 85% 급감했다.
◆BTS 공백, 세븐틴·뉴진스·르세라핌이 메웠다
핵심 수익원인 BTS가 군입대로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매출액 감소를 최소화한 것은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그만큼 줄어든 덕분이다. 대신 다른 아티스트들 활동에서 발생한 수익이 늘며 매출구조를 다변화했다.
실제로 2021년 회사의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당시 소속 연예인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액은 4142억원이었고 이중 BTS가 소속한 빅히트뮤직은 74.8%에 해당하는 3098억원,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24.1%인 998억원을 매출액으로 인식했다. 현재 걸그룹 '르세라핌'이 속해 있는 쏘스뮤직과 가수 지코가 설립한 KOZ엔터테인먼트가 나머지 66억원을 기록했다.
3년이 흐른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4904억원 중 빅히트뮤직의 매출 비중은 33.6%에 그쳤다. 보이그룹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가 3년 만에 매출 비중을 32.3%(1584억원)까지 끌어올렸고 어도어(12.5%, 613억원)와 빌리프랩(11.2%, 549억원) 등 새로 설립하거나 편입한 회사들이 소속 연예인들의 인기 상승에 힘입어 규모를 키웠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급감은 다양한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초기 비용이 올해 상반기 집중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분기엔 하반기 그룹 BTS 진의 솔로 앨범 발매, 그룹 세븐틴의 새 앨범 발매와 월드투어 등이 이어질 예정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르세라핌(쏘스뮤직)과 뉴진스(어도어), 엔하이픈(빌리프랩), 아일릿(빌리프랩) 등 하위 레이블의 신인 아티스트들이 연이어 흥행하며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다만 게임과 플랫폼 등 회사 계열사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의 초기 홍보비용, 운영비용 등이 대규모로 발생하며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에 취약한 연예산업
하이브가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벌어들인 원동력은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성공에 있다. 멀티레이블은 하이브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사업모델로 모회사가 다양한 연예기획사의 대주주로 위치하면서 이들이 자유롭게 사업에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각 기획사는 다양한 스타일의 개성 있는 연예인을 배출할 수 있고 현재까지 회사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 개개인의 일탈 및 논란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 논란이다.
민 전 대표는 지난 4월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자신을 어도어 대표직에서 해임한 것을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달 27일 어도어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다시 의결되며 해임이 확정됐지만 민 전 대표의 잔여 임기를 보장하라는 움직임이 회사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하이브와 관련된 논란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사생활을 비롯해 간헐적이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선 하이브가 하위 레이블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예견한 일부 투자사들은 일찌감치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운용 중인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사모투자합자회사'다. 2016년 4월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유한책임투자자(LP)로부터 6032억원을 출자 받아 결성했고 2018년 1038억원을 하이브에 투자하며 총 12.2%의 지분을 확보했다.
하이브는 이후 2020년 10월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고 2021년 순차적인 장내매각(1270억원)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8141억원)로 도합 9467억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137.0%에 달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성공적인 IPO로 회사의 가치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방 의장 등 회사 임직원의 사생활이 투자사의 발빠른 엑시트에 영항을 줬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BTS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할 시기에 투자사들은 이미 오너의 사생활이 문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엑시트했다"며 "이듬해인 2022년 하반기 BTS가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독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투자사들의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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