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 중에 일진들이 더 잘산다는 얘기가 있다. 무조건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학창시절에 들인 노력에 비해 잘 사는 것은 맞다. 그렇다면 왜 일진들은 더 잘사는 걸까?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일진들이 더 피지컬이 좋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성이 뛰어나서도 맞다. 하지만 이 두개는 굳이 일진이 아니더라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진 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일진에게 있어서 외모나 사회성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도움이 되는 능력, 그것은 바로 권력을 획득, 유지하는 기술이다.
심리학에서 어둠의 삼원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둠의 삼원이란 인간관계를 망가트릴 수 있는 해로운 성향을 가진 세 가지 성격을 의미한다. 세가지 성격은 마키아벨리적 성격, 나르시스트적 성격, 사이코패스적 성격이 있다.
마키아벨리적 성격은 타인을 도구로밖에 보지 않고, 도덕보다 이해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성격이다. 나르시스트적 성격은 극단적인 자기애와 자기 자신에 대한 과할 정도의 과대평가적 성격이다.
사이코패스적 성격은 흔히 말하는 악당들의 성격으로 법도와 규칙을 지키는 것을 혐오하고,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성격이다. 이 성격의 공통점은 분명 이 성격들 자체는 대인관계에 마이너스이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성격이지만, 권력을 잡기 위해선 매우 유용하다 못해 꼭 필요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성격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한테 이렇게 대한다면 범죄자가 되겠지만, 이런 성격을 필요할 때만 적절히 컨트롤하는 법만 배운다면 매우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키아벨리적 성격은 승진에 더 유리하며, 나르시스트적 성격은 더욱더 많은 연봉을 받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성공한 CEO 중에선 사이코패스 성향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게 일진들이 잘 사는 이유랑 무슨 상관일까? 바로 일진들이 이러한 성격을 적절히 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가장 큰 오해가 일진들은 그냥 힘만 센 바보라는 것이다. 이것은 크나큰 오해이다. 침팬지 무리에서도 가장 뛰어난 알파메일은 몸이 가장 큰 개체가 아니라 지능적인 개체가 알파메일이 된다. 힘이 전부인 저 야생에서조차 가장 힘센 개체가 알파메일이 아니란 것이다.
당연히 인간의 경우에는 이러한 특성이 더 두드러진다. 비록 학창시절 반 서열은 힘의 논리에 의해 정해진다고 하지만, 반 서열 최상위권에 위치한 일진들이 걍 힘만 센 바보라는 건 크나큰 오해이다. 물론 공부를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공부 못하는 게 머리가 나쁘다고 볼 순 없다.일진들이 공부는 못할 지 몰라도, 권력을 잡는 방식에 있어선 탁월한 전문가이다. 그리고 이들이 권력을 잡는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앞서 말한 어둠의 삼원이다.
권력을 획득, 유지하기 위해선 앞서 말한 저 세 성격이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다. 마키아벨리적 성격은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며, 너무나도 쉽게 기만과 배신, 협박과 유혹을 가능하게 만든다. 나르시스트적 성격은 아직 사람 보는 눈이 영글지 않은 청소년기 또래 아이들에게 매우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며,
획득한 권력을 과시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사이코패스적 성격은 충동성과 폭력성을 보이지만, 저 두 성격과 합쳐지면 오히려 그 누구보다 악랄하게 권력을 탐하게 된다. 이런 성격이 합쳐져서, 일진들은 반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찐따들을 따돌리고,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애들을 조롱하며, 선생님을 과할 정도로 혐오하고,
일부러 거들먹거리며 걷고 허세 가득한 멘트를 뱉으면서 자연스럽게 반의 주도권을 가진다. 이는 권력의 획득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희생양을 만들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가상의 적을 창조해 대중의 분노를 돌리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며 대중에게 경외심과 공포를 갖게 한다. 이게 일진과 찐따의 차이이다. 찐따 역시 처음에는 어둠의 삼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인관계에 문제를 가지고 오고, 결국 무리에서 배제되거나, 저런 성격을 버리고 무리에 들어간다. 반면 일진은 어둠의 삼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 성격을 숨겼다가, 필요할 때만 그 성격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빨을 갈아서 무리에 소속되냐, 이빨을 감춰서 무리를 지배하냐의 차이인 것이다.
일진은 어둠의 삼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 성격을 숨겼다가, 필요할 때만 그 성격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건 국영수 뿐만이 아니다.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지, 그 권력의 작동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일진이 고등학교 때 화려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공부에만 올인해 좋은 대학에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냥 양의 무리에 들어간 늑대나 다름없다. 좋은 대학일수록 사람들이 온순하고 성격이 좋은 경우가 많다. 공부만 해서 이런 파워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고,
집이 잘살기 때문에 저런 비틀린 성격이 자리잡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파워게임에 능숙한 일진들이 보기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인 것이다. 물론 학창시절처럼 폭력과 협박으로 이 게임에 참여하진 않는다. 하지만 기만, 위선, 마키아벨리적 마인드, 가끔 보여주는 공격성과 학창시절 학습한 희생양, 가상의 적 논리, 과장과 왜곡이 가득한 자기 소개는 어떤 무리에서나 유용한 법이다. 그리고 일진들은 이러한 성격을 이용해 스스로를 능력있고 뛰어난 사람으로 포장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정치적 술수를 동원해 몰락시킨다.
이 글을 읽고 너무 일진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일진들이 자신의 행동을 이토록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진들은 앞서 말한 어둠의 삼원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하는 방식을 배운다.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쉽게 호감을 사고 늘 당당해 보이지만, 일처리는 매우 미숙하고, 이를 티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에게 실수를 덮어씌우고 일보단 윗사람들 아첨이 먼저인 인간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매우 높은 나르시즘과 사람들을 도구로만 보는 마키아벨리적 성격이 합쳐진 결과이다. 과연 이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사는 걸까? 아니다. 이것은 계산된 행동이 아닌, 오랜 경험으로 체화된 본능인 것이다. 자신이 살면서 이런 방식으로 늘 문제를 회피하고 해결해왔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피아노 즉흥연주 하는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선율을 다 계산하고 치는 게 아닌,
연습을 통해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연주하듯이, 이들도 인간관계를 파워게임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통제되지 않는 어둠의 삼원은 관계를 망가트리는 주범이지만, 통제되는 어둠의 삼원은 매우 효과 좋은 인간관계의 무기이다. 특히 자기 말고 그 누구도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효과는 배가 된다. 그리고 일진은 학창시절에 이런 성격을 통제하는 법을 배운다. 이러한 일진이 성실함과 능력을 갖춘다면, 그 누구보다 쉽게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