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MBC에 따르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8시40분께 국무위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밝힌 윤석열 대통령이,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오자 "22시 KBS 생방송이 이미 확정돼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지난달 경찰에 진술했다.
MBC는 당시 자리에 이 전 장관과 윤 대통령 외에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모여 있었다고 구체적 상황을 함께 보도했다.
이는 앞서 비상계엄 당일 최재현 당시 KBS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이 관련 방송 준비를 사전에 지시했다는 내부 폭로와 맥이 닿는다. 계엄 다음날이었던 지난달 4일 KBS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최재현 보도국장이 계엄 발표 2시간 전쯤 대통령실로부터 '계엄 방송'을 준비하라는 언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같은달 9일에는 박민 당시 사장과 최재현 국장을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최재현 전 국장은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KBS 회사를 통한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발표 2시간 전에 대통령실 인사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실제 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의 발표 전에 대통령실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언질을 받은 일이 결코 없었다"고 했다. 또한 KBS본부에 "정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조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스스로 'KBS 생방송 확정'을 언급했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당시 상황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이 다시금 높아졌다. 관련해 KBS본부는 31일 "실제로 최재현 전 국장 발령자는 불법계엄 선포 당일이던 지난달 3일 퇴근을 했다가 KBS '뉴스9' 방송 전 급하게 회사로 들어와 대통령실 담화가 예정됐다며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KBS 내부 인사가 계엄 방송과 관련히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들은 "최 전 국장 발령자뿐 아니라 당시 장한식 보도본부장, 김동윤 편성국장, 나아가 윤석열의 술친구로 알려진 낙하산 박민 전 사장까지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취임을 앞두고 있던 파우치 박장범 또한 관련 내용을 공유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박장범 현 사장이 의혹 당사자인 최재현 전 국장을 KBS 미디어 감사, 장한식 전 보도본부장을 KBS 비즈니스 사장에 앉힌 것을 "불법 내란 방송 부역 자들을 가려내도 부족할 판에 의혹 당사자들에게 영전으로 보답한 것"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나아가 KBS본부는 "불법 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측과 '22시 생방송'을 상의한 내부의 인물이 누구인지, 또한 어떤 논의 과정을 통해서 당시 생방송이 결정된 것인지를 명명백백히 조사하라. 이번 사안은 방송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방송 편성에 명백한 개입행위로 처벌 대상"이라며 "만일 KBS가 반헌법적 내란에 동조한 내부자들의 행위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KBS 는 내란 동조 방송사로 낙인찍혀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경찰을 향해서도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KBS 사측은 MBC 보도 이후 31일 현재까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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