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정신적/육체적 불륜보다 무서운 불륜.. | 네이트 판
결혼/시집/친정 : 털어봤자 아무것도 안나오는 불륜.. 솔직히 정신적/육체적 불륜보다 무서운 거 같아요.. 육체적 불륜은 흥신소라도 붙이면 모텔같은데 간거 잡아낼 수 있고, 정신적 불륜은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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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봤자 아무것도 안나오는 불륜.. 솔직히 정신적/육체적 불륜보다 무서운 거 같아요.. 육체적 불륜은 흥신소라도 붙이면 모텔같은데 간거 잡아낼 수 있고, 정신적 불륜은 카톡/전화 내역을 턴다든지, 둘이 자주 붙어다닌다닌거 잡아낸다든지 할 수 있는데, 이런 걸 아무것도 잡아낼 수 없는 불륜.. 바로 제 남편이 합리적으로 너무 의심되어 글 남겨봐요.
남편은 항상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면 뭔가 지쳐 있었어요. 당연히 일하고 왔으니 지쳐 있었겠죠. 그런데 희한하게 작년 가을부터 웃으면서 퇴근하고 오더라고요. 제가 요즘 퇴근하는 모습이 왜 이렇게 밝아졌냐고도 몇 번 물어봤고, 남편 말로는 프로젝트가 요즘 너무 잘 되고 있다고 했죠. 항상 퇴근하고 힘들어하던 남편이 이렇게 웃으면서 돌아오니 그때 당시에는 마냥 좋기만 했어요.
오늘은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같이 집에 있었는데요.. 책상 위에 남편 핸드폰이 있었어요. 그런데 여자 이름으로 개인 카톡이 오더라고요. 내용은 보고서 작성 관련이라 업무 내용이긴 했는데, 프사가 딱 봐도 우리 나이대의 젊은 여자더라고요. 참고로 남편은 회사 얘기 잘 안하긴 하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누구누구 있는지 (상사부터 부하까지) 정도는 얘기해요. 그런데 남편이 얘기했던 동료들 중에 젊은 여자는 없었는데, 젊은 여자한테서 연락이 오니 쎄해서 남편한테 물어봤어요.
저 : 자기야, 어떤 여자한테서 카톡이 왔는데 누구야?
남편 : 누구? 아, 작년 가을에 우리 부서로 옮기신 과장님이네
저 : 그래? 그런데 나한테 왜 말을 안했어?
남편 : 굳이 말할 이유가 있나?
저 : 아니, 다른 동료들 얘기는 다 했으면서 이 여자 얘기는 어떻게 한번도 없었어? 작년 가을에 왔으면 반년이나 된건데 얘기할 기회 많았잖아
남편 : 다른 동료들 중에서도 얘기 안한 사람 많다. 유난 떨지 마라
자 제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2가지나 있죠. 첫 번째로 딱 작년 가을부터 남편이 퇴근길이 밝아졌었는데, 그 여자가 남편 부서로 옮긴 시기랑 비슷하죠? 남편 말로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기분 좋았던 거라고 하는데, 예전에 프로젝트 잘됐을 때도 퇴근할땐 힘들어 했거든요. 예쁜 여자랑 같이 일하게 되었으니 기분 좋았던 거라고 해석할 수 있죠. 두 번째로 이 여자의 존재를 저에게 숨겼던 것. 남편은 굳이 말할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이 여자와의 카톡을 보니 같이 보고서도 쓰고 발표자료도 만들고 하면서 꽤 많은 일을 같이 했더라고요. 그랬는데 반년 동안 이 여자에 대해서 저에게 한 번도 언급을 안했다? 이거 역시 꽤 의심이 가요.
그런데 제가 제일 열받는거는... 남편의 행동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덕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에요. 일단 남편 회사가 공기업이라 단 한 번도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한 적이 없고, 유연 근무제라 집에 일찍 퇴근한 적도 많았어요. 남편이 엄청 가정적이라 항상 가정을 중심으로 생활했고, 남편 혼자 외출하는 날은 가끔 시댁 혼자 들를때말곤 없었어요. 아마 흥신소를 붙여도 아무것도 안 나올 거에요. 그리고 이 여자와 카톡을 제가 다 봐봤는데 정말 업무적인거 외에는 아무것도 대화를 하지 않았어요. 정말 "털어봤자 아무것도 안나오는" 상황인거죠.
