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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 아이눌린달레
태초에 온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없었던 공허한 공간에 유일자 일루바타르(=에루)가 홀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거룩한 자'라는 의미를 가진 '아이누'들을 만들었고, '영원의 궁정'이라는 거처를 마련해 그곳에서 그들에게 음악의 주제를 주어 노래를 가르쳤습니다.
아이누들은 처음에는 혼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아니면 듣기만 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듣는 과정에서 일루바타르의 생각을 좀더 깊이 이해했고, 제창과 화음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루바타르는 모든 아이누를 불러 모아 장엄한 주제를 선포하였고, 지금까지 없었던 더 놀랍고 위대한 것을 선보이며 그들에게 선언합니다.
"이제 그대들은 내가 선포한 이 주제로 함께 조화롭게 위대한 음악을 만들 것을 명하노라.
불멸의 불꽃으로 그대들의 불을 밝혔으니, 각자 원하는 생각과 지혜로 이 주제를 아름답게 하여라.
나는 이곳에 앉아 위대한 아름다움이 노래 속에 깨어나는 것을 듣고 기뻐하겠노라."
이 말을 들은 아이누들은 일루바타르의 주제를 위대한 음악으로 만들어 내어 합창하기 시작하였고, 그 음악은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음악보다도 더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이눌린달레, 곧 아이누들의 노래가 이루어진 순간입니다.
일루바타르는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였고, 아이누들이 각자의 의지를 담아 노래하는 합창이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항상 느낄 수 있듯이 아이누들이 합창하는 그 순간에도 역시 트롤은 존재하였습니다.
아이누들 중 한 명인 멜코르는 일루바타르의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음악에 반영하여 자신에게 할당된 역할의 힘과 영광을 더 늘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는 일루바타르로부터 힘과 지식이라는 가장 위대한 권능을 부여받았으며 이에 비례하여 오만과 탐욕 역시 깊었던 자였습니다.
멜코르가 자신의 생각을 음악에 반영하자 합창에는 불협화음이 생겨났고, 주변에서는 음악이 위축되었으며, 심지어 그의 음악에 자신의 음악을 맞추는 무리까지 생겨나게 됩니다.
기존의 아이누들이 낸 선율과 멜코르의 선율은 서로 충돌하여 심각한 불협화음을 만들었는데 이에 일루바타르가 권좌에서 일어나 새로운 주제의 선율을 제시합니다.
멜코르 역시 지지않고 더 큰 불협화음을 내어 기존의 선율에 대항하였으며 많은 아이누들이 이에 당황하여 노래를 멈추었습니다.
그러자 일루바타르는 굳어진 얼굴로 다시 한 번 권좌에서 일어나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였고 영원의 궁정은 두 선율의 대립으로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일루바타르는 세 번째로 다시 일어나서 모든 음악을 멈추고 선언합니다.
"아이누들 중 가장 위대하고 힘이 센 자는 멜코르이다.
하지만 나는 일루바타르이고 멜코르 역시 나의 생각의 산물이며,
내 뜻을 반하려는 시도는 결국 더 놀라운 세계의 창조를 위한 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되리라."
이 말을 들은 아이누들은 두려움에 휩싸였고, 특히 멜코르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내면에 분노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공개 수치플 ㅜㅑ...)
그후 일루바타르는 아이누들에게 그들이 노래한 내용을 환상으로 펼쳐 보였고, 아이누들은 새로운 세상(아르다)이 펼쳐진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르다는 구형의 형체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아이누들 각각의 의지의 노래가 형상화된 모습이었습니다.
ex) 만웨 - 공기, 울모 - 물, 아울레 - 땅
그리고 아이누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들이 환상 속에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일루바타르가 직접 창조한, 즉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인 '요정', 그리고 '뒤따르는 자들'인 인간이었습니다.
아이누들은 일루바타르가 보여준 환상에서 세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루바타르가 자신이 가진 불멸의 불꽃을 공허로 보내 환상을 실체로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바로 에아(우주)와 아르다(세상)입니다.
"내가 선포하노라.
에아!"
이후 일루바타르는 아르다에 내려갈 아이누들을 선별하였는데 일부 아이누들은 전과 같이 일루바타르의 곁에 있기로 했으나 다른 일부는 새로이 창조된 아르다에 내려가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일루바타르는 아르다에 내려가는 아이누들에게 한 가지 조건을 붙였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권능이 세상의 내부에 한정되어 세상이 완성될 때까지 영원히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이 곧 세상의 생명이 되고 세상 역시 그들의 생명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조건을 갖고 내려간 자들이 바로 인간들이 신이라고 부르는, 세상의 권능 '발라'입니다.
15명의 권능이 세상으로 내려왔는데 멜코르는 훗날에 발라의 이름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총 14명의 발라가 존재합니다.
남성의 형태를 띈 발라가 7명, 여성의 형상을 한 발리에가 7명으로 발라들은 각각 만웨, 울모, 아울레, 나모, 툴카스, 이르모, 오로메이며, 발리에들은 각각 바르다, 야반나, 니엔나, 에스테, 바이레, 렛사, 바나입니다.
세상으로 내려온 발라들은 동시에 많은 동료들을 데리고 왔으며 함께 땅을 정돈하고 세상의 혼돈을 제어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안정되고 발라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록 멜코르의 마음속에는 시기심이 차올랐습니다.
다른 어떤 발라들보다도 더 위대한 권능과 위엄으로 아르다에 내려온 멜코르는 어둡고 무시무시한 형상을 띈 모습을 가시화했으며 아르다를 지배하기 위해 발라들과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싸움은 아르다가 아직 완전한 형태를 띄기 전, 아르다의 지배를 놓고 발라들과 멜코르가 대립한 최초의 싸움이었으며 이후에 있을 다른 여러 전쟁의 서막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