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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G 연습생 출신…최근 문화예술 기획자·아이돌 연습생 
| 연구로 주목
| 서울문화재단 '청소년 문화예술인 권익 보호 포럼' 등 
| 참여

[정보/소식] '단발머리' 허유정 "난 '실패한 아이돌'…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죠" | 인스티즈

https://naver.me/GlJsp6TU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그 유명한 말이다.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에서 안 선생님이 정대만에게 했던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도 같은 맥락이다.

전 사회·문화 영역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이 잠언은 K팝 아이돌 세계에서도 물론 통한다.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거쳐 작은 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 '단발머리'로 데뷔했던 허유정 소우주 컴퍼니 대표가 증명한다.

현재 문화예술 기획자로 활동하며 아이돌 연습생 환경에 대해 공부·연구 중인 그녀는 아이돌 시절보다 더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허 대표의 논문 '아이돌 지망생의 자기효능감, 외로움, 외향성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 연습 기간의 최적자극수준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는 연습생을 지낸 아이돌 출신이 업계 현황을 정밀하게 분석한 드문 논문으로 통한다.

허 대표는 서울문화재단(대표 이창기)이 지난 12일 재단 대학로센터에서 연 '청소년 문화예술인 권익 보호 포럼'에 참여하기도 했다. 작년 12월29일 제정된 '서울특별시 청소년 문화예술인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바탕으로 마련된 이날 포럼에서 그녀는 연습생 중도 포기 사례를 공유해 큰 호응을 얻었다. 다음은 포럼 당일 허 대표와 따로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아이돌로 올해까지 계속 활동하셨으면 데뷔 10주년이네요. 팬분들과 여전히 소통하시죠?

"감사하게도 제가 공연이나 전시를 하면 여전히 찾아와 주세요."

-청소년 문화예술인의 권익에 대해서 공론화하고 토론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매스컴에선 아이돌들이 되게 쉽게 만들어진 것처럼 얘기를 해요. '캐스팅 돼서 2개월 만에 데뷔했다' 같은 사례들이 요즘 발달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이 공유되면서 청소년 친구들이 '나도 아이돌 할 수 있겠는데' 하며 쉽게 꿈을 품죠. 연습생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시작을 하는 경우가 되게 많더라고요.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시작을 했다가 법적인 문제로 못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현재 아이돌 전속 계약이 7년인데 회사가 끝까지 잘 데려가 주면 다행이죠. 하지만 계약만 해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줘서 계약 해지를 하려면 소송을 해야 하는데, 기본 2~3년 걸리거든요. 개인과 회사가 싸우기 굉장히 힘든데, 청소년들이 싸울 힘이 어디 있습니까? 찾아가도 엔터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아직 찾기 힘들어요. 데뷔를 하고도 뜨지 못하면 7년 동안 묶여 다른 회사도 못 가고 꿈이 그냥 끝나는 거예요. 지금 표준계약서(200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기획사와 연기자의 전속계약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연예인 전속계약서의 표준약관을 제정했다)가 조금씩 수정돼 왔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건 동방신기 사태 때 마련된 거예요. 15년이 된 거죠. 현재 K팝 회사마다 컨디션과 경영 방식이 다르고 돈이 많이 회사도 있지만 없는 회사도 있는데,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케어해 줄 수 없는 상태에서 7년을 묶어버리는 건 고칠 필요가 있어요. 또 표준 계약서 외에 부속 계약서를 따로 쓸 수 있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그것이 표준 계약서에서 맺은 조항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어요."

-그러면 계약을 할 때 중요하게 봐야 하는 지점은 무엇일까요?.

"미국의 경우에는 아티스트랑 앨범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육성 시스템' '스타 시스템'을 내세우는 우리나라는 에이전시, 매니저를 다 묶어서 계약 해버리니까 회사가 활동을 안 시켜주면 '얘는 아무것도 못 해'가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갑질이 시작되는 거죠. 최근에 인터뷰했던 연습생들은 48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면 1억원을 내놔야 된다고 계약서에 써 있다고 했어요. 말도 안 되는 계약서인데, 이 계약서를 쓴 업체가 대중문화 기획업에 등록이 돼 있더라고요."

