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커플이 '결혼식' 열고 100명 앞에서 커밍아웃한 이유
4월 26일은 ‘레즈비언 가시화의 날’로,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차별받고 박탈된 레즈비언의 실존과 역사를 기리는 날이다. 여성신문은 다양한 레즈비언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하고자, 지난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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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라온·한주희 커플의 결혼식 ⓒ김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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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함께 '결혼식'까지 결심하게 된 건, 첫 번째로 ‘선언’의 의미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평생 서로를 배우자로 존중하며 부부로 살겠노라고,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두 번째로는 형식을 갖춘 의례가 사람들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력이 의외로 법보다 크기 때문이다. 남들이 쉽게 알 수 없는 혼인신고 여부보다는 결혼식이라는 의례를 통해 공표된 사실을 더 높게 치는 것이 전반적인 우리나라 정서다.
혼인신고가 안 되는 동성애자도 평생을 알아온 친지들 앞에서 결혼식이라는 의례를 치루면 충분히 ‘부부’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이유다. 다시 말해, 결혼식 없이는 우리 두 사람이 아무리 서로를 부부로 여기며 살아간다고 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정식 부부로서 대우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웨딩 카테고리 전반에 그 어떤 로망도 없던 나의 결혼식 준비는 이런 이유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동성 부부로 한평생을 살아가며 너희는 진짜 부부가 아니라고 소리치는 수많은 사람과 상황들을 마주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우리를 증명하고 싶어 씩씩거리는 대신 우리 결혼식에 왔던 백명이 넘는 서약의 증인들을 떠올리고 그날의 진실된 약속을 되새기겠지.
김라온·한주희 커플의 결혼식 ⓒ김라온
우리의 결혼식을 가부장제와 정상성에 편입하려는 퀴어들의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신부와 저 신부 둘중 누가 가부장인가? 좀 더 머리가 짧은 쪽? 좀 더 근육량이 많은 쪽? 혹시 바지를 더 자주 입는 쪽?
성별이 같은 부부는 가부장제 공식을 망가뜨리고 정상성에 금을 내면 냈지, 그것들을 강화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다 다르게 산다. 정답도 없고 아무에게도 답을 논할 자격도 없다. 우리처럼 로맨틱한 감정으로 사랑하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 달라는 것은 가족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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