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위한 세계
W. 다원
지민은 다행히도 날이 갈 수록 밝아졌다. 안타깝게도 검사가 아니라면 방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마저도 행복한 것 같았다. 정국은 요새 일이 바빠져 자주 마주칠 수 없었다. 밤 늦게 들어와 일찍 나가버리니, 정국의 옷가지 같은 흔적으로 정국이 들어왔었구나 추측할 뿐이었다. 호석이 가끔 들러 정국의 상황을 전해줬다. 요즘 크롭들이 다시 구역이탈을 시도하는 바람에 일이 많아졌다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게 나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고. 호석의 말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수척한 얼굴을 한 정국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발 끝을 타고 올라왔다.
지민은 하루에 한번씩은 꼭 내게 원래 있던 세계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길거리 같은 이야기를 해주면, 기대감에 부푼 얼굴을 했다. 하루는 지민이 종이와 펜을 들고 왔다. 검사가 끝난 뒤 호석에게서 받아온 게 분명했다. 의아한 얼굴로 지민을 바라보자, 그는 글자를 알려달라고 했다. 눈이 오면 그 위에 내가 준 자신의 이름을 적어보고 싶다고. 그의 말에 망설임 없이 펜을 집어 들었다. 테이블에 다가가 의자에 앉자, 지민이 쪼르르 다가와 옆에 자리잡고 앉았다.
"박..., 지민."
최대한 열심히 또박또박 지민의 이름을 적고 고개를 돌렸는데, 정작 지민의 시선은 펜 끝을 향해있지 않았다. 지민이 뚫어져라 내 얼굴을 바라봤다.
"팟..., 치,밍."
지민이 서투르게 입을 움직여 내 입 모양을 따라 했다. 어눌하지만 꽤나 비슷한 발음에 놀란 얼굴로 지민을 바라봤다. 지민이 입으로 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지민이 한번 더 해달라는 듯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박지민. 다시 한번 이름을 입에 굴리자 지민이 진지한 얼굴로 내 입을 바라봤다. 팍치밍. 아까보다 더욱 나아진 발음이 지민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자, 지민이 해맑게 웃었다. 내가 펜을 잡았던 것처럼 펜을 손에 쥔 지민이 떨리는 손을 움직였다. 내가 적어놓은 글자를 보고 따라 적는 펜 끝이 처음인걸 티 내듯 부들부들 떨렸다. 팍치밍. 서툴게 자신의 이름을 적어낸 지민이 뿌듯한 얼굴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읊조렸다.
"잘했다."
"차래따."
마치 말문을 열기 시작한 아이처럼 내 말을 떠라 하는 게 기특해 나 또한 웃음을 터뜨렸다. 지민이 자신의 이름을 다시 적기 시작했다. 지민이 세 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을 때, 문이 열렸다. 정국이었다. 피곤한 얼굴의 정국은 커다란 박스를 들고 있었다. 박스를 잠깐 내려놓은 정국이 평소처럼 총을 옆에 올려두고 자켓을 벗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와 눈을 한번 마주친 정국이 박스를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뭐해?"
"지민이가 글자를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조금 알려주고 있었어요."
정국의 물음에 지민의 서툰 글씨가 가득한 종이를 들어 보여주자 정국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이 머뭇거리며 상자를 바라봤다.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려 하는데 그보다 빠르게 지민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정국의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앞에 서서 똘망똘망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지민을 본 정국이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다. 왜 이러냐며 나를 바라보길래 어깨를 으쓱했다. 나에게도 당황스러운 행동이었다.
"...팍치밍-"
갑작스레 정국의 앞에 다가간 지민이 뱉은 말은 자신의 이름이었다. 정국은 당황스러움에 굳어버렸고, 나는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지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정국의 소매 끝을 잡고 흔들었다. 정국의 이름을 말해달라는 의미였다. 정국은 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소매 끝을 잡힌 채 복잡한 얼굴을 했다. 정국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전정국."
"저정쿡-"
보다 못한 내가 그의 이름을 말해주자, 지민이 곧바로 그를 따라 했다. 정국은 여전히 복잡한 얼굴을 했다. 입술을 꾹- 깨문 정국이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지민의 손이 맥없이 떨어졌다. 지민이 겁을 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 싶어서였다. 그런 지민을 바라보던 정국은 아무 말 없이 지민에게 들고 있던 상자를 내밀었다. 지민이 얼떨결에 상자를 받아 들었다.
"...필요할 것 같아서."
