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물 보다가 공룡 감정선 이해 안 돼서 중도 하차할까 하다가, 서숙향 작가 워낙 팬이라 ;
뭔가 있겠지 싶은 맘으로 공룡 캐릭터를 셀프 분석해봄 ㅎ
일단 공룡 과거랑 캐릭터를 파고들어 보겠음
- 엄마가 공룡 낳고 바로 돌아가심, 그래서 생명에 대한 생각이 더 남다름.
생명을 붙잡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남들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고 살아왔을 것임
- 이후 엄마 친구 3명이 공룡을 도맡아서 키우겠다고 결심
- 산부인과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생명 탄생에 기여한다는 그 기쁨 때문이라고 함
연출을 웃기게 해서 그렇지 공룡이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너무 감동적임... 제대로 된 가정도 아니고 세 이모 밑에서 공부하고 의사 됐는데 그게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기뻐서라니... 책임감도 있고 직업의식도 대단함 pic.twitter.com/MbwKQDJrTS
— 김빵상🕯 (@kimbbangsang) January 13, 2025
그래서인지 공룡은 우주 진짜 가기 싫어했는데, 가게 된 계기도 생명이랑 관련됨
MZ그룹이라는 대기업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는데, 그 아들의 찌그러진 정자만 남음
자손 번창에 미친 MZ 회장이 우주에 가면 찌그러진 정자가 펴진다는걸 알고 공룡한테 우주 가서 시험관하라고 제안
MZ 회장이 자기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데도 공룡은 가기 싫어했음
하지만 결국 공룡은 마음을 바꾸는데, 사실 고은과의 약혼보다는 아래의 계기들로 인해 우주에 가기로 결심한 것 같음
아이를 진심으로 원하는 MZ그룹 며느리 나선생의 간곡한 부탁
그리고 우주난임센터 건립 약속을 받아내며 우주에 갈 결심을 하는 공룡
생명의 탄생에 진심인 만큼, 생명을 가지지 못한 엄마들의 슬픔도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여튼 이 드라마에서 ‘생명’이 엄청 중요한 키워드니, 요 부분 꼭 기억하고 있으셈
그리고 공룡한테 생명만큼 중요한 가치관이 있는데, 바로 ‘의리’임
아마 25시간 일하며 돈을 그렇게 죽어라 번 것도 엄마들 희생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음
이렇게 의리가 중한 남자 앞에 재벌 2세 고은이 나타남
오로지 환자 생명이 가장 우선이었던 공룡은 자궁외임신 상태인 고은을 살려줬고, 고은은 여러 이유로 공룡한테 빠짐
재벌 2세인 고은이 밑바닥 인생인 공룡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니,
공룡은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지만 이런 사람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고은과의 결혼을 결심함
어쩌면 고은에 대한 감정도 ‘핏줄도 아닌 자기를 이해해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키워준 세 엄마들에 대한 의리와 같은 맘 아닐까?
이렇게 공룡은 사랑이 아닌 ‘의리’로 고은을 만남 (사실 내 남친이 이러면 개빡일 듯 )
자 여튼 이런 공룡이 찌그러진 정자를 펴서 MZ그룹의 후손을 이어야하는 미션을 안고
700억짜리 우주 여행을 떠나게 됨
인물 소개를 보면 우주에서 공룡은 0그램이 됨
지구에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의리, 돈, 의사로서의 권위 등)들이 모두 0그램이 되고,
관광객 신분(=무쓸모)으로 우주를 떠나게 됨
그리고 0그램 우주에서 우주정거장의 대장 커맨더 이브를 만나게 된 거지
이브X공룡 에피를 요약하자면,
→ 이브가 자신의 발가락이 다 까지도록 공룡의 목숨을 구해줌
→ 무중력이고 우주고 아무 것도 적응 못하는 관광객 공룡에게 “나 믿으라”는 이브
→ 무쓸모 관광객인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는 이브
→ 생명에 대한 관점이 동일함을 발견
게다가 우주에서는 고은과의 ‘의리’도 0그램이 되어버렸으니…
지구에서 쓸모없는 초파리, 쥐 따위 존재에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누구보다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이브가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기까지 함.
그러니 공룡은 당연히 이브에게 호감과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음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브가 위험에 빠졌을 때 앞 뒤 안 가리고 그냥 뛰쳐나간 거고 ㅋㅋ
사실 이 때 너무 답답하고 무모해서 맘에 안 들었음.
지구에 약혼녀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 살릴라고 목숨거는 것도 맘에 안 듦ㅋㅋㅋ
하지만 서숙향 작가 특기인 ‘노답 남주를 여주가 후드려 패서 순애보 남캐로 만들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앞으로의 회차들이 기대됨
+) 번외로 고은은 공룡에 대한 찐사랑일까? 의문
고은에게는 공룡이 찐사인 줄 알았는데 기자들 다 모아서 갑분 약혼 발표하는 거 보고
고은 또한 자신의 목숨(자궁외임신 수술)을 구해준 의리 + 그 수술을 통해 삶이 무너진 공룡에 대한 연민 + 아빠한테 보여주기 위함 + 전남친 강수에 대한 복수로 인한 복합적인 감정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음
이것도 너무 흥미로웠음
고은이의 룡이를 향한 마음이 소유욕이나 집착일수도 있다...
그리고 약혼 발표를 하는 순간까지도 룡이에 대한 마음의 확신이 없었다는것도.. pic.twitter.com/p2a974IRev
서숙향 작가가 원래 남주를 백마탄 왕자님으로 안 만들기도 하고,
워낙 인간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작가라 앞으로 각 캐릭터들 서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갠적으로 흥미돋임
ㅊㅊ ㄷㅁㅌ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