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대사 - 검은색
온유대사 - 분홍색
종현대사 - 주황색
기범대사 - 초록색
민호대사 - 파란색
태민대사 - 보라색
※ 대사 색을 정리해두었지만, 상황에 따른 인물 사진도 올려져있으니 즐겁게 읽어주세요^^
촬영이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위해 매일 만났던 김종현도 이젠 익숙해졌다.
그만큼 서로의 어색한 거리가 풀려 이제는 편하게 반말까지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더군다나 저번 영화와는 달리 여기서는 그 누구도 내게 잠자리와 관련 된 것들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로지 김기범만이 자신에게 관계를 요구하고 있었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인지도 몰랐다.
"도착했어…. 내려"
생각에 잠겨 창밖만 바라보던 내게 어느샌가 촬영장에 도착한건지 내리라며,
단순명료한 명령을 내리는 매니저를 한 번 쏘아봐주고는 차문을 거칠게 열고선 차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내 몸을 향해 다가왔다.
그 공기가 그닥 싫지만은 않았다.그 바람을 좋은 기분으로 맞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근처에 있던 김종현.
김종현과 이태민이 진지하게 저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던걸까….
또각거리며 내가 다가가니 대화를 하다 말고는 나에게 아는척하는 김종현.
"…왔네?"
그런 김종현을 향해 웃어주었다. 어쩌면 웃음이 김종현을 향한 인사 대신일수도 있었다.
약간의 분위기상으로는 그들의 중요한 대화 흐름을 깬 듯하여 미안함이 조금은 마음속에 자리잡았지만, 이내 모른 척 하며 그들에게 더욱 다가갔다.
"…00씨 왔어요?"
만난지 2주가 넘었음에도 불가하고 아직까지 내게 존칭을 써가며 있는 대우 없는 대우 다 해주는 감독님을 향해 웃어주었다.
정말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형편이라 생각하며 더더욱 이번 작업에 만족도가 높아졌다.
"…이번에 들어가는 씬들 봤어?"
옆으로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말을 붙이는 종현. 그런 종현의 물음에 차분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응- 보긴 했는데…. 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
약간의 노출과 함께 들어있는 진지한 연기에 보면서 사실 한숨이 먼저 나왔다.
이미 시작된 이 영화촬영을 도중에 하차한다는 말을 꺼낼정도로 몰상식한 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복잡해져왔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을 보듬어주듯 잘할거라며 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내는 종현.
"…잘 해낼거야- 워낙 전에도 연기도 좋았고-"
그런 종현을 향해 고맙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촬영을 들어간다는 소리가 울렸고 옷을 다듬으며 긴장을 풀고는 촬영에 임하는 00이였다.
***
"컷-! 좋았어요-! 그럼 잠깐 쉬었다가 갈까요?"
촬영장 안에 컷 소리가 울리며, 만족한단 미소를 띄는 태민을 보며 웃고 있던 .
서너번을 다시 해야했던 00의 입장에서는 더욱 행복한 싸인일 수 없었다.
잠깐 쉬자는 말이 들려오니 주변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그 자리를 빠져나가 제각각 할 일을 하러 갔다.
꽤나 힘들게 '컷' 소리를 들은 00는 행복감도 잠시, 다음 촬영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서렸다.
몇 번이나 되돌려서 받았던 터라 민감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오로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대본을 보며 자신의 장면들을 되새김질 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번에 들어갈 구간을 활짝 피며, 대본을 다시 살피는 00. 그런 00의 곁으로 종현이 다가와선 어깨를 툭툭- 두어번 쳤다.
"…왜?"
새침스럽게 물어오는 00의 모습에 웃으며 종이를 내미는 종현.
"여기, 쪽대본- 약간 수정됐더라? 여기랑, 여기."
손가락으로 종이의 구간을 가리키며 날 향해 말하는 종현.
그런 종현을 향해 고맙다며 다시 받아든 종이를 보고 있는데….
어쩐일인지 그 말을 듣고도 내 앞에 계속 서 있었다.
"…뭔데 계속 여기 있어? 너는 안 봐?"
안보냐고 물어보자 능청스레 웃어오면서, 나에게 권유한다.
"약간 수정 된 부분 있잖아- 우리 그 부분은 안 맞추어봤는데…. 맞춰볼래?"
피식- 저를 배려한답시고 자신의 곁으로 와선 맞춰보자는 우습지도 않은 제안을 하는 종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
배우들에게 쉬라며 마련해준 자리를 벗어나 약간 인적이 드문 차들 사이에 보이는 둘.
딸깍. 차량의 문을 열어놓고는 그 앞에 걸터앉고는 꽤나 흥미로운 시선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왠일이실까나-? 내 연습도 걱정해주고-?"
워낙 영화는 오차가 많은 작품이기에 그닥 걱정없이 넘겨버릴 생각이었는데…
이런 제안도 그닥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약간 수정된 부분들도 더 수정 될 때가 있어 그냥 냅둘 생각이었던 $이름;으로써는 재미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뭐…그건 듣는 귀가 많아서 낸 핑계고… 그냥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었달까-?"
역시 영화는 핑계였다.
대본을 핑계삼아 약간이나마 대화를 하고 싶었다는 김종현.
작가마다 다르지만 드라마도 자주 바뀐다 들었는데… 영화는 오죽할까….