더한 설명 없이 정국은 재빠르게 발걸음을 돌렸고, 급하게 옷을 챙겨 샤워실로 들어갔다. 나와 지민은 당황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민의 손에 들려있던 박스를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박스를 열자 지민이 궁금한 듯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안에는 이불과 베개가 들어있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지민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
호석의 연구소 안 의자에 앉은 정국이 탁탁-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쳤다. 호석을 힐끗- 그런 정국을 보다 다시 시선을 돌려 검은 글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바라봤다. 호석과 정국은 같은 리퍼지만 자세히 보면 직종이 조금 달랐다. 매번 현장에 나가 크롭들을 마주하고 사람들을 지켜내는 정국과 달리, 호석은 대부분 이렇게 연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가끔 호석이 현장에 나가는 일도 있긴 하지만. 호석은 잡혀온 크롭들을 연구해 이상행동의 이유를 알아내거나, 리퍼들을 교육시키는 등의 일을 했다. 세부적으로 정국과 같이 직접 몸으로 뛰는 리퍼를 -리퍼라고 했고, 호석과 같이 대부분 연구소에 머무는 리퍼들을 -리퍼라고 했다. 그 경계가 모호해 현장과 연구소를 같은 비율로 머무는 리퍼들도 있었지만, 정국과 호석은 다른 리퍼들보다도 그 경계가 뚜렷한 편에 속했다.
"할 말이 뭐길래 그렇게 망설인대?"
말없이 몇 십 분째 의자에 앉아 멍 때리는 정국을 보던 호석이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정국이 호석의 연구실에 자주 오는 편은 아니라, 처음 올 때부터 무슨 할 말이 있겠구나 예상은 했다. 근데 생각보다 침묵이 길었다. 호석이 계속 그랬듯 펜을 움직였다. 펜 끝이 유치한 낙서를 만들어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일도 못할 것 같았다. 호석이 펜을 내려놓고 결심한 얼굴로 정국을 바라봤다. 정국 또한 테이블을 치던 손가락을 멈추고 호석을 바라봤다.
"그 애, 크롭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 같던데."
"뭐?"
"자긴 아니라고 하는데, 거의 확실해."
"에이- 착각이겠지."
정국이 가벼운 주제로 먼저 서문을 열었다. 정국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그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호석은 아무렇지 않게 그를 받았다. 맥이 빠지진 않았다. 정국을 아주 오래 봐왔으니까. 호석은 정국이 다른 이야기로 먼저 말을 꺼낼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착각 아냐. 그 애가 말을 하기 시작했어. 아주 서툴기는 하지만. 그 여자가 알려준 것 같은데, 서로 소통이 안 되면 그렇게 빨리 글을 익힐 수 있을 리 없어. 그게 아니더라도 그 전에 몇 번 서로 소통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봤고. 입을 열고 말을 하는 건 아닌데, 그 애만 그게 들리나 봐."
"진짜 더럽게 빠르긴 빠르네."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결코 그냥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호석이 나름 놀란 얼굴을 했다. 예상은 했지만 빨랐다. 그것도 무척이나. 호석은 수첩을 다 갈아엎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수첩에는 호석이 예상한 지민의 발달 일지가 적혀있었다.
"아니. 진짜 네 말대로 그런 거라면, 곧 크롭이 너한테도 말을 할 수 있게 되겠지. 알잖아. 몇 시간이 되지도 않아서 그 크롭이 걸었다는 거. 뭐, 그 크롭이 그걸 숨긴다면 알 방도는 없겠지만."
"그 여자가 너한테 자신의 의지로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잖아. 이 곳에서 사실상 믿을 사람은 너뿐인데, 이 세계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다고."
"그럼 답은 크롭이겠지. 그게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겠지. 어찌됐건 우린 크롭을 죽이는 리퍼고, 크롭이 그런 우릴 반길 리는 없으니까."
"그 애가 무슨 이유로 너한테 그 사실을 숨기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 일단 그 크롭이 널 믿지 못한다는 건 확실한 것 같으니까."
호석의 말에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롭이 정국을 믿지 못할 것도 호석은 이미 예상했던 지라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정국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어쨌든 정국은 크롭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심지어, 이름도 지어줬더라고. 박지민이랬나. 정국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한 말에, 호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커다란 웃음소리가 호석의 연구소 안에 퍼졌다. 정국이 살풋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호석이 눈물을 그렁그렁 단 눈으로 배를 부여잡았다. 와 걔, 진짜 골 때리네. 호석이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이 그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진짜 이름을 지어줄 줄이야. 심지어 그 이름을. 호석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근데, 그 말 하러 온 거 맞아?"
호석의 말에 정국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는 본론을 꺼낼 차례였다. 호석이 나름 긴장한 얼굴을 하고, 정국의 입술이 열리려 할 때 갑자기 호석의 연구소 문이 열렸다.
"호석씨-!"
"아, 언제든지 와도 괜찮다고 하셔서-"
탄이었다.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탄이는 정국이 있을 줄을 몰랐다는 듯 당황한 얼굴을 했다. 잔뜩 굳어선 그녀를 두 남자의 시선이 쫓았다. 그저 지민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왔을 뿐인데 생각지 못하게 분위기가 무거웠다. 다시 나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정국이 말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들어와. 어차피 대화 다 끝났어.”
“정국이 넌, 저녁에 다시 보자.”
아직 하려 했던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호석이 눈짓을 주자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이야기를 마저 하자는 소리였다. 망설임 없이 정국이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황한 그녀가 쭈뼛쭈뼛 발걸음을 옮겨 옆으로 비켜섰다. 정국이 문을 열고 나가고, 호석이 그녀에게 앉으라 손짓했다.
