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살아낸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내가, 그대가 살아 온 그 각자의 삶에 접속한다.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15 #
레지던트 1년차를 무사히 넘기고 2년차가 되었다.
내 옆에는 여전히 정국이와 그의 형제들이 함께하고 이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기며 김윤이라는 이름도 다시 찾았다.
혼자 지내던 작은 작업실을 떠나 부모님과 함께 정국이의 숙소와 같은 아파트로 이사해 그와 만나는 횟수가 더 늘어났다.
가족의 품이 이렇게 든든하고 따뜻한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버린 탓에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윤이야."
당직 근무로 의국에 남아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나를 익숙한 목소리가 부른다.
나와 동시에 고개를 돌린 동기는 정국이를 보고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정국아..."
그의 이름을 부르자 나를 향해 웃는 그의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김윤 선생님 남자친구 전정국입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윤이 누나 동기, 여진구입니다."
그가 동기에게 인사를 했고 들어오던 인턴과 1년차 후배는 자신들의 앞에 서 있은 정국이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윤이 누나 남자친구시래..."
동기의 말에 정국이는 뒤돌아 그들에게도 인사했고 후배와 인턴은 입을 막고 놀라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당직이신데 배고프실까봐 야식 좀 사왔어요. 다들 드시면서 일하세요."
정국이는 양손가득 가져온 종이가방을 내려두며 말했고 동기는 정국이가 가져온 것들을 꺼내며 인턴과 후배를 불렀다.
나는 세 사람을 두고 정국이를 데리고 의국을 나왔다.
"여기까지 올 생각은 어떻게 했어."
"보고 싶어서. 일하는 것도 궁금하고."
"진짜 예뻐 죽겠어……."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살짝 입을 맞추자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웃는 그의 모습에 기분이 좋다.
"피곤하지는 않아?"
"차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머리에 안 들어오더니 너 보니까 숨통이 트여."
"진짜 고생이야. 마음 같아선 다 대신해주고 싶어."
나를 안아오는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겼다.
그도 오늘 하루 종일 연습실에 있느라 피곤할 텐데 나를 만나러 온 정성이 너무나 감사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연습했잖아. 괜찮아?"
"안 피곤해. 나는 우리 윤이만 있으면 다 괜찮아."
"얼른 집에 가서 쉬어."
"잠깐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집에 가면 보고 싶어서 아무것도 못한단 말이야."
"우리 정국이가 언제 이렇게 사랑꾼이 다 되셨대?"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아, 내 덕분이 아니라 나 때문이야?"
"나는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정국이의 말에 그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팡, 팡 때리며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감춰본다.
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잘도 꺼낸다.
뻔뻔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웃는 그가 밉다.
"으, 충전 다 했으니까 나도 이제 가야겠다."
"조심히 가. 가서 푹 쉬고."
"어머님이 말 안 해주셨지?"
"뭘?"
"오늘 어머님, 아버님이랑 형들이랑 다 같이 저녁 먹었어."
"다 같이?"
"응. 아버님이 우리 윤이 챙겨주고 아껴줘서 고맙다고."
"뭐야, 나만 쏙 빼놓고. 말이라도 해주지."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는 정국이의 말에 나만 빼고 다들 만난 게 속상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딸의 아이돌 남자친구와 그의 멤버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는 부모님이 또 어디 있을까, 오묘한 조합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들어가."
"가는 것만 보고."
"아침에 데리러 올게. 전화하면 받아줘."
"알겠어. 내일 봐. 운전 조심하고."
그를 보내고 다시 의국으로 들어오자 1년차 후배가 의자를 끌어와 내 옆에 앉아 조잘조잘 이야기를 한다.
"선배. 남자친구분이 병동에도 다녀가셨나 봐요."
"병동에?"
"나이트 하던 간호사들이 전정국씨가 김윤 선생님 남자친구라면서 간식주고 가셨데요."
"뭐야. 아주 예쁜 짓은 다 골라서 했네?"
"말만 들었지 저 선배 남자친구 처음 봐요."
"무슨 말?"
"작년에 저 인턴 일 때 응급실 오셨잖아요. 그때 저는 병동에 있어서 못 봤거든요."
"아, 그때. 리허설 하다가 다쳐서."
"그때 유명했잖아요. 선배는 울고 남자 친구분 안절부절 못했다고."
"후배야."
"네?"
"조용히 하고 일하자."
"아, 넵."
작년 응급실로 실려 왔던 그를 기억한다.
리프트 오작동으로 다친 그에 얼마나 속상해 했는지 모른다.
그때 병원도 난리였다.
아이돌 전정국의 내원과 레지던트 1년차 선생의 울음, 그리고 그 둘이 커플이라는 사실에 시끄럽긴 했다.