-허 대표님이 공부를 다시 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꿈이 음악 선생님이었어요. 클래식 공부(클라리넷 전공)하다가 대중음악으로 넘어갔어요. 제가 아이돌 데뷔도 해보고 아이돌로 데뷔 시킨 친구들도 있지만 이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어요. 저 하나 바뀐다고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이 체계를 바꾸려면 우선 공부를 많이 하고 그쪽으로 좀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돌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제가 청주 사람인데, 친구가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는 거예요. 전 당시 아이돌 꿈이 없었는데, 서울에 한 번도 안 가본 때였거든요. 그래서 같이 갔는데 제가 1차를 통과한 거예요. 20명밖에 안 뽑았는데 말이죠. 아무 준비가 안 돼 있다 보니까 2차에서 당연히 떨어졌어요. 이후 작은 기획사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가수를 제대로 하면 큰 기획사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YG엔터테인먼트에 지원했죠. 'YG표 소녀시대'를 만든다고 해서 그걸 목표로 들어갔어요. 블랙핑크 제니·리사·지수랑 같이 연습을 했고 그 때 ((여자)아이들) 미연이도 있었고요. 보이그룹이 먼저 데뷔를 결정했고 걸그룹이 뒤로 밀렸어요. 2NE1 박봄 선배님처럼 늦게 데뷔한 분도 계시지만 전 그분처럼 엄청난 사람이 아니라 나왔죠. 또 다른 곳에서 연습생을 하다가 또 옮겼는데 그곳이 크롬엔터테인먼트(크레용팝 소속사)였고, 그곳에서 '단발머리'로 데뷔를 하게 된 거죠."

-단발머리는 성공한 팀은 아니죠. 그럼에도 유정 씨의 삶은 실패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이돌로서는 본인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있나요?

"아이돌로서는 당연히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왜 실패했는지 알아보려고 책도 되게 많이 읽었어요. 오늘 발제하는 내용에도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마라. 멀리 봤을 땐 실패가 아닐 수 있다. 실패라는 점들이 연결돼서 미래를 위한 도약이 된다'를 포함했거든요."

-대표님은 천성이 긍정적이신 거 같아요. 멘털이 흔들릴 환경에 항상 노출돼 있는 아이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여자, 남자 할 거 없이 솔직히 사람이 제일 무섭거든요. 청소년들이 많이 머무는 공간엔 대인 관계는 물론 각종 교육을 담당할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시작할 때도 가장 먼저 한 일이 교사 자격증을 딴 거예요. 중등교사 2급이 있어서 '예고 선생님'을 할 수가 있어요. '애들 춤, 노래만 시키면 되는데 교육이 뭐 필요해'라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제가 엔터업계 분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밥 먹고 30분 만이라도 산책하며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예요. 청소년기에 햇빛을 못 받으면 비타민D가 부족해 뼈가 안 자라거든요. 제 뼈 나이가 여든 살이에요. 99.9%가 데뷔를 못하는데 아이돌의 남은 인생까지 책임져 줄 게 아니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안 되죠."

-건전한 아이돌 연습생 생태계를 만들려면 견제를 할 수 있는 있게 외부 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아이돌 출신이라고 하면 '핸드폰 없었겠네요' '연애 못했겠네요'라고 반응하시면서 현재 아이돌 문화를 당연하게 여기시더라고요. 이런 문화를 건강하게 바꾸지 못하면 청소년 문화예술인의 권익보호 조례, 표준 전속계약서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요."

-문화 기획 등의 일을 4년 정도 하신 걸로 아는데 그간 변화를 감지했나요?

"사실 아직은 없어요. 그리고 솔직히 제가 한 게 없어요. 아직 공부 중이고 이제 막 박사 논문를 연구하고 있거든요. K팝 육성 시스템이 커졌는데, 아직 제대로 된 교육 체계가 없어요. 로드 매니저가 아이들을 돌보는 작은 회사도 많거든요. 사실 기획사 교육도 예고랑 똑같아요. 춤, 노래, 인성, 외국어를 알려줘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가 하나도 없는 회사가 많아요. 대표 한 명에 연습생만 50명이 있는 회사도 있어요. 말이 안 되는 구조죠."

-이렇게 열악한 상황임에도,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요.

"아이돌 연습생을 거친 친구들을 열일곱 살부터 서른 일곱살까지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데 거쳐온 상황이나 처한 상황이 서른 일곱살보다 열일곱 살이 나아 보여요. 예전엔 진짜 음지에서 아이돌을 키웠는데, 이제 세계적으로 되다 보니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업계가 그나마 노력을 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일을 하면서 박사학위를 따려고 하는 건, 관련 활동 경력이 있어도 학위가 없으면 대우를 잘 해주지 않는 우리나라 풍토 때문이에요. 현장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사실 답답한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게 인터뷰를 요청해주시는 분이 있으면 어디든 가요. 사실적인 현장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드리기 위해서요. 특히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를 입는 분들을 구제해주는 것처럼 아이돌 연습생 계약 시스템도 관리 대상에 포함됐으면 해요. 특히 어른들과 계약 관계에서 약자가 될 확률이 큰 청소년이니까요."

-'소우주 컴퍼니'에서 소우주는 어떤 뜻에서 지은 건가요?

"소우주는 사람이고,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와 사람을 연결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만든 회사이다 보니까 소우주는 문화로도 볼 수 있고요. 사람들이 향유하는 걸 회사로서 보지 말고 서로 인간적으로 연결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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