“저녁에 무슨 일 있어요?”
“아, C구역에 갈 일이 좀 생겨서.”
“C구역이면, 크롭들이 있는-“
“응. 갑자기 대량의 크롭들이 B구역으로 넘어오려는 태세를 취해서. 둘 다 가봐야 해. 완전 비상이거든.”
그녀가 자리에 앉으며 호석이 했던 말을 언급하자 호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온 이후로 이 세계에 비상이 잦아졌다. 그만큼 그녀가 대단하다는 거겠지. 호석이 비릿한 얼굴을 했다. 그녀 또한 그 비상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조금 착잡한 얼굴을 했다.
“정국씨, 말은 나쁘게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전정국이?”
“지민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쳤구나. 걔 진짜.”
나름 정국의 칭찬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는데, 호석이 예상과 다르게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했다. 그녀는 말이 막힌 채 그런 호석을 바라봤다. 호석은 경악 끝에 헛웃음을 터뜨리며 질린 얼굴을 하기도 했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한 얼굴로 호석을 바라보던 그녀가 종국엔 인상을 찌푸렸다.
“지민이한테 마음을 여는 게, 그게 잘못 됐다는 말이에요?”
“당연히 멍청한 짓이지.”
“무엇이요? 지민인 사람이랑 다를 게 없는걸요. 의식이 있고, 생각을 해요. 그런 그 애를 믿어주는 게 어떻게 멍청한 짓이라는 거에요?”
잔뜩 열이 올라 화를 내는 그녀를 바라보던 호석이 비웃음과 가까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고 그런 호석을 노려봤다. 호석이 지민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민에게 이름을 지어주도록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도 호석이었고, 지민과 자신이 그곳에 머무를 수 있게 이야기를 해줬던 것도 호석이었으니까. 근데, 이건 명백히 지민을 거부하는 행동이었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기분이 급속도로 다운되고 있음을 느꼈다.
“너 여기 온지 얼마나 됐지?”
“이제 일주일 좀 넘었어요.”
“그래, 고작 일주일. 그럼 그 애가 사람을 죽이지 않은 것도 일주일.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사람을 죽여왔을 아이가 겨우 일주일 동안 잠잠했다고, 정국이가 그 애를 믿어줘야 하니?”
“호석씨.”
“살면서 수도 없이 본 게 그런 장면인데, 겨우 이 짧은 시간 내에 전정국이 마음을 열었다면. 그건 정말 미친 거지. 생각이 없는 거야. 특히 전정국, 걔라면 더.”
호석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공기가 싸늘해진 건 이미 오래 전이었다. 정국이 지민을 믿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호석의 말마따나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크롭을 죽여왔던 정국이니까, 지민을 받아드리는 게 어려울 수 있겠지. 근데 정국이 지민에게 마음을 연 것 같다는 말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호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걔 눈에 있는 상처 본 적 있지. 그거 크롭이 그런 거야. 크롭도 사람이라고, 절대 해치지 못한다고, 그렇게 여리던 애였어. 걔가.”
“눈물도 많고, 정도 많고. 저래서 살아갈 수 있겠나, 싶었는데. 변하더라. 걔네 아버지가 전정국이랑 크롭을 한 방에 가둬놨었거든. 죽이지 못 할거면 죽으라고. 난 당연히 전정국이 죽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 애였으니까. 근데 마지막에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걸어 나오더라.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한쪽 눈이 실명된 채로.”
호석의 말에 그녀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녀는 알지 못했던 정국의 이야기. 정국의 눈가에 있던 상처가 떠올랐다.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눈에 띄었던 흉터 자국.
“걔 거기서 며칠 있다 나왔는지 아니?”
“13일. 7일은 자기 죽이려는 크롭 못 죽이겠다고 정신도 없는 크롭 앞에 두고 타협하려 했고, 나머지 6일은 실명된 눈으로 죽은 크롭 앞에 두고 엉엉 울고 있었어. 내가 끌고 나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음 전정국 걔도 거기서 죽었을 거야.”
호석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다. 호석의 눈빛이 짙었다. 원망, 증오, 분노. 좋지 않은 색의 감정들이 얼룩져 만들어낸 호석의 눈동자는 탁한 색을 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호석이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화를 내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분노의 방향이 지민이 아니었다는 것도.
“이 이야기를 듣고도, 넌 결과적으로 크롭을 죽인 전정국이 잘못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 근데,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 그거. 잘못된 거라고 생각 안 해, 난.”
“네가 살았던 삶에선, 사람을 해치고 그러는 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지 모르겠는데. 전정국이 살았던 삶에선, 크롭을 사람으로 여기면 살아남을 수 없었어.”
날카로운 비수가 모두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호석이 주먹을 꽉 쥐고 굳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을 때, 그녀는 인정해야 했다.
“너만 다 맞고 올바르다고 착각하지마. 오히려 이 세계에선 네가 틀리고 삐뚤어진 거니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호석은, 그녀를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