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살아낸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내가, 그대가 살아 온 그 각자의 삶에 접속한다.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10 #
[느림의 미학, 달팽이의 삶]
오래지 않아 초인종이 울린다.
조금씩 그치기 시작한 눈물을 닦아내며 인터폰을 보자 그가 서있다.
문을 열자 나를 내려다보던 그가 조심스레 나를 안아준다.
"보고 싶으면 이렇게 보면 되는데 왜 울어요. 놀랐잖아."
"나 취했나봐."
"언제는 안 취할 것처럼 굴더니."
"모르겠어. 와인이랑 안 맞나봐."
"취하면 애교가 많아지는 편?"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에게 안겨 한참을 있었다.
울음이 그친 걸 보고는 나를 품에서 떼어내 가만히 내려다본다.
"보고 싶었다며. 이젠 괜찮아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웃는다.
이내 나를 돌려 세우며 늦었으니 들어가 보라고 한다.
뒤돌아 그를 보니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한다.
"정국아."
"왜요, 안 들어가고."
"나는 yes야."
"뭐가요?"
"내 대답. 그때 그랬잖아. 결국에는 yes, 아니겠냐고."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하던 그가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막고 나를 본다.
"이렇게 훅 들어오는 게 어디 있어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누나 진짜 나쁜 사람인거 알죠?"
"그래서 싫어?"
"그럴 리가."
"그러니까 가지마. 가지마라 정국아."
가려는 그를 붙잡았다.
뭔가를 해보려는 게 아닌 그저 그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인 거다.
가지 말라는 말에 그가 작업실에 들어왔지만 어색한 듯 쭈뼛거린다.
거실에는 켜진 티비에 여전히 사진이 떠 있고 그 사진 속에는 그의 얼굴이 있다.
"언제 찍었어요?"
"너 지민씨랑 장난칠 때. 웃는 게 너무 예뻐서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
"저때 나 좋아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감정이 맞는 것 같은데 저땐 그걸 몰랐던 것 같아.
그저 싸워서 자꾸만 나를 피하는 네가 신경 쓰이는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냥 네가 웃는 게 좋아서 본 것 같아."
그와 늦은 새벽까지 사진들을 돌려보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이 소중한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
겨울이 왔음을 알리듯, 길거리에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하나 둘 자리하기 시작했다.
어제는 우리가 함께한 가을의 여행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출판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바람에 초판부터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까지 총 5개 언어로 인쇄가 되었고
예약판매 그리고 어제 첫 개시부터 대박이 터졌다.
'여행 작가 김여주X방탄소년단의 느림의 미학, 달팽이의 삶'
정국이는 아직도 책을 들고 다니며 읽고 또 읽었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정국이와 반응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은 컴백을 3일 앞두고 책 출간 기념으로 그들과 북 콘서트를 한다.
이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가 첫 방송을 한다.
본방 사수를 위해 그들의 숙소에 놀러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다 함께하는 스케줄이라며 정국이는 들뜬 마음을 주체 못했고 다들 잔뜩 긴장이 된 듯 저마다 심호흡을 한다.
"다들 막상 무대에서는 잘 하실 거잖아요."
"그러게요. 작가님도 의연한데 너희가 그럼 안 되지."
"북 콘서트는 처음이라 그런지 진정이 안돼요."
"재밌을 거예요. 제가 장담해요."
"누나, 내 옆에 있을 거죠?"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다들 걱정스런 마음으로 저마다 한마디씩 건네나 나에게 기대오는 정국이에 남준씨는 고개를 저으며 우리를 본다.
"정국아 나가서는 적당히 해."
"당연하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부끄럼 많은 우리 막내가 언제 이렇게 연애를."
호석씨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정국이를 놀리기 바빴다.
우는 척 눈을 가리며 말하자 형은 또 왜 그러냐며 호석씨에게 안겨드는 정국이다.
이내 무대로 올라가겠다는 스텝의 말에 작게 파이팅을 외치고 대기실을 나섰다.
"오늘의 주인공, 인원부터가 확실히 남다릅니다. 8명의 작가님들을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편집장님의 말에 정해진 순서로 무대로 올라간다.
앞서가던 정국이는 계단에 다 오르자 손을 뻗어 나를 잡아준다.
