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주장x축구부 감독 아들 01 매미소리가 찌르르 거리던 8월, 호루라기 소리에 남학생들의 숨소리가 헉헉대는 체육관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냥 뛰는 선수들과는 달리 구호를 붙이며 뛰는 두준은 구호를 멈추고 시선을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감독님의 호루라기도 멈췄다. 두준이 '아직 신입부원 받을 때가 아닌데' 생각을 하며 말을 걸려던 순간, 문을 열고 온 아이가 아빠! 하고 외치며 감독님을 향해 뛰었다. 두준과 선수들은 감독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감독은 멋쩍은 듯 웃으며 두준에게 다가왔다. "두준아. 내가 삑삑이 마저 시키고 있어라." 양요섭. 감독의 뒤에 조그맣게 서 있던 아이의 가슴팍에 붙은 붉은 명찰에 적힌 이름이었다. 두준 앞의 두 사람이 감독실로 가고 두준은 뒤를 돌아 나머지 선수들을 봤다. 이전에도 두준이 감독 대신 삑삑이를 했는데, 했다 하면 감독님보다 더하게 시키기 때문에 나머지 선수들은 한숨을 쉬며 출발선에 섰다. 두준이 호루라기를 부는 동안은 2학년 주장이 구호를 붙여야 한다. 쉴틈없이 삑삑이를 하는데 두준의 등을 누군가 툭툭 쳤다. 양요섭이었다. 두준은 호루라기를 부르려고 하다 그만두고 요섭을 바라본다. "넌.." ".." "왜 안 뛰어?" "..주장이잖아. 감독님 없을 땐 내가 감독님 대신이야. 근데 너 일학.." "호루라기 줘 봐." "왜?" "너도 뛰어야지. 어서 뛰어서 축구를 잘 해야 좋은 팀에 갈거아냐. 어서 줘," 두준은 조물거리며 말하는 요섭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호루라기를 자신의 옷에 비비고 요섭에게 넘겼다. 축구부 아이들은 두준식의 삑삑이가 끝나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야! 주장! 이거 그냥 불면 돼?" 두준은 일학년인 요섭이 빽빽 반말을 하는게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이이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대충 애들이 선까지 이동했으면 호루라기 불면 돼." "그래!" 명량하게 요섭이 대답을 마치고, 첫 번째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그 이후 요섭이 계속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요섭은 저도 모르게 호루라기 소리를 점차 빠른 간격으로 뱉고 있었고 축구부 아이들은 두준식의 삑삑이 보다도 훨씬 강한 삑삑이를 했다. 얼마나 했을까, 두준과 2학년 주장만을 남겨두었을 때, 감독이 나와 요섭에게서 호루라기를 뺏는다. "아고., 두준아 이주야. 미안하다. 요섭이랑 내가 같이 있어야 했는데.." "하아..하...아..아니..아닙니다..." 두준과 2학년 주장은 짠 것처럼 가쁜 숨소리를 내며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감독은 축구부원 모두에게 휴식이라고 말했고 두준과 요섭을 감독실로 불러냈다. 요섭은 자기 아빠를 따라 쫄래쫄래 따라갔지만 두준은 다소 긴장하는 눈빛으로 감독실로 걸어갔다. "아, 두준아. 너 프로팀에서 테스트 받으라더라. 여러 팀에서 오긴 했는데 O팀으로 가는게 낫지 않나 싶다. 여기 팀 감독이 외국인이라 잘 하면 해외리그도 노릴 수 있어. 어떠냐?" 감독의 말을 곰곰히 듣던 두준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자신이 스카웃이 된 것만이라도 놀랍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저..정말요? 와! 어서 받아볼게요." 감독은 서류를 보더니 요섭을 보며 두준에게소개가 늦었다며 요섭을 소개했다. 두준보다 두 살 어린 17살. 1학년이라는 거다. 그리고 감독님이 일부러 축구나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적당함을 몰라 선수들을 무진장 괴롭히는 삑삑이가 탄생한 거라고 했다. 두준은 약간 어금니를 씹으며 씩 웃으며 반갑다고 인사를 했고 요섭도 밝게 인사를 했다. 감독이 요섭과 두준을 감독실에서 나가라고 했고 두준과 요섭은 나란히 밖으로 나왔다. "양요섭." "왜?" "넌 축구부 였으면 죽었어." "에?" "됐어. 임마. 쬐간하니까 봐준다." "헐.. 너 우리 아빠한테 말한다!" 요섭이 뒤를 돌려 하자 두준은 요섭의 팔꿈치를 잡아 당겼다. 그리고 두준은 얼굴을 살짝 웃으며 앞으로 내밀었다.
"어딜.. 죽을라고. 떽." ---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