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알케이ll조회 1511l 1

고슴도ㅊl의 습격

 

 

안녕 여시들!!

개인적으로 교양 쌓아보려고 고등학교 문학 공부 하다가

너무 와닿아서 가지고 와본 글이야

 

 

 

오정희 作 옛 우물 (1994)

 

 

주인공은 성공한 남편, 성실한 아들을 두고 있는 사십 대 중반의 여성이야

불과 몇 년 전 까지만해도 우리 사회에서도 누구나 괜찮은 삶 취급했던 여성의 삶이라고 생각해

 

그런 주인공이 일상 속에서 자아를 찾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지문이야

약 30년 전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오정희 작가님이 대단하신 것 같아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사십오 년이란 무엇일까. 부자도 가난뱅이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마술사도 될 수 있는 시간일뿐더러 이미 죽어서 물과 불과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져 산하에 분분히 내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창세기 이래 진화의 표본을 찾아 적도 밑 일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 갈라파고스 제도로 갈 수도, 아프리카에 가서 사랑의 의술을 펼칠 수도 있었으리라.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도,광야의 선지자도 될 수 있었으리라. 피는 꽃과 지는 잎의 섭리를 노래하는 근사한 한 권의 책을 쓸 수도 있었을 테고 맨발로 춤추는 풀밭의 무희도 될 수 있었으리라. 질량 불변의 법칙과 영혼의 문제, 환생과 윤회에 대한 책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납과 쇠를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도 될 수 있었고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나의 가야 할 바를 알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작은 지방 도시에서, 만성적인 편두통과 임신 중의 변비로 인한 치질에 시달리는 중년의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유행하는 시와 에세이를 읽고 티브이의 뉴스를 보고 보수적인 것과 진보적인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의 일간지를 동시에 구독해 읽는 것으로 세상을 보는 창구로 삼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아들의 학교 자모회에 참석하고 일주일에 두번 장을 보고 똑같은 거리와 골목을 지나 일주일에 한 번 쑥탕에 가고 매주 목요일 재활 센터에서 지체 부자유자들의 물리 치료를 돕는 자원 봉사의 일을 하고 있다. 잦은 일은 아니지만 이름난 악단이나 연주자의 순회공연이 있을 때면 남편과 함께 성장을 하고 밤 외출을 하기도 한다.

 

 갈라파고스를 떠올린 것도 엊그제, 벌써 한 주일 이상이나 화재가 계속되어 희귀 생물의 희생이 걱정된다는 티브이 뉴스에 비친 광경이 의식의 표면에 남긴 잔상 같은 것일 테고 더 먼저는 아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들에 붙여 놓은, ‘도도’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도도]가 무엇인가를 묻자 아들은 4백 년 전에 사라진, 나는 기능을 잃어 멸종된 새였다고 말했었다. 누구나 젊은 한 시절 자신을 전설 속의, 멸종된 종으로 여기지 않겠는가. 관습과 제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두려움과 항거를 그렇게 나타내지 않겠는가.

 

 

 

 

 

나도 이 소설을 끝까지 본건 아니라서 이 책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이 지문만 봤을 때에는 우리 어머니 세대를 비롯하여

'성공적인'삶 취급받던 그들도 자아 실현의 욕구가 있었으나 스스로 뭉개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고

나 또한 내가 정말 원했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고민보게 되더라고

 