그럼에도 남편이 불륜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게, 제가 볼때 남편은 "이 여자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은 거"에요. 그러니 퇴근길이 밝을 수밖에 없고, 굳이 이 여자의 존재에 대해 저에게 말하지 않았던 거죠. 남편은 이 여자랑 같이 일한다는 사실이 너무 설레고 두근거리고 있는 걸로 보이고, 이걸로도 충분히 만족이 되니 이 여자랑 사적인 대화나 만남까지는 굳이 할 이유가 없겠죠. 또 남편이 가정적인 만큼 가정을 깨뜨릴 수 있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을 사람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저보고 오징어 지킴이라고 하시는 분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면 당연히 이 여자는 유부남인 제 남편에게 관심을 주지는 않겠죠. 문제는 남편이 속으로 그 여자에게 관심을 주고 있다는 거, 이거 자체가 너무 역겨워요. 그 여자 포함 다른 모든 여자들 다 제 남편을 오징어보듯 관심을 안주겠지만, 남편이 다른 마음을 먹고있는거 자체가 소름돋는거죠. 저 너무 역겨운 나머지 아까 남편과 대화 끝나고 밖으로 잠깐 나왔고, 남편은 유난 떨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고 있어요.
남편의 행동이 진짜 불륜이나 성매매같은 거랑은 다르게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문제될게 없다는거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성매매보다 더 역겨워요. 성매매는 그 여자와의 관계가 하루면 끝나는데, 남편은 이 여자에게 설렘을 앞으로도 계속 느낄테니까요.. 그런데 공공연하게는 제가 느낀 감정과는 다르게 성매매하는 사람을 나쁘게 보고 제 남편은 나쁘게 보지 않겠죠? 그래서 익명의 힘을 빌려서 판에서라도 억울함을 좀 풀어보고자 글을 남겨봐요..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으면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가) 오해가 있으실까봐 하나 추가해봐요. 본문에서 남편이 퇴근길이 밝아졌다고 썼는데 출근길도 확실히 밝아졌어요. 퇴근길이 밝았던게 인상에 박혀서 그것만 썼었네요... 출근길에도 뭔가 싱글벙글한게 그 여자랑 같이 일할 생각하니까 좋았던게 느껴져요. 이 부분도 같이 참고 부탁드려요.
댓글들 다 읽어봤는데 90% 정도는 저를 이해 못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10%라도 저를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네요.. 사실 정확히 표현하면 불륜보다는 남편의 "짝사랑"이겠네요. 제 남편 오징어인거 저도 잘 알고 있고, 애초에 불륜이 아니라 그 여자에게서 제 남편을 지키려는 것도 아니니 오징어 지킴이는 절대 아닙니다..
또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못쓴 내용이 있는데, 남편과 그 여자의 대화가 비록 업무적인 대화밖에 없었지만 확실히 그 둘 사이에 호감의 기류가 느껴졌어요.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대화가 있었죠.. 둘이 일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게 느껴져요. 기회되면 캡처도 해볼게요.
- 빠르게 처리하셨네요. 감사합니다.
- 잘 작성된거 같아요. 이대로 제출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이 학회 논문이면 믿을만 하네요. 좋습니다.
(즉, 업무적인 대화에 칭찬이 섞인게 많아요)
제가 제일 속상한건 남편의 짝사랑은 법적으로 (예를 들어 이혼할 때 유책 사유라든지) 문제될게 전혀 없다는 거에요... 남편은 자기도 가정을 깨기는 싫을테니 불륜을 할 의도는 전혀 없고, 짝사랑으로만 끝내려고 할거에요. 짝사랑만으로도, 같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될 테니까요. 그러니 미래에도 불륜의 증거는 하나도 안 나오겠죠.. 그래도 유부남이 다른 여자를 짝사랑하는 것도 잘못된 행동이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건데 법적으로 책임을 물 소지가 없네요..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왓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