정해진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손에 쥐곤 인사를 한다.
"반갑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자 오늘은 작가로 이 자리에 선, 사람 김남준입니다."
"제이홉, 정호석 입니다."
"민윤깁니다."
"막내 정국입니다."
"김여주입니다."
"월드와이드핸섬, 김석진입니다."
"지민입니다, 반갑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태형입니다."
8명이라는 인원 때문인지 인사만 해도 한참이다.
태형씨의 인사를 끝으로 편집장님이 책에 대해 설명한다.
여느 북 콘서트와 같이 저마다의 생각을 듣고 한 구절씩 본인의 파트에서 애착이 가는 부분을 읽어본다.
책의 대표 저자인 내가 마지막 순서를 맡았다.
"우리는 우리의 삶, 인생마저 여행이라 말합니다. 저마다 같은 곳을 여행 한다 하더라도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이, 방법이 다르듯
우리내 인생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에 함께한 7명의 청춘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나처럼 하나의 인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지금 그 결론으로 가는 방법도, 속도도 다르지만
우리는 결국 각자의 빛나는 삶으로의 긴 여행 속을 함께하는 중일 거라 믿습니다.
살아낸 인생이 달라도 우리는 역시나 같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우리는 열심히, 각자의 방법으로 인생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저마다의 표정들에 감동이 느껴지고 나와 함께 무대 위를 채운 그들에게는 웃음이 가득하다.
"작가님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가 다른 듯 닮은 인생이라는 긴 여행 속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에세이는 여행뿐만이 아닌 작가와 가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찰과 많은 이야기가 담겼는데요.
모두 오늘밤 이 책에게 위로와 따스함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느림의 미학, 달팽이의 삶 출판 기념 북 콘서트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끝이 났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이들이 나의 부족함을 채워준 덕분에 좋은 마무리가 된 듯하다.
"김여주 작가님, 이번에도 멋진 작품 감사해요."
*
첫 방송 이후 작가님은 주변에서 반응들이 좋다며 연락이 왔다.
출판사 분들께도 방송 잘 봤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국이는 이제 세상에 누나 얼굴이 공개 되었다며 조금은 속상해 했다.
'다들 우리 작가님 너무 예쁘다고 탐내는데 나 불안해서 죽겠어요. 내 여자 친구라고 말도 못하고 억울해 🐰 11:57pm'
그의 문자에 웃음이 터져 한참동안 답이 없자 그가 전화를 해 왔다.
"응, 정국아."
-왜 답이 없어요? 읽었잖아.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는 걸 어떡하지?"
-나는 불안한데 우리 예쁜 작가님은 웃음이 나와요?
"알았어, 그만 웃을게. 근데 지금 연습 중 아니야?"
-잠깐 쉬는 중이에요. 내일이 컴백 첫 무대라 오늘은 계속 여기 있을 것 같아요.
"피곤하겠다. 다들 힘들어하지?"
-나이는 못 속이나 봐요.
-야, 정국아 형 마음 아프게 그런 소리를 다하고 그러냐.
나이를 못 속이겠다는 말에 옆에선 멤버들의 아우성이 들리고 정국이가 웃는다.
특히나 호석씨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내일 쇼케이스 올 거죠?
"응. 세진씨한테 초대장 받았어."
-다행이다.
"컴백도 컴백이지만 다치지 말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응, 신경 쓸게. 늦었는데 얼른자요. 나중에 숙소 갈 때 또 문자해 둘 테니까.
"잠이 안와서. 책보고 있어."
-요즘 자주 그러네. 불면증 심해요?
"가끔이니까 괜찮아. 내 걱정 말고 연습에 집중하세요."
-내일봐요.
그와의 전화가 끝이 나고 작업 중이던 사진을 들여다본다.
이미 수십 번도 더 돌려본 폴더에는 이제 그의 사진만 남았다.
그를 위한 나의 선물을 위해.
3일만에 돌아온 웨이콩입니다 :-)
요즘은 뭐가 이렇게 정신이 없을까요 ㅜ
더위를 먹은 건지 정신없고 그저 바쁘기만 하네요...!
그래도 짬짬이 메모장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집에서 컴퓨터만 켤 수 있다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확정된 우리의 남자주인공은 직진 연하남 정국이었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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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