열애설의 중심에 선 커플을 눈앞에서 봤으니 들.
*
출근하던 동기에게 환자 인계를 하곤 퇴근을 하려다 갑작스레 응급이 터지면서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다보니 2시간 정도 퇴근이 딜레이 됐다.
그런 나를 주차장에서 묵묵히 기다린 정국이는 기다리는 내내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의국으로 돌아와 퇴근 준비를 하다 그의 문자를 보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어 🐰 8:06am'
'어 방금 차 위로 비둘기 날아갔어 🐰 8:17am'
'엄마가 유니유니 보고 싶데 🐰 8:21am'
'복어(🐡)싶엉 🐰 8:30am'
'얼른 퇴애애애그으으은 🐰 8:43am'
'잠이 온다ㅏㅏㅏ 🐰 8:56am'
'전정국 꿈나라 가요🐰💤💤 🐰 9:06am'
'유니유니 🐰 9:11am'
'김유니유니 🐰 9:16am'
'💜♥️💜♥️💜 🐰 9:27am'
(사진)
' 해가 쨍해 놀러가자 유니 🐰 9:36am'
(사진)
(사진)
(사진)
(사진)
'뀨 🐰 9:48am'
'꾹무룩😞 🐰 10:03am'
나를 힐끔 쳐다본 동기가 말을 걸어온다.
"누나 남자 친구분 보기보다 사랑꾼이네요."
"응. 정국이 다정해."
"기다리면서 문자 보낸 거예요?"
"심심했나봐. 이거 봐 밖에 날씨 진짜 좋아."
"오, 진짜네요?"
동기에게 정국이가 보내 온 사진 중 하늘이 맑게 갠 사진을 보여주자 격하게 동의하며 가운을 벗어 의자에 걸어둔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간다."
의국을 나와 가방을 고쳐 매며 걸음을 재촉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조금이라도 그를 빨리 볼 생각에 비상구 문을 열어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주차장 문을 나와 그의 차를 찾으려다 바로 앞에 나와 있는 그의 동그란 뒤통수에 다가가 팔짱을 끼자 놀라 뒤돌아보는 그다.
"짜잔~ 퇴근했지. 기다리느라 수고했어."
"우리 김윤 선생님도 수고했어요. 응급은 해결 잘 됐어요?"
"고비는 잘 넘겼는데 집중 관찰이 필요해서 중환자실로 넘어갔어."
"아이고 고생했네."
그가 나를 안고서 등을 토닥거린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내내 경직되어 있던 몸이 풀리며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런 나를 보며 웃음이 터진 정국이는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앉은 나에게 안전벨트까지 채워주곤 운전석으로 가 앉는다.
"오늘은 연습 없어?"
"응. 아직은 여유로워서 쉬엄쉬엄 하는 중이야."
"안 그래도 오빠들 힘들 텐데."
"가서 다 일러야지~"
"윤기오빠는 이미 많이 몰려서 짜증 낼 텐데."
"안 그래도 형이 맨날 우리 한 쌍의 바퀴벌레라고 뭐라 해."
"민윤기씨 안되겠구먼."
그와 나누는 사소한 일상들이 즐겁다.
데뷔하던 해에 그들의 평균 연령은 19.7세.
어리기만 하던 그들이 어느새 어엿한 군 필이 되어 평균 연령 33.7세를 자랑하는 삼촌들이 되었다.
여전히 안무와 노래를 잘 소화해 낸다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빨리 지치는 그들이다.
집으로 가는 내내 정국이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두 달 후에 있을 콘서트에는 꼭 내가 와 줬으면 한다는 얘기를 해 온다.
"근무는 조정해 볼게."
"네~ 부탁드려요."
아파트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그가 오늘도 수고했다며 나를 안아준다.
"얼른 집 가자. 가서 좀 쉬고 오후에 만나."
"일어나면 전화할게."
"응. 기다리고 있을게."
그가 내 이마에 뽀뽀를 해 주곤 공동현관 앞까지 함께 걸어가 들어가는 내게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엘레베이터 문이 다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다 몰려오는 피곤함에 하품을 크게 한다.
*
부모님께 인사를 하곤 밥도 안 먹고 쓰러지듯 잠이 든 듯하다.
한참 꿈나라를 허우적거리다 걸려오는 전화에 눈을 떠 발신자를 보니 병원이다.
환자의 검사결과를 말하며 약물 관련해서 용량을 내릴지 말지 물어오는 후배의 말에 이야기를 하다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기지개를 켜다 의자에 앉아 나를 보고 있던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다.
움찔하고 놀라자 그가 웃으며 침대로 다가왔다.