이 글을 읽어준 여시들도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추천  1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요정 : 일주일동안 갇혀서 삼시세끼 전통음식만 먹으면 5억지급376 백구영쌤09.17 14:3593601 7
이슈·소식 충격적인 지적장애 3급 아빠가 13살 친딸 수년 간 성폭행...210 가나슈케이크09.17 14:17101743 21
유머·감동 4살차이 썸이에요 ♥117 유기현 (25)09.17 12:07103262 0
유머·감동 진짜 독신남한테는 딸 입양 안됨? ㅋㅋㅋ129 알라뷰석매튜09.17 20:0472544 15
이슈·소식 어제자 정승제, 조정식도 표정관리 못한 출연자.JPG158 우우아아09.17 12:07110453 25
밥 떨어진거 없나 찾는 재롱이.gif 게임을시작하 08.26 23:29 1479 1
단백질 보충제에 중독되어버린 치와와2 멍ㅇ멍이 소리 08.26 23:26 10439 1
디씨 독서 갤러리의 젊은 국문학 여러가지 찍먹 후기1 311869_return 08.26 23:26 1603 2
북한의 상류층 초밥집 수준15 중 천러 08.26 23:24 24574 5
가족도 결국 남이구나 라고 느낀 적 있다 vs 없다221 ♡김태형♡ 08.26 23:17 74592 1
미스터트롯2 진선미 서울 콘서트 현장사진 모음.jpg 넘모넘모 08.26 23:15 1005 0
일등석,비지니스석,일반석의 차이7 색지 08.26 23:08 25189 4
스킨스 에피병 보다 더 난이도 높다는 캐시병.jpgif1 다시 태어날 08.26 23:04 8058 2
유시민: 윤석열은 완성형 대통령이다8 환조승연애 08.26 23:02 7102 10
유행어 인터넷용어 너무 많이 쓰면 당황스러운 달글6 자컨내놔 08.26 22:56 5687 0
혈당 스파이크 방지하려면 먹어야 하는 채소의 양146 308624_return 08.26 22:55 59467 15
할무니가 그려준 고양이 그림으로 타투 하려고 했는데15 바닐라체리온 08.26 22:49 21175 4
요즘 애들은 잘 모르는 네이버 웹툰 3대 개국공신75 존 스미스 08.26 22:34 49602 6
더현대서울 광고음악으로 만든건데 음원 내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 노래1 큐랑둥이 08.26 22:13 2527 1
잃어도 될 돈으로 주식하라2 Tony Stark 08.26 22:10 3803 1
오타니 쇼헤이 프라이빗 가방17 우Zi 08.26 22:08 31137 6
요즘 중국 문화계 근황.jpg109 지상부유실험 08.26 22:05 100034 8
살면서 한번도 듣도보도 못했을 법한 한국이름 지어보는 달글4 키토제닉 08.26 22:05 2411 0
요즘 영화관에 비매너들 왜케 많아요??6 지상부유실험 08.26 22:03 5228 0
나 진정한 물경력임... 나보다 물경력인 직시 없을걸?43 세기말 08.26 21:55 62590 4
추천 픽션 ✍️
thumbnail image
by 콩딱
오늘은 아저씨가 지인분들하고 우리 가게를 온다고 했어 뭔가 떨리기도 하고 아저씨 친구분들은 처음봐서 나도 모르게 꾸미게 됐지 뭐야? 저녁 쯤 되니까 아저씨랑 지인분들이 들어오더라 “ 어서오세요~ ” 아저씨는 아직 친구들한텐 연애한다고 말 안 했다고 해서나도 그냥 모르는 척 인..
thumbnail image
by 1억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w.1억 회사에서 이준혁과의 여행에 대해서는 나의 사생활이니 알아서 하라고했다.대표님이 사고만 치지 말라고는 하시는데..'하긴 ##주효가 가서 사고칠 게 뭐 있겠어 ^^'라는 말을 덧붙였고, 나는 또 기분이 좋아진다. "흐음.. 3박4일인데 짐이 너무 많은가 싶기도 하구요....
누구나 겪는 시기가 있다.미운 나이 4살이라든지, 사춘기에 휘둘려 빽빽 거리며 소리지르던 시기라든지, 수면 시간 모자르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넘쳐났던 고3 시기라든지.어쩌면 이 모든 걸 거치지 않았더라도 살면서 무조건 거칠 수 밖에 없다는 취준생 시절도 있다. 나도 취준생 시절을 겪어왔다. 취..
thumbnail image
by 꽁딱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 그래서 오늘 술 먹는다고? " " 넹 오늘 동창회!! "오늘은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는 날이다그래서 오빠한테 허락 받는 중..." 먹는건 좋은데, 취하면 내가 못 가잖아 그게 너무 걱정 되는데? " " 에이 조절 하면 돼죠~ " 아침부터 전화로 잔소리 폭탄 맞고 있다 " 취하면..
thumbnail image
by 1억
저는 불륜녀입니다_ 사랑하는 파도에게w.1억  아이들과 떡볶이를 먼저 다 먹은 ##파도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서 우석에게 목례를 했고, 우석은 팔짱을 낀 채로 먹지도 않고 앞에 앉은 아이들을 보다가 급히 팔짱을 풀고선 똑같이 목례를 했다. "쌤! 쌤은 안 먹어요?""어. 너희 많이 먹어.""오예!"..
thumbnail image
by 한도윤
“너 아직도 이 노래 들어?”나는 슬이에게 물었다. 하지만 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위해 말없이 노래를 들었다.내리쬐는 햇빛에 구름마저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여름날, 카페베네 과일 빙수를 앞에 두고 싸웠던 지난날이 온전히 기억난다. 토이를 유독 좋아했던 그녀 귀에 이어..
전체 인기글 l 안내
9/18 5:38 ~ 9/18 5:4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