…라는 것은 배우라면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때그때 주문받는 연기들도 더럭 있기 마련이니까….
결국 연습은 핑계고 그저 자신의 어장에 물고기를 한 마리 더 들이는 작업을 위해 이리 따로 보자고 한 것이었다.
"…그럼 하고 싶은 말, 하시죠-"
씽긋- 약간은 남자의 장단에 맞추어주는 것도 은근한 재미였다.
기범의 장단도, 종현의 장단도.
모두 알면서 모르는 척, 따라주는 재미는 아는 사람만이 아는 재미였다.
"하고 싶은 말이라…뭐…연기하면서부터 좋아졌다고나 할까…?"
이 영화를 들어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000이였다.
이번에 000과 같이 연기한단 소리에, 주변에서 더 난리를 피웠었다.
워낙 걸레같은 년이라며, 잘 하면 너도 잘 수 있겠거니 어쩌니….
참 지저분한 소문들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주변에서 이렇게 난리를 칠 정도라니….
어쩌면 주변에서 시끄럽게 군 탓에 없던 호기심이 생긴 듯 했다.
이 년과 한 번 자보고 싶다.
…라는 말도 안되는 호기심에 조금씩 접근했었다.
처음에는 없는 팬심으로, 두번째는 친하게 지내자며….
뭐, 이쪽이 다 이런 편이라…. 아마 000쪽에서도 알 듯 했다.
그렇게 몇 번 만나보니 더더욱 재미난 상대라 여겼다.
자신이 이때동안 연기를 해 왔지만, 이 정도로 흥미를 가진 여배우는 흔치 않았다.
한 번 먹다가 버릴 년이라도 꽤나 흥미로웠다.
특히나 밤일하게 되면 변하는 게 인간이랬다.
평소에는 저돌적이라도 밤일때 수줍음을 타는 인간들이 파다했다.
그 반대인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
어떤 타입일지….
흥미로움이 점점 커져갔다.
그 흥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연습을 내세우며…
겨우 서로를 보며 사적인 대화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되도 않는 구차한 팬심을 내세우는 종현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이미 그의 패는 읽어버린 듯 했다.
그가 원하는 패라던지, 그가 낼 패라던지….
이 판을 읽어버린 건 이미 오래전일지도 몰랐다.
"요즘 만나면서 한 번은 궁금하더라. 워낙 이렇다 하는 말이 많으니까-"
도도하게도 아직까지 내 맘에 있는 말들은 전혀 꺼내주지 않는 000의 행동에 결국 내 패를 보여주고 말았다.
그러자 약간은 망설이는 기색이 있는 000.
…애태우는건가…. 웃기지도 않는군.
"……."
이렇다 할 말이라면 모두 더러운 스캔들밖에는 없을 터인데….
요즘은 기범 덕에 처신을 잘 한 탓인지 스캔들 조차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적 이야기를 자신에게 늘어놓는건지….
참으로 흥미로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음…결국 원하는 말은?"
눈치 없게 빙빙 돌려 말할 스타일은 아닌 종현이기에…. 한 번 떠보았다.
그러자 씨익- 하며 웃는 종현.
"…뭐, 알만하니까 그냥 드러놓는게 좋겠지- 우리, 이번 영화 하면서 한 번 잘래?"
가끔씩 궁금하다며 들어오는 잠자리 제안들.
대부분 거절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었다.
기범과의 계약이 풀리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뛸 수 있으련만 계약기간이 남아있기에….
그의 눈과 귀에 들어가면 저번같은 수모를 당할 것이다.
그러니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참으로 심플하게 치고 들어오는 종현.
꽤나 잘나가는 주연배우라도 남자라는 사실에 참으로 재미났다.
"…어쩌나- 계약 상에서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면 안되는 조항이 있어서 말이야- 그 제안 무척이나 끌리는데…. 내가 안 될 듯 한데-"
살살 웃어주는 것은 덤.거절의 멘트를 던지니 눈가에 아쉬움을 남기는 종현이다.
"그럼 연습은 끝인가-"
촬영장으로 돌아가려 차 시트에서 일어서선, 가려는 내게…. 팔목을 잡으며 꽤나 재미난 제안을 던지는 종현.
"…잠깐만. 그럼 연애는, 그냥 정말 아무것도 안바라고 담백한 연애는 어때?"
연애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잠자리까지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애를 제안한 걸지도 모르는 김종현.
그런 그의 제안이 꽤 흥미롭기는 나 또한 매한가지였으나, 받아들이기엔 그가 아직 이르다 생각이 들었다.
"…Sorry- 이번 일은 못 들은 걸로 할게-"
되도 않는 영어를 써가며 거부를 하듯 그를 향해 웃어보이며 미안하다 대답했다.
그러자 그새 풀이 죽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그런 그의 모습이 매우 재미나선,
약간의 희망의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탁. 차에서 내려선 그에게 다가가선 귓속말을 하듯 밀착하며 자그마나게 속삭였다.
"…조금 더 친해지면, 그때 진-하게 해요- 김종현씨-"
그와 동시에 볼에 입을 맞추어주고는 실실 웃으며 그 자리를 나왔다.
뒤에서 얼이 빠진 듯 넋놓고 서 있는 김종현의 모습을 비웃어주며 말이다.