"너무 곤히 자기에 안 깨웠는데 전화가 깨워버렸네."
"언제부터 있었어?"
"두 시간 전부터?"
그의 말에 시계를 보자 벌써 6시가 넘었다.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 쉬자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많이 피곤했냐고 물어온다.
"조금……."
"오랜만에 자는 거 실컷 봤어."
"뭘 그런걸 봐."
"넌 모르지? 너 잘 때 진짜 귀여운데. 계속 웅얼웅얼 거리면서 잠꼬대 하는데."
그가 나를 따라하며 옹알이를 하자 웃겨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두 분은 약속 있다고 나가셨어."
"진짜?"
"응. 그리고 어머님이 집에 밥 없다고 알아서 챙기래."
"나갈까?"
"오랜만에 데이트할까?"
"좋아! 그럼 나 일단 씻고 올게!"
그와의 오랜만에 데이트를 할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욕실이 들어오자 뒤로 정국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
그와 오랜만에 떡볶이 집을 찾았다.
그가 오랜 단골이라 그런지 이모님이 우리를 알아보곤 반가워 하셨다.
요즘은 왜 총각 혼자만 와서 혹시나 헤어진 줄 알고 걱정했다고 하신다.
"이모님 제 여자 친구 의사라서 바빠요~"
"어머! 그때 막 일 시작할거라더니 잘됐구나!"
"벌써 2년차에요."
팔불출처럼 헤실헤실 웃으며 '여자 친구가 의사에요~'하고 자랑하는 그의 입에 얼른 떡볶이 하나를 밀어 넣자 그것마저도 좋은지 입 꼬리가 한 없이 올라간다.
"기억나? 처음 우리 여기 왔을 때."
"당연하지. 꼬실 생각으로 데리고 온 건데."
"뭐~? 완전 요물이었네 전정국."
그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거실에서 잠들었던 나를 방으로 데려간 게 그라는 것을 알았을 때 좀 부끄러웠는데.
"그때는 김여주, 지금은 김윤이 너무 좋아."
"두 사람을 사랑한다는 전정국씨 소감 한 말씀만 해주시죠?"
"두 사람? 뭐야, 결국은 너 하난데. 나는 그때도 지금도 너만 좋아해."
"음, 만족스러운 대답이야."
내 말에 정국이는 내가 답정너였다며 코웃음을 친다.
떡볶이도 점점 바닥이 들어난다.
배가 불러 그를 바라보고 있자 오물오물 잘 먹는다.
뿌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니 다 먹은 떡볶이 그릇을 보여주며 나가잔다.
특별한 걸 준비했다며 나를 차에 태운 정국이는 이내 집에서 좀 떨어진 자동차 극장은 찾았다.
꽤 오래 된 영화를 재 상영 해준다는 말에 내가 좋아 할 것 같아 미리 찾아봤다고 한다.
손을 맞잡고 상영 중인 영화에 빠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차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물론 그도 갈 생각이 없는지 시동을 걸지 않는다.
이내 꺼진 화면에 다시 환한 빛이 들어오며 내 사진들과 짧은 영상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놀라 차에서 내려 화면을 바라본다.
-윤아 즐거워?
-응. 전정국이랑 있어서 더 즐거워
-선물.
-뭐야? 꽃? 완전 감동이야…….
-넌 나랑 어디까지 갈 수 있어?
-너만 있으면 어디든 다 좋아
-나랑 결혼하자
-난 좋아. 하자, 결혼.
영상을 찍는 걸 좋아하던 그이기에 가끔 짧은 영상을 찍어오던 그였다.
사소한 대화들도 놓치지 않고 찍던 그가 그 영상들을 모아 이런 감동을 준다.
마지막으로 결혼하자던 그의 말에 무심하게 좋다는 내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김윤. 나는 진심이야. 단 한순간도 너한테 진심이 아니었던 적 없어. 항상 최선을 다했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우리가 만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됐어. 더 늦기 전에 너랑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공유하고 싶어."
어느새 내 앞에 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한다.
처음 내게 충동적으로 했던 고백과 달리 이번에는 준비를 아주 오랫동안 해 왔다며 수줍게 웃는 그다.
이내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우리를 보고 있다.
중간 중간 눈에 익숙한, 그의 형제들이 있다.
"어떤 좋은 말을, 예쁜 말을 해야 할까 생각 많이 해봤는데 나는 심플한 게 제일 좋더라."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내게 반지 케이스를 열어 내민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 김윤. 나랑 결혼해 줄래요? “
오늘은 코멘트 없이 글만 두고 갑니다!
주말은 바빠서 며칠 못 올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이야기까지 안뇽!